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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정유진 활동가 옥중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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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3-04-04 08:23 조회1,2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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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정유진 활동가 옥중 서신 (전문 게재)

정유진님께서 그동안 함께 싸워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 서신을 작성해 주셨습니다. 변호사님께서 전달해주신 편지 전문을 통일시대 구독자분들에게 공유합니다.




단식 40일을 정리하고, 회복식 25일째 날 4월 2일 일요일 저녁입니다.

단식을 하는 동안에도 단식을 정리하고도 걱정해주신 많은 분들게 이제야 늦은 소식 전합니다.

아직도 조금은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 휘청거리고 온전히 회복된 몸은 아니지만 앉아서 읽고 쓰게 될 수 있게 된 안도의 마음으로 회복 후 첫 편지를 여러분께 써봅니다.


이번주에야 (3월 27일부터) 도움없이 혼자서 걸어보고 운동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한 손으로 벽을 짚고 허우적 허우적 걷다보니 보는 사람들은 불안해하지만 자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기쁜 한 주였습니다.


무엇보다 더 이상 구토도 하지 않게 되고, 주말부터는 이곳에서 처방해준 약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약을 먹지 않고 제 몸의 상태를 살펴보며 적응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 회복되기 시작해 기뻤던 마음도 주말이 되니 못 움직이는 몸만큼 내려 앉습니다.


오래전 20대 시절 갇힌 생활을 하고 나온 선배들에게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 물어보면 빨간날 공휴일이 가장 싫었다던 말을 이제야 온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제한된 곳만, 혼자서는 이동할 수도 없는 곳이지만 공휴일이 되면 ‘갇혀있다’는 내 몸의 처지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방에 문이 있지만 열 수 없고, 두 다리가 있지만 걸을 수 없는 환경에 갇히지 않으려 하지만, 이제 2개월 보낸 초보자는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주말마다 내려 앉는 마음을 붙들기 급급합니다.


그래도 이곳에도 뒤늦은 봄이 찾아와 열어놓은 창틈 사이 바람이 적당히 시원하고 얼음장 같은 수돗물도 적당한 온도로 느껴집니다.


운동을 나가 보니 메말랐던 풀들을 걷어내고 기어이 땅을 비집고 얼굴 내민 민들레, 제비꽃이 보이고 백일홍이 꽃봉오리를 맺어 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서늘함이 공존하는 곳이지만 운동가는 길에 벚나무 3그루도 제 할 일을 부지런히 하여 꽃을 피워 흩날리고 있습니다.


제가 살던 남쪽지방에서 벌써부터 들려왔던 봄소식을 이제야 이렇게 마주하고 있답니다.


구속 이후, 아니 압수수색 이후 멈춰있는 것만 같던 저의 시간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음을 잠시 만나보는 계절의 변화로 알아챕니다.


그 시간 동안 저 혼자 서있었다면 저는 결코 온전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연대와 위로가 들려주시는 소식이 저를 살아있는 사람으로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게 하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일깨워 주었습니다.


1월 28일, 서울로 체포전부터 시작해 국정원, 검찰, 법제사위 소속 국민의 힘 국회의원까지 무수한 언론의 입을 빌어 피의사실, 허위사실 유포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제 아이의 친구들이 기사를 보고 아이에게 이야기 할 정도 였으니 저는 종북몰이 마녀사냥으로 ‘창원 간첩단’으로 낙인찍혀 재판을 이미 끝낸 처지입니다.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보안법으로 40일의 단식을 하면서도 헌법 상의 기본권인 진술거부권이 외면당했고, 수사기일, 구속된 장소, 마녀사냥식 피의사실 공표 등 어느 것 하나 법의 원칙을 넘어 예외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이 과정 속에 제가 지금껏 국가보안법 폐지를 구호로만 외치고 살았구나 뒤늦은 반성도 합니다.

저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관계의 꼬리를 밟아 억지주장하면 간첩으로 만들 수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을 직접 겪으며 여러 생각이 드는데 그 중 움츠러들어 편지 쓰기도 주저하는 자기 검열의 순간, 가장 놀라게 됩니다.


갇혀있는 몸뿐만 아니라, 저의 생각이 갇혀 구속되어 가장 무서운 감옥에 갇혀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많은 벗들이 사문화된 줄 알고 있던 국가보안법은 이렇게 살아 공안기관의 칼이 되어 춤추고 있습니다. 국민을 짓밟는 무능한 권력의 탈출구로 생명연장의 도구로 여론을 돌리고 싶을 때마다 제 모습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재판조차도 온통 색이 입혀져 선입견없이 공정성으로 보장받기 힘든 과정이 될 듯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힘을 내어 재판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잣닌의 머리와 가슴으로, 손과 발로 노동의 현장, 투쟁의 현장에 당당히 서있는 여러분 덕분입니다.

저마다의 현장에서 기꺼이 저의 곁에 함께 있어주는 여러분이 있기에 저 또한 국가보안법을 회피하며 타협할 것이 아니라 당당히 싸워나갈 힘이 생깁니다.


긴 투쟁의 과정을 앞두고 저의 단식이 그만되기를 마음 다해 전해주신 사회원로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단식을 그만두기 무섭게 건강이 무너져 힘들어 할 때, 고립되지 않도록 애써주신 변호사님들, 민의협 선생님들,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노력하는 벗들, 저를 위로해준 벗들, 저를 모르고도 연대의 마음 전해주신 많은 단체, 선생님들…
모두들 덕분에 다시 씩씩하게 앞으로의 과정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쓰는 소식이라 글씨가 걸음따라 휘청거려도 두서없이 한참을 이야기 드렸습니다. 건강의 회복이 시작되었으니 앞으로는 한 분, 한 분 차분하게 소소한 이야기, 소식 편지 드리겠습니다.

그 어느 시절보다 함께 있음을 뜨겁게 느끼며 서울 구치소에서 소식 전했습니다.


2023.4.2. 정유진 드림.


출처 : 통일시대(http://www.tongi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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