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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칼럼] 소위 천리마와 이른바 만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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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3-12-02 17:03 조회7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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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천리마와 이른바 만리경

이재봉 /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56년 전, 1967년이었네요. 반공도덕 시간이었을 겁니다. 학교에서 도덕과목엔 반공을 앞세우고 통일교육엔 승공을 내세우던 때였지요. 북한에서 말이 천리를 달리듯 주민들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게 무엇이냐는 내용의 시험문제에 한 친구가 ‘소위 천리마운동’이라 답했습니다. 교과서에 북한 주민들은 ‘천리를 달리는 말처럼 새벽별 보며 일터에 나가고 저녁달 보며 집에 돌아오는 소위 천리마운동이라는 힘든 노동에 시달린다’는 대목이 있었거든요. 매주 시험 보고 매월 성적 순서대로 자리를 지정하던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항상 1분단 앞자리를 차지하던 우등생이 ‘소위 (이른바)’라는 낱말 뜻을 잘 몰랐던 거죠. 50-60년이 흐른 요즘도 ‘소위’나 ‘천리마’라는 글이나 말을 접하면 그때 ‘소위 천리마운동’의 오답 처리에 눈물 뚝뚝 흘리던 그 친구가 떠오릅니다. 제가 ‘소위 (所謂)’라는 한자어보다 ‘이른바’라는 순수 우리말을 즐겨 쓰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11월 21일, 북한이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훌륭한 말’을 상징하는 소위 천리마 (千里馬) 로켓에 ‘만리를 내다보는 망원경’을 뜻하는 이른바 만리경 (萬里鏡)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습니다. 남한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사기지까지 굽어볼 수 있는 정찰위성이랍니다. 영어로는 ‘spy satellite’이니 스파이·간첩 역할을 하는 인공위성이지요. 북한이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까지 개발하고, 태평양 건너 천리의 수십 배 떨어진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거나 바닷속 잠수함에서도 쏠 수 있는 미사일을 시험해온 터에, 남한이나 미국의 군사기지를 엿보며 타격할 목표를 찾을 수 있는 망원경을 가진 겁니다.

이에 남한은 다음날 22일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을 정지했습니다. 2018년 9.19 합의 이후 북한이 먼저 합의를 위반하며 ‘도발’을 지속했다면서요. 남한은 합의를 최대한 준수하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는데, 북한은 5년간 서해안에 배치한 대포를 수천 번 개방하는 등 대놓고 합의를 어겼다는 보도가 이어지더군요. 지나친 왜곡이요 억지입니다.

1960년대엔 북한이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남한보다 안정되고 앞섰기에, 남한의 친일 군사독재 정권이 북한과 정통성 경쟁하느라 ‘소위 천리마운동’ 등 북한 정책이나 체제를 깎아내리고 헐뜯기 일쑤였지요. 그러나 1990년대부터 북한과의 체제경쟁은 끝났다고 큰소리칠 만큼 역전된 상황에서도 북한에 대한 편견과 왜곡 그리고 허위와 억지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남한이 ‘9.19 군사합의’ 핵심 사항을 지키지 않으며 끊임없이 북한을 자극해왔거든요.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남북이 공동 발표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가리킵니다. 이 합의서 1조 1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 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목 가운데 하나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인데, 남한과 미국은 ‘9.19 군사합의’ 이후에도 연중 수백 번 ‘군사훈련’ 벌이잖아요. ‘대규모’만 따져도 수십 차례고요. 남한과 미국이 한반도 안팎에서 잠시라도 ‘무력증강’ 멈춘 적 있을까요? 남한은 1990년대부터 북한보다 수십 배 이상 국방비 쓰며 미제 첨단무기를 엄청 사들입니다. 핵 폭격기와 핵 잠수함 포함 미국의 최첨단 군장비는 수시로 남한 항구 들락거리며 북한을 위협하고요. 미국의 민간 위성조차 수십 년 전부터 북녘땅 축구공만 한 물체까지 찍을 수 있다고 알려졌는데 군사 정찰위성은 북한 곳곳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뚫어보지 않겠어요? 게다가 남한도 11월 30일 미국에서 군사 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 세웠다가 현지 기상 문제로 좀 연기한다는군요.

그런데 지난 5월과 8월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뒤 남한이 서해에서 그 잔해를 거두어 미국과 공동으로 분석하고, 만리경이 “매우 조악한 수준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답니다. 적어도 가로세로 1m 정도 물체는 식별해야 초보적이나마 군사위성이라 할 수 있는데, 3-4m 이상 커다란 물건이 점 하나로 찍힐 정도라 자동차인지 탱크인지도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거죠. 미국 정찰위성은 최소한 가로세로 30cm 이내 물체까지 촬영할 수 있고, 남한 정찰위성도 그에 가까운 해상도를 자랑한다니 이런 게 진짜 스파이·간첩 노릇할 수 있는 군사위성들이고요.

북한이 로켓을 쏘고 위성을 만드는 데 러시아 도움을 받았을지라도 군사적 가치가 전혀 없다는 만리경이 기껏 3개월 안에 남한과 미국 안보를 위협할 정도로 발전했을까요? 북한의 과학기술을 비아냥거리듯 깎아내리면서도 군사위협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모순은 문재인 정부의 ‘9.19 군사합의’를 깨기 위한 구실이겠지요. 남북간 화해협력을 원하지 않고 갈등과 긴장의 지속을 바라는 미국도 ‘9.19 군사합의’에 큰 불만을 표했으니까요. 또한 북한을 자극하며 ‘도발’을 부르는 무모함은 안보위기 조성을 통한 극우수구 세력의 결집을 꾀할 수도 있고요.

