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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3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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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6-13 11:26 조회7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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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3 회)

1 장

경비국에 간 최현은 국직일관실에 나와 기다리고있던 부국장으로부터 장군님께서 최현이 철호를 입원시킬 때 오고는 정세때문에 한번도 안와봤다는것을 아시고 몹시 언짢아하셨다는것이며 그로 하여 국에서 자기를 불렀다는것을 알았다. 최현은 그 길로 돌따서 병원을 찾아갔다. 숲에 둘러싸인 병동에 들어가 남향 골방의 문을 열었을 때 철호는 애의 기저귀를 갈고있었다.

《잘 있었슴둥?》

최현이 빙그시 웃으며 들어서자 철호는 너무도 깜짝이라는듯 눈이 다 둥싯해졌다.

《무슨 일이 생겼어요?》

최현을 훑어보는 철호의 얼굴에는 반가움보다 의아스러운 빛이 더 짙었다. 부부간이라지만 빨찌산때부터 언제한번 사사롭게 자기를 《돌봐주는》 남편이 아니였고 또 그것을 의당한것으로 알고있는 철호였기에 더욱 그랬다. 더구나 최현으로 보면 선전포고없는 전쟁의 일선에서 틈바삐 지내는 사람이 아닌가.

《좀 어떻소?》

최현은 대답대신 이렇게 되묻고나서 철호를 한동안 여겨보다가 그로써는 매우 례외적인 말을 하였다.

《동물 보러 왔소.》

《원 당신답지 않게.》

철호는 평범한 남편으로 환원된 《상관》의 변화된 태도에 놀라움과 기쁨을 금치못하며 얼굴이 다 빨개졌다.

《그러고보니 룡옥의 점이 신통해요. 그애가 당신 온다는게 아니예요.》

《그앤 어데 있소?》

《장군님댁에 갔어요. 무슨 더펄인지 군사놀이를 한다며 늘 장군님댁에 가 붙어살아요.》

《건 날 닮아 그런거야.》

최현은 시물시물 웃으며 침대가에 눕혀놓은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이제 한돌밖에 안되는 어린것은 최현을 빠금히 보면서 종주먹을 입에 대고 열심히 빨고있었다.

《배고파 이러지 않소?》

《금방 젖을 먹었는걸요. 근데 이 며칠 혼났어요. 애가 열이 나서 글쎄 장군님한테서까지 전화가 오구 의사들이 뛰여오구-》

《동무가 설레발친것 아니요?》

최현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더없이 흐뭇한 기색이였다.

《이젠 일없어 보이는걸.》

《감기래요.》

《그런걸 떠들면 어떻게 하오?》

《누가 떠들었나요. 의사들은 장군님한테 알리진 않았다는데-》

《장군님께서 모르시는 일 있는줄 아오.》

최현은 어린애의 보동보동한 볼을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보고는 수염이 꺼칠꺼칠한 입술을 가져갔다.

《안돼요. 얼굴도 씻지 않고.》

철호가 아이를 돌쳐 안았다.

《허허.》

최현은 면구스럽게 웃고는 강보를 싼 궁둥이 어방을 가볍게 두드려주는것으로 아버지의 애정을 표시하고 돌아서려다가 그만 희다못해 푸른 흰자위에 머루알같이 령롱한 눈동자에 끌려 시선을 뗄수 없었다. 끝없이 맑은 눈, 눈섭 한번 깜박이지 않고 올려다 보다가 배시시 웃는다. 입술이 벌려진 사이로 이도 안난 발깃한 이몸이 드러났다. 최현은 부지중 따라웃으며 《응아, 응아》혀소리를 내다가 그만 성난 얼굴로 허리를 폈다. 방금까지 떠돌던 너누룩하고 애정깊은 아버지의 표정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너무나 다른 엄청난 현실이 그의 앞에 육박해왔다. 조총의 일제사격… 쓰러진 전사의 굳어진 동공… 소리없이 눈물을 뿌리던 녀인… 그러나 여기에는 웃고있는 아이가 있다. 신랑의 나귀와 신부의 꽃가마, 창밖으로 본 도시의 환희롭고 생신한 흐름…

그런데 적의 포탄은 예까지 날아올수도 있지 않은가.

《여보, 당신 왜 그래요?》

철호의 놀란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이끌어왔다.

《아, 아니.》

최현이 혼자소리하듯 뇌이며 침대 한머리에 앉자 철호는 아이를 맞은편 침대에 눕히고 남편과 마주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당신 저 아이가 곱지?》

동문서답이다. 철호는 억이 막힌듯 두눈이 동그래서 남편을 쳐다본다.

