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농, 국회앞에서 삭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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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6-17 00:00 조회1,5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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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우리 농업 살리려 일어서는 것"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우리농업 몰락 좌시하지 않겠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은 10일 오후 국회 앞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저지를 위한 대표자대회"를 열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농업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울 것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는 전국농민연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각 단체의 인사들과 70개국의 농 단체 연합인 "비아깜파치나"의 아시아 대표가 참석해 연대와 지지를 표명했다.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의 오종렬 상임의장은 연대사에서, "요즘 일부 언론들이 농민이 일어서는 것을 두고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난하며 한-칠레 FTA를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는 "못된 놈들의 소리"라고 언론의 보도를 꾸짖었다.
오 의장은 "농민이 땅에서 농사짓지 못하면 이 땅에서 난 것을 먹으며 자손만대 살아가야 할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며 아무리 어려워도 힘을 잃지 말라고 농민들을 격려했다.
오 의장이 "일부 언론"이라고 말한 것은 6월 들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등의 언론들이 국가신용도 하락과 경제적 손실을 들어 한-칠레 FTA의 조속한 국회 비준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지칭한 것이다.
이후 무대에 오른 전국농민회총연맹 정현찬 의장은 "우리의 투쟁을 두고 언론들은 이익단체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논 밑에 돈을 묻어두고 우리만 잘 살자고 이러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정 의장은 "한-칠레 FTA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WTO 협상과 내년의 쌀 재협상과도 모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목숨을 걸고 이를 저지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지난 10년 간 수입개방에 맞서 싸워 왔던 모든 것들이 이번 한-칠레 FTA를 저지하지 못하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인식하고 끝까지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고송자 전 전여농 회장이 시작한 정치연설은 눈물의 호소로 끝을 맺었다.
"올해 초 제주 농민들이 감귤나무를 파내어 태우는 것을 보셨습니까. 한 두 해가 아니라 수십년을 키운 자식같은 나무를 태우는 농민들의 심정이 얼마나 쓰라렸겠습니까.
우리 농산물 중국에 다 내줄 때 우리는 까맣게 모르고 3년을 살다가 갑자기 더 이상 재협상이 안된다는 말을 듣고 눈앞이 깜깜해졌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우리한테 와서, 우리의 손과 발이 되겠다고 해놓고는 찍어주면 국회 가서 당파싸움, 도둑질이나 합니다.
제 사는 곳이 전북 무안인데, 무안 국회의원인 한화갑 의원은 과일을 안 짓는 무안이 왜 한-칠레 FTA 피해를 보느냐고 묻습디다. 정말 한심한 일입니다.
아까 여성농민가를 부를 때 눈물이 나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우리 착한 엄마들이 이 바쁜 철에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어야되나 생각하니 한없이 원통했습니다……."
여성 농민회 노래 공연 등으로 잠깐 신명을 내기도 했지만, 대회 분위기는 침통했다. 농민들이 가장 바쁜 철인 6월에, 그것도 농사일에 집안일까지 맡아야하는 여성 농민들이 서울 여의도에 모여 앉아 "아스팔트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 침통함은 윤금순 전여농 회장을 비롯한 각 지역 연합 회장 8명의 삭발식으로 절정에 올랐다.
회장단은 무대에 올라 전기면도기로 머리를 깎았다. 여성이 삭발을 하는 일은 보기 드문 일이어서 그런지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취재진들도 열심이었다.
이를 열심히 지켜본 것은 취재진만이 아니었다. 모여 앉은 300여 명의 여성 농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울음을 터뜨리며 손수건을 적셨다.
"여러분, 우리가 머리를 깎는다고 해서 울지 마십시오. 우리 농업이, 우리 자식들이 죽어가는 데 머리가 대수겠습니까. 여자에게 머리는 참으로 소중한 것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도 안될 때는 목숨이라도 내놓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한-칠레 FTA는 꼭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여농 제주연합 김옥임 회장의 말은 슬픔을 넘어 비장함마저 들게 했다.
머리를 깎은 회장단은 한-칠레 FTA 국회 상정을 저지하고 비준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을 2004년 총선에서 심판하는 내용의 투쟁 결의문을 낭독했다.

임은경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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