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최대의 적은 영어공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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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2-01-07 00:00 조회1,53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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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살리기는 구한말 독립운동
현재 최대의 적은 영어공용화"
"한글문화연대 부대표 정재환"
그가 기자에게 건넨 명함이다. 개그맨이 아닌 한글문화연대 부대표다.
"표준말만 사용할 순 없죠. 그럼 변화가 없어요. 그 자체로 퇴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말을 바로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방송, 신문 등 공공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바른말 사용은 국어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첫마디부터 "한글사랑" 이야기다.
공영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으로서 그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하는 사람 같았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 의 나이에 국어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연예인으로서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성균관대를 만학도로 다니기까지. 그는 정말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연말이라 바쁜일정에도 기자의 인터뷰제의에 흔쾌히 응해준 정재환씨를 지난 12월 29일 KBS 근처에서 만났다.
지난해 2월 창립대회를 가진 한글문화연대는 기존 국어학자 위주의 말글운동에 방송 연예인을 비롯 사회과학계열 교수 등 그 범위가 확대되어 만들어진, 한글사랑을 실천하는 시민·학술운동 단체이다.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명 한림대 교수는 "외국말의 공세에 우리말이 죽어 가는 것이 안타까워 한글문화연대를 창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정재환씨는 무슨 인연으로 한글문화연대 부대표 자리를 맡은 것일까
성대에 둥지를 튼 동아리 "성균관 한글문화연대"
"방송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말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이왕 할거라면 제대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부터 국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딱딱한 문법책이 아닌 수필, 산문형식으로 된 관련 서적을 탐독하게 됐죠"
정재환씨의 국어사랑 계기다.
여러 국어관련 책을 읽으면서 국어 짝사랑을 시작한 정씨는 혼자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가져 한 권의 책을 발간한다. 99년 발간한 "자장면이 맞아요, 잠봉은"
"이 책이 한글문화연대와 저를 이어준 징검다리 역할을 했지요. 책 마지막 부분에 영어공용화 반대입장을 서술했어요. 현재 한글문화연대 대표인 김영명 교수님께서 이글에 대해 공감의 뜻을 전해왔고 뜻이 같으니 함께 활동을 하기로 해서 부대표까지 맡게 됐습니다"
한글문화연대에서 주로 하는 활동은 한글살리기 강연회·토론회, 한글날 기념행사,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청원운동 등 오프라인 행사와 인터넷상(www.urimal.org)에서의 활동들이다. 조직이 더 커져 일 할 수 있는 틀이 잘 짜여지면 다달이 "국어행사"를 하고 싶다는 정씨는 이 "말글운동"이 결코 혼자해서 되는 일이 아님을 절감한 듯 모교인 성균관대학교에 "성균관 한글문화연대"라는 동아리를 손수 만들었다.
"처음에는 5명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30여명 정도 돼요. 대학은 우리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즉 사회의 부조리한 점에 대해 과감하게 뒤집어 엎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이죠. 제가 동아리를 꾸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학도로 대학을 다니면서도 말글운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말글운동"이죠. 현재의 적은 "영어공용화"입니다"
말글운동은 구한말과 일제시대엔 독립운동의 한 방편으로, 광복 뒤엔 학교 안팎을 통한 한글 전용운동으로 이어졌으며 최근엔 한자병용과 영어공용화 바람에 맞서고 있다.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국한문혼용에서 한글전용문제로 갑론을박했지요. 이런 바람을 타고 공용매체에서는 우리말 나들이(문화방송 시사프로), 바른말·고운말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는 등 바람직한 현상들이 많이 생겼죠"
그래서 일까, 동료 연예인 임성민 KBS 아나운서는 정재환씨를 "독립운동가"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의 저자 복거일씨가 화두를 던져 담론화 됐던 영어공용화에 대한 정재환씨의 구체적인 고민들을 더 들어봤다.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개척할 때 가장 먼저 들여 보내는 것이 바로 선교사입니다. 즉 그 나라말과 글을 종속시킨다는 거죠. 현대판 식민지는 총칼이 아닌 언어, 문화적 종속의 심화입니다. 영어 공용화, 그 본질을 잘 봐야 합니다. 정치 경제적 식민지와 마찬가지로 언어 종속 또한 힘센 언어가 힘 약한 언어를 ,쉽게 말해 잡아먹는 것이지요" 그는 우리나라가 문화적 식민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배우지 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에 의해 배워야죠, 배워야 해외와 무역도 하고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살 수 있습니다. 근데 제가 제기하는 것은 무분별한 남용입니다. 영어 남발 현상이 아주 심각합니다. 군데군데 섞어서 사용하는 등 때로는 국어가 영어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쯤 들으면 "저 사람 굉장히 고지직하네, 까다롭네 내지는 국어가 위기라고, 난 위기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라고 느껴질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몇년 후 "박물관 언어"가 될지도 모르는 한글
그가 말하는 예를 하나 살펴 보자.
