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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교수 2차공판 기소내용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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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minjok.c… 작성일03-12-19 00:00 조회12,4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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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송두율교수 2차공판은 송교수가 자신에 대한 기소내용들을 부인하는 한편 자신의 학문세계에 대한 배경, 성과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3차공판은 23일 오후4시에 속개될 예정이다. 인터넷 자주민보와 민중의 소리가 16일자에 보도한 내용들을 전재한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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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주민보 보도 자료

오늘(12월16일) 오후 서초지방법원 311호(형사합의24부, 재판장 이대경 부장판사)에서는, 자리를 가득 메운 방청객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5시간여에 걸쳐 송두율 교수 2차 공판이 진행됐다.

송 교수는 재판에서 자신의 학문세계의 형성과정과 배경, 성과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일목요연하게 풀어냈다. 철학, 한국학, 사회학 등을 섭렵한 송 교수는 30여 년간의 교수생활을 통틀어 단 한번도 반복된 강의를 해 본 적이 없다며 자신의 학문세계에 대한 자부심을 피력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처지를 오디세이에 비교하면서 “오디세이가 오타카를 향해 항해할 때 싸이렌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 돛대에 자신을 비끄러맸던 심정으로 37년간 학자로서의 편안한 독일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잊지 않고 통일문제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자 학문세계와 실천적 궤적을 넓혀 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한 송두율 교수는 자신의 학문세계를 대표하는 ‘내재적 방법론’에 대한 일각의 비판과 ‘경계인’을 ‘기회주의자’로 해석하는 반응들에 대한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내재적 방법론은 북을 이해하고 남을 북의 목적에 맞게 선전선동하는 방법론이 아니라 북을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론”이며 남과 북처럼 분단 이후 다른 체제와 다른 속도로 발전해온 상황에서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자비심과 진정성을 가지고 선입견과 편견을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내재적 방법론’은 2002년 교수신문에서 전문가 앙케이트를 통해 발표한 한국의 대표적 자생이론 20개 중의 하나라며 “검찰에서 이 방법론을 북에 편향된 것으로 봤다면 우리 사회의 수준있는 학자들의 수준을 너무 폄하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어 송교수는 ‘경계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져야 ‘기회주의자’라는 오해를 풀 수 있다며 “경계인이란 분단된 조국사이의 의미, 동서양 사상체계 가운데에 있다는 의미, 제1 제3 세계의 경계에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는 어느 새 이것 아니면 저거냐를 빨리 선택해야 하는 초조함이 만연해 있다. 이런 흑백의 선택문제는 우리 사회 전통과도 어긋난 것이다. 원효사상만 보더라도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세계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제3의 역할을 무시하는 철학으로는 21세기를 살아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내재적 방법론’과 ‘경계인’의 논리로 남북의 통일에 기여하고자 했다는 송교수는 남북해외통일학술회의를 중간에서 교량하면서 남과 북이 서로의 차이와 주장에 의해 통일하지 못한 30%를 자신이 채웠다고 자부하며 ‘만약 앞으로도 자신에게 그런 위치가 다시 요구된다면 기꺼이 다시 응하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피력했다.

송교수는 150여 문항이 넘는 방대한 질문에도 5시간여 동안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때로는 해박하게 때로는 간명하게 자신을 변호해 방청객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더구나 송교수는 현재 천식과 고혈압으로 인한 심한 두통, 귀국 전 받은 대장종양 제거 수술 후유증 등으로 건강이 몹시 악화된 상황이라고 한다.

한편 부인 정정희씨와 둘째 아들 정린씨를 비롯해 한상열 통일연대 상임대표,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을 비롯한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대책위 관계자들, 각 대학 교수들, 그리고 젊은 대학생들이 공판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특히 재판을 끝내고 들어가는 송교수와 손이라도 잡아보고자 교도관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송교수에게 다가가는 부인과 아들의 모습은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검사측의 보충 심문이 이루어질 3차공판 후부터는 변호인측과 검사측의 증인심문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공방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주 화요일마다 공판이 열리게 돼 예상외로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 예상된다. 3차 공판은 12월23일 오후 4시에 열린다. 박준영 기자

[자료:인터넷 자주민보 200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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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 보도자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송두율 교수의 두번째 공판에서 송 교수는 본인의 학문 내용을 설명하면서 검사측이 기소한 대부분을 1차 공판에 이어 다시한번 부인했다.

