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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4월 4일 대남담화를 정독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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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7-17 18:48 조회2,7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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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대남담화를 정독해야 하는 이유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대남담화

2. 김정은 총비서가 설계하고 완성한 핵교리

3. 핵통제체계와 전술핵타격

4. 동족부전의 원칙과 그에 반하는 상황



1.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대남담화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22년 4월 2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서욱 당시 국방장관이 대북선제타격을 거론한 것과 관련하여 “남조선 군부가 우리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의지를 드러낸 이상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고 언명하였다.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는 말은 김정은 총비서의 위임을 받아 엄중히 경고한다는 뜻이다. 위임이라는 것은 어떤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뜻이므로, 김정은 총비서는 자신의 대남경고를 김여정 부부장에게 맡겼던 것이다. 그러므로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총비서의 대변인으로서 대남담화를 발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2020년 6월 4일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폐쇄하겠다는 대남담화를 처음 발표한 이후, 남북관계에 심각한 상황이 조성될 때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의사를 대변하여 대남담화를 발표해왔다. 김여정 부부장은 2021년 한 해 동안 대남담화를 여덟 차례 발표했다.

그런데 올해 2022년에 들어와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4월 4일 대남담화를 발표한 이후 석 달 반이 지난 오늘까지 대남담화를 발표하지 않았다. 대남담화를 석 달 반이 지나도록 발표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 대남담화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불러일으킨다.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담화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윤석열 정부를 담화상대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 시기 김정은 총비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담화를 통하여 문재인 정부를 때로는 질책하기도 했고, 때로는 경고를 주기도 했지만, 윤석열 정부에게는 그런 질책이나 경고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심각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김여정 부부장은 2022년 4월 4일에 발표한 대남담화(http://www.jajusibo.com/59139)에서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때 없이 건드리지 말고 망상하지 말며,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날아오는 포탄이나 막을 궁리만 하고 앉아있어도 우에서 언급한 참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인용문은 남측이 북측을 자꾸 자극하지 말고, 대북선제타격을 망상하지 말고, 방어력 강화에 힘쓰면서 자중하라는 뜻이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담화를 통해 남측에 보낸 사실상 마지막 충고였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마지막 충고를 보낸 것일까? 김정은 총비서가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담화를 통해 마지막 충고를 보낸 때는 2022년 3월 9일 남측에서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때로부터 근 한 달이 지난 뒤였다. 당시는 남측에서 정권인수인계가 한창 진행되는 정권교체기였다. 그러므로 김정은 총비서는 퇴장을 앞둔 문재인 정부와 등장을 앞둔 윤석열 당선자측에 각각 자중하라는 충고를 보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 5월 9일 자정을 기해 퇴장했고, 윤석열 정부가 등장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4월 4일 대남담화내용을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김정은 총비서의 구상과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4월 4일 대남담화를 건성으로 읽지 말고, 정독할 필요가 있다.

2. 김정은 총비서가 설계하고 완성한 핵교리

김여정 부부장은 4월 4일 대남담화에서 북의 핵교리(nuclear doctrine)를 거론하였다. 북이 핵교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4월 4일 대남담화를 통해 자신의 핵교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핵교리는 핵무력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사용하는 기본원리를 뜻한다. 핵교리에 의거하여 핵정책과 핵전략이 수립된다. 핵무력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사용하는 기본원리를 북에서 어떤 용어로 지칭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 글에서는 핵교리라는 기존 용어를 쓴다.

핵교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핵강국의 국가수반은 전 세계에서 김정은 총비서뿐이다. 핵강국의 국가수반들인 미국 대통령, 로씨야 대통령,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의 핵교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핵교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전략핵무력과 전술핵무력을 모두 완성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김여정 부부장의 4월 4일 대남담화에서 북의 핵교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대남담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4월 4일 대남담화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핵교리를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다. 핵무력의 사명은 우선 그런 전쟁에 말려들지 않자는 것이 기본이지만, 일단 전쟁상황에서라면 그 사명은 타방의 군사력을 일거에 제거하는 것으로 바뀐다.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

김여정 부부장은 위의 인용문에서 핵무력이라는 용어와 핵전투무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핵무기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데, 조선에서는 핵무력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핵무기와 핵무력은 어떻게 다른가? 핵무기(nuclear weapon)는 핵타격수단을 가리키는 말이고, 핵무력(nuclear force)은 핵타격수단만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핵병력, 그리고 핵타격수단과 핵병력을 결합시킨 핵공격체계까지 전부 포괄하는 용어다.

