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선 민족통신 논설위원은 논평을 통해 코리아반도 주변의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중국은 속으로 싱긋 웃으면서 조선제재로 스스로 발목 묶는 자승자박(自繩自縛)조치를 한 일본꼬라지를 즐기고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제재결의가 있으나 마나 투자의 최적 최고의 나라로 여겨 계속해서 경제활로를 조선에 두고 있습니다.가련한 것은 그것이 자승자박(自繩自縛)조치임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미운털 박힌 조선에 대한 보복이라 여기며 깨춤 추는 한국과 일본이지요."라고 의미 있는 말을 던진다. [민족통신 편집실]
[시론]배앓이하는 이웃사촌
*글:장광선(민족통신 논설위원)
유엔이 또다시 조선에 대하여 악랄한 제재굿판을 벌였군요.
사람들은 중국이 미국의 제재안에 적극 동의해준 것에 의아해합니다.
중국은 조선과 ‘혈맹’의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제재안도 비록 미국과의 어떤 거래조건 때문에 반대할 수는 없어도 느슨하게 수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 안대로 ‘유엔창설이래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한 제재안’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러시아는 자기나라와 관계가 있는 조항을 없애고 ‘인도적 차원’에서 민간항공기의 해외급유제한을 삭제하는 노력이라도 보였지만 중국은 자국영토에서의 조선경제활동까지 차단하는 제재안을 고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마도 미국이 한국에 가져다놓으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망(사드-THAAD)과 조선제재를 맞바꿨으리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선의 핵시험이나 평화적 우주이용권을 위한 인공지구위성발사 때마다 중국은 한 차례의 기권과 두어 차례는 수정안을 고집했지만 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때마다 이번 사드배치문제처럼 자기 나라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어떤 사안과 교환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교환조건’이 중국으로 하여금 조선제재를 찬성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으며 제재안이 통과된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또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됩니다.
이번 제재와 관련된 중국의 입장은 외교부장의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분명해집니다.
"중국과 미국은 조속히 안보리 협상을 진전시키고 가능한 빨리 새 결의를 채택하여 조선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有力和有效措)'를 취해야 한다."(2월24일 존 케리 미국국무부장관과의 면담 후 가진 기자회견 내용 중)
이 말은 어떤 교환조건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조선에 대한 제재는 합당한 조치라는 중국의 속내를 분명하게 밝힌 것입니다.
인공위성을 전쟁무기인 미사일로 둔갑시킨 것도 미국의 소리와 다를 바 없고요.
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구장창 강조해왔지요.
조중혈맹을 믿는 사람들은 ‘반도’라는 표현은 백두산으로부터 한나산에 이르는 전 지역을 의미함으로 남쪽에 드리운 미군의 핵우산을 포함시킨 것이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비핵화만을 주장하는 미국의 억지와 다르다면서 마치 중국이 조선의 핵 폐기와 미군의 핵우산을 동시에 거들먹인 것이라고 자의적인 해석을 내놓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반도’라는 단어가 들어가건 들어가지 않건 그 말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말이지 미군의 핵우산을 포함할 수는 없는 말입니다.
중국은 한국에 핵무기가 배비되어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며 공식적으로 한국영토에는 핵무력이 없습니다.
한미방위조약과 작전지휘권이 미군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가 영역권인 괌이나 오끼나와에 주둔하는 미군의 핵(우산)이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포함된다는 논리는 너무 멀리 나간 것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한반도의 비핵화는 중국의 비핵화도 포함되어야 마땅하지요.
중국 동북방면에 배비된 핵은 그 영역이 한반도를 포함하며 비록 조선에 현역군인이 주둔하지는 않다지만 조중상호방위협약에 의해 싸움이 터지면 언제든지 참전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엄연하게 조선과 한 덩어리로 미국을 상대하는 정전협정국입니다.
그러니 한국에 드리운 미군의 핵우산이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포함된다면 당연히 중국의 핵우산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중국은 그것을 말한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일 따름입니다.
