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의 시간』 – 조선의 선언과 한국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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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2025-07-30 12:33 조회1,0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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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의 시간』 – 조선의 선언과 한국의 착각
2025년 7월 30일 [민족통신=로스앤젤레스] 김범 기자

김범 기자
2025년 7월 28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부부장은 두 차례에 걸친 공식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 정세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천명했다. 요지는 명확하다. 조한관계는 더 이상 ‘동족’이라는 정서적 수사 아래 묶여 있을 수 없으며, 실질적 현실은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이 단지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민족 내부의 갈등 구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외교 기조로 나아가겠다는 역사적 선언으로 읽힌다.
■ 조선의 입장은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한국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확성기 중단, 전단살포 금지 등을 두고 “진작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린 것”이라며, 이는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된다”고 일축했다.
조선은 이미 한국과의 관계를 “동족”이 아닌 “외교적 상대 국가”로 규정지었다. 통일부의 정상화를 통한 남북대화 재개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을 통한 접촉 가능성 등도 “흡수통일이라는 망령에 사로잡힌 한국 정치의 본색”으로 간주했다.
특히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문장은 조선의 향후 기조가 단절이 아닌, 정리와 재정립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 이재명 정부의 오해 – 성의 아닌 계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대북 방송 중단에 조선이 너무 빨리 호응했다. 기대 이상이었다”고 자평하며, 평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조선은 이를 ‘착각’이라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면 조선이 분명 호응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지만, 조선의 입장은 그보다 훨씬 명료하고 엄정하다. 조선은 더 이상 한국의 ‘선의’나 ‘화해 제스처’에 의존하는 상태가 아니며, 이미 군사적 자립과 핵보유국 지위를 국가 최고법에 의해 제도화한 현실적 강국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같은 회견에서 한미동맹 강화, 국방 첨단화, 스마트 강군화를 강조했다. 조선의 눈에 이는 곧 “화해를 말하며 대결을 준비하는 이중적 행태”로 비칠 수밖에 없다.
■ 미국의 ‘희망’은 현실로 이어질 수 없다
조선은 7월 28일 담화를 통해 조미관계 역시 재정립해야 함을 강조했다. “조미 간의 만남은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는 문장에는 명확한 전제가 있다.
조선은 이제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미국이 여전히 2018년, 2019년의 비핵화 담론에 집착한다면 조미 간의 대화는 성립될 수 없다.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은 채 대결만을 지속할 경우, 이는 단지 불신과 군사위험만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미국이 인식하지 못한다면 변화는 요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자기 현 국가적 지위를 수호함에 있어 그 어떤 선택안에도 열려 있다”고 밝힘으로써, 대결이 아닌 상호 존중의 새로운 형식의 접촉 가능성도 남겨두었다. 이 메시지는 단호하면서도 여지를 품은 외교적 언어다.
■ 신뢰는 말이 아닌 구조에서 시작된다
최근 담화를 단순한 경고나 절교 선언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조선의 정세인식과 국제관계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된다.
조선은 더 이상 “우리민족끼리”라는 정서에 기대지 않는다. 그 대신 국가의 생존과 존엄을 확보할 자력자강의 길, 국가 대 국가 관계의 정립, 핵보유국의 현실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 한국 모두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이 진정으로 조선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 윤석열 정부 시기의 무인기 도발 등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한 공식 사과
• 문재인 정부 시절 ‘워킹그룹’ 등 미국 중심 제재 시스템에 대한 재평가
• 한미일연합군사훈련의 단계적 축소 및 중단
• 흡수통일 포기 선언과 통일부 기능 전환
등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 새로운 좌표 위에서만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조선은 이제 감성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냉철한 국가이익의 좌표에서 조한관계를 바라보고 있다. 대화를 원한다면 그 언어는 동족적 호소가 아닌, 법과 제도, 평등한 협정, 상호불가침 보장의 언어여야 한다.
역사는 착각이 아닌 현실을 받아들일 때 움직인다. 지금은 그 현실을 바로 마주할 시간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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