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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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1-06-07 00:00 조회2,01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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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순천YMCA 사무총장 기고문 보내와
국민 인권 억압은 군부독재 국가이데올로기
[사진은 ▲ 지난 26일 지리산 위령제 행사장에서 종교지도자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이학영 사무총장]
경찰 보안기관의 시민운동가 사찰에 대해 전국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전국으로 확산시킬 조짐을 보이자 경찰이 뒤늦게 대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전남지방경찰청 정문에서 "민간사찰 중지" 등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폈던 순천YMCA 이학영 사무총장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도 잇따라 1인 시위를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이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시민단체의 ▲사찰내용 공개 ▲사찰관계자 처벌 ▲책임자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요구 등에 대해 6월 5일까지 답변하겠다며 문제확산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 YMCA 대표 및 시민단체 대표들은 오늘(4일) 오전 11시 전남지방경찰청장과 면담을 갖고 시민운동 사찰에 대한 공식사과 등을 요구할 예정이며 경찰의 입장표명에 따라 대응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학영 사무총장이 "민주주의와 파시즘의 국가 이데올로기"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사무총장은 기고문을 통해 "국가를 내세워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인권을 억압하려 한다면 과거 전체주의 체제나 군사독재체제의 국가이데올로기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하면서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개념이며 국가의 안보란 곧 국민의 안보를 말하는 것이고 국가의 기밀이란 국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민청학련, 남민전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15년간 보안관찰에 시달렸던 한 운동가의 글을 통해 오늘의 국가와 국민의 인권은 어떤 관계인가를 되새겨본다.
민주주의와 파시즘의 국가 이데올로기
지난 주 내내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에 빠져 살았다. 그러면서 나는 왜 이렇게 세상과 적당하고 편하게 살아가지 못한 채 늘 부딪치며 살아가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지난 주 내내 경찰이 나를 비롯한 순천시민단체 활동가 몇몇을 뒷조사 한 사실로 신경을 끓이며 그 해결을 위해 뛰어다녀야 했다. 단순한 사건일 수도 있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업무상 필요해서 동사무소에 들러 정당하게 주민등록증을 떼어갔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공정한 업무에 내가 괜한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은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살아있고 분단상태가 유지되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대공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경찰 부서에서 은밀하게 우리들을 조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자.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국사회에서는 대공혐의로 은밀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권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저놈은 뭔가 수상하니까 조사를 받겠지, 앞으로 저런 놈하고는 가까이 하지 말아야지.
시민대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그런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사를 은밀하게 하지 말고 당사자들을 불러 공개적으로 해달라는 요청은 묵살하고 있다.
공개적인 당사자 조사를 해서 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밝혀주어야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아예 몰라버렸다면 혹 모르겠지만 이미 당사자들이 은밀하게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은 안 이상 의구심을 해소해줘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국가 보안상 기밀이니까 내용을 밝혀줄 수 없다는 것이 한결같은 그들의 답변이다 . 혐의가 있어서 조사를 했는데 막상 당사자를 불러다 한번도 제대로 조사해보지도 않고 혐의의 사실 여부에 대한 결과도 국가 보안상 기밀이니까 대답해줄 수 없다는 태도가 과연 정당한가?
이 점에서 나는 도대체 국가의 이익, 국가의 안보가 누굴 위하자는 것인지 새삼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없는 국가가 있는가? 국가가 특정 지도층이나 기관을 말하는 것인가? 모든 정치지도자, 행정관료, 국가기관은 결국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존재의의가 없다.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국가란 실제가 있는 어떤 독립된 기구나 존재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국민들이 모여있는 집단을 그 추상적 개념으로 국가라 부르고 있다. 국가의 실체는 개개인의 인격을 가진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이 실체인 것이다.
그런데 국가를 내세우며 그 본질인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인권을 도리어 억압하려 한다면 그것은 과거 전체주의 체제나 군사독재체제의 국가이데올로기와 무어 다를 게 있는가?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개념이다. 국가의 안보란 곧 국민의 안보를 말하는 것이고 국가의 기밀이란 국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빠져버린 어떤 독립된 존재나 기구로서 국가라는 것을 규정하는 한 항상 독재체제로 빠져들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하겠다.
조호진 기자 jhj600105@hanmail.net
[출처:오마이뉴스 200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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