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주의 생활에세이] 현재 남북관계를 보는 갑갑한 심회

북이 “대한민국 것들”을 동족으로 보고 통일을 논할 수는 없다고 했다. 북이 말하는 “대한민국 것들”은 “외세를 일방적으로 추종하고 북을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일군의 집단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외세를 추종하지 않아 자주적 자세를 견지하고 북을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서로 돕는 공존, 번영의 파트너로 보는 정치세력이 등장한다면 그리 보지 않겠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체제에서...민주당과 국힘당이 번갈아 이 나라 운영하는 이 체제에서…. 미국에의 맹종을 벗어던지고 민족의 이름으로 남과 북이 더불어 함께 사는 삶 도모하는 자주세력이 등장할 수 있을까. 민주당과 국힘당이 스스로 반성하여 행로를 바꿀 수 있을까.

차라리 나무에 올라가 고기를 잡는 게 빠르지 그게 난망하다는 게 여기 사는 사람들의 갑갑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여기서 자주적이고 통일지향적인 정치세력을 스스로 세우는 것만이 우리에게 열려있는 유일한 출구다. 그러니 거듭되어 온 좌절의 기억을 잊고, 국힘당의 동업자에 불과한 민주당을 향한 짝사랑적 기대를 차 버리고, 또 새로 힘을 내야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여러모로 심란한 새해.

저자: 이범주.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위원

현재 남북관계를 보는 갑갑한 심회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전원회의 확대회의

북이 대한민국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고 먼저 전쟁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면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고 그 정황이면 초토화시키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언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는 연일 북의 침략적 성격에 대해 말하는데 이를 바라보는 감회는 착잡하다.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북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 왔는지 생각해 본다. 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자신의 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에 그렇다. 상대방의 문제는 상대방이 알아서 하라고 하자.

이 나라 헌법에서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전체로 본다. 따라서 이 나라 법의 체계에서 현재 북의 권력은 불법으로 반도의 북부를 점유하고 북의 인민들을 통제하는 불법 집단으로 간주된다. 이런 논리로 대한민국은 이북 5도청을 만들어 놓고 상당한 예산을 집행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사실 이는 우리의 일방적인 논리다. 이게 말이 되려면 북에 사는 인민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당신들은 진실로 국가권력을 당신들 삶을 옥죄고 통제하며 수탈하는 불의한 집단으로 보는가?” 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우리가 그리 주장하면 안 된다. 그리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곧 일방적인 전쟁의 논리, 적대의 논리로 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또한 북을 적대적 집단으로 규정한다. 이 나라의 국민이 북에서 온 사람을 만나거나 북의 견해에 동조하고 북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면 그는 즉시 적과 내통한 이적행위 혹은 적에 대한 찬양고무죄 혐의를 받아 처벌의 대상으로 된다. 이 국가보안법이 (사상의 자유를 핵심으로 하는) 이 나라 헌법 위에 존재하는 최상위 법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국힘당은 물론 민주당까지 이 법에 대해 문제 제기한 적 없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법의 차원에서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으로만 그러한가. 이번 정권들어 이 나라의 군대 또한 북이 주적이라고 명토박고 있다.

문재인 정권 때 공동번영, 평화공존…. 운운하며 북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한 적이 있었다. 그 문재인도 명백히 말하기를, 북과의 관계개선은 도모하겠지만 그것은 북의 완전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선제적 조건으로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북이 옷을 홀랑 벗고 무장을 내려놔야 남북 사이의 관계개선이 가능하다고 했던 것이다. 북을 비핵화시키겠다고 임기 초기의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북에 대한 제재에 동참해 달고 읍소, 구걸질해서 비웃음을 샀다. 그는 북에 가서 좋은 합의 따내고 10만 평양시민 앞에서 자못 감동적인 연설하면서도 뒤로는 참수부대를 창설, 확장하였으며 전례없는 규모로 국방비를 증액하며 미국으로부터 온갖 치명적인 무기들을 수입했다. 약속했던 군사훈련 중지도 지키지 않았으며 합의된 남북간 철도연결도 실천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대한민국 역대 그 어느 정권도 북에 대한 적대적 자세를 내려 놓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심지어 김대중의 햇볕정책마저도 북을 개방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다른 말로는 자본주의 체제로 이끌어내기 위한) 책략이었다.

숱한 우여곡절 겪으면서도 남북관계는 어쨌거나 그럭저럭 끊기지 않고 이어져 왔지만, 이번 윤석열 정권 들어서면서 북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더욱 심하게 하고 연일 대북 핵공격을 염두에 둔 한미일 군사훈련을 거듭하면서 결국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한번 물어보고 싶다. 연일 북의 공격적 태도가 문제라고 하는데…. 이리 된 데에 우리의 문제는 없는가? 이런 지경에 도달한 게 필연적 귀결이기도 하려니와 실은 이 나라가 은근히 원했던 거 아닌가? 이리 될 줄 모르고 그 동안 그리 해 왔는가.

남북관계가 전적인 적대관계로 되어 안보가 극도로 불안해지면 피를 보는 쪽은 당연히 이 나라 대한민국이다. 무역을 통해 식량과 에너지,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중간재 등을 부단히 수입하고 상품을 수출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단 한 순간도 버텨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험악한 적대적 관계로 몰고 가는 건 이 나라 입장에서 보더라도 거의 자멸적 행위고 더 크게 민족 전체 차원에서 보더라도 자멸적이다. 만약 전쟁이라도 난다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무장된 이곳에서 무엇이 남아나겠는가. 또한, 이는 이 나라가 지금의 답답한 답보와 정체 국면을 벗어나 후손들로 하여금 이 땅에서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도모해 나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완전히 잘라버리는 어리석은 행위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앞으로의 역사는 대륙을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북이 “대한민국 것들”을 동족으로 보고 통일을 논할 수는 없다고 했다. 북이 말하는 “대한민국 것들”은 “외세를 일방적으로 추종하고 북을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일군의 집단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외세를 추종하지 않아 자주적 자세를 견지하고 북을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서로 돕는 공존, 번영의 파트너로 보는 정치세력이 등장한다면 그리 보지 않겠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체제에서...민주당과 국힘당이 번갈아 이 나라 운영하는 이 체제에서…. 미국에의 맹종을 벗어던지고 민족의 이름으로 남과 북이 더불어 함께 사는 삶 도모하는 자주세력이 등장할 수 있을까. 민주당과 국힘당이 스스로 반성하여 행로를 바꿀 수 있을까.

차라리 나무에 올라가 고기를 잡는 게 빠르지 그게 난망하다는 게 여기 사는 사람들의 갑갑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여기서 자주적이고 통일지향적인 정치세력을 스스로 세우는 것만이 우리에게 열려있는 유일한 출구다. 그러니 거듭되어 온 좌절의 기억을 잊고, 국힘당의 동업자에 불과한 민주당을 향한 짝사랑적 기대를 차 버리고, 또 새로 힘을 내야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여러모로 심란한 새해.

출처 : 통일시대(http://www.tongil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