중국은 왜 조선이 핵으로 무장하는 것을 그리도 못마땅해 하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인공지구위성을 쏘아올리는 것 까지 ‘미사일’이라는 미국의 소리를 앵무새처럼 따라하면서 제재에 손을 들어줬을까요?
몇가지 숨은 까닭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조선의 핵무력은 중국에도 위협이 된다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며 다음으로 핵개발이랄지 인공위성같은 첨단 과학기술발전이 자기 나라의 제3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심각하게 위축시켜 국익을 갉아먹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일단 조선과 중국의 ‘혈맹’은 건국초기의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엄연히 서로 경쟁상대입니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중국이 국경을 마주한 다른 사회주의 나라들과 분쟁을 겪지 않은 나라는 조선밖에 없습니다.
베트남이나 옛 소련과는 전쟁 한 거름 앞까지 치달은 때도 있었고요.
조선과는 항일투쟁과 국공내전 그리고 건국시기에 그야말로 혈맹의 관계, 형제의 관계가 확고해진 까닭에 모택동-주은래 통치시기 보은 차원에서 조선에 폭넓게 양보해서 국경문제가 깔끔하게 매듭지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산업화시대에 들어서서 미국과의 냉전이 그친지도 오래됐습니다.
조선과의 혈맹관계는 공동의 이익과 안보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지 독립국으로서의 경쟁관계에까지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익이 부닥치는 한 중국과 조선은 부닥치게 마련입니다.
말하자면 조선의 핵무력은 국방에 있어서 중국에 의지할 여지를 지워버리는, 즉 중국의 영향력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되며 베트남 등 나라들과의 국경분쟁처럼 아차하면 중국을 겨냥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반가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조선의 인공지구위성은 미국의 속살과 함께 중국의 속살도 들여다보게 할 것입니다.
당연히 중국으로서는 달가운 현상이 아니지요.
그런 국가안보차원만이 아닙니다.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행사와 이에 따르는 경제적 손익문제도 포함됩니다.
리영희선생은 <8억인과의 대화>에서 제3세계 나라들이 중국을 아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까닭인즉슨 중국이 가난한 나라들의 개발과 경제발전을 위해 인심을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빌려준 돈을 이자는 고사하고 현금(국제거래이기에 달러)으로 받지 않고 그 나라에서 생산하는 물건 또는 토산품으로 받는 것이 가난한 나라에게는 거저 주는 것과 매 한가지로 여겨졌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나라는 기술 장비 모든 면에서 부자 나라들과 경쟁이 되지 못하여 만들어낸 물건을 팔기가 어려워서 달러 만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국으로서는 가난한 나라가 빌려간 돈을 갚는다고 보낸 물품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닌 별 쓸모없는 것도 포함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난처한 경우도 많았겠지요.
그래도 중국은 자국이기주의를 생각하기보다는 이웃과 함께 발전하자는 사회주의정신에 충실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사회주의정신에 충실한 대외정책이 언젠가부터 바뀌기 시작했지요.
검은 고양이이든 희 고양이이든 쥐만 잘 잡으면 땡이라며 돈(달러)벌이에 눈이 벌게진 후부터겠지요.
그러나 여전히 제3세계 작고 힘없는 나라들은 경제 사회 과학기술 개발 및 발전 등의 분야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며 중국은 ‘대국’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제국주의적 패권’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도와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3세계 나라들의 의존도는 중국으로부터 조선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큰 나라인 중국과 달리 작은 나라인 조선은 다른 점에서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에게 아주 좋은 벗으로 여겨져 왔다 합니다.
어느 외교관이 들려준 이야기로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들이 구미는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말할 수 없는 천대와 멸시 그리고 외면당하기 일쑤라 합니다.
그런데 유독 조선만이 크나 작으나 한결같이 대해주고 무슨 회의나 협상을 위해 조선을 찾을 경우 아무리 작고 힘없는 나라 사람일지라도 큰 나라인 러시아나 중국에서 참가하는 사람들과 똑 같이 환대해주기 때문에 조선을 무척 좋아한다는군요.
나라간의 관계에 있어서 꼭 그런 예우와 인정적인 요건이 거래를 매듭짓는 것이 아니고 ‘이득’이 우선하는 것이지요.
