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 중단하라” > 사회, 문화

본문 바로가기
영문뉴스 보기
2024년 4월 28일
남북공동선언 관철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사회, 문화

“학생들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 중단하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04-05 14:43 조회5,523회 댓글1건

본문

“학생들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 중단하라”

 

[현장] 세월호 유가족, 아이 영정 안고 도보행진
서울 광화문까지 1박2일…“세월호법 시행령 폐기하라”
정봉주 전 의원·박진 운영위원장 등 20여명 2차 삭발
시민 600여명 유가족 뒤따라…진실규명·세월호 인양 요구
 
아버지, 어머니는 상복을 다시 꺼내 입었다. 정부합동분향소에 있던 아이의 영정을 꺼내들었다. 머리를 깎았다.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아이의 영정을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시민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 광장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4일 오전 10시30분 하얀색 상복을 입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220여명은 경기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있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까지 도보행진에 나섰다.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등의 글씨가 쓰여 있는 천과 두건 등을 두르고 노란색 풍선을 든 시민 600여명이 유가족들을 뒤따랐다. 영정 속의 아이는 웃고 있지만, 영정을 안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4일 오전 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이들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서울 광화문 광장까지 도보행진을 하기 위해 4일 오전 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를 나서고 있다. 안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부합동분향소에 안치돼 있는 아이의 영정을 꺼내들고 길을 나선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 5월8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이의 영정을 꺼내 버스를 타고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국방송 사옥 들머리에서 밤샘 시위를 벌였다. 김시곤 당시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이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도보행진에 나서기 전인 이날 아침 8시30분,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영정을 꺼내기 위해 줄지어 정부합동분향소로 들어갔다. 다시 아이들의 영정을 꺼내야만 하는 어머니들은 휴지로 눈물을 훔쳤고, 아버지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영정을 내리기 전 묵념을 하기 위해 영정 앞에 나란히 선 유가족들은 수많은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장례지도사들이 제단에 올라가 영정을 내리는 것을 도왔다. 영정을 가슴에 안은 어머니들은 영정 속에 있는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다가 영정을 가슴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들이 어머니를 위로했다. 한 어머니는 아이의 영정을 가슴에 품고 오열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어머니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119 빨리 불러주세요”라는 다급한 외침이 정부합동분향소 안에 울려 퍼졌다.

오전 9시4분 유가족 220여명은 아이들의 영정 134개를 가슴에 안고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정부합동분향소 들머리에 섰다. 거세게 불던 바람은 잠잠해져있었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박2일 동안 40 ㎞가 넘는 거리를 도보행진 하는 것이, 발이 퉁퉁 붓는 것이 힘든 게 아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나도 진실이 밝혀지기는커녕 달라지고 바뀐 것 하나 없는 이 현실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7반 고 전찬호군의 아버지인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대표는 “정부는 진상규명이 안 되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내놓더니 이제는 돈으로 저희 가족을 매도하고 있다. 세월호 선체 인양을 통해 실종자를 수습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이 건설됐을 때 죽어서 내 새끼 만나면 떳떳한 아빠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4일 오전 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 안에서 아이의 영정을 받아 든 한 어머니가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다. 안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4일 오전 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 안에서 아이의 영정을 꺼내 받아 든 한 어머니가 아이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안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4일 오전 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 앞에서 삭발식에 참여한 단원고 희생 학생의 한 아버지가 눈을 감고 있다. 안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아직 실종 상태인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51)씨는 “우리 실종자 가족은 아직도 지난해 4월16일을 살며 1년째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달라고 외치고 있다. 나는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이제는 유가족이 되고 싶은데, 유가족들이 이렇게 영정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만 하는 이 현실이 한탄스럽다”라고 말했다.

오전 9시35분, 기자회견이 끝나자 아버지 10명과 어머니 7명은 정부합동분향소 들머리에서 두번째 삭발식을 했다. 정봉주 전 의원과 박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 유가족과 함께 삭발에 동참했다. 엄마의 긴 생머리가 뭉텅 잘려나가자 뒤에서 영정을 들고 있던 딸은 엉엉 울었다. 지난 2일에도 세월호 유가족 52명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삭발을 했다.

이날 삭발을 한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군의 어머니는 “도대체 정치를 왜 하는 거냐. 아프고 슬픈 국민이 없게 하려고 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 그런데 우리는 4월16일의 아픔과 고통을 1년씩이나 겪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우리를 이제는 그만 좀 쉬게 해달라. 사람 사는 대한민국을 좀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김진태 의원 욕 좀 하겠습니다.” 도보행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화가난 목소리로 외쳤다. 유 위원장은 “아이들을 가슴에 묻는다는 것은 평생 죽을때까지 부모가 고통을 안고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진태 의원은) 알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 사에에서 김 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김진태(51) 의원(새누리당·강원 춘천시)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듭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란 글을 올려 세월호 유가족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바다 속에 갇혀있는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상규명 가로막는 시행령을 폐기하라”,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중단하라”, “침몰하는 대한민국 진심을 인양하라”,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를 가족 품으로”. 416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도보행진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외쳤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도 계속해서 “정부 시행령 철회하라”, “세월호 인양하라”고 외쳤다.

4일 오전 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 안에서 도보행진을 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장례지도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영정을 내리고 있다. 안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도보행진에 나선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날 오후 2시5분 경기 안산 상록구 부곡동 안산하늘공원을 지나갔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수십명의 단원고 학생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안산하늘공원을 향해 손을 흔들며 “얘들아, 미안해. 엄마, 아빠가 진실을 밝혀줄게. 사랑해”라고 외쳤다. 안산하늘공원에 자신의 아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어머니들은 힘들게 걸음을 떼며 눈물을 훔쳤다. 안산하늘공원을 지나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이날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출발한 유가족과 시민들은 다음날인 5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해 국민 촛불문화제를 연다. 경기 광명시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하루를 묵는다.

안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4일 오전 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 안에서 도보행진을 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장례지도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영정을 내리고 있다. 안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한겨레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멋진인생님의 댓글

멋진인생 작성일

4월16일이면 세월호참사 1주년이 되는군요? 그때 뉴스에서 봤을때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ㅠㅠㅠㅠㅠ 눈물이 납니다~!!!! 아직도 9명의 시신이 발견되지 못했으니간요~!!!!

회원로그인

[부고]노길남 박사
노길남 박사 추모관
조선문학예술
조선중앙TV
추천홈페이지
우리민족끼리
자주시보
사람일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한겨레
경향신문
재도이췰란드동포협력회
재카나다동포연합
오마이뉴스
재중조선인총련합회
재오스트랄리아동포전국연합회
통일부


Copyright (c)1999-2024 MinJok-TongShin / E-mail : minjoktongshin@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