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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지 권영길 대표와 대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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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2-03-20 00:00 조회1,4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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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식적으로 천명은 안 했지만 저는 대선에 출마할 겁니다.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선출 절차에 반드시 뛰어들 것이고, 거기서 후보로 선출된다면 범진보진영 내 ‘예비경선’에 나갈 것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범진보진영의 대선 단일후보로 선출되고 싶습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이번 『말』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3790_20020316111342_권영길3.jpg소극적인 ‘출마의사’를 밝힌 적은 있지만,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대표는 ‘왜 자신이 진보진영의 대통령 후보에 나가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이 나라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인 헌신성, 개척자 정신, 통합력, 국제적 감각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매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 후보는 무엇보다 통합력을 갖춰야 합니다. 국가적으로 볼 때는 남북한 간 통합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내부적으로는 지역 간, 노사 간 통합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는 노사문제, 노동문제를 너무 축소해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4년마다 독일 노총에서 열리는 대의원대회를 텔레비전에서 생방송합니다. 그것은 독일 노총의 입장이 국가경영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총연맹 위원장은 국가의 3대 지도인물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국제적 감각이 중요한 이유는 김대중 정부가 예속 경제체제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선 주자들 가운데는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는 신자유주의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지식인, 사회운동가들이 이 체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것을 주목하지 않습니다. 오직 신자유주의만이 살 길이라고 말합니다. 국제적 흐름을 너무 못 읽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권영길 대표의 이러한 문제의식을 주목하고 있지 않다. 한 마디로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소수정당의 목소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권 대표도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리긴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되길 기대하는 것은 과대망상”이라며 굳이 현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민주노동당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이른바 ‘신비판적 지지론’(사실상 노무현 지지론)이다. 『말』이 권영길 대표를 만나고자 한 이유도 이 문제와 관련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하는 목적에서였다. 인터뷰는 지난 1월 28일과 2월 6일 이틀에 걸쳐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보수만 있고 ‘진보’는 없다

이미 대선정국이 시작된 느낌입니다. 대선 주자들의 TV토론, 인터뷰 등이 한창인데, 대표님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이 각 방송사, 신문에 나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죠. 저는 모든 분들이 나름대로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근본적인 정치철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어떻게든 대통령 자리에 앉기 위한, 그런 몸짓만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전 대통령 선거가 끝나더라도 다음 정권이 과연 이 나라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정치철학이 없다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IMF 이후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정확히 지적되지 않고 있습니다. IMF 사태는 썩은 보수정치, 황제식 재벌경영체제가 내적인 원인이었는데,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 서민들은 완전히 절망과 좌절에 빠져 있습니다. 그 좌절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던져줘야 합니까. 대선주자들은 말로는 ‘정치개혁’을 떠들지만,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적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재벌체제 해체문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민주노동당을 ‘소외’시키는 데 대한 불만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요즘 언론사의 특정후보 지지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한국 현실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보도태도 자체가 객관적이지 않은데 어떻게 가능합니까. 정치부 기자들이 사석에서 야당 총재를 칭송하고 있는 현실 아닙니까. 언론개혁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후보가 TV토론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언론이 나서서 진보와 보수의 목소리를 구분해 줘야 합니다. 언론도 말로는 ‘정치개혁’을 떠들고 있는데, 만일 지지율을 핑계 삼아 ‘진보’를 외면한다면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대표님은 현재의 모든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보수’의 목소리만 내고 있다고 봅니까. 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똑같을 수밖에 없죠. 원래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떻게 하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기능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거든요. 국민들에게 새로운 방향제시를 해주려고 한다면, 관점이 다른, 보수와 진보의 후보들이 나와서 토론을 해야 하지만 그게 안 되고 있는 겁니다.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는 본질적인 문제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전혀 차별성이 없어요. 진보 대 보수 구도를 구축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대선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대다수는 ‘노무현, 김근태가 이회창과 차별성이 없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회창과 노무현, 김근태는 분명히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걸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김근태와 권영길의 차이는 훨씬 더 큰 것입니다. 이회창과 노무현의 차이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이 시대 진보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IMF가 요구한 신자유주의 핵심요소, 즉 일방적 금융개방, 공기업 사기업화(민영화)와 알짜기업의 해외매각, 이른바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로 표현되는 ‘대량해고’를 수용하느냐 마느냐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김근태가 속해 있는 민주당은 모두 이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에 서 있잖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진보주의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김대중 정부는 IMF 요구를 과도하게 수용했다

우리에게 IMF의 요구를 거부할 만한 힘이 있었을까요?