송두율 교수의 두 번째 공판은 16일 오후 2시 30분 서울지검형사중법정 311호에서 50여명의 방청객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송 교수, 본인의 학문 설명하면서 기소사실 부인

이날 송 교수는 변호인의 심문을 통해 내재적 방법론, 경계인의 의미, 사회학, 철학, 경제학 부분에 대한 송 교수 본인의 학문을 한시간 동안 설명했다.

내재적방법론에 대해 송 교수는 "통일을 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해방이후 우리나라 학자들이 만든 20개의 자생적 이론 중에 하나"라며 학문적 가치를 강조했다.

송교수는 한국에서 경계인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남과 북, 동양과 서양, 제1세계와 제3세계 가운데 있다는 의미의 경계인을 한국의 지성들은 기회주의자라고 판단한다. 그것은 생각의 짧음이라고” 지적하고 “0과 1사이엔 두 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 수많은 수들이 있다. 중간이 가지고 있는 생산성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송 교수의 철학관련해서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을 연구한 이유에 대해서 변호인측은 "북을 찬양고무하기 위해 연구한 것이 아니라 송교수의 지적호기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주체사상은 국제적 흐름을 제외한 폐쇄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는 것을 북측에도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체철학이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지고 있고 촌스럽긴 하지만 사투리가 가진 생명력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교수는 북의 수령론과 관료주의에 대해선 “수령론은 독특한 이론으로 그람시의 두뇌이론과 비슷하다. 하지만 북이 경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관료주의나 수령론은 무너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교수는 “학문은 진리와 허위의 코드이고 법은 적법과 불법의 코드인데 법의 코드로 학문을 바라보고 있으니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중세마녀사냥과 같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활동, "통보받은 적도 없고 활동한 적도 없다"

이번 2차 공판은 변호인 심리로 1차 공판때 검사측이 제시한 기소사실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송 교수 방북관련해선 "학문적인 차원에서 북과 교류한 것이며 남북해외통일학술회의는 교량자 역할을 한 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변호사측은 통일학술대회와 관련해서 당시 참여했던 학자들의 발언을 예로 들면서 "북의 지령을 받고 공작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남북 학자들이 서로의 문제들을 심각하게 지적하면서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 학문공동체"였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은 "노동당 가입은 학문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북에 들어가기 위한 간단한 절차였다"고 밝히고 "정치국 후보위원 활동에 대해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송 교수도 정치국 후보위원 활동관련해선 "북에 공식통보를 받은 적도 없고 후보위원 자격으로 활동을 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측은 "주체사상을 완성시켰다는 황장엽비서, 대남당담 김용순 비서도 정치국 후보위원이 되지 못했다"면서 "외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일개의 학자를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정할 이유가 없다"고 검사측을 반박했다.

송교수는 재판이 끝나자 “하이네는 13년동안 파리에서 망명생활을 했지만 마지막엔 고국땅으로 돌아가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 37년만에 돌아온 내가 고향을 밟게 해줄지 이 사회에 기대해 보겠다”는 마지막 말을 하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3차공판은 검찰측 반대심문으로 23일 오후 3시 30분에 진행되며 이후엔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또한 검찰은 90년대 이후 탈북 귀순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이례적으로 비공개 변론을 재판부에 요청했다.김주아 기자

[출처:민중의 소리 2003년12월16일]

송교수 재판직전에 부인과 가족이 기자회견-여기를 짤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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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한겨레와 송교수 부인 정정희씨 대담]

“남편은 국가보안법과 보수언론의 최대 피해자”

17일 독일 출국하는 송두율 교수 부인 정정희씨 인터뷰

005000000120031216jung3.jpg“송 교수는 결코 ‘희대의 간첩’이 아닙니다. 야당과 보수언론이 조장한 여론재판에서 간첩이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남편은 그의 학문적 소신대로 단지 남과 북 모두를 동등한 입장에서 포용하려 했던 것뿐인데….”


16일 2차 공판을 앞둔 15일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송두율 교수 부인 정정희씨를 만났다. 지난 9월22일 입국 당시 정씨에게 받았던 ‘왜소하다’는 인상은 80여일간 겪은 한국에서의 마음고생 때문이었는지 상당히 여위였다. 그러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쳐났다.


“남편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만든 여론에 밀려 감옥에 갔어요. 남편이 피해자이고, 무죄임을 입증하려면 힘을 내야죠. 처음에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펑펑’ 울기도 했지만, 힘을 내야죠. 매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남편을 면회하고, 변호사나 대책위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예요.”