김여정 부부장은 위의 인용문에서 핵전투무력이라는 제3용어를 사용했다. 전투라는 용어를 핵무력이라는 용어에 삽입한 핵전투무력이라는 제3용어는 핵무력의 실전기능을 강조한 신조어다. 핵폭발력이 약해서 실전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핵무력은 핵전투무력이고, 핵폭발력이 너무 커서 실전에서 좀처럼 사용하기 힘들고 상대의 핵공격의지를 억제하는 데 사용되는 핵무력은 핵억제력이다. 그러므로 핵전투무력은 전술핵무력이고, 핵억제력은 전략핵무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위의 인용문에서 사용한 핵전투무력이라는 신조어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실전상황에서 사용하는 전술핵무력을 뜻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4월 4일 대남담화를 통해 실전상황에서 사용하는 전술핵무력에 관한 핵교리를 언명한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교리는 김정은 총비서의 인식활동에서 산생된 산물이다. 다른 핵강국의 국가수반들은 핵정책 보좌관들이 상신하는 문건을 읽고 핵교리가 무엇인지 이해하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력을 유지관리하고, 강화발전시키는 핵정책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졌고, 핵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하는 핵전략전술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졌기 때문에 자신이 핵교리를 직접 설계하고 완성할 수 있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핵교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다른 핵강국들의 핵교리와 전혀 다른 핵교리를 정립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는 다른 핵강국들의 핵교리와 대비하여 목적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임무도 다른 독창적인 핵교리를 정립한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다른 핵강국들이 핵무력을 보유한 목적은 핵무력으로 국가안보를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데 있지만, 북의 핵무력은 국가안보를 유지강화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핵무력으로 주체혁명을 보위하고 완성하려는 데 근본목적이 있다.

여기서 주체혁명이라는 개념에 관해 잠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조선로동당의 유일적 지도사상인 김일성-김정일주의에 따르면, 주체혁명은 혁명의 자주적 주체에 의해 실현되는데, 혁명의 자주적 주체는 수령-당-인민이 수령을 중심으로 결합한 사회정치적 생명체라고 한다. 바로 이것이 주체사상이 선행 혁명사상(맑스-레닌주의)과 근본적으로 다른 혁명사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핵심내용이다. 그러므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이해해야 주체사상의 정수를 인식할 수 있다. 주체사상에 대한 해설은 이 글의 서술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여기서 생략한다.

이 글의 주제로 다시 돌아가면, 북의 핵무력은 국가안보수단이기 전에 주체혁명을 보위하고 완성하는 수단으로 된다. 북의 핵무력을 반제투쟁의 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협소한 인식이다.

핵무력의 목적이 그처럼 달라지면, 핵무력의 성격과 임무도 당연히 달라진다. 어떻게 다른가? 핵무력의 통제체계에 따라 핵무력의 성격과 임무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다른 핵강국들의 핵무력은 최고국가기구가 통제하는 핵무력이지만, 북의 핵무력은 최고령도자가 통제하는 핵무력이다. 제국주의국가의 핵무력은 제국주의자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지만, 북의 핵무력은 ‘수령의 혁명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바로 이것이 김정은 시대에 핵무력의 완성과 더불어 새롭게 정립된 ‘주체의 핵무력관’이다. 핵무력은 국가안보의 수단이 아니라 수령의 혁명사상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주체의 핵무력관’은 김정은 총비서가 김일성-김정일주의의 핵심사상인 ‘주체의 수령관’에 근거하여 정립한 새로운 혁명사상이다.