윤석열 정권의 군사·외교 정책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지 더 알아볼까요? 남한이 22일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을 정지하고 최전방 감시·정찰을 재개하겠다고 하자, 북한은 23일 이 합의의 전면 폐기를 선언하고 휴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남한이 미국 핵 항공모함 불러들이고 일본까지 끌어들여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겠다는데, 그러면 북한이 위축돼 물러설까요, 오히려 핵·미사일 추가 시험으로 맞설까요? 남한 국방부장관이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 큰소리치지만, 미군에 종속돼 작전통제권도 없는 군대가 진짜 그럴 능력과 의지가 있겠어요? 만약 그렇게 하면 남북 양쪽 불바다 되고 잿더미 될 테고요. 더구나 미국은 여기저기서 전쟁 부추기며 무기 팔아먹는 짓은 즐겨도 미군이 직접 죽을 수 있는 전쟁은 피할 텐데요.

미국에 굴종하고 일본에 아부하며 중국과 러시아 견제·봉쇄 위한 한미일 동맹에 돌진하면 당연히 조(북)중러 관계도 가까워지리라 예상하며 대비해야겠지요. 미국의 압력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했으면 러시아의 대응·보복 당할 준비나 각오해야 할 테고요. 러시아와 북한이 무기거래 포함 군사협력 증진한다고 비판하거나 중단시킬 명분은 있는가요? 유엔 결의안 위반이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훨씬 많은 결의안 위반엔 묵인하거나 동조하면서요?

미국은 냉전시대 소련과 살벌하게 다투면서도 대화는 했습니다. 이젠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도 대화나 만남을 요청하기도 하고요.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 경쟁·전쟁하는데 윤석열은 앞잡이나 돌격대 노릇만 할 뿐 국익 훼손하며 대화도 하지 못합니다. 중국 때리는 데 앞장서느라, 11월 중순 미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과 기시다는 시진핑을 오랜 시간 만나 협상해도 윤석열은 끝내 왕따 당했잖아요. 남한이 미국 및 일본과의 무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게 교역해오던 중국을 적으로 만들면서 무역흑자는 적자로 바뀌고, GDP는 세계 10등에서 13등으로 떨어진 터에 말이죠. 북한과의 연락수단도 지난 4월부터 모두 끊어졌습니다. 그러기에 원희복 <민족화해> 편집인이 시의적절하게 다음과 같이 썼더군요. “전 세계에서 가장 좁은 지역에 가장 많은 무력 수단이 집중돼 있는 한반도에 최소한의 소통수단조차 없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되지 않기 위해 서로 최소한의 연락망을 유지해야 한다. 파국과 공멸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판인 것이다.”

한편, 미국과 남한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원인을 제공하고 중국을 견제·봉쇄하며 중국에게 북한 핵개발을 말려야 한다고 억지 부립니다. 무슨 염치에 어떤 속셈인지 모르겠는데, 남한은 미국과 일본에 굴종하며 휘둘려도,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그렇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옛날얘기 한 토막 아래에 소개합니다.

1968년 1월이었으니 거의 56년 전, 북한 경비정이 동해에서 미국 해군정보함을 붙잡아 원산항으로 끌고 갔습니다. 미군 중령 포함 장교·사병 80여명이 타고 있던 푸에블로호 (USS Pueblo)였지요. 미국은 즉각 국가안보위원회 (NSC)를 소집해 공군 비상출격 대기령을 내렸습니다. 핵 항공모함과 구축함 두 척을 원산 앞바다 근처로 보내고, 핵 폭격기 포함 전투폭격기 수십 대를 미국과 주일미군 기지에서 오산과 군산 등 주한미군 기지로 옮겼고요. 남한엔 1950년대부터 미제 핵폭탄이 적어도 수백 개 배치돼 있고 북한엔 핵무기가 전혀 없을 때였지만, 북한은 조금이라도 움츠려들기는커녕 미국을 대놓고 조롱하며 오히려 호통쳤습니다.

미국은 소련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주기 원했습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에 지시하고, 당시 모스크바 방문 중이던 영국 수상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북한과 꽤 많이 교역하던 일본 수상과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부탁했고요. 미국 국무부장관은 소련 외상에게, 미국 대통령은 소련 수상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모두 허사였지요.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전혀 굴하지 않고, 소련의 부탁이나 유엔의 중재도 거부하며, 미국의 공식 사과 문서를 받은 뒤에야 거의 1년 만에 군인들만 풀어줬습니다. 군함은 포획물로 전시하며 아직 돌려주지 않고 있고요.

이 과정에서 미국은 소련을 압박하기 위해 남한이 한반도 주변 공해상의 소련 해군정보함을 나포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논의했습니다. 남한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 맘대로 부릴 수 있는 앞잡이나 하수인으로 취급당하는 거죠. 북한은 1950년대부터 주체사상을 발전시키며 1960년대부터 소련과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위 국방’과 ‘자주 외교’를 앞세워왔다는 사실과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정권의 무모하고 위험한 군사.외교 정책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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