정씨는 38년만에 돌아온 고국에서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귀국 초기에는 남편에 대해 강도 높게 진행된 국정원과 검찰 조사 때문에, 남편이 구속된 직후부터는 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 매일매일 안양에 있는 서울구치소까지 면회를 간다.


시간이 나는 대로 담당 변호사와 ‘송두율 교수 석방 대책위’ 관계자를 만나 공판에 대비하고, 얼마 전부터는 독일에 꾸려진 ‘송두율 교수 석방 유럽대책위원회’ 활동도 챙겨야 한다. 최근에는 국가보안법 집회에도 꼬박꼬박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대접을 받을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국정원에서 간단히 조사만 받으면 된다고 해서 3주 휴가를 얻어 온 가족이 들뜬 마음으로 한국에 들어왔는데……. 노동당에 가입했다는 것만으로 한순간에 간첩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아마 알았더라면 이미 노동당 가입사실을 알렸을 거예요.”


그렇다고 정씨는 한국에 돌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편이 간첩으로 몰리고, 구속될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겠지만, ‘후회’와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생활 자체가 너무 힘들고, ‘악몽’ 그 자체지만 송 교수의 구속이 국가보안법이 철폐되고, 한국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면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정정희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정정희, 그녀의 요즘 생활.

-하루일과를 말해 달라.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 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남편 면회를 간다. 또 가족과 변호사, 대책위 사람들을 만난다. 최근에는 독일에 ‘대책위’가 꾸려져 그 일정도 챙겨야 한다. 독일과 7시간의 시차가 나는데, 매일 큰 아들(준)과 통화하면서 활동을 체크하는데, 잠 잘 시간이 없다.

-17일 독일로 돌아간다고 들었다. 이유와 향후 활동계획은.


=지난 9월22일 귀국했다. 독일국적을 갖고 있어 3개월 동안 한국에서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데 12월21일로 기간이 만료된다. 체류기간도 그렇고, 일하던 베를린종합예술대학에서 4주, 2주의 휴가를 낸 뒤 다시 한 달간의 병가를 냈는데, 이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다행히 대학 쪽과 상의하면 휴가연장은 가능할 것 같다.


독일에 가면 유럽 대책위가 20일 개최할 토론회를 챙길 것이다. 최대한 빨리 돌아올 계획인데 12월 말에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에는 둘째 아들인 린이가 한국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린도 1월 초에는 독일로 돌아가 전문의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얼마 전 화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큰아들 준이는 박사 후 과정 때문에 1월말 미국에 간다.

-힘들지 않은가.


=솔직히 힘들다. 38년을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이 고국이라지만 외국 같은 느낌이다. 더구나 의지할 사람도 없다. 오피스텔에 혼자 있는 것도 고통이다.(현재는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나와 강남에 있는 오피스텔에 기거하고 있다) 악몽은 잠에서 깨면 벗어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은 생활 그 자체가 악몽이다. 가정생활도 말이 아니다. 린이는 전문의 과정 전 실시되는 ‘리서치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한국에 와 있는 상태다.


그래도 김세균 교수 가족을 비롯해 대책위 관계자 등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순번제로 1명씩 돌아가며 운전기사 노릇을 해준다. 지금은 지하철로 이동할 정도로 길도 익혔다. 그러나 항상 조심스럽다. 사람들이 알아볼 때는 겁이 난다. 낮 동안 구치소에 가거나 인터뷰를 하러 갈 때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밤에는 지하철 타지 않고 차편으로 이동한다. 아직까지 큰 봉변은 당한 적 없다.


오히려 우리를 알아보고 힘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맙고, 우리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용기를 얻는다. 우리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남편을 이해하고 평가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용기를 잃지 않고 당당하게 우리 길을 걸어가는 것이 우리를 후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앞으로도 양심적인 학자로서 학문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감옥에 갇힌 내 남편, 송두율

-남편의 구속을 예상했었나.


=3주 계획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 이런 상황은 생각지도 못했다. 조.중.동 보수언론이 분위기를 몰아갔다. 언론의 사회에 대한 책임은 엄중한데 이들 언론과 기자들이 한번이라도 그 사람들이 언론의 책임과 역할, 양심을 생각했다면 그런 식의 기사는 쓰지 않았을 것이다.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무래도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상실한 것 같다. 남편의 수사과정을 언론에 흘린 것도 국정원이 아니라 야당의 아무개 국회의원이라고 들었다. 흘린 정도가 아니라 수사 자료를 갖다 줬다고 한다.


