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D 총회 참가자, DMZ서 한반도 평화선언

문화다양성 협약의 체결을 촉구하는 "서울선언문" 발표

"끊어진 철도와 판문점, 멀리 보이는 철책선이 긴장감을 상기시키고 있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은 남과 북 구분없이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과 바람결에 넘나드는 평온한 공기다...(중략)

우리는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 회의장과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얼굴에선 한결같이 분단의 긴장감이 읽혀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의 평온함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끊임없이 분단의 긴장을 해소하고 있는 남과 북의 노력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57개국 400여명이 참여한 3차 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 서울 총회 참석자들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한반도평화선언"을 채택했다.

이들은 이날 한반도 평화선언문을 통해 "평화와 문화 다양성은 인류가 포기할 수 없는 절대명제"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가 버려야 할 독소들은 자본과 힘의 논리가 양산하는 지배와 군림"이라고 밝히며 "남과 북의 평화적 접근과 노력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한국이 민족의 아픔인 분단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경기도와 경기도 관광공사 주관으로 마련됐으며 제3차 CCD 총회는 평화선언문 발표를 마지막으로 나흘간의 공식일정을 마쳤다.

각국의 문화부장관, 작가, 감독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번 비무장지대(DMZ)투어는 도라산역에서의 "한반도 평화선언"이외에도 임진각, 도라전망대 등을 관람하고 도라산 철목 침목에 "평화기원 메시지 남기기"와 도라산 자유의 다리 철조망에 "평화를 기원하는 리본 달기"등 한반도의 평화를 이원하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문화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국제연대기구인 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는 지난 1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그랜드힐튼서울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기로에 선 문화, 위협받는 문화정책"이라는 주제로 문화협약 체결을 위한 NGO의 역할과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문화콘텐츠와 예술작품은 정체성, 경험 및 가치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다른 상품, 서비스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문화상품이 국제무역협상에 종속돼서는 안되며 국가의 문화정책 수립 자주권이 국제법에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문화다양성협약 체결 캠페인에 적극 참여 ▲각국 문화 관련 기관들의 연대ㆍ공조 강화 ▲정부 지도자들에게 캠페인의 중요성 설득 등의 활동을 스스로 다짐한 뒤 각국 지도자들에게 ▲무역개방에 대한 약속을 강요하는 국제무역협상의 압력에 저항할 것 ▲문화다양성협약이 내년 유네스코 제33차 총회에서 채택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유네스코와 회원국들에게도 ▲2005년 제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문화다양성 협약을 체결하고, 이 협약이 강력하고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이 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것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협력 메커니즘과 함께 개도국들의 능력 배양을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을 협약에 포함시킬 것 ▲문화 전문가들을 대표하는 기관들이 문화다양성 협약 개발의 전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등을 주문했다.

CCD 서울 총회에는 전세계 57개국에서 영화인, 음악인, 작가, 시각예술가, 제작자, 방송인 등 400여명의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참석해 문화의 다양성 보호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날 선언문은 나흘에 걸친 논의의 결과로 발표된 것이다.

이민숙 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6-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