3. 핵통제체계와 전술핵타격

핵무력의 목적, 성격, 임무가 다르면, 핵통제체계도 당연히 다르다. 북의 핵통제체계는 다른 핵강국들의 핵통제체계와 완전히 다르다. 다른 핵강국들에서는 최고국가기구가 핵무력을 집단적으로 통제하는 핵통제체계가 운용되지만, 북에서는 최고령도자가 핵무력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핵통제체계가 운용된다. 다시 말해서, 다른 핵강국의 국가수반은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핵사용문제를 독자적으로 결심하지 못하며, 반드시 최고국가기구에서 장시간 동안 집단적인 토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 그와 다르게, 김정은 총비서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핵사용문제를 독자적으로 결심하게 된다.

북에서는 이런 독특한 핵통제체계를 ‘유일적 령군체계’라고 부른다. 2016년 3월 11일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탄도로케트발사훈련을 현장에서 지도하면서 “국가최대비상사태 시 핵공격체계가동의 신속성과 안전성을 확고히 보장하며,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 관리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명백하게 대비된다. 다른 핵강국들에서는 최고국가기구의 집단적 결정에 따라 핵무력을 사용하지만, 조선에서는 최고사령관의 독자적 결심에 따라 핵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최고사령관의 독자적인 결심에 따라 핵무력을 사용한다는 말은 최고사령관이 핵사용문제를 독단적으로, 자의적으로 처리한다는 뜻이 아니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혁명의 수령은 주체혁명을 보위하고 완성하기 위해 핵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혁명의 수령이 핵사용문제를 독단적으로, 자의적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를 확립한 것은,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핵타격속도가 엄청나게 빠를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전쟁지휘부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설왕설래하는 토의를 거쳐 핵사용문제를 결정하는 것에 비해, 김정은 총비서가 ‘유일적 령군체계’에 의거하여 핵사용문제를 결심하는 것은 핵타격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 외지에 출타할 때, 검은 색 핵가방(nuclear football)을 들고 다니는 핵보좌관 한 명이 언제나 따라다니는데, 그것은 의례적인 관행에 불과하다. 미국 대통령은 총사령관(command-in-chief)으로서 핵무력사용을 명령하는 단독적인 권한(sole authority)을 행사한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독자적인 결심으로 핵무력사용을 명령할 수 없으며, 최고국가기구 긴급회의에서 집단적으로 토의결정한 뒤에 대통령의 명의로 핵무력사용을 명령하는 것이다.

타격속도가 빠른 쪽이 무조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이 현대전의 특징인데, 김정은 총비서가 독자적으로 결심하고, 명령하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전술핵타격은 그야말로 번갯불처럼 빠른 것이다. 오늘도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번갯불 전술핵타격을 연습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4월 4일 대남담화에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번갯불 전술핵타격이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1) “타방의 군사력을 일거에 제거하여, 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한다.”

해설 - “일거에 제거한다”는 말은 결정적인 타격으로 타방의 전쟁수행력과 전쟁의지를 없애버린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려면, 무징후 기습타격능력, 초정밀 급소타격능력, 반항공망첨입능력, 저고도변칙비행능력을 전부 갖추어야 한다. 조선인민군은 그런 네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추었다. 그들은 화성포-11가형과 화성포-11나형,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 신형 근거리전술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 지능핵로켓탄을 실전배치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4월 4일 대남담화에 들어있는 번갯불 전술핵타격에 관한 서술은 빈말이 아닌 것이다.

2) “전쟁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아방의 군사력을 보존한다.”

해설 - 전쟁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아방의 군사력을 보존하려면, 타방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해야 한다. 압도적인 공격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한미련합군은 공격력이 무장장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에, 영군체계와 전법을 홀시하면서 첨단무기를 실전배치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러나 조선인민군은 공격력의 3대 요소를 영군체계, 전법, 무장으로 보면서, 영군체계와 전법을 개발보완하고 연습연마하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 위력적인 무장장비를 가졌더라도, 영군체계와 전법이 낙후하면 전쟁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조선인민군은 전쟁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아방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한 독특한 영군체계와 독특한 전법을 가졌으며, 그에 최적화된 무장장비를 갖췄다.