《그래 아이가 곱지 않고 밉겠어요.》

《어른이 돼두 지금처럼 고울가?》

《크면 더 그렇겠지요. 제 키운 정까지 합쳐 생각되겠는데…》

철호는 근심스럽게 최현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전방에서 또 무슨 일이 있었군요. 희생이 많았어요?》

《응, 아니… 저 그런데 다 나았다더니 어찌된 일이요?》

《왜요?》

《내가 동무한테 와보지 않는다고 장군님께서 성을 내셨다오.》

《그래요-?!》

철호는 저으기 놀라면서도 눈가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현은 눈살을 찌프렸다.

《동무가 무슨 약한 소리를 한게 아니요? 난 동무가 빨찌산때를 다 잊어버린 아낙네가 될가봐 겁나오.》

《제가요?》

철호는 억이 막힌듯 조용히 웃고는 진중한 기색으로 돌아갔다.

《사실 요즈음 여러 동무들이 문병을 왔어요. 지방에서 출장오는 동무들까지 들리군 해요. 장군님께서 가보라고 하신다는거예요. 김정숙동무랑 안길동무랑 잃으신 후부터 장군님께선 우리들중에 조금만 앓아도 몹시 근심하며 걱정해요. 그때문에 난 아직도 퇴원을 못하고있지요. 며칠전엔 장군님께서 첫물딸기며 사과랑 보내주셨어요.》

최현은 눈언저리가 불깃해진 안해의 얼굴을 보며 말먹은 사람처럼 번히 앉아있었다. 빨찌산때 입은 동상으로 늘 까칠하게 타있던 철호의 얼굴에 한결 화색이 돌고 볼언저리가 보얗게 고와진것이 다 장군님께서 세심히 보살펴주신때문이라는 생각이 가슴덥혔다.

최현의 심정을 알아차린 철호는 반쯤 돌아앉아 아이의 가슴을 다독거려주었다.

《그래 잔등이 쏘던것은 어떻소?》

이윽하여 최현이 물었을 때 철호는 웃음띤 얼굴을 쳐들었다.

《다 나았어요.》

《그렇다면 퇴원하는것이 어떻소?》

《저도 그 생각이예요. 한데 병원선생들은 장군님께서 말씀이 계셨다고 하며 놔줄념을 안해요.》

《지금은 너무 편안할 때가 못되오. 뭐이 심상찮소.》

최현은 시름겹게 말하고는 애기의 눈시울이 까풀거리다가 소르르 감기는 모양을 넋없이 바라보았다.

문기척소리에 최현은 얼른 침대에 가앉고 철호는 이미 잠든 아이의 가슴을 또다시 다독이기 시작했다. 《들어오시오.》라는 최현의 목소리가 울리자 문은 조용히 두드리던 때와는 판판 달리 활짝 열렸다.

《최현동무 아닙니까?》

활기찬 기쁜 음성과 함께 중성 네알을 단 해군군관이 뛰여들었다.

《아니 이거 새애기 춘국이 아닌가?》

최현이 팔을 쩍 벌리자 두사람은 얼싸안고 돌아갔다.

《군데 해군부사령관이랍시는 사람이 이 내륙에 와선 뭘하자는거요?》

최현이 먼저 자리에 앉으며 시까슬듯 한마디 하자 철호가 눈을 빨았다.

《어쩌다 만나서 한다는 소리는.》

하면서 입가에 곱게 웃음을 그린채 상두대밑에서 사과를 꺼내 깎기 시작하였다. 최춘국은 최현이와 철호를 씨물씨물 웃으며 보다가 먼저 얼굴부터 붉히며 롱담조의 말을 꺼냈다.

《나도 〈몽골해군〉이지요. 그래서 이걸 벗으려고 재주를 부리고는 있는데 잘 안됩니다.》

《여보, 다시 우리쪽에 지원을 오게나. 괜히 이렇게 신수펀펀한 사람의 병문안입네 하고 소일하지 말고-》

최현이 철호를 눈짓하며 지꿎게 롱담을 들이대자 최춘국은 또 한번 씨익 웃었다.

《한창 정담을 나눌 때 내가 방해를 시켜 안됐습니다.》

《실없는 소리! 이거나 드세요.》

철호가 사과 한알을 반쪽씩 갈라 내밀었다.