‘이득’이란 경제적인 이득과 과학기술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이득이 포함되는 말입니다.
보다 일찍 산업화를 시작하고 첨단과학기술(핵무력 미사일 인공위성 등)을 얻은 중국은 제3세계 나라들에 조선보다 더 많은 이득을 남겨주었을 것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중국은 크고 조선보다는 엄청 돈이 많은 나라입니다.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득’이라는 측면에서 중국은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휘두르며 맹주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서서히 조선이라는 나라로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평등하게 친근하게 대해주는 조선이 이제 핵무력을 개발 보유하게 되었고 인공위성까지 가진 나라가 되었기 때문에 경제건설과 과학기술진흥에 관한 여러 사업들을 중국이 아닌 조선에 의지하게 된 것이지요.
지난 몇 해 동안 조선이 아랍권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나라들로부터 수십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건설사업을 수주하고 문화진흥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듣고 있습니다.
맹주역할을 놓치게 된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배앓이를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또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유엔안보리의 대조선제재는 중국에게 조선만을 겨냥한 것이 아닙니다.
에돌아 한국과 일본을 겨냥하는 제재가 된다는 것이지요.
개성공단을 닫았을 때 그것은 조선에 손실을 안겨주는 제재라기보다는 한국에 엄청나게 더 큰 손실을 안겨주는 스스로 발목 묶는 자승자박(自繩自縛 요즘 신조어로 셀프제재)조치라고들 하지요.
안보리제재는 내용이 어떻든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안에 왈가왈부하지 못하는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안에 무조건 손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이로 인하여 한국과 조선의 관계는 화해와 협력 나아가서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가 끊어질 수밖에 없으며 개성공단의 예에서처럼 남북협력이 깨질 경우 타격은 조선보다 한국이 훨씬 더 막대하게 입게 됩니다.
남북협력이 이루어지면 남쪽이 돈이 더 많아 북쪽에 대단하게 퍼주기를 하는 것처럼 떠벌이는데 기실 그 돈에 묻어오는 자원 기술 사회문화적 가치들에 있어서 남쪽이 엄청나게 더 많은 이득을 얻게 되고 정치사회적인 안정과 더불어 세계경제불황에 맏닥뜨린 남쪽경제의 유일한 활로가 북쪽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조선에 대한 제재로 남북협력은 파탄나게 되고 남쪽의 활로는 굳게 닫혀버렸으며 한국사회의 불안과 갈등이 몹시 높고 거칠어졌습니다.
조선제재가 바로 한국제재로 된다는 것은 그렇다치고 일본제재까지 들먹이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2013년 일시적으로 개성공단중단사태가 일어난 후의 일본의 움직임을 다시 돌아봅시다.
남포-해주 자유무역지대(?) 설립 등이 세간에 오르내리면서 일본기업들의 대대적인 조선투자계획까지 자자하게 떠돌았지요.
최근에도 북경에서 일본관리와 조선관리 간의 어떤 비밀회담이 있었다고 들립니다.
고이즈미 통치시기에 일본이 아주 적극적으로 조선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진행했었지요.
미국의 방해로 나아가지 못했지만 일본도 활로가 조선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는 증거들입니다.
바닥을 친 일본경제의 활로는 조선에 있으며 그 활로가 열리면 중국에 빼앗긴 동남아경제맹주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조선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대미종속적 정치지형이 그 활로를 꽉 막아버린 것입니다.
일본으로부터 세계경제2인자의 자리를 빼앗은 중국은 다시 일본에게 그 자리를 내 주기 싫을 것입니다.
중국은 속으로 싱긋 웃으면서 조선제재로 스스로 발목 묶는 자승자박(自繩自縛)조치를 한 일본꼬라지를 즐기고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제재결의가 있으나 마나 투자의 최적 최고의 나라로 여겨 계속해서 경제활로를 조선에 두고 있습니다.
가련한 것은 그것이 자승자박(自繩自縛)조치임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미운털 박힌 조선에 대한 보복이라 여기며 깨춤 추는 한국과 일본이지요.(2016년 3월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