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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폐지.양심수 석방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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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3-01 00:00 조회1,5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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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을 닷새 앞두고 있는 가운데 232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는 20일 오전 11시 30분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국가보안법 폐지와 양심수 석방을 촉구했다.

28508_1.jpg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낡은 정치 청산과 국민통합을 선언한 노무현 정부 시대에 양심수와 이적규정, 국가보안법은 걸맞지 않다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국가보안법 폐지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과제를 대담하고 원칙적으로 추진하는 개혁만이 새 정부의 유일한 활로라며 수구세력 눈치보기로 국가보안법 폐지와 개혁을 미루었던 김대중 정부의 오류를 반복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통협 홍근수 상임의장과 참여연대 최영도 공동대표는 55년 전부터 정권의 권력유지 도구로 악용되어온 국가보안법은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되는 등 남북화해의 시대에 시급히 청산해야 할 과제라고 역설했다.

민가협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3년 2월 12일 현재 양심수는 총 49명이며 이중에 48.9%에 해당하는 24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구속자는 총 2,219명이며 이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1,053명이고 올해 들어 구속된 양심수는 14명이며 이중 6명이 국가보안법 적용자이다.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은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부터 현재까지 구속자수가 줄어 문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연대는 이후 참여단체 중 13개 단체를 중심으로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국가보안법 폐지 민간법정 ▲국가보안법 폐지 뉴스 레터 발송 ▲거리 캠페인 ▲국가인권위원회 `국가보안법` 테스크포스와의 지원.협력사업 ▲대 정치권 사업 등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적극적인 여론 확산과 내년 총선까지를 염두에 둔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중학교 교복만은 꼭 아빠가 보내주는 영치금으로"


한편, 오후 2시부터 탑골공원에서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양심수 가족 등 8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새 정부의 양심수 사면을 촉구하는 460회 목요집회가 시민사회단체 연대집회로 열렸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에 대한 애도의 묵념으로 시작된 이날 집회는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양심수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달라는 가족들의 간절한 바램이 집회장 주변을 울렸다.


28508_7.jpg민가협 박성희 간사는 "새 정부의 개혁이라는 말에 양심수 가족은 더 설레인다"며 "억울하게 양심수가 된 이들이 자기 자리로,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양심수 석방과 대사면을 단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간경화를 앓으면서 구속수감중인 박경순씨의 아들 정우(13세)와 하영옥씨 부인 김소중씨, 수배중인 한청 홍순석 부의장 부인 박사옥씨 등의 애닮은 사연과 수배생활로 인해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던 김세룡씨의 편지가 낭독돼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얼마전 독일정부가 한국정부에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던 박경순씨는 "중학교 교복만은 꼭 아빠가 보내주는 영치금으로 맞추기 바란다"며 사랑하는 아들의 중학교 입학식에 함께 하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했다.

"의젓한 중학생이 돼서 아버지 건강을 돌봐 드리겠다"는 정우는 "아버지 손잡고 교복 맞추러도 가고 입학식 사진도 찍고 싶"다며 병든 아버지의 석방을 호소했다.


하영옥씨 부인 김소중씨도 "아이들이 뒤늦게나마 아빠의 정을 느끼며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며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남편을 하루 빨리 석방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내용으로 노 당선자에게 탄원했다.

수배생활중인 김세룡씨도 편지글을 통해 "더 이상 잘못된 법으로 인해 저처럼 인륜을 저버리게 되는 못된 자식이 생겨나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총련의 이적규정과 수배 해제를 호소했다.


남편이 수배될 즈음은 임신중이었던 박사옥(홍순석 부의장 부인)씨는 "수배생활의 아픔과 아기 출산의 기쁨이 교차하면서 눈물로 밤을 새"웠던 지난날을 회상하기도 했다.

많은 관심과 취재열기 속에 진행됐던 이날 목요집회는 꽃다지의 노래공연과 `새 정부의 양심수 사면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서 발표로 마무리됐다.

5년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할 즈음 가졌던 시민사회단체의 기대와 희망은 결국 무산된 채 묵은 과제를 안고 노무현 정부가 출발지점에 서 있는 지금, 국가보안법이 없고 양심수가 없는 세상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외침은 오늘도 메아리치고 있다.

