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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단식" 34일 김재복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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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4-09-08 00:00 조회1,4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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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반전 단식" 34일
[현장 인터뷰] 청와대 앞 김재복 수사 "아직 촛불 끌 때 아니다"

"1, 3, 5, 7, 9…. 홀수만 잘 참으면 먹고싶은 생각은 사라져요. 14일이 넘어가면 다리가 후들후들 축 쳐지고, 20일이 넘으면 힘든 것도 없습니다. 오늘이 33일째네요. 지율 스님과 제가 딱 26일 차이나요. 신앙인으로서 말하자면, 기도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sunnijang_184652_1[233104].jpg 김재복 수사가 아이들이 그려준 "평화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머리를 깎아 스님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자 김 수사는 계면쩍게 웃은 뒤 "차려" 자세로 섰다.ⓒ2004 오마이뉴스 장윤선

김재복 수사는 청와대 분수대 앞 사랑방 쉼터에서 오늘(28일)로 34일째 "반전단식" 중이다. 27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김재복 수사는 지율 스님이 떠난 청와대 분수대 앞 사랑방 쉼터에서 "이라크 파병반대, 전쟁반대, 철군"을 요구하면서 33일째 단식기도를 하고 있었다.

한달을 넘은 단식…. 그러나 김 수사의 움직임은 요란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들은 그가 "반전단식" 중이라는 것도 쉽게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김 수사의 얼굴과 뒷목엔 이미 기미·주근깨·검버섯이 한 점 두 점 내려앉았다. 사람이 한 달 넘도록 곡기를 끊고 노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고통 속에서도, 생명·평화·환경을 위한 성직자들의 조용한 외침은 끊이지 않는다.

"사회운동이 시끄러운 마이크, 확성기여서는 곤란하다"

"혹시… 파병반대운동이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요? 제가 여기 들어와 앉아 단식기도를 하는 건 그런 분위기가 매우 싫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파병을 강행하면 큰 시민단체들은 투쟁수위를 더욱 높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운동의 동력이 떨어졌지요. 우리 군대는 계속 이라크로 가고있고, 전쟁도 끝나지 않았어요.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서 뭘 하고 있는지 시민사회에는 정보도 없습니다. 이건 아니지요. 뭔가 해야지요."

김재복 수사는 가슴에 쌓아두었던 말들을 쏟아냈다. 김 수사는 "대안이 없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며 짐 싸들고 청와대 앞에 와서 풍상 노숙하는 이유를 전했다.

"첫째, 생명을 찾으려고 여기 왔습니다. 잃어버린 우리들의 헌법을 되찾으려하고, 지금 이라크에 가있는 우리 군의 철군을 요청합니다. 가톨릭 교회가 먼저 "전쟁반대" "철군요청"에 나서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호소합니다."

김 수사가 사랑방 쉼터에 붙인 하얀 종이에도 이 내용이 고스란히 나와 있다. 친절하게도 외국인을 위한 영문판도 마련돼있다. 그러나 정작 김재복 수사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반전운동에 대한 기대였다.

"반전운동이 이렇게 흐물흐물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목격한 사람은 생명이 얼마나 애절한 것인지 잘 압니다. 우리 사회에 있는 반전평화운동가들도 일반 시민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얘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슴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평화운동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러나 운동이 시끄러운 마이크, 확성기여서는 곤란합니다. 목소리만 크고 감동이 없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빈 메아리"에 불과하지요."

김재복 수사는 운동진영에 일침을 놓았다. 8월 3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막을 내리기 전까지는 모두 다 공감하는 파병반대운동이었지만, 그 뒤로는 운동에 너무 힘이 빠진 게 아니냐는 자성이 숨어있다.

"노무현정부는 시민사회가 아무리 목놓아 외쳐도 쉽게 철군하지 않겠지요. 또 파병에 반대하는 여론은 높으나 직접행동에 나서는 분들은 많지 않고…. 그래서 운동진영의 고민도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제 고민이었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아직 파병반대, 전쟁반대, 철군요청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참회의 단식기도이지만, 이것으로 운동의 맥을 잇고 싶습니다."

김재복 수사는 간절했다. 미선 효순 여중생 추모집회 때 우리 국민들이 좀체 촛불을 끄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도 "전쟁반대 평화"의 촛불을 내릴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웅변했다. 비록 힘은 없을지라도 누군가는 꾸준히 반전평화운동의 실천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이것으로 운동의 맥을 잇고 싶다"

김 수사는 지난해 여름과 겨울, 가톨릭교회 청년들과 함께 이라크에 다녀왔다. 바그다드, 모술, 바스라, 키르쿠크 등을 다니면서 물과 전기가 끊긴 전쟁터에서 의료지원 등의 활동을 벌였다.

"지난 겨울에 이라크로 갔을 때는 4명이 한 팀이었습니다. 그땐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갖고 이라크로 갔어요. 그런데 정작 죽겠다고 떠난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고, 살아오겠다는 오무전기 노동자들이 피격됐지요.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니까 참 가슴이 아픕니다."

그가 겪은 전쟁터에서는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김 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김 수사는 미군들이 사람을 겨냥해 총을 쏘는 모습도 보았다. 그러나 그때도 김 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전쟁터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차라리 깊은 슬픔이었다.

"지금도 내가 뭘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에요. 나란 존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게 큰 깨달음이지요. 그냥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다,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나는 그냥 있을 곳에 있는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런 생각입니다. 이 순간 내가 여기 이러고 있는 것도 그냥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뿐이지요.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김 수사는 "다만 이 자리에서만큼은 "파병은 잘못된 거다, 노무현 대통령은 헌법을 위반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성직자의 소박한 고백이 담겨있는 대목이다. 김 수사의 주장은 세지 않다. 세상을 바꾸거나 뒤집자는 강력한 성토도 없다. 잔잔한 고백과 자기성찰이 있을 뿐이다.

"소중한 건 사람이에요. 그렇죠? 이곳에 와서 단식하고 있으니까, 인왕산 북한산 정기도 받고, 새소리·벌레소리·바람소리 모두 느낄 수 있으니 참 좋아요. 가끔 술 생각 나는 것만 빼면 참을만해요. 침묵 속에서 글도 쓰고, 혼자 있게 되면 자기자신을 보게 되거든요. 스스로 관찰자의 입장이 되지요.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숨을 마시고 뱉을 때마다 평화의 주문을 외우면서 생각 중입니다."

장윤선(sunnijang) 기자

[츨처; 오 마이 뉴스 8-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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