"컴퓨터(computer)란 언어는 외국어에서 빌려와 국어처럼 쓰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컴퓨터란 언어를 중국에서는 "전뇌"라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며 우리말로 전환해 사용하려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네 국어사용을 꼬집었다.
"중국인의 자국 언어 사용은 대단합니다. 중국인은 코카콜라를 "가구가락", 입을 즐겁게 하는 음료라고 표현하는데 이 말은 뜻과 음이 유일하게 비슷하지만 많은 언어들은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중국어로 전환해서 사용하고 있죠"라며 북한 역시 샘틀, 글쇠 등 외국에서 온 말을 순 우리말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어가 위기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아직 위기라고 단정짓기 어렵지만 위기 조짐은 있다고 봅니다. "한국어는 몇 년 후 박물관 언어가 될 것이다"고 한 복거일 선생님의 말이 떠오릅니다만, 영어 공용이 진행 중이고 아직까지 한자 사용을 고수하시는 분들이 있고 갈수록 한글 사용이 줄어드는 이상 한글 위기는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일반인들이 공감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는 질문을 재차했다.
"맞아요. 일반인들은 관심 없어요. 생업에 바쁘고 사실 먹고 살기 어렵잖아요. 위기를 절감한 사람들이 우선 나서서 알리고 영어 공용화에 반대하는 많은 국어단체들과 힘을 모으는 활동들을 해야 합니다"
그가 말하는 위기를 좀더 들어보자
"아직까지는 시간이 많아요. 하지만 막상 영어 공용화가 돼서 시행된다면 일상 생활에서부터 불편한 점이 많이 생깁니다. 공문서는 모두 한글, 영어로 해서 두 부씩 떼야 하지요.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비용 역시 엄청날 거예요. 단적으로는 "국어를 영어로 가르칠 국어 선생님"이 필요할 거란 말입니다"
여러 차례의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영어공용어 찬성 의견.
그는 설문 결과를 지적하며 "정말 생각없이 영어 공용화를 찬성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언어문제는 민족의 문제이고 우리말은 우리 정신이자 우리의 밥입니다"
공기가 없을 때 공기의 소중함을 알 듯 우리말글이 없어졌을 때 그 소중함을 절감하듯 먼저 아끼고 보호하자는 주장이었다.
우리말은 우리의 정신이자 밥이다.
인터넷상에서의 우리말글 사용실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 하고있다. 하지만 네티즌은 그들만의 문화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국어사랑을 실천하는 그에게 혹 네티즌들은 "인터넷문화"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인터넷글쓰기를 정당화하지 않겠는가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정재환씨는 "많이 접하는 질문입니다. "골뱅이", "번개" 등 네티즌들이 만들어 낸 아주 창조적인 말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마련이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상에서의 인터넷 문화가 있다는 신세대들의 주장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태도가 결여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띄어쓰기 맞춤법은 아예 무시되고 있으며, 어떤 것은 무슨 말인지 조차 통 모를 지경입니다"
온고지신(옛것을 익혀 새것을 배운다)이라는 한자성어를 들며 오랜 경험과 연구 끝에 만들어진 우리 고유의 언어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존중하려는 태도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네티즌과 방송인들의 언어순화 필요
네티즌이 사용하는 말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 언어표현의 심각성을 느끼게 하는 오락연예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오락연예프로를 보면서 "저 표현 심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맞죠. 연예인들의 말 은 영향력이 큰데 반해 정화되지 못한 표현들이 많지요" 이런 그의 우려 때문일까. 아니면 열정 때문일까. 현재 한글문화연대에는 10여 명의 동료 연예인이 가입해 활동을 하고 있다. 개그맨 김영철, 김용만, 유재석씨를 비롯 탤런트 김원희, 차승원 등과 아나운서 임성민, DJ 배철수씨 등이다.