3) “장기전을 피하고,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낸다.”

해설 - 전쟁이 장기화되면, 미국이 대규모 증원부대를 본토에서 수송하여 무력개입을 감행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명손실과 시설파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은 무조건 최단기간에 전쟁을 끝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들은 서울과 부산, 평택과 계룡대, 포항과 군산을 한꺼번에 공격하는 동시타격전법을 준비했다. 그들이 말하는 속전속결은 전술핵타격과 더불어 전방돌파전, 갱도남하전, 고속기동전, 후방침투전, 측면타격전, 거점마비전을 종합적으로 전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속전속결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전술핵타격대와 더불어 전선군단, 특수작전군, 기계화타격군, 잠수함대, 무인항공작전대, 항공륙전대, 해상륙전대, 싸이버작전대, 전파교란대, 적공사업대를 사리원-통천 축선 가까이에 집결시켰고, 무장장비와 통신장비도 그에 맞춰 완비했고, 군사훈련도 그에 맞춰 진행한다.

지금 로씨야군은 노보로씨야해방전쟁에서 육군, 해군, 공군, 육전대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파도를 치는 식으로 공격하는 기존 전략에 의존하고 있는데, 조선인민군이 수행할 ‘남조선해방전쟁’은 그런 전쟁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동족부전의 원칙과 그에 반하는 상황

김정은 총비서는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4월 4일 대남담화를 통해 동족부전의 원칙을 천명하였다. 동족부전의 원칙이란 우리 민족끼리 싸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4월 4일 대남담화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서술되었다.

“명백히 다시 한 번 밝힌다.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순수 핵보유국과의 군사력 대비로 보는 견해가 아니라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근거 없이 자기의 신상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병적인 장애가 하루 빨리 치유되기를 기원한다.”

동족부전의 원칙에 따르면, 남과 북은 장차 통일조국에서 함께 살아야 할 같은 민족이므로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동족부전의 원칙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4월 4일 대남담화에서 동족부전원칙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하지만 남조선이 어떤 리유에서든, 설사 오판으로 인해서든 서욱이 언급한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남조선 스스로가 목표판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틀 전 남조선군이 우리의 땅 한 치라도 다쳐놓는다면 여직껏 상상해보지 못한 참변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위에 서술된 내용을 읽어보면, 동족부전의 원칙이 실현되는가 아니면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의 전술핵타격을 받는가 하는 문제는 북을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 여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윤석열 정부는 김정은 총비서의 마지막 충고를 외면하고, 그 충고에 반하는 행동만 골라서 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금 윤석열 정부는 도발언행으로 북을 자꾸 자극하면서 대북선제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2022년 7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충청남도 계룡대에서 진행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꺼내놓은 발언은 윤석열 정부가 대북선제타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북이 도발하는 경우 한국군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한국형 3축체계를 구축해 북의 핵-미사일위협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설에서 언급한 3축체계는 대북선제타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가 3축체계구축문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북선제타격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윤석열 정부가 대북선제타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타격수단은 미국에서 수입한 F-35A 스텔스전투기다. 윤석열 정부는 F-35A 스텔스전투기를 출격시켜 정밀유도폭탄이나 공대지순항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하면 아주 효과적인 대북선제타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간다는 F-35A 스텔스전투기가 먼 거리에서 정밀유도폭탄이나 공대지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공군은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정밀유도폭탄 3종과 공대지미사일 3종을 보유했다.

