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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수배자들 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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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4-09 00:00 조회1,4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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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사회에서 또 다른 이산가족으로 살아왔던 한총련 수배자와 그 가족들이 4일 오후 2시 연세대학교에서 "새봄, 첫 만남"이라는 행사를 통해 상봉의 시간을 가졌다.

36801.jpg한창 자신의 꿈을 펼쳐야 할 20대에 정치 수배자가 되어 자유를 빼앗긴채, 학생회관 한켠에 마련된 조그만 생활방에서 지내며 학교 안에 갇혀 지내야 하는 한총련 대의원 180명.

모범생이었던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 학생회장이 되더니 어느날 갑자기 수배자가 되었고, 수배자 자식을 두었다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갖은 회유와 협박, 감시에 시달려야 했던 수배자 부모와 그 가족들.

전화까지 도청하는 경찰의 감시로 인해 마음대로 통화 한번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던 이들이 공개적인 행사를 통해 잠시나마 그동안의 한을 풀었다.

이날 경찰의 감시를 피해 행사장에 참석한 수배자들은 약 50여명. 이들은 전국에서 새벽같이 차를 타고 올라온 부모님과 가족들 앞에 단체로 큰절을 올렸다.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째 수배 생활을 하면서 명절이나 기일에도 찾아 뵙지 못한 수배자들은 반가움보다 미안함이 앞선다.

3680-23.jpg큰절을 하고 기다리는 가족에게로 가는 이들은 아무리 의젓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해도 눈물을 보이시는 부모님 앞에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만져보지 못한 자식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느라 자신의 눈물을 닦을 새가 없는 어머니들. 어머니들에게 수배자들은 아무리 조국을 위하고 신념이 뚜렷한 성인이라 할지라도 항상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인가 보다.

수배 7년째인 송용한(30.고려대)씨의 어머니 홍동자씨는 "사랑하는 아들아 보고 싶구나"라는 제목의 편지를 낭독했다. 지난 달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의 결혼식에도 올 수 없었던 아들 때문에 하객들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홍씨는 편지를 통해 "수배가 풀려 집에 오면 병원부터 가자"며 아들의 건강부터 걱정하고는 "하루 빨리 좋은 시절이 와서 두 팔 벌리고 마음껏 활보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편지를 낭독하는 동안 홍씨의 손과 목소리는 시종 떨렸다.

이날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이는 수배 7년째인 유영업(목포대)씨였다. 5기 한총련 의장 대행을 역임했고 현재 "한총련 관련 정치수배해제를 위한 모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유씨를 만나기 위해 어머니와 누님들, 그리고 조카들까지 대가족이 올라왔다.

3680-12.jpg△수배 7년째인 유영업씨와 그의 수배 나이와 같은 조카 박지영 양

그의 수배 나이와 같은 조카 박지영(7)양은 "삼촌 , 빨리 집에 와서 나랑 재미있게 놀아요"라는 편지를 읽어 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유씨는 "애들이 나를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어색해 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동안 못다 준 정을 두려는 듯 조카들을 가슴팍에 안아 올린다.

3계급 특진이 달려 있어서 그 동안 유씨의 검거에 나섰던 경찰들에 의한 인권 침해 또한 심각했다. 어머니 이복순(62)씨는 "형사들이 잠복 수사, 감청은 기본이고 집에 없는 날이면 몰래 들어와 편지나 쪽지가 없나 다 뒤져간다"며 치를 떨었다. 또 한때는 거액이 들어 있는 통장을 보여 주며 "아들의 위치를 알려주면 주겠노라"며 회유를 하기도 했단다. 심지어 누나 집에 가서 조카들에게 "삼촌이 왔다 간적이 있냐"며 물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한편 아들을 만나기 위해 왔다가 아들이 오지 않아 못만나고 돌아간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강화도에서 농사를 지으신다는 박강주(62)씨는 아들 박종현(인천대, 수배 2년째)씨를 만나러 왔다가 아들이 오지 않아 시종일관 침울한 모습으로 다른 가족들의 상봉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시다가 발길을 돌리셨다.

박강주씨는 오지 않는 아들에 대해 "신변보호가 우선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겠죠"라며 애써 담담하려 했으나 결국 눈물을 보이며 "제 몸 간수나 잘 했으면..."하고 아들부터 걱정한다. 박씨는 아들의 수배로 심장병을 얻어 요즘 농사도 직접 짓기가 힘들다고 한다.

혼자 있는 종현군의 아버지를 지켜보던 김세룡씨가 살며시 옆에 와서 앉는다. 박강주씨는 지난 2월 아버지를 여윈 김세룡군의 손을 말없이 잡아 주신다. 김세룡씨는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아버님이 손을 잡아주실때 가슴이 뭉클했단다.

이들에게는 모두가 나의 부모이며, 모두가 나의 자식이었다.

부모님들에게 심정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얼마나 단단하게 맺혔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난 2월 7일 수배자 김세룡(26)군 아버지 장례장면을 담은 영상을 담은 "어느 수배자의 하루"를 보면서 모든 어머니들은 눈물을 닦았다.

얼마전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와 관련된 KBS 100인 토론에 나온 박홍씨는 수배자들에게 "자수하고 떳떳하게 털고 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자리에 참석한 모든 부모들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자수를 하냐?"며 "우리 자식들이 살인을 했나, 아님 남에게 피해를 주었냐"며 한결같이 수배자들의 떳떳함을 강조한다.

한때 형사를 데리고 찾아서 자식을 잡아가라고 했을 정도로 딸의 활동을 반대했던 조헌임(부산대, 수배 4년째)씨의 어머니가 지금은 "내 자식이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고 간첩도 아닌데 왜 수배를 내리느냐?"며 한총련 정치수배의 부당성을 강변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한총련 수배 문제 해결을 언급했고, 강금실 법무부장관도 어제(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구속 수사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총련 정치수배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다. 그리고 이적 규정 철회를 위해서는 한총련을 이적으로 몰고간 국가보안법의 폐지이다.

분단 50년으로 인한 이산의 아픔도 크지만 수배 7년으로 인한 아픔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이요 부끄러움이다. 정치수배를 포함한 모든 양심수가 없는 날이 하루빨리 와서 더이상 이산의 아픔이 없는 날을 기대한다.장상종 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2003년04월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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