노동당 가입사실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꼭 밝혀야 하는지 몰랐다. 처음 귀국할 때는 준법서약서를 쓰지 않는 대신 약식의 국정원 조사를 받는다고 들었다. 그동안 준법서약서 작성을 거부해 매번 귀국이 무산됐다. 한국사회가 민주화된 사회라면 준법서약서는 폐지돼야 한다.

-남편의 구치소 생활은 어떤가.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책만 읽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검찰 진술서가 4만장이나 된다고 하니 안정된 상태에서 독서할 상황이 되겠는가. 앞으로 있을 공판에서 진술할 내용도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

-남편을 면회할 때 주로 무슨 얘기를 하나.


=면회시간이 10분이기 때문에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질문할 내용을 종이에 적어간다. 주로 건강상태를 묻는다.


지난 10일 처음으로 30분 특별면회를 얻었는데, 남편은 평상심을 잃지 않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의 유연한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특별한 대접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나라면 억울하다는 생각에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송 교수의 건강상태는.


=원래 천식증상이 있었다. 그러나 구치소에는 비타민도 들여보내지 못하게 하더라. 의사의 진료 한 번 받는 것도 힘들다. 구치소 내 의료시스템이 너무 열악한 것 같다. 하루라도 샤워를 하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데, 병을 더 키우지 않을까 걱정이다. 남편은 더군다나 겸손하고 자신의 힘든 상황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 사람이어서 더 걱정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새벽 1시에 천식발작이 있었는데, 다행히 위기는 모면했다. 그 때 변호사를 통해 응급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으나 해주지 않았다. 인권유린이다. 그 다음날에야 의사가 와서 응급처지하는 스프레이를 받았다고 하더라. 지금은 지난 4일 백병원에서 의사가 와 진료를 받고 처방한 약을 먹고 있다. 속도 좋지 않아 죽을 먹고 있다는데, 신경성 고혈압, 편두통, 천식 등 너무 많은 약을 복용하다보니 위와 장 경련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건강유지가 최선인데, 안타깝다.(눈물)

# 38년 만의 귀국, 힘들지만 후회 없어

-남편이 구속됐다. 고국에 대한 원망은 없나.


=원망까지는 하지 않았다. 한국이 분단 상황에 있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많다지만 국가보안법 같은 구시대적 유물로 남편을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문화적 축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시대에 맞지 않는 국가보안법으로 내 남편을 평가해 구속시켰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언론재판을 진행했다. 남편은 ‘정치적 희생양’이다.


내 남편 뿐 아니라 윤이상 선생도 피해자다. 세계적 작곡가, 음악가로 인정을 받지만 남한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통영에 윤이상 음악제가 있기는 하지만 언론과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 남편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본다. 남편의 구속은 남한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겪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은 과거의 정권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 법이 현재까지 존재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다시는 국보법 잣대로 희생자를 만들면 안 된다. 다음세대까지 물려주지 않아야 하며, 남편이 마지막 희생양이면 좋겠다. 남편과 우리 가족이 겪는 고통이 개인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이 사회가 민주화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디딤돌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솔직히 남편이 ‘희대의 간첩’이라는 오명을 쓰고 구속될 줄 알았다면 한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와는 다르다.


우리는 독일 생활에서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었다. 남편이 한반도 문제를 온 몸에 끌어안고 살아왔기 때문에 겪는 고초라고 생각한다.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 보수단체들은 우리 가족을 매도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게 대해줘 희망을 얻는다. 좌절하지 말고 더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고 다짐한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힘내라"고 격려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대는 사람이 더 많다. 종종 좋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험한 꼴을 당한 적은 없다.

-두 아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아들들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는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얼굴은 한국 사람이지만 정서나 사고는 독일인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고 오히려 경악스럽기까지 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귀국 13일 만에 독일로 돌아갔는데, 그 당시 남편이 국정원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아버지가 구속된 것에 대해 원망도 하고, 남과 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아버지를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포용하지 못할까 원망도 한다.


충격을 받아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할까 걱정했는데, ‘미움’과 ‘사랑’의 차이는 백지장 하나라는 말처럼 아이들이 가졌던 증오와 원망은 ‘미움’이 아니라 ‘사랑’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구속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다행이다.