그의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는 증거일테다.
실제로 그의 "말글운동"은 주변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그가 책을 내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발음은 "짜장면"으로 하지만 표기만큼은 "자장면"으로 고쳐쓰고 있다.
한글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그의 근황이 궁금했다.
"1주일에 5일 나가는 학교생활에 방송일, 문화연대활동, 그리고 강연하러 다니느라 바쁘네요" 그는 인터뷰 전날인 27일에도 충남도청 교육연수원에서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우리말의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여름에 중·고등학교 선생님 3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어요. 근데 같은 곳에서 이번에 또다시 불러주시더군요"라며 강연반응이 좋았다고 뿌듯해 했다.
정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기억에 남는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아직 이적단체로 국가로부터 낙인찍힌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출범식 때 "우리말은 우리밥이다"란 강연이 그것.
"망설임 없이 달려갔어요. 전 한글사랑에 대해 절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던 달려갈 것입니다"
평점 4.5에 이르는 장학생, 장학금 받아 후배에게
그는 3학기 동안 평점 4.5에 이르는 장학생이다.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은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는 우리민족서로돕기 회원이면서 법정스님을 좋아해 "맑고향기롭게"(길상사 내 참수행을 실천하는 시민모임) 단체 회원, 그리고 "전국 대학생 알콜문제 예방협의회" 회원, 경실련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한글사랑"의 열정을 안고 실천하는 문화운동가로 살아가는 그의 최대 행복은 "우리의 말과글"이 되살아나는 것일 게다.
[출처:유뉴스 www.unews.co.kr 01/06/02]
현재 최대의 적은 영어공용화"
"한글문화연대 부대표 정재환"
그가 기자에게 건넨 명함이다. 개그맨이 아닌 한글문화연대 부대표다.
"표준말만 사용할 순 없죠. 그럼 변화가 없어요. 그 자체로 퇴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말을 바로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방송, 신문 등 공공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바른말 사용은 국어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첫마디부터 "한글사랑" 이야기다.

지난해 2월 창립대회를 가진 한글문화연대는 기존 국어학자 위주의 말글운동에 방송 연예인을 비롯 사회과학계열 교수 등 그 범위가 확대되어 만들어진, 한글사랑을 실천하는 시민·학술운동 단체이다.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명 한림대 교수는 "외국말의 공세에 우리말이 죽어 가는 것이 안타까워 한글문화연대를 창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정재환씨는 무슨 인연으로 한글문화연대 부대표 자리를 맡은 것일까
성대에 둥지를 튼 동아리 "성균관 한글문화연대"
"방송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말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이왕 할거라면 제대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부터 국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딱딱한 문법책이 아닌 수필, 산문형식으로 된 관련 서적을 탐독하게 됐죠"
정재환씨의 국어사랑 계기다.
여러 국어관련 책을 읽으면서 국어 짝사랑을 시작한 정씨는 혼자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가져 한 권의 책을 발간한다. 99년 발간한 "자장면이 맞아요, 잠봉은"
"이 책이 한글문화연대와 저를 이어준 징검다리 역할을 했지요. 책 마지막 부분에 영어공용화 반대입장을 서술했어요. 현재 한글문화연대 대표인 김영명 교수님께서 이글에 대해 공감의 뜻을 전해왔고 뜻이 같으니 함께 활동을 하기로 해서 부대표까지 맡게 됐습니다"
한글문화연대에서 주로 하는 활동은 한글살리기 강연회·토론회, 한글날 기념행사,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청원운동 등 오프라인 행사와 인터넷상(www.urimal.org)에서의 활동들이다. 조직이 더 커져 일 할 수 있는 틀이 잘 짜여지면 다달이 "국어행사"를 하고 싶다는 정씨는 이 "말글운동"이 결코 혼자해서 되는 일이 아님을 절감한 듯 모교인 성균관대학교에 "성균관 한글문화연대"라는 동아리를 손수 만들었다.