《주겠으면 옹근알로 주지.》

최현이 타발하자 철호는 잽싸게 말을 받았다.

《그것도 춘국동무덕에 맛보는줄 알라요.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사과여서 한알 남겼던건데-》

《그렇소? 그렇다면 동무가 먹어야지.》

최현은 사과를 상두대우에 슬며시 도로 놓았다.

《허, 원앙새부부도 부러워할판이군요.》

최춘국이 이죽거렸으나 최현은 덤덤히 웃었을뿐 응대하지 않았다. 최춘국은 사과를 조금씩 떼여 음미하듯 천천히 먹고는 벗었던 모자를 눌러쓰며 일어섰다.

《어델 가려고?》

《가야지요. 더 방해를 놀순 없고 오늘 저녁은 우리 집에 와서 쉬여야 합니다.》

《좀 있으라구.》

최현은 그의 옷자락을 잡아 끌어앉히였다. 그리고는 문이 반쯤 열린것을 보고 일어나 닫았다. 최춘국이앞에 원탁을 끌어다놓은 최현은 거기에 두팔을 얹은채 심중한 눈길을 쳐들었다.

《좀 묻자구. 해군부사령관이 이쯤 돌아치는것을 봐서는 특별한것이 없을듯 하네만 내 봐서는 정세가 매우 긴장한것 같은데… 그래 어떤판인가?》

최현의 물음에 최춘국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아니였다.

《그야 최현동무가 더 잘 알지 않습니까. 모든 문제가 38선에서 시작되고 끝나는것인데-》

《아니 난 정식 묻는거야.》

최현은 초조한 안색이였다. 최춘국은 원탁에 놓인 꽃병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왼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심중한 말을 할 때면 의례하는 버릇이였다.

《내가 보건대 정세는 전쟁접경에 이른것만은 사실입니다. 다만…》

최춘국은 꽃병밑굽에 《경성도자기》라고 쓴 글을 물끄러미 보며 생각을 굴리다가 《다만이 뭔가?》 하고 최현이 재촉해서야 띠염띠염 말을 잇기 시작했다.

《놈들한테 어느 정도의 리성이 남아있는가에 따라 전쟁이 몇년 뒤늦게 일던가 아니면… 정말 안일어날수도 있겠지요. 물론 우리의 진지한 노력과 성의를 전제로 해서입니다만.》

최춘국은 작년도에 있은 적의 《동서해안절단작전계획》까지 비친 후 최근 집계된 정세자료를 말하기 시작하였다. 눈치빠른 철호가 군사비밀론의라고 생각하여 자리를 뜨려 하자 최춘국이 말렸다.

《이건 비밀이 아닙니다. 보위성가족강연회에 나가 한 말을 되풀이하는거니까. 또 철호동무야 예비역군관이 아니요.》

《그러니 놈들의 해안침공기도는 좌절된셈이다 이거겠군?》

《그렇지요, 우리가 해안방비까지 꾸리니까 놈들이 포기한셈이지요.》

《그럼 동무는 건달로 될것 아닌가. 해안방어사령관이라는 이름은 좋네만 임자야 보병에 걸맞지.》

최현의 말에 최춘국은 웃었다.

《나도 그 생각입니다. 이제부터 거기가 꽤 바쁘게 될겁니다.》

《옳아, 놈들이야 땅을 먹자고 하지 바다물을 먹자고 하는건 아닐테니까. 그래 동무생각엔 어떤가, 쌈이 일어날것 같은가?》

《글쎄요. 놈들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꼭 터질것 같기도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올초에 트루맨과 애치슨이 자기네 방위권에서 남조선을 빼버린다는 선언을 두고 적들이 침공야욕을 단념하지 않았는가고도 생각합니다.》

《여보, 그따위 중의 념불같은 거짓부리엔 귀도 기울이지 말라구. 뭐 트루맨이 그렇게 줴치는 때 맥아더는 어쨌나? 리승만과 채병덕을 만났지. 그로부터 리승만과 채병덕의 북침지랄이 얼마나 더 극심해졌나?》

최현의 눈에서는 불이 일었다.

《어저께 우리한테서 또 한 전사가 죽었어. 105미리 포탄이 날아와 터졌지. 생각해보면 무서운 흉계가 있는 도발이야. 그저 도깨비한테는 방맹이가 제일인데…》

《허, 또 옹진사건때처럼 그러자고 그럽니까? 참으셔야지요.》

최현은 작년도에 옹진쪽에서 쳐들어온 적들이 부녀자들과 소까지 빼앗아가는것을 보다못해 38선을 넘어 쫓아나가려다가김일성동지로부터 되게 꾸지람을 들은적이 있었다. 최현은 그때 생각이 나는지 얼굴이 확 붉어져올랐다.