# 송 교수는 양심적 학자일 뿐...간첩 아니다

-16일 있을 2차 공판에서 변호인단 반대신문이 있다. 준비상황은.


=무죄입증에 중점을 둘 것이다. 검찰은 남편을 반국가단체 가입, 회합통신, 잠입탈출과 사기미수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지만 남편은 정치국 후보위원이 아니다. 남북 공동학술대회 등도 남쪽에서 부탁을 해와 남편은 중계자 역할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은 북의 지령을 받아 추진했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비록 노동당에 가입했다고 하지만 남편은 노동당원으로서 활동한 적도 없고, 노동당 가입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한국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노동당 가입문제가 민감한 것이고, 크게 문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미리 말했을 것이다.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도 송 교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 내 움직임은.


=독일에서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종교계, 학계, 유럽연합 등이 연대해 ‘송두율 교수 석방을 위한 유럽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독일에 있는 준이가 주로 이들의 활동을 챙기고 있는데, 라이너 베르니 박사 등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밤에 거의 잠을 자지 못한다. 독일과 시차가 7시간이 나는데, 큰 아들과 매일 통화하면서 독일에서 일어나는 일을 듣는다. 린이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독일 대책위쪽에 정리해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인간 송두율’, 어떤 사람인가.


=철학을 전공한 남편은 너무나 분명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고 있다. 개인문제보다는 인류사회 문제에 대해 늘 고민한다. 그 고민의 한 부분이 한반도 문제다.

남편은 힘들거나 기쁜 일을 남에게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뚝뚝하고 무심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면적으로 무한한 사랑을 주는 사람이다. 친구나 인관관계에 있어서도 말로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마음 속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남편은 이외로 예술이나 문화에 관심이 많다. 집에서 가족과 대화할 때는 정치나 사회문제보다는 문화나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생활은 단조롭지 않다.


남편은 배우자로서도 훌륭한 사람이다. 나와는 관심과 코드가 잘 맞는다. 남편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음식솜씨가 좋다. 평상시에도 음식을 잘 만들어준다. 요리를 같이 만들어 먹기도 한다. 아이들에게도 친구 같은 자상한 아버지다.


# 인터뷰 뒤안길.


정정희씨는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부드러운 어조를 유지했다. 다만, 송 교수의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붉게 눈시울을 적셨다. 국가보안법 폐지나 송 교수의 구속의 부당성을 말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지난 10월14일 ‘노동당 탈퇴와 한국국적 취득’ 기자회견 이후 생각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해갔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한 뒤 “남편은 한쪽에 편향된 사람이 아니라 남과 북을 동시에 끌어안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난 한국국적 취득에 반대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김미영 <인터넷한겨레> 기자 kimmy@news.hani.co.kr

■ 송교수 2차공판, 철학 강연장 방불

16일 오후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대경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2차 공판 법정은 송 교수의 자신의 사상과 학문적 배경 등을 설명하는 진지한 철학 강연장을 방불케 했다.

송 교수는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1시간여 동안 자신의 내재적 접근법과 북한의 현실, 경계인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자신의 학문체계가 남한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것으로 내비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송 교수는 특히 자신의 내재적 접근법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도구가 아니냐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내재적 방법론은 한국의 교수들이 뽑은 자생이론 20위에 들 만큼 평가받는 학문적 방법 중의 하나”라며 “학문의 코드는 ‘진리와 허위’이고 법의 코드는 ‘적법과 불법’인데, 검찰이 학문의 논리를 법의 코드로 따지고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송교수는 또 “한국에 와보니 이것 아니면 저것을 빨리 선택해야 하는 절박감이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며 “한국사회도 0과 1의 사이에 0.001도 있고 0.999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21세기에 적응 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송교수는 또 고국을 찾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오디세이는 자신을 꼬드기는 요정 사이렌의 유혹에서 벗어나 조국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돛에 묶었다”고 말한 뒤 “나 역시 몸과 마음이 편한 독일에서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분단된 조국을 위해 돛에 몸을 묶는 심정으로 37년을 살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덧붙여 “‘김일성의 항일운동이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내가 말한 것을 놓고 검찰은 ‘내가 김일성을 아직도 존경한다’고 잘못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송 교수 변호인단은 “송 교수가 만성적인 천식과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3년 전 대장종양 제거수술에 따른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곧 송 교수의 구속집행정지나 병보석을 재판부에 신청할 예정이다.
석진환 김태규 기자 soulfat@hani.co.kr

[출처:인터넷 한겨레 200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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