"처음에는 5명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30여명 정도 돼요. 대학은 우리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즉 사회의 부조리한 점에 대해 과감하게 뒤집어 엎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이죠. 제가 동아리를 꾸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학도로 대학을 다니면서도 말글운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말글운동"이죠. 현재의 적은 "영어공용화"입니다"
말글운동은 구한말과 일제시대엔 독립운동의 한 방편으로, 광복 뒤엔 학교 안팎을 통한 한글 전용운동으로 이어졌으며 최근엔 한자병용과 영어공용화 바람에 맞서고 있다.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국한문혼용에서 한글전용문제로 갑론을박했지요. 이런 바람을 타고 공용매체에서는 우리말 나들이(문화방송 시사프로), 바른말·고운말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는 등 바람직한 현상들이 많이 생겼죠"
그래서 일까, 동료 연예인 임성민 KBS 아나운서는 정재환씨를 "독립운동가"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의 저자 복거일씨가 화두를 던져 담론화 됐던 영어공용화에 대한 정재환씨의 구체적인 고민들을 더 들어봤다.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개척할 때 가장 먼저 들여 보내는 것이 바로 선교사입니다. 즉 그 나라말과 글을 종속시킨다는 거죠. 현대판 식민지는 총칼이 아닌 언어, 문화적 종속의 심화입니다. 영어 공용화, 그 본질을 잘 봐야 합니다. 정치 경제적 식민지와 마찬가지로 언어 종속 또한 힘센 언어가 힘 약한 언어를 ,쉽게 말해 잡아먹는 것이지요" 그는 우리나라가 문화적 식민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배우지 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에 의해 배워야죠, 배워야 해외와 무역도 하고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살 수 있습니다. 근데 제가 제기하는 것은 무분별한 남용입니다. 영어 남발 현상이 아주 심각합니다. 군데군데 섞어서 사용하는 등 때로는 국어가 영어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쯤 들으면 "저 사람 굉장히 고지직하네, 까다롭네 내지는 국어가 위기라고, 난 위기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라고 느껴질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몇년 후 "박물관 언어"가 될지도 모르는 한글
그가 말하는 예를 하나 살펴 보자.
"컴퓨터(computer)란 언어는 외국어에서 빌려와 국어처럼 쓰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컴퓨터란 언어를 중국에서는 "전뇌"라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며 우리말로 전환해 사용하려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네 국어사용을 꼬집었다.
"중국인의 자국 언어 사용은 대단합니다. 중국인은 코카콜라를 "가구가락", 입을 즐겁게 하는 음료라고 표현하는데 이 말은 뜻과 음이 유일하게 비슷하지만 많은 언어들은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중국어로 전환해서 사용하고 있죠"라며 북한 역시 샘틀, 글쇠 등 외국에서 온 말을 순 우리말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어가 위기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아직 위기라고 단정짓기 어렵지만 위기 조짐은 있다고 봅니다. "한국어는 몇 년 후 박물관 언어가 될 것이다"고 한 복거일 선생님의 말이 떠오릅니다만, 영어 공용이 진행 중이고 아직까지 한자 사용을 고수하시는 분들이 있고 갈수록 한글 사용이 줄어드는 이상 한글 위기는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일반인들이 공감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는 질문을 재차했다.
