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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의 정치탐사] 토까예브는 왜 민중의 배격을 받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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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1-08 08:02 조회2,3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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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의 정치탐사]

토까예브는 왜 민중의 배격을 받고 있는가?

[민족통신 편집실]



한호석 (정치학 박사, 통일학연구소 소장)


카자흐스탄에서 2022년 1월 2일에 시작된 반정부투쟁이 전국적 범위로 확산되면서 민중항쟁이 일어났다. 분노한 민중은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의 시청과 우익집권당 지역사무소를 불살랐고, 카자흐스탄 국제공항을 점거했으며, 경찰차량들을 탈취하여 불태웠다. 카자흐스탄 우익정권의 유혈진압으로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중앙아시아에 있는 카자흐스탄은 1,9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다. 원래 카자흐스탄은 쏘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련방(쏘련방)에 속한 카자흐쏘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이었는데, 쏘련방이 해체된 1991년 12월 16일 독립국가로 전변되었다. 석유와 우라늄 같은 자원이 풍부한 카자흐스탄은 천연자원을 해외에 수출해서 국가경제를 유지한다. 2020년을 기준으로 카자흐스탄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9,122달러다. 자본주의시장경제의 계산법에 따라 1인당 국민총생산이 10,000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는 빈곤국으로 분류된다.

카자흐스탄 민중항쟁은 그 나라에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LPG가스의 판매가격이 갑자기 인상된 것에 반대하는 군중시위를 발화점으로 하여 시작되었지만, 민중항쟁이 일어난 근본원인은 오래 전부터 조성되었다. 카자흐스탄 민중항쟁의 근본원인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누적, 심화되어온 민중과 우익정권의 적대적 모순이다. 이를테면, 2011년 12월 16일 카자흐스탄 자나오젠 유전지대의 노동자들이 민생경제파탄에 저항하는 대규모 생존권투쟁을 전개했다. 카자흐스탄 우익정권이 17,000평방킬로미터의 광활한 농지를 외국자본에 팔아넘기려고 하였던 2016년 4월 24일 카자흐스탄 민중은 농지매각을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투쟁을 한 달 동안 지속했다. 2019년 2월 4일 노동자 부부가 야간에 직장에 출근한 사이에 그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침실에서 잠을 자던 5명의 어린 아이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는데, 이런 참사를 기폭제로 하여 대규모 반정부투쟁이 일어났다. 2020년 1월 13일부터 3월 1일까지 기간에도 카자흐스탄 각지에서 민생경제파탄에 저항하는 대규모 생존권투쟁이 벌어졌다. 이런 사정을 보면, 이번에 일어난 카자흐스탄 민중항쟁은 지난 10년 동안 누적, 심화되어온 민중과 우익정권의 적대적 모순이 강하게 폭발한 현상이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지난 10년 동안 민중과 우익정권의 적대적 모순이 심화되어온 3대 원인은 민생경제파탄, 극단적인 빈부격차, 지배층의 부정부패다. 카자흐스탄의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은 민생경제파탄으로 밀려드는 절망과 불행과 고통을 전부 떠맡고 있다. 최근 통계자료가 민생경제파탄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카자흐스탄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19년에 4.5%이었는데, 2020년에는 -2.5%로 폭락했고, 물가오름세(inflation)는 6.9%로 치솟았다. 카자흐스탄에서 평균월급은 570달러인데,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은 그보다 더 적은 수입으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빈부격차는 극단적으로 벌어졌다.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을 비롯한 절대다수의 근로대중은 민생경제파탄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한 줌도 되지 않는 특권층과 부유층은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을 축적하고 호화로운 귀족생활을 하고 있으며, 지배층의 부정부패는 끝이 없다. 이를테면, 판매가격이 대당 30만 달러나 하는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최고급 승용차를 4~5대씩 굴리는 카자흐스탄의 대자본가들은 출퇴근할 때, 휴가를 떠날 때, 사교모임에 갈 때, 출장을 갈 때, 가족끼리 외출할 때 서로 다른 최고급 승용차를 사용한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지배층이 저지른 부정부패는 상상을 초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살인적인 민생경제파탄, 극단적인 빈부격차, 지배층의 부정부패는 분노한 카자흐스탄 민중을 정권퇴진투쟁에로 이끌었다. 카자흐스탄 민중항쟁의 목표는 우익정권을 퇴진시키는 것이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지속되었던 박근혜 우익정권퇴진투쟁에서 경험한 것처럼, 정권퇴진요구는 민중의 반정부투쟁이 민중항쟁으로 상승, 격화되었을 때 제기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적 요구다. 차이가 있다면, 박근혜 우익정권퇴진투쟁은 손에 작은 촛불을 들고 평화적으로 진행되었고, 카자흐스탄의 우익정권퇴진투쟁은 방화와 점거 같은 폭력적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분노한 카자흐스탄 민중의 공격대상은 카씸-조르마트 토까예브(Kassym-Jormat Tokayev) 대통령이 이끄는 우익정권이다. 그가 속한 우익정당 누르오탄(Nur Otan)은 1999년 2월부터 오늘까지 23년 동안 장기집권해왔다. 2019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한 토까예브는 카자흐스탄의 제2대 대통령이다. 그 나라의 초대 대통령은 1990년 4월부터 29년 동안 장기집권한 우익독재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브(Norsultan Nazarbayev)다. 나자르바예브는 2019년에 일어난 정권퇴진투쟁을 견디지 못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으면서도 대통령 자문기구인 카자흐스탄 국가안전회의 의장으로서 사실상 실권을 장악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카자흐스탄 민중은 나자르바예브-토까예브 우익독재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한 격렬한 항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카자흐스탄 민중항쟁이 승리하여 우익독재정권이 퇴진하면, 새로운 좌익정권이 수립되어야 한다. 카자흐스탄의 좌익정당이 우익독재정권의 퇴진 이후 집권하려면, 그 정당이 민중항쟁에 주도적으로 참가하여 항쟁을 혁명적 정권교체의 길로 끌어가야 한다. 그런데 외신보도를 아무리 살펴봐도, 카자흐스탄 좌익정당이 민중항쟁을 이끌고 있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다. 카자흐스탄에 과연 좌익정당이 존재하기나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의문을 풀려면, 카자흐스탄의 정치지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카자흐스탄의 집권당은 누르오탄인데, 이 정당은 107석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76석을 차지한 우익정당이다. 카자흐스탄의 제1야당은 아크졸 민주당(Ak Zhol Democratic Party)인데, 이 정당은 중도우익정당인 카자흐스탄의 민주적 선택(Democratic Choice of Kazakhstan)의 우익정파가 분당하여 결성한 우익정당이다. 아크졸 민주당은 107석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12석을 차지했다. 카자흐스탄의 제2야당은 카자흐스탄 인민당인데, 이 정당은 카자흐스탄 공산당에서 갈라져 나간 분파가 2004년에 결성한 좌익정당이다. 카자흐스탄 인민당은 2021년 총선에서 총유효투표수의 9.1%를 득표하여 의회 98석 중에서 10석을 차지했다.

