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반미주의자가 아냐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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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4-08-01 00:00 조회1,4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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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반미주의자가 아냐. 상식을 바랄 뿐..."
[인터뷰] 파주녹색환경시민모임 김관철 대표
작년 말부터 시작된 파주 스토리 사격장 울타리 공사가 언론에 알려지고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한미군, 국방부와 싸우며 제반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파주녹색환경시민모임의 김관철 대표가 있다.

전쟁 직후 빨갱이 색출에 앞장 섰던 대한 청년회의 고문까지 지냈던 부친의 영향으로 누구보다 투철한 반공 사상을 지녔던 그가 나이 50줄에 반미 운동가라고 불리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토리 사격장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면서 부터이다.
스토리사격장 확장, 파주시 종합 골치 덩어리 양산
-"문화제 파괴, 파주시 상수원 중금속 오염, 부적절한 대우로 농민 내 쫓아..."
현재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르고 있는 스토리 사격장 주변 울타리 공사는 명분상 주민의 안전과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훈련장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기존 80만평의 실질 훈련장(피탄지)을 215만평까지 확장시켜 이곳을 미국의 국제 훈련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곳은 그동안 실질적으로 미군의 국제 훈련장으로 이용돼 왔다. 주민들 증언도 그렇고 나도 실제 훈련 병사들과 얘기해 보면 일본, 하와이 등에서 온 이들이었다. 최근에는 이라크로 떠나는 미군들이 이곳에서 훈련하더라."
울타리가 완성돼 출입이 원천봉쇄될 경우 과거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직접 지뢰까지 제거해 가면서 훈련장 내 토지를 개간했던 농민들은 영농을 못하게 된다. 또한 엄청난 중금속 오염으로 인한 파주시민의 상수원이 오염될 뿐 아니라,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로 완전 차단행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시킨다.
ⓒ민중의소리 한승호
특히 최근에는 훈련장 내 문화제 훼손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현재 훈련장 내에는 원주 김씨의 조상들의 묘가 10여기 남아 있어. 문화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고려 말, 조선 초기의 무덤 양식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거래. 그런데 내 어렸을 적 기억에는 사격장 내에 어머어마한 크기의 봉분이 많이 있었다구. 지금은 훈련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문제는 국방부도 주한미군도 이에 대한 보존 대책을 공식적으로 내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대로 가다가는 그나마 있는 문화유산도 날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스토리 사격장 인근에 있는 다그마노스 전차 훈련장에는 고구려 유산으로 알려진 호로고루성이 방치돼 있다. 파주시와 연천군에 걸쳐 분포돼 있는 호로고루성 유적은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남하 정책을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이곳은 최근 중국과의 고구려 역사에 대한 갈등으로 인해 그 보존과 연구가치가 더욱 부각되는 곳이다.
그러나 175만평에 이르는 다그마노스 훈련장 내에 있는 성은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파괴돼 있으며 연천군 원장리에 위치한 유적의 경우, 검은 장막으로 덮어 놓는 등 사실상 방치돼 있다.
"지금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편입한다고 해서 호들갑이잖아. 그런데 우리 나라 내에 있는 고구려 유물도 제대로 관리 못하면서 그게 무슨 창피한 일이냐구. 만약 이같은 사실을 중국이 알면 얼마나 우수운 꼴이 되겠어."
김관철 대표는 이같은 제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격장을 폐쇄하는 길 밖에는 없다고 주장한다.
"미군이 우리를 상식적으로만 대해 준다면..." 반공주의자가 반미주의자로 불리기까지
ⓒ민중의소리 한승호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부친을 따라 파주 장파리에 정착해 농사를 짓고 기계를 좋아해 엔지니어로 살아 온 김 대표는 미군이 던져주던 달콤한 쵸콜릿의 맛과 미군이 한국에 들어와 안보를 튼튼히 해 준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던 인물이다.
더욱이 "공산당 놈들은 믿을 게 못 돼"라는 부친의 철저한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랐던 터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 주는 미군을 싫어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이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기 시작하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고 있다.
"나는 분명히 반미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에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면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그런데 미군이 벌이는 온갖 거짓과 야만적인 행동을 보고 따지다 보니 어느 새 반미주의자가 돼 있었다."
"나는 파주시의 발전과 깨끗한 환경을 위해 올해부터 이 모임에 동참했는데 하다 보니 미군이 안 걸리는 게 없어. 인근의 공장폐수나 매연은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야."
"그러나 나는 반미가 아니라 잘못된 일을, 거짓된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이 우리가 사는데 편하게, 그리고 상식적으로만 대해준다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자세가 충분히 돼 있어."
김 대표는 주한미군에 의해 발생하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상식적인 시각을 갖고 보기 시작하면서 오랜 지인으로 알고 지내던 이용남 사진작가의 활동도 진정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나는 그 친구(이용남)가 활동하는 것을 볼 때마다 "너 왜 그래", "나 너가 하는 거 불편해" 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해 보다 보니 이용남이가 그토록 아파하던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거야."
"얼마 전에는 내가 SOFA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 이 전에는 왜 그리 젊은 사람들이 "소파", "소파"하나 했는데, 알고 보니 이해가 가더라구."
이야기는 자연스레 한국 정부와 경찰을 향해 퍼져갔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면서 정부와 경찰의 무능과 무책임성에 대한 문제점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미군 차에 치어 아들을 잃게 된 친구, 미 포탄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친구가 있는데 이들이 가족을 잃었을 때 한국의 경찰과 정부는 뭘 했는가. 내가 이전에는 이런 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들은 그저 방관자였던 거야."
"전방에서 미군 주변에 산다고 해서 우리는 국민이 아닌가? 어째서 자국민이 죽고 상해를 당했는데도 정부가 가만히 있어? 우리는 제 2 국민이었던 거야. 내가 알고 있는 한 그동안 정부는 미군에 의한 희생자들에 대해 그 어떤 조사도 한 적이 없어."
선량한 말투와 웃을 때마다 지어지는 눈웃음에서 반미운동가다운 투사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의 말대로 그는 단순한 농민, 엔지니어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일종의 고집이 엿보인다. 그 고집은 스토리 사격장을 폐쇄시키고야 말겠다는 그의 의지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집념이 서려있는지도 모른다.
장상종 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7-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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