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와 스님의 21일째 삼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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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4-23 00:00 조회1,64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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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이틀째 초여름 기온을 보여주는 더운 날씨다.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고 있는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을 만나 보기 위해, 대천 I.C에서 21번 국도를 찾아 보령시로 들어갔다. 홍천 방향으로 쭉 올라가니 경찰이 길을 통제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깃발과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의 모습과 그 뒤를 따르는 행렬이 보였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방법밖엔 없어."
문규현 신부가 삼보일배를 하게 된 동기에 대해 생명과 평화를 위한 일 중 이보다 더 절실한 일이 어디에 있냐고 말했다. 오체투지(五體投地)의 마음으로 이마를 땅에 대는 문규현 신부는 "평양까지 가야하는데 아프면 안되지. 벌써 1/3이나 했잖아"라며 희망을 내비쳤다.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약 십팔만배를 해야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길의 거리만 해도 7백 80리길(총 3백 5km)이다. 진행관계자에게 갈 수 있겠냐라고 물으니 "이 분들은 목숨 걸고 시작하셨기에 꼭 해 내실 겁니다"라고 답했다.
▶`발걸음` [사진 - 통일뉴스 왕준영기자]
6시에 기상해서 8시에 출발.
"온 세상의 생명의 평화와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해서 오전 중에는 500여 미터 행진 후 10여분간 휴식을 취하지만 몸이 지친 오후에는 300여 미터 행진 후에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17일인 오늘은 삼보일배를 시작한지 21일째 되는 날이다. 한 행사진행자는 "20일까지는 괜찮았는데 21일째라서 그런지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오늘의 행사가 끝날 때 쯤에 200여 미터 행진 후에 휴식을 갖기도 했는데, 신부와 스님이 자리에 누울 때 자원봉사자들이 연신 팔과 다리를 주무르는 모습을 보니 이 고행이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만의 고행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의 뒤를 따라 삼보일배를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녹색연합의 김제남씨였다. 자신은 어르신들 하시는 것에 비하면 흉내도 못 낸다며 조용히 뒤를 따르다 가겠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생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신 수경 스님의 팔을 주무른다. 알고보니 이 학생은 대천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김자훈이라고 한다.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니 학교에 현장학습을 신청하고 엄마가 가라고 해서 왔다고 한다.
이 행사가 무슨 행사인줄 아냐고 물어보니 "방조제 막기 위해 하는 거잖아요"라고 답한다. 자훈이는 신부님과 스님이 많이 힘드실 것 같다며, 힘내서 꼭 성공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자신도 계속 걸으니깐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있다는 말도 덧붙혔다.
오늘의 일정은 4시도 안 돼서 끝났다. 목적지는 보령시농업기술센터였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부안 내소사에서 준비한 국수를 저녁으로 먹었다. 문규현 신부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며 휴식을 취했지만, 수경 스님은 몸이 안 좋은지 천막 안에 계속 누워 있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이 이 고행을 시작하면서 세 가지를 안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한다. 첫째,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 둘째, 지붕이 있는 곳에서는 쉬지 않겠다. 셋째, 차를 타지 않겠다. 그런데 딱 한 번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잔 적이 있다고 한다.
금강하구 둑에서 강가에 천막을 쳐 놨는데 바람에 천막이 날아가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여관에 들어갔는데 그날 밤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왜냐면 공기가 너무 더워서 잘 수 없었다며 차라리 자신들에게는 천막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문규현 신부는 삼보일배를 시작한 이래로 미사를 꾸준히 지냈다고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7시에 미사를 시작했다. 모인 신도는 이 순례단의 도우미 신요한(29)씨와 홍숙경(30)씨 뿐이였지만 그 따스함만은 다른 미사자리 못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 신부는 오늘은 부활절 3일전이지만 또한 사제의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날은 바른 사제가 되기 위한 날이며, 자신이 이 고행을 택한 것 역시 바른 사제가 되기 위해 시작했기에 오늘은 뜻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의 발걸음은 사랑의 발걸음이며, 징검다리를 놓는 발걸음이라며, 통일은 평화를 위한 길목이며 평화는 통일의 도착점이라고 말했다.
청년한의사협회에서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저녁에 찾아온다고 한다. 문규현 신부가 미사를 드리는 동안 수경 스님이 먼저 침을 맞고 부황을 떴다.
한 한의사가 수경 스님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면서 "이 상태는 주리를 틀면 뼈가 물러나는데 그 상태와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무릎에 관절액이 차고 근육이 부어서 많이 안 좋다고 하자 수경 스님이 "서울까지만 가게 해주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증이 오면 그걸 잊기 위해 생각을 집중해서 속도를 내서 빨리 간다고 수경 스님이 말하자, 문규현 신부는 "내가 아까 따라 가느라 죽을 뻔했다"며 그 자리에선 농담으로 말했지지만, 밖에 나와서 "아 그래서 아까 그렇게 빨리 갔구나"라고 혼잣말을 하는 걸 들으니 문규현 신부도 많이 걱정이 되는 듯 했다.
주위에서는 날씨가 계속 더워지는 걸 걱정해서 삼보일배 대신 백보일배(百步一拜)를 하라고 권하기도 했지만 백보 세다가 도중에 까먹겠다며 삼보일배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하지만 5월이 되면 땅과는 달리 아스팔트는 충격에 대한 흡수력도 없지만 더욱 큰 일은 지열이다. 계속 날씨는 더워질텐데 아스팔트가 내뿜는 지열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료를 다 마치시고 나온 수경 스님이 밖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우리 축구나 한판 할까?"라고 말하자 주위에서 "안 된다고, 축구는 안 된다고 차라리 족구나 한판 하자"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정말 서울, 아니 평양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만약에 노무현 대통령이 새만금 사업을 물거품으로 만들겠다고 발표를 하면 그땐 이 고행을 그만 두겠냐"라는 질문에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은 "우리는 그래도 서울까지 간다. 그때는 절을 하면서 춤을 추면서 가겠다"라고 말하는 걸 보고 이들의 뜻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어본다.
왕준영 기자 (jywang@tongilnews.com)
[출처;통일뉴스 4-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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