카자흐스탄 인민당이 약체정당으로 존재하는 원인은 좌익정당의 분당사태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1936년에 쏘련공산당 산하 카자흐스탄 지역당으로 창당된 카자흐스탄 공산당은 쏘련방이 해체된 1991년 10월 독자적인 카자흐스탄 공산당으로 재창당되었다. 그런데 2004년 카자흐스탄 공산당에서 당원들이 집단탈당하여 카자흐스탄 인민당을 결성했다. 좌익정치세력이 단일정당으로 단결하지 못하고, 공산당과 인민당으로 분렬된 것이다. 분당사태로 카자흐스탄 공산당은 약화되었다. 우익집권세력은 그 기회를 이용하여 카자흐스탄 공산당 당원수가 법정당원수인 50,000명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면서 카자흐스탄 공산당의 정당등록을 취소했다. 지금도 카자흐스탄 공산당은 법외정당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카자흐스탄 민중이 정권퇴진투쟁에 나섰지만, 혁명적 정권교체가 실현될 수 없는 결정적인 원인은 카자흐스탄 인민당이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으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약체정당으로 존재한다는 데 있다. 카자흐스탄 인민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대통령선거와 총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인민당이 지난 시기 대선과 총선에서 각각 거둔 득표률은 다음과 같다.

