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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주의 생활에세이] 선택과 배제, 자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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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4-04-13 07:14 조회3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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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주의 생활에세이] 선택과 배제, 자폐

다양성, 사상적 자유, 개인주의, 민주주의...의 이름으로...말하자면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논리로...진실과 허위가 뒤섞여 유포된다. 모든 정보와 지식들이 같은 무게와 의미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아우성으로 주장하며 한 개인에게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한 사람은 선택, 배제, 판단해야 한다. 이는 생존의 문제다. 안 그러면 자폐 걸린 아이처럼 되어 아무 견해도 가질 수 없게 된다. 그래서는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낼 수 없다. 이 선택, 배제, 판단의 과정에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치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양한 장치의 폭력이 개입한다. 개입하는 그 힘이 한 사회의 지배적 견해를 결정한다. 그러나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그 지배적 견해에 공감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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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우크라이나, 러시아, 조선, 한국전쟁, 미국, 가자, 이스라엘, 친일파, 광주, 천안함, 세월호, KAL기 폭발.....그리고 그 외 얼마든지 나열 가능한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들. 그러나 객관적 사실과 의미에 대해 단 한 번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들이 우리 주위에 널려있다. 어찌 제 정신으로 살겠냐 말이다. 우리는 모두 얼마간 자폐적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저자: 이범주.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위원


선택과 배제, 자폐




[사진출처: iStock]


자폐는 모든 정보가 뇌에 가감없이 모두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아이에게 엄마 목소리는 주위의 모든 소리... 말하자면 시계의 초침 돌아가는 소리,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 거리 자동차 소음...등 숱한 소리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므로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주목하지 못한다. 시각도 그렇다. 아이가 엄마를 보아도 엄마의 배경에서 보이는 모든 시각 정보가 모두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에 엄마에 주목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이의 인지와 행동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결국 사람의 일차적인 감각조차도 정보가 선택되고 배제되어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병이 된다. 봐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들어도 정작 필요한 것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폐다. “Everything is nothing”이라는 말은 이런 면에서도 맞다.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으면 선택장애를 일으킨다. 多情은 病이다.

일차적인 감각이 그럴진대 사람의 인식, 판단, 결정, 결행...의 과정은 여북하겠는가. 많은 정보들 중에서 자신이 의미있다고 생각하거나 더 마음이 가는 것을 선택하고 나머지 것들은 배제한다. 그래야 판단, 선택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쌓여 한 개인의 일관된 성격, 견해, 세계관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것은 곧 한 사람 그 자체가 된다.

나이 들수록 한 사람이 자신의 안 좋은 성격을 강화시키고 편향된 정치적 견해를 완강하게 고집하는 이유를 알만 하다. 나는 아버지의 완고한 반북, 친미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내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좌파적 견해를 갖고 있는데 대해 걱정하시며 생각 바꾸기를 바란다. 나는 내 견해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당연히 아버지도 그러하다. 아버지나 나나 동일하게 아집과 고집을 갖고 산다.

백 사람이 있으면 나름 백 개의 세계가 있다. 다들 동일하게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같지 않은 생각과 정서, 세계관이 담겨 있다. 하여 사람은 알기 어려운 존재로 된다.

어렸을 때 난 학생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이면 (학생운동이 고통받는 민중들과의 연대의식에서 비롯되므로) 다들 노동으로 이 세상 굴려 나가는 인민대중들과 기꺼이 함께 하거나 적어도 그들의 권익을 옹호할 것으로 생각했다. 더불어 함께 하는 세상을 꿈꾸므로 모두 사람들에게 인정많고 따뜻하며 관대할 줄 알았다. 한번 가진 세상에 대한 견해 혹은 신념은 일관되는 줄 알았다. 나의 일방적인 오해였다. 사람은 생각보다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여 나의 협소한 이해력, 상상력의 한계를 쉽게 넘어섰다. 사람은 알기 어려운 존재다. 나라고 다르겠는가. 마누라는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고 했다. 이 말은 사실 내가 마누라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그러나 차마 말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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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이 있지만...뜬금없는 비약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난 이런저런 모습들이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연원한다고 생각한다.

다양성, 사상적 자유, 개인주의, 민주주의...의 이름으로...말하자면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논리로...진실과 허위가 뒤섞여 유포된다. 모든 정보와 지식들이 같은 무게와 의미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아우성으로 주장하며 한 개인에게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한 사람은 선택, 배제, 판단해야 한다. 이는 생존의 문제다. 안 그러면 자폐 걸린 아이처럼 되어 아무 견해도 가질 수 없게 된다. 그래서는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낼 수 없다. 이 선택, 배제, 판단의 과정에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치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양한 장치의 폭력이 개입한다. 개입하는 그 힘이 한 사회의 지배적 견해를 결정한다. 그러나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그 지배적 견해에 공감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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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우크라이나, 러시아, 조선, 한국전쟁, 미국, 가자, 이스라엘, 친일파, 광주, 천안함, 세월호, KAL기 폭발.....그리고 그 외 얼마든지 나열 가능한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들. 그러나 객관적 사실과 의미에 대해 단 한 번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들이 우리 주위에 널려있다. 어찌 제 정신으로 살겠냐 말이다. 우리는 모두 얼마간 자폐적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출처 : 통일시대(http://www.tongi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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