송정미기자
< 탄원서 >

노무현 새 대통령 님께

모두들 희망찬 21세기 국민의 대통령이 우리시대의 새날을 열어 줄 것이라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차디찬 감옥에 있는 저의 남편 뿐만 아니라, 같은 입장에 처한 대부분의 양심수들 또한 밝은 앞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님!
제남편은 현재 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인 하영옥이란 사람입니다. 지난 99년 8월에 `민족 민주 혁명당`이란 이름의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어 오늘까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체 영어의 몸이 되어 있습니다. 남편이 구속되던 당시에 3학년이던 큰아이는 3월이면 중학생이 됩니다. 갓 두돌이 지났던 둘째아이는 올해로 일곱살이 되었습니다.
지난 1999년부터 저는 수도 없이 많은 탄원서를 써왔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실낱같은 기대를 가지고 남편을 석방시켜 달라는 요구를 해 왔습나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당선자께서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 보아왔기에 여느때와는 다른 신뢰와 함께 당선자께서 하셨던 약속이 반드시 실행될거라는 굳은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얼싸안고 전세계에 공표한 `6.15공동 선언`의 내용과 `민족 민주 혁명당`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사람들의 주장은 다른 점이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남편은 구속 당시 사법고시를 준비중이었고 1차시험에도 합격하였습니다. 인권변호사를 꿈꾸던 남편과 그뒷바라지를 하던 저에게 징역8년의 세월은 그이전의 삶과 공든탑까지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가혹한 처사였습니다. 큰아이는 아빠 없이 사춘기를 겪었고 작은 아이는 아빠의 정을 모르고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답니다. 저는 옥바라지에, 아이들을 키우며 돈벌이까지 하다가 2001년 6월에는 과로로 졸음운전을 하여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 왔습니다. 저의 사고 소식을 접한 남편이 한 친구에게 `아내가 죽음 속을 헤매이고 있다`며 편지를 썼던 당시의 심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목이 매여 옵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자상하고 따뜻했던 하영옥은 남을 해한 적도 없고 그러한 생각을 한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늘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베풀고자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그리고 가족들이 살아 온 지난 3년 5개월여의 세월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거대한 산 앞에 서있는 듯 한 막막한 심정, 벼랑 끝에 매달려 언제 떨어질지 모를 것 같은 절망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부디 우리의 아이들이 뒤늦게나마 아빠의 정을 느끼며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며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남편이 하루 빨리 석방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온 마음으로 바랍니다.

2003년 2월 20일 하영옥의 처 김소중 올림



새 대통령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중학생이 되는 박정우라고 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감옥에 가셨습니다.
서울로 이사온 후, 아버지가 계신 부산교도소가 너무 멀어 면회를 거의 못 갑니다. 방학하면 한번씩 가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아버지 얼굴이 문득문득 기억 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새 대통령 아저씨.
아버지는 간경화를 앓으면서 감옥에서 이 추운 겨울을 지내고 계십니다. 제가 아버지를 보고싶어 하는 것보다, 아버지의 생명이 시들어 가고 있다는 것 때문에 제 마음이 더욱 아픕니다. 아버지는 매일 편지를 보내 걱정 말라고 하시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저는 이제 중학생이 됩니다.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입학식에는 꼭 아버지 손잡고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아직도 감옥에 계십니다. 친구들이 부모님 손잡고 졸업식, 입학식에 갈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부럽습니다. 감옥에 계신 아버지도 중학교 입학식만큼은 제 손을 잡고 가고 싶어하십니다. 아버지가 저의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입학식 마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걱정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속상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때 부터 아버지가 석방되어 나오시는 날을 기다리면서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번 중학교 입학식에는 아버지께 교복 입은 의젓한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의젓한 중학생이 되어 아버지 건강도 돌봐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어려서 왜 아직도 아버지가 집에 올 수 없는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중학교 입학식에는 꼭 아버지랑 가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소원하는대로 아버지 손잡고 교복 맞추러도 가고 입학식 사진도 찍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감옥에서 걱정하시는 것이 너무도 속상하고 그때문에 건강이 더 나빠질까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중학교 입학식에는 아버지 손잡고 갈 수 있게 아버지를 석방해 주십시요.