2005년 대선 득표률 - 0.34%

2011년 대선 득표률 - 1.36%

2015년 대선 득표률 - 1.61%

2019년 대선 득표률 - 1.82%

2007년 총선 득표률 - 1.3%

2012년 총선 득표률 - 7.19%

2016년 총선 득표률 - 7.14%

2021년 총선 득표률 - 9.10%

위의 득표률은 카자흐스탄 인민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매우 완만한 속도로 점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대중의 정치적 지지가 그처럼 느린 속도로 점증하면 앞으로 50년 뒤에나 집권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사정을 보면, 카자흐스탄 민중항쟁이 승리하여 우익독재정권이 퇴진해도, 카자흐스탄 인민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카자흐스탄 제1야당인 아크졸 민주당이 다른 우익정당들과 연합하여 우익연립정부형태로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간판만 바꾼 또 다른 우익독재정권이 등장하여 우익양당체제가 수립되는 것이다.

시선을 우리 사회로 돌려보자. 카자흐스탄에서 민생경제파탄과 극단적 빈부격차와 지배층의 부정부패가 민중과 우익정권의 적대적 모순을 누적, 심화시켜온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민생경제파탄과 극단적 빈부격차와 지배층의 부정부패가 민중과 우익정권의 적대적 모순을 누적, 심화시켰다. 카자흐스탄의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이 민생경제파탄으로 절망과 불행과 고통을 겪고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이 민생경제파탄으로 절망과 불행과 고통을 겪고 있다. 2021년 8월 현재 우리 사회의 사회계급관계는 다음과 같다.

20~69세까지 생산활동가능인구 - 3,733만4,000명

정규직 노동자 - 1,292만7,000명 (34.6%)

비정규직 노동자 - 806만6,000명 (21.6%)

중상공인 - 233만명 (6.2%)

소상공인 - 424만4,000명 (11.4%)

미취업자 - 399만4,000명 (10.7%)

위의 통계자료를 보면, 가장 심한 착취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806만6,000명, 가장 심한 수탈을 받는 소상공인 424만4,000명, 절망과 불안에 빠진 미취업자 399만4,000명을 합한 1,630만4,000명(생산활동가능인구의 43.7%)가 빈궁과 고통의 극한점에 내몰렸음을 알 수 있다. 그와 더불어 2021년도 연간소득분포를 보면,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1,000만원 미만 - 1,000만명

1,000~2,000만원 - 560만명

2,000~3,000만원 - 370만명

기층민중 - 1,930만명 (73.8%)

5,000만원 이상 - 350만명

6,000만원 이상 - 260만명

중간층 - 610만명 (23.3%)

1억원 이상 - 75만명

지배층, 부유층 - 75만명 (2.9%)

위의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민생경제파탄과 극단적 빈부격차는 카자흐스탄을 짓누르는 민생경제파탄과 극단적 빈부격차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에서는 민중항쟁이 일어났고, 우리 사회에서는 민중항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그런 차이가 생긴 원인을 찾는다면, 카자흐스탄에서는 한 개의 우익정당이 계속 집권하는 우익일당체제가 장기간 지속되었던 반면, 우리 사회에는 두 개의 우익정당이 번갈아 집권하는 우익양당체제가 지속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익양당체제를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인 민중은 우익여당에 대한 반감과 증오를 느끼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우익야당에게 집권기회를 주면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익양당체제에 대한 기대는 허망한 물거품이다. 우익일당체제와 우익양당체제는 형식만 서로 다를 뿐, 본질은 똑같은 착취체제다. 우리 사회가 우익양당체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은 민생경제파탄과 극단적 빈부격차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으며, 낡고 썩은 착취사회를 새로운 민주사회로 전변시킬 수 없다.

우익양당체제의 질곡에서 벗어난다는 말은 좌우양당체제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좌익정당이 출현하여 우익정당을 견제할 때, 우익독재체제는 종식될 것이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카자흐스탄과 달리, '국가보안법'이라는 만고의 악법이 좌익정당의 출현을 금압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좌익정당은 존립하지 못하고, 참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진보정당만 존립할 수 있다. 현존하는 진보당과 정의당이 그런 진보정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진보당과 정의당이 대중적 지지를 얻으려면, 합당하여 단일한 진보정당을 결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존 정당을 각자 유지하면서 공동목표를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련합체를 결성해야 한다. 진보당과 정의당의 분산된 정치력량을 진보정치련합체로 결집시킬 때,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낡고 썩은 우익양당체제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진보정치의 밝은 미래를 열어놓을 수 있다.


한호석의 정치탐사 제6화

2022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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