미국산 레이저유도폭탄(GBU-10/12) - 타격거리 14.8km, 타격오차범위 1.1m

미국산 합동정밀직격탄(JDAM) - 타격거리 28km, 타격오차범위 7m

한국형 유도폭탄(KGGB) - 타격거리 100km, 타격오차범위 13m

미국산 공대지미사일 슬램(SLAM)-ER - 타격거리 270km, 타격오차범위 2m

미국산 합동공대지순항미사일(JASSM) - 타격거리 370km, 타격오차범위 3m

도이췰란드-스웨리예 공동생산 공대지순항미사일 타우러스(TAURUS) - 타격거리 500km, 타격오차범위 2m

위에 서술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군이 F-35A 스텔스전투기와 정밀타격수단을 결합시키는 경우 대북선제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군 수뇌부는 F-35A 스텔스전투기와 F-15K 전투기로 편성된 종심타격편대가 정밀유도폭탄과 공대지순항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대북선제타격을 구상하고 있다. 그런 구상에 따라, 2022년 6월 7일과 6월 21일 한국군 F-35A 스텔스전투기 편대는 미국군 F-35A 스텔스전투기 편대와 함께 공중무력시위를 벌였고, 7월 11일부터 17일까지 10일 동안 양측 공군은 F-35A 스텔스전투기와 다른 전투기들 30여 대를 동원하여 사상 처음 대북선제타격을 연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군 수뇌부로부터 위와 같은 작전상황만 보고 받기 때문에, 한국 공군의 대북선제타격능력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두 가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가 모르는 첫 번째 사실은,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스텔스전투기를 탐지하는 꼴추가(Kolchuga)반항공레이더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나는 2019년 9월 9일 <자주시보에 실린, ‘개벽예감 363 - 스텔스비행체와 꼴추가, 그리고 세계 최강 단거리미사일’(http://www.jajusibo.com/47056)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가동하는 꼴추가반항공레이더에 관해 상론한 바 있다. 스텔스전투기는 다른 나라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북의 반항공망은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모르는 두 번째 사실은, 정밀유도폭탄과 공대지순항미사일은 위성위치확인체계(GPS)에 의존하여 타격대상을 향해 날아가기 때문에 치명적 약점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조선인민군이 위성위치확인체계를 교란하는 방해전파를 쏘면, 정밀유도폭탄과 공대지순항미사일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비행 도중에 추락하거나 비행경로를 이탈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된다.

그러면 조선인민군의 전파교란능력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20년 12월 9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자전부대들에 배치된 신형 GPS교란장비는 S밴드(2~4기가헤르쯔) 주파수와 X밴드(6~10기가헤르쯔) 주파수를 교란한다는 것이다. 신동아 2020년 1월호에 인용된, 한국군 합참본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2014년도 대외비문서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차량탑재형 GPS교란장비 3종과 휴대용 GPS교란장비 12종을 실전배치하여 한반도 전역에서 전파교란전을 벌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야간열병식에 배낭형 전파교란장비를 등에 진 전자교란전부대가 등장했다. 2021년 11월 30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GPS교란전을 수행하는 조선인민군 전자전부대들은 2020년 5월부터 7월 사이에 신형 GPS교란장비를 지급받았는데, 이 신형 장비를 가지고 GPS교란전훈련을 12개월 동안 진행한다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자전부대들은 2020년에 신형 GPS교란장비를 가지고 12개월 동안 집중훈련을 받은 뒤 전선에 배치되었다. 거대한 전파교란망을 형성한 그들은 한국군이 발사한 정밀유도폭탄과 순항미사일의 침입비행은 물론 한국군이 출격시킨 무인항공기의 침입비행까지 모조리 차단할 수 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이 한국군의 대북선제타격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한국군의 대북선제타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북선제타격을 가능하다고 맹신하고 대북선제타격훈련까지 감행하고 있으니, 북의 시각에서 보면 그런 행동은 망상에 사로잡힌 경거망동으로 보일 것이다.

올해 2022년에 들어와서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4월 4일 대남담화를 발표한 이후 석 달 반이 지난 오늘까지 대남담화를 전혀 발표하지 않는 것은 대북선제타격망상에 사로잡힌 윤석열 정부의 경거망동을 모른 척 방치하면서 조용히 침묵하거나, 그까짓 것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무시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북은 윤석열 정부를 대남담화로 상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남군사행동으로 상대하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북이 대남담화발표를 완전히 중지한 시각부터 대남군사행동에 나설 시각이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대북선제타격연습을 강행할수록 그 시각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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