2003년 2월 20일 박정우 올림

< 성명서 >


새 정부의 양심수 사면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성명
양심수 석방과 대사면, 개혁과 인권실현의 첫 출발이다!


새 정부 출범이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표방하는 노무현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소신 있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새 시대에 대한 비전으로 사회개혁과 인권실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새로이 출범하는 정부는 `참여정부`의 기치아래, `국민이 국정의 주인이고, 국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기본정신을 밝히고 있다. 참여정치는 열린 자세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듣고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이는 바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따라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자유를 제한 당하는 이들이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감옥에는 63명(2003.1.9.현재, 민가협 통계)의 양심수가 갇혀있다.
간경화 환자 박경순(48세)씨를 비롯하여 병을 앓고있는 양심수들이 차가운 감옥에서 고통스런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28명의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인 파업권 등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구금되어 있으며, 제6기 한총련의장 손준혁을 비롯한 24명의 학생들이 비이성적인 한총련 이적규정으로 인해 구속, 수감 중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애쓰다 구속된 민주인사 들이 여전히 풀려나지 못하고 있으며, 수많은 학생·노동자들이 수배자가 되어 창살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새 정부의 첫 과제로, 몇몇 인사에 대한 선별적인 사면이 아닌 모든 양심수를 조건 없이 석방할 것과 수배조치를 해제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애쓰다 구속·수감된 후 풀려났으나 공민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인 사면·복권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양심수를 양산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과 구제도를 개혁할 것을 촉구한다.

오늘 460회 목요집회에 함께 한 시민사회단체는 양심수 석방이 국민통합과 민주주의 발전, 인권신장을 위한 첫 출발임을 선언하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양심수 석방과 대사면」을 단행할 것을 촉구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모든 양심수를 조건없이 석방하라!
- 간경화 환자 박경순씨 등 병을 앓고 있는 양심수를 즉각 석방하라!
-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을 비롯한 구속노동자를 석방하라!
- 손준혁 한총련의장 등 학생 양심수를 석방하라!
1. 학생, 노동자, 민주인사에 대한 수배조치 해제하라!
1. 감옥에서 풀려났지만 여전히 기본권의 제약을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사면, 복권 단행하라!
1.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악법과 제도를 개선하라!


2003년 2월20일


< 박경순씨 옥중편지 >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네가 중학생이 된다니 이 아빠는 참으로 기쁘다.
8살짜리 어린 너를 집에 혼자 두고 끌려오던
5년 전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한데
며칠전 초등학교를 졸업한다며 면회 온 너의 모습이 얼마나 의젓하던지.........

세월이 너를 키워준 것일까 ?
그래 아니겠지, 정우야
아무리 아이들이 바람과 같이 큰다지만
아빠를 감옥에 빼앗긴 고통과 시련 속에서
네가 겪고 또 겪었을 그리움들이
어린 네 가슴속 거름이 되고 양분이 되어
이렇게 의젓한 중학생의 모습으로
아빠 앞에 설 수 있었으리라 가늠해 본단다.