“김대중 정부의 역사적인 과오는 IMF 요구사항을 무비판적으로, 흔쾌히, 그리고 과도하게 수용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국가 부도상태에서 거부하긴 어려웠겠지요. 그러나 너무나 과도하게 수용한 것은 문제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 서민들의 생활은 어려워졌고, 95%를 희생시켜 5%를 살리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역사적 과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총재와는 달리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김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지상주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김 대통령이 당선 직후 일산 자택에서 초국적 금융자본의 핵심인물인 조지 소로스를 만나 그가 건의한 것들을 다 받아들이고 그랬어요. 그러나 그 이후에 소로스 본인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IMF는 한국에 너무 과도하게 요구했다. 그리고 과도하게 요구한 것이 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양심적인 지식인들도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는 세계화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김대중 정부가 얼마나 과도하게 수용했는지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만에 하나 민주노동당이 집권했다면 어땠을까요. 과연 신자유주의의 핵심요소 중 하나라고 말씀한 ‘대량해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요?

“일자리나누기, 노동시간 단축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었습니다. 노동자들만 해고시킨다고 위기가 수습됩니까? 대량해고를 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독일의 벤츠공장에서는 일자리나누기 등를 통해 해고 없이 위기를 극복한 바 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사례들이 있어요. 그리고 대우자동차의 경우 어땠습니까. 김우중 회장이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습니까. 기업이 무너질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마음대로 활용하고, 전용하고, 빼돌리고 했잖아요. 정치권에 갖다 바치기도 했구요. 이게 더 큰 문제 아닙니까? 그런 문제가 없었다면 대우자동차가 망했을까요? 이런 것만 없었어도 대우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정리해고 자체를 반대하는 것입니까.

“현재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대량해고를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이죠. 정부는 솔직히 말해야 합니다. ‘구조조정’이란 표현을 써서는 안 됩니다. 차라리 ‘경제위기를 수습하려면 우리는 대량해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구조개혁’을 말합니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면서 황제식 재벌경영체제를 해체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2의 IMF 사태를 몰고올 수밖에 없는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거부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보의 핵심 기준입니다. 국민들은 알아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와 민주당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는 이 나라 경제를 구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닙니다.”

그런데 오로지 신자유주의의 잣대로만 ‘진보 대 보수’를 나누는 것이 옳은 걸까요?

“신자유주의 문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보안법 철폐, 재벌체제 해체에 대한 입장도 분명해야죠. 그리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올해를 ‘전쟁의 해’라고 선포했습니다. 한반도에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주의자라고 평가해 주기 어려운 것입니다.”

노무현측이 거짓말을 퍼뜨린다

지역주의구도 청산이나 언론개혁,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북포용정책 등도 ‘진보’를 나누는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 특히 민주당 내 개혁그룹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과 큰 차별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그런 문제들과 관련해 노무현, 김근태는 이회창과 비교대상이 안 되는 분들입니다. 이회창은 미국에 가서 햇볕정책을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통일정책이 없는 사람입니다. 언급할 가치도 없어요. 그러나 지역주의 청산문제의 경우 이회창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잖습니까. 진보의 기준으로 보면 틀리진 않는데,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안정책 개발을 핵심으로 봐야 합니다. 신자유주의를 인정하면서 ‘개혁’을 말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김대중 정부는 ‘공교육 강화’를 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교육시장 개방, 연봉제 도입 등 경쟁체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공교육 강화를 주장할 수 있습니까? 그건 ‘언어의 유희’에 불과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안티조선, 언론개혁운동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노무현만큼도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민주노동당은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처럼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나아가 ‘소극적’이라는 주장이 사실로 되어서 민주노동당을 깎아내리는 데 악용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만큼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정당이 있을까요? 진중권씨 등 안티조선의 핵심논객들 중에는 민주노동당 당원이 많습니다. 저 역시 언론노련 위원장 출신으로서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언론개혁을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또한 『월간조선』에서 몇 차례 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하신 말씀을 보면, 그래도 대표님은 노무현, 김근태 등과 이회창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내에서 나오는 여러 주장들을 보면 한나라당, 이회창보다는 노무현 등 민주당 내 개혁인사에 더 많은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모두 똑같다’는 식의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일부에선 오히려 진보정당이 그들의 ‘개혁성’을 인정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른바 ‘신비판적 지지론’이 나돌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을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97년 대선 때 소위 ‘개혁인사’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뭐라고 했냐면, ‘진보세력의 총결집체인 국민승리21의 권영길을 지지해야 하는데 50년 만의 정권교체가 너무나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정권교체하고 다음엔 무조건 진보정당을 육성·강화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또다시 이회창 집권을 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최선이 아니라 차선과 차악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는 다음 총선에도, 그 다음 대선에도 또 나올 것입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여기에 묻혀 있어야 합니까.”