"맞아요. 일반인들은 관심 없어요. 생업에 바쁘고 사실 먹고 살기 어렵잖아요. 위기를 절감한 사람들이 우선 나서서 알리고 영어 공용화에 반대하는 많은 국어단체들과 힘을 모으는 활동들을 해야 합니다"
그가 말하는 위기를 좀더 들어보자
"아직까지는 시간이 많아요. 하지만 막상 영어 공용화가 돼서 시행된다면 일상 생활에서부터 불편한 점이 많이 생깁니다. 공문서는 모두 한글, 영어로 해서 두 부씩 떼야 하지요.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비용 역시 엄청날 거예요. 단적으로는 "국어를 영어로 가르칠 국어 선생님"이 필요할 거란 말입니다"
여러 차례의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영어공용어 찬성 의견.
그는 설문 결과를 지적하며 "정말 생각없이 영어 공용화를 찬성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언어문제는 민족의 문제이고 우리말은 우리 정신이자 우리의 밥입니다"
공기가 없을 때 공기의 소중함을 알 듯 우리말글이 없어졌을 때 그 소중함을 절감하듯 먼저 아끼고 보호하자는 주장이었다.
우리말은 우리의 정신이자 밥이다.
인터넷상에서의 우리말글 사용실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 하고있다. 하지만 네티즌은 그들만의 문화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국어사랑을 실천하는 그에게 혹 네티즌들은 "인터넷문화"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인터넷글쓰기를 정당화하지 않겠는가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정재환씨는 "많이 접하는 질문입니다. "골뱅이", "번개" 등 네티즌들이 만들어 낸 아주 창조적인 말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마련이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상에서의 인터넷 문화가 있다는 신세대들의 주장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태도가 결여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띄어쓰기 맞춤법은 아예 무시되고 있으며, 어떤 것은 무슨 말인지 조차 통 모를 지경입니다"
온고지신(옛것을 익혀 새것을 배운다)이라는 한자성어를 들며 오랜 경험과 연구 끝에 만들어진 우리 고유의 언어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존중하려는 태도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네티즌과 방송인들의 언어순화 필요
네티즌이 사용하는 말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 언어표현의 심각성을 느끼게 하는 오락연예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오락연예프로를 보면서 "저 표현 심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맞죠. 연예인들의 말 은 영향력이 큰데 반해 정화되지 못한 표현들이 많지요" 이런 그의 우려 때문일까. 아니면 열정 때문일까. 현재 한글문화연대에는 10여 명의 동료 연예인이 가입해 활동을 하고 있다. 개그맨 김영철, 김용만, 유재석씨를 비롯 탤런트 김원희, 차승원 등과 아나운서 임성민, DJ 배철수씨 등이다.
그의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는 증거일테다.
실제로 그의 "말글운동"은 주변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그가 책을 내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발음은 "짜장면"으로 하지만 표기만큼은 "자장면"으로 고쳐쓰고 있다.
한글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그의 근황이 궁금했다.
"1주일에 5일 나가는 학교생활에 방송일, 문화연대활동, 그리고 강연하러 다니느라 바쁘네요" 그는 인터뷰 전날인 27일에도 충남도청 교육연수원에서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우리말의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여름에 중·고등학교 선생님 3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어요. 근데 같은 곳에서 이번에 또다시 불러주시더군요"라며 강연반응이 좋았다고 뿌듯해 했다.
정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기억에 남는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아직 이적단체로 국가로부터 낙인찍힌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출범식 때 "우리말은 우리밥이다"란 강연이 그것.
"망설임 없이 달려갔어요. 전 한글사랑에 대해 절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던 달려갈 것입니다"
평점 4.5에 이르는 장학생, 장학금 받아 후배에게
그는 3학기 동안 평점 4.5에 이르는 장학생이다.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은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는 우리민족서로돕기 회원이면서 법정스님을 좋아해 "맑고향기롭게"(길상사 내 참수행을 실천하는 시민모임) 단체 회원, 그리고 "전국 대학생 알콜문제 예방협의회" 회원, 경실련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한글사랑"의 열정을 안고 실천하는 문화운동가로 살아가는 그의 최대 행복은 "우리의 말과글"이 되살아나는 것일 게다.
[출처:유뉴스 www.unews.co.kr 0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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