정우야
너는 친구들에게 양심수의 아들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지!
그 설명할수 없는 아픔과, 지독한 그리움을
친구들에게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어
그저 아빠 이야기만 나오면
슬며시 화제를 다른데로 바꾼다지!
마음속으로 `양심수 아빠`를 한없이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그것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할수 없었던
어린 너의 슬픔이 어떤 것인지.....
아무리 아빠가 어른이라고 하지만
그런 외로움에서야 어린 너를 감히 따라갈수나 있었겠니!
아빠는 너만했던 시절엔
부모님 슬하에서 어리광이나 부려대는 철부지에 불과했었는데
이 아빠가 너의 동심을 모조리 빼앗은 것만 같아 늘 가슴이 아팠단다.
그래 정우야
이 아빠가 머지않아 석방된다 하더라도
어린 너의 동심을 빼앗은 이 천추의 한을 어찌 죽어선들 잊을수 있을까!
그러나 나의 아들아
이 아빠는 모질고 서러운 이 한을 죽어서도 못 있는다지만
너의 밝고 의젓한 모습은 어찌나 찬연하고 눈부시던지.......
이 아빠의 모든 부끄러움과 한을 씻고도 남을 듯
너는 이 아빠에게 또 한번 구원자로 남아주었단다.
네가 태어나던날......
핏덩어리 너를 안고 너무나 감격에 겨워하던 그 날처럼
이제 중학생이 되는 너는 나에게 또 한번 벅찬 감동을 주었단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이런 대견한 너에게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단다.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아마도 입학식에도 참가하지 못할 이 아빠지만
다만 한가지 중학교 교복만은 꼭 이 아빠가 맞추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생각을 해내고 잠시 얼마나 기뻤던지......
그래도 이 아빠가 해줄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뻤던지
정우야! 나의 아들아
할아버지 할머니, 또 이모나 삼촌들이 입학선물을 해주고 싶어해도
중학교 교복만은 꼭 아빠가 보내주는 영치금으로 맞추기 바란다.
앞으로 얼마를 더 너와 떨어져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겟지만
아빠가 맞추어준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그 순간만은
이 아빠의 사랑이 너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너를 보며 힘을 내는 이 아빠처럼
우리 아들도 양심수 아빠를 보며 더 당당한 청년으로 성장해주렴!
아빠와 네 사이의 굳은 믿음이
우리 서로를 지켜주는 버팀목 일게다.
우리가 서로를 굳게 믿고 사랑하는 부피만큼
이별의 아픔이 제아무리 길어도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깊어지는 거란다. 그렇지 아들아?
다시 한번 졸업과 입학을 축하한다.
멋있는 중학생이 되어주렴


너를 한없이 사랑하는 아빠로부터


< 김세룡 수배편지>

저는 2002년 충남대 문과대학생회장에 당선되어 10기 한총련 대의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김세룡 입니다.

아버님 부음을 접한 지 오늘로 2주 째 접어들었습니다.
처음 소식을 접하고 경황없이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고향으로 당장 달려가 아버님 빈소에 무릎꿇고 펑펑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켰어야 함에도 몇 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막막해 하던 제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님은 기력이 쇠한 상태에서 집에 혼자 계시다 낙상으로 인해 변을 당하셨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처럼 생각되어 제 자신이 더욱 미워집니다.
만약 누군가 곁에서 아버님을 지켜드렸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도와줄 누군가를 얼마나 애타게 찾으셨을까 생각하니 너무도 죄스럽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집에 전화 드렸을 때가 생각납니다.
숨을 가삐 몰아쉬면서 "언제 오냐? 보고 싶다!"고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선합니다.
"곧 찾아뵐게요"라며 짧은 몇마디 드리고 황급히 끊은 전화가 마지막 전화가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봄이 되고 새 정권이 들어서면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예요”라며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리곤 했었는데, 봄이 오기도 전에, 제가 자유로운 몸이 되어 아버님을 찾아 뵙기도 전에 먼저 떠나가셨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봄이 오면 좋은 소식이 올 거라 기대하는 사람이 비단 저와 제 가족 뿐이 아닐 것입니다.
길게는 7년이 넘게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님들부터 아직도 차가운 감방에서 쇠창살 너머로 희미하게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자신의 신념을 지켜 가는 양심수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봄바람과 함께 실려올 기쁜 소식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새로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노무현 당선자께서는 국민의 기대와 열망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잘못된 법으로 인해 저처럼 인륜을 저버리게 되는 못된 자식이 생겨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의 도리를 다할 수 있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곧 따스한 봄이 올 것일라 믿지만 아직은 사람을 위한 법이 아닌, 사람을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이 엄존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봄은 때가 되면 찾아오지만 사람이 사는 사회의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씻지 못할 불효를 저질렀지만 이제 그 누구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간다는 이유로
불효를 저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님.
이제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리고 저와 같은 수배자들이 하루빨리 집으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십시오!


충남대학교 김세룡 올림


[출처; 통일뉴스 2-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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