강준만 교수의 경우, 얼마 전 『말』지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정당이 ‘민주당(개혁인사) 때리기 전략’으로 일관하는 것은 실제 득표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만.

“우리가 노무현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지금 노무현쪽에서는 당내 경선에 맞춰 민주노총 산하 단위노조를 순방하고 있고,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범진보진영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개혁그룹을 지지해야 하고, 거기에 표를 던져야 한다구요. 어차피 권영길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요. 또 일부는 노무현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권영길은 지지하겠다고 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리고 다닙니다. 실제 설득당하는 사람도 있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우리 입장에선 당연히 노무현의 ‘개혁성’을 살려주는 표현보다는 과연 노무현과 권영길의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히 이야기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우리는 ‘차이점’만 말할 뿐 노무현을 대놓고 비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표님이 말하는 ‘진보’의 기준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물론 노무현이 ‘신자유주의 반대’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국가보안법 철폐, 철도민영화 반대, 호주제 폐지 등 상당히 진보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정도 주장도 안 한다면 개혁인사로 불릴 수 없는 것이죠. 분명한 차별성이 있죠.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도 과거에 자신이 집권하면 국가보안법을 없애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주장할 만한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그랬어요. 하지만 집권을 해도 못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김 대통령만큼 민주당에서 진보적인 사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보수정당체제 틀 속에서는 할 수 없는 겁니다. 저는 노무현 역시 기존 보수정치체제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봅니다. 정체성도 맞지 않아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탈당을 했으면 합니다. 노무현은 민주당을 벗어나서 진보정당과 함께 하는 것이 역사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노무현이 만일 탈당해서 진보정당과 함께 한다면 진보정당의 성장에 큰 힘이 되리라고 봅니까.

“당장 민주노동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건 과대망상이죠. 하지만 현재의 정치구조에서는 과거 DJP연합이 그러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보수세력들 간의 연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3당합당’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렇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진보 대 보수 구도 구축을 위해서 진보세력이 차근차근 힘을 쌓아가야 합니다. 선거에 나가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것이 보수세력 내에서 개혁적인 목소리 한두 마디 내뱉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입니다. 저는 과거부터 보수정당 내 ‘개혁인사’들에게 간곡히 부탁해 왔습니다. 당장 뛰쳐나와야 한다구요. 나와서 진보정당, 민주노동당과 함께 해야 한다구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노무현이 탈당해 나온다면, 민주노동당은 이미 진보진영에 ‘완전개방형 예비선거’를 제안해 놓은 상태니까 저와 진보진영 대선후보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6년 집권 충분히 가능하다

사실 최근 ‘3당합당’ ‘내각제신당’ 이야기가 나오면서 노무현 등 민주당 내 개혁그룹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되는 느낌이더군요.

“저는 설마 했습니다. 흘러간 물은 방아를 못 돌린다고 했는데, 이미 과거에 한 번 해서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지탄을 받았던 것을 되풀이하겠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 하더군요. 표를 모으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스스로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구태의연한 정치행위를 또다시 반복하는 꼴입니다. ‘쇄신’을 내건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철판을 깔 수 있습니까. 노무현이나 김근태 등 민주당 내 개혁그룹은 당연히 반대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게 본질적인 개혁의 문제는 아니지만, ‘개혁’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마저 동의하면 정말 똑같은 사람들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계속해서 그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것입니다. 때문에 이번 대선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 보수정치체제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 진보의 토대를 조금이라도 구축해 내는 것이 절실합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전체 진보진영이 하나로 뭉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침 민주노동당은 전체 진보진영에 ‘완전개방형 예비선거’를 제안한 상태인데 그것이 대표님이 말한 그 토대구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까.

“아주 큰 규모로 치러지게 될 것입니다. 범진보진영 대선후보 추진단만 1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전농, 전빈련, 한국노총 등 여러 대중조직의 동의를 얻어 폭넓은 참여를 끌어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만약 예비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게 된다면 민주노동당의 ‘재창당’ 추진사업은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당과의 통합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쉽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지방선거, 대선 전에 어려워진다고 판단되면 조금 여유를 가지고 풀어갈 수도 있습니다. 올해 안에 해야 된다고 꼭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묻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대선에서 얼마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까. 1백만 표를 얻는 게 목표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만.

“그건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득표를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진보 대 보수 구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게 가능해지면 민주노동당은 2016년에 반드시 집권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집권 15개년 계획이 있습니다. 2004년에 원내진입, 2008년에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그 4년 뒤인 2012년에는 제1야당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현 시점에서 비록 의석은 없지만 우린 이미 자민련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제3당의 위치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계획은 결코 몽상이 아닙니다. 당연히 되는 것이고,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출처:제 189 호 2002 년 3 월 발행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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