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주민들 확장반대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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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12-20 00:00 조회1,51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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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미군기지 필요없다. 오지를 마라. 이 땅이 뉘땅인데 간섭이냐"
팽성읍 대추리 마을 논두렁 사이로 아리랑 노래가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날 문화제는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추리 마을 백여 명이 참가해 사물놀이패들과 신명난 잔치를 벌였다. 문화제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장승, 솟대 세우기와 윷놀이, 연 만들어 날리기, 새끼 꼬기 대회, 노래자랑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오후 5시까지 진행했다.
마을 주민들은 노래자랑 시상식이 끝난 4시경 근처 오산미군기지 철조망까지 횃불행진을 하고 철조망 주변에서 “이 땅은 우리 땅이다. 미국 놈들 당장 나가라”라는 구호를 장단에 맞춰 외친 후 ‘미군기지 확장반대’글씨에 불을 붙였다. 이어 주민들은 미군을 상징한 허수아비에 화형식도 진행했다.
이날 대추리 주민들은 겉으로는 신명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문화제를 참가하고 있었지만 가슴속엔 미군에 대한 적대심과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울분이 가득했다.
또 i겨날 수 없지. 53년 전 그때 한번으로 족해
대추리 마을 주민 대부분은 53년전 이미 미군오산기지로 인해 한번 i겨난 적이 있다고 한다.
대추리 마을에서 50여년을 산 황필순 할머니는 “죽어도 이 땅에서 살 거여. 또 i겨날 순 없지. 50년 전에 저쪽(현재 오산기지)에서 한 푼 못 받고 쫓겨나서 6살 난 얘 데리고 이곳에서 터 잡아서 이제야 살만한데. 또 나가라고 못 나가지 못 나가”
5살, 6살 때 오산기지 있는 마을에서 살다가 i겨나서 이제는 대추리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봉호근, 봉나근 할아버지는 “왜 미군 들어오는 것 반대하냐고? 이유가 있나?”고 반문했다.
잠시 숨을 한번 들이키신 봉호근 할아버지는 “우리들 어릴 때 쫓겨나와 이곳에서 이제야 생활기반 잡고 농사꾼 됐소. 그런데 이런 우리들보고 또 나가라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우리에게 1억을 보상해준다 해도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소. 우리는 죽을 때까지 농사꾼으로 살고 싶은 맘 그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내 친구, 형제가 다 이곳에 있는데 다 뿔뿔이 흘어지고 할 일은 없고 돈 억만금을 줘도 못나갑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는 대추리 마을 주민들 대부분 50,60대 노인들이라고 한다. 이 노인들에게 억만금을 준다 해도 다 늙은 사람들이 그 돈 가지고 뭘 하며 살겠냐며 삶의 터전을 빼앗으면 거지가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강조했다.
봉호근 할아버지와 육촌이라는 봉나근 할아버지도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이 얼마나 좋은 땅인지 아시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땅이요. 갯벌을 막아 만든 논이니 밥 맛 좋기로 유명하고 기후도 쌀 농사 짓기엔 천하에서 제일이요. 이런 땅을 미국놈들이 달라고 하니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봉호근 할아버지는 대선 때 이회창을 찍었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노무현 밀어서 이 나라가 이꼴이 됐다"며 "노무현은 대통령 임기를 다 못 채울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더 이상 미국과 손을 잡지 말고 소련이나 중국과 손을 잡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 써글놈의 미국 놈들이 우리나라 시피보고 이땅 내놔라 저 땅 내놔라 하는데 안 될 말씀이여. 노무현 그 놈도 당당하겠다고 하더만 맨 헛말이였지.”라고 노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제2의 미선이 효순이 사건 안 일어나란 법 없다
현재는 평택읍내에 살고 있지만 대추리가 고향이라 문화제를 왔다는 한 중년남성은 “미2사단이라면 효순이 미선이 일 저질렀던 놈들 아닙니까? 그 놈들이 이곳에 오면 또 그런 일 일어나지 말란 법 없습니다. 그 놈들 오면 내 누이. 동생 여자들 마음 편히 다닐 수 없어요”라며 벌써부터 미군범죄를 우려하고 있었다.
대추리가 고향이라는 이은우씨도“반대하는 이유 간단합니다. 평화로운 내 고향을 지키고 싶은 것 뿐입니다. 우리의 공동체를 돈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정치인들은 자기네들끼린 돈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니깐 우리들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몇 십년동안 우리 부모님들이 만든 부락공동체를 얼마의 돈으로 파괴할 순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언론, 왜 모른척하나? 제대로 보도해주라
이날 주민들은 대추리 주민들의 미군기지 반대하는 목소리를 언론에서 전혀 담아내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날도 공중파 방송국이나 신문사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몇 몇 주민들은 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달려와서 “제대로 보도를 해 주시오. 이거 맨 여기서 살지 않는 사람들이 미군기지 이전 찬성하는 것만 보도하지 말고 미군과 같이 살게 될 우리들 얘기들을 보도해달란 말이오.
결국엔 미군과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은 우립니다. 미군기지 결정에 가장 중요한 잣대는 우리의 의견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우리 얘기 단 한 줄도 안 나옵니까?“라며 여기저기서 울분들을 토해냈다.
마을 주민들은 53년 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i겨나 갯벌만 있는 대추리 마을을 기름진 쌀을 생산하는 농토로 바꿔놨다. 이들은 또다시 나가라는 말에 쏟아져 나오는 억울함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김주아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1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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