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에서 본 김정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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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이 남북 두 정상 내외를 비롯해서 남측 공식·일반·특별수행원 200여명과 북측 수행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목란관에서 열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자이 환영 만찬사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
7. 담대함과 자신감
9월 평양정상회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세심하고 꼼꼼한 모습과 함께 담대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백두산 천지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듯이 이 천지 물에 새 역사의 붓을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 발언은 거인이 백두산 천지를 벼루 삼아 큰 붓으로 글씨를 쓰는 상상을 하게 한다.
마치 조선시대 남이 장군이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다 없애고, 두만강 물은 말은 먹여 없애리, 남아 이십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일컬으리오"라고 쓴 시가 연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담대한 모습은 서울 답방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평양에 동행했던 박지원 의원은 정상회담 후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많은 사람이 답방을 가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가겠다. 태극기부대 반대하는 것 조금 있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태극기부대를) 잘 알고 있고, 그런 것을 다 초월했더라"고 설명했다.
주말마다 수 만 명의 태극기부대가 서울 한복판에서 북한을 비난하는 집회를 하는데 그걸 알면서도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의 지도자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상당히 말렸을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한 모습은 전부터 유명했다.
사실 지난 해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미국을 상대로 미사일을 쏘면서 일전을 불사한 것도 이런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막말 외교를 하던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배짱에서 한 수 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대 의원은 2017년 8월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한마디로 트럼프를 갖고 논다고 생각한다. 조여 붙였다가 풀어줬다가 하면서 전략적으로는 '내가 한수위다', 이런 어떤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양상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미국을 상대로 이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물이 또 있을까?
올해 첫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일화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신분으로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CIA의 암살 시도에 대해 항의하며 사과를 요구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지금도 당신을 암살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이 폭소를 터뜨리며 "나만큼 배짱이 좋은 사람을 만나기는 당신이 처음이다"며 그의 용기를 칭찬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자기 입장에서 '적진' 한복판인 평양에서 암살 시도 농담을 던진 것도 만만치 않지만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도 웃으며 오히려 칭찬한 김정은 위원장의 배짱도 알아줄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