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8.03 22:11 수정 : 2013.08.04 12:04
<3보> “우리가 민주주의 지켜내자” 한 목소리
‘국정원장 해임’ ‘국정조사 연장’ 등 요구…다음주 다시 촛불집회
저녁 7시30분께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5차 범국민 촛불문화제’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더 많아졌다. 해가 진 광장은 3만여개의 촛불(주최쪽 추산)로 금새 물들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평일 촛불집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도 모였다.
문화제의 시작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의 공동의장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가 알렸다. 무대에 오른 조 교수는 “87년 민주항쟁으로 이뤄낸 성과들이 무너지고 있다. 군 출신이 국정원장 등 주요 요직에 자리잡고 있으며 문민 정신도 훼손되고 있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뒤 △새누리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 전원 사퇴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의 주요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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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계광장에서 3일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된 ‘제5차 범국민 촛불문화제’에는 3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새누리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 전원 사퇴,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민주당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인 신경민 의원은 무대에 올라 “국정조사에서 (국정원 사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나오자 두려움을 느낀 새누리당 의원들이 휴가를 갔다”고 여당에 국정조사 파행의 책임을 물었다. 또 “침묵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들에게 이제 대답을 할 때다”고 국정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 “국정조사 연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발디딜 틈 없는 청계광장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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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참여 시민들은 국정조사 파행과 ‘침묵하는’ 청와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올해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나온 이아무개(75)씨는 “새누리당이 아전인수격으로 힘을 앞세워 국정조사를 망가뜨린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 뿐이다. 박 대통령이 ‘버리면 웃는다’는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대통령 출마했을 때 자기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살신성인할 것이라는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그 초심 잃지 말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언론 보도에도 답답함을 드러냈다. 연인과 함께 집회를 찾은 김보람(26·구로구)씨는 “심각한 사안인데도 언론이나 경찰이 어떻게 된 사실인지 속시원하고 믿을만하게 밝혀주지 않아서 답답했다”며 “집회를 한다고 무엇이 바뀔까 하는 회의감이 들지만, 그래도 1명이라도 더 나와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언론도 보도할 거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남편, 17개월된 아들과 이날 처음 집회에 온 정아무개(35)씨는 “아들 보기에도 ‘이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나오게 됐다”며 “언론에서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사안을 다른 걸로 덮으려는 정치권의 핑퐁게임만 보여주고 있어서 더 자세한 얘기들을 들으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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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장)씨도 서울 청계광장에서 3일 오후 7시 30부터 시작된 ‘제5차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촛불을 들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촛불집회 1시간30분 전부터 시민들을 상대로 집회를 홍보한 유지연(숭실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씨는 “친구들과 모여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하면서 우리가 직접 민주주의를 살려내고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보니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진 음악공연 등에 시민들은 박수로 호응하며 문화제를 즐겼다. 문화제는 밤 9시께 마쳤고, 시민들은 다음 주 ‘6차 국민촛불대회’에서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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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
김효실 정환봉 기자 trans@hani.co.kr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 민주당, 촛불 합류 [한겨레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