《인내성도 한도가 있지. 가만 둬두면 둬둘수록 개지랄이거든. 작년 옹진사건때 내가 내치겠다니까 장군님께서는 비판하시면서도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라고 하는데는 동의하셨어. 때려야 돼! 때려야!》

최현은 격하게 부르짖으며 원탁을 두들겼다. 그 소리에 잠들었던 애가 깨여나며 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에구 당신도-》

이야기를 듣는데 열중해있던 철호가 혀를 차며 일어나 아이를 안고 둥게둥게 얼렸다. 최현은 그것도 아랑곳않고 열이 나 말했다.

《결론은 전쟁이 터질것인즉 불이 일면 단매에 놈들의 혼맹이를 뽑아버릴 잡도릴 하는거지. 세계가 어떻고 정치가 어떻고 하는 문제는 후차야. 지금 동무 말을 들어보니 새애기 춘국이가 정치가로 돼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 좋지. 하지만 우리는 장군님 받드는 군사간부야. 전쟁이 일면 동무나 내가 막아치우겠다는 강심을 먹는게 첫째야!》

《허허, 그래서 난 어떻게 하면 다시 보병으로 갈가 아글타글합니다.》

《건 무슨 소리야?》

《사실 오늘 병원에 온것도 그래서 왔습니다. 39년도에 다친 다리가 지금도 뻘찌인줄 알고 〈사무관〉노릇에 맘붙이란건데… 지금 정세루야 어디 그렇게 도피할수 있습니까. 그래 우선 다리가 성하다는것을 증명시키고 보병에 가는 공작을 하려는것입니다.

오늘 렌트겐을 해보니 파편은 그자리에 있긴 하지만 일없답니다. 글쎄 일없지 않을수 없지요. 그때 철호동무가 갖은 정성을 다해 치료해 나은것인데.》

최춘국은 싱그레 웃으며 철호를 곁눈질했다. 그는 다리의 부상처를 얘기할 때마다 늘 최현의 안해인 철호의 희생적구완을 잊지 않는다. 적 《토벌대》가 싸다니는 산속 바위밑에서 근 20일 철호가 지어주는 죽을 먹고 철호가 찧어주는 풀잎을 다리에 싸붙이고 상처를 고쳤기때문이다. 그래서 철호와 춘국이 사이가 더욱 자별한것이고 그로 하여 최현은 마치 춘국이를 친혈육으로 대하는것이였다.

《그건 그거고.》

최현이 말을 자르고 화제를 다른데로 이끌었다.

《요지음 장군님께서 무슨 구상을 하시는지… 혹 모르나?》

《군대와 관련된것말입니까?》

《물론, 나와 자네는 군인이 아닌가?》

《그야 전들 잘 알겠습니까. 그런데 그저께 강건동무가 38선 중부와 동부를 시찰한다고 떠났습니다.》

《음.》

최현의 눈섭이 꿈틀하며 량미간에 모여들었다.

《이건 사태가 간단치 않다는것이요. 장군님께서는 뭔가 내다보셨어.》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적의 어떤 도발에도 말려들지 말데 대하여 수차 강조하시였습니다.》

최현은 손잔등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말했다.

《하긴 그래. 말이 났으니 말이지 장군님께서 나를 38선에 보낼 때 뭐라고 하신줄 아나? 38선을 굳게 지키는것은 전쟁을 막는길이라고 했네. 우리가 강하면 적들이 덤벼 못들것이라고… 옹진사건때에는 나를 비판하시면서 우리 땅에서 우리 인민의 피가 흐르면 어쩌느냐고 하셨소. 그때 나는 속이 띠끔했소.》

최현은 벌떡 일어나 거칠게 숨을 쉬며 오락가락하다가 창가에 머물러섰다. 마당에 승용차 한대가 와 서는것을 보고 최춘국에게 물었다.

《저게 누구 찬가?》

최춘국이 반쯤 몸을 일으켜 내려다보다가 《강동무》 하고 소리쳤다. 그러나 차에서 내린 사람은 못들었는지 그대로 정문으로 들어섰다.

《강부관이구만… 저 사람을 만나야겠어.》

최현이 어깨에 쓴 위생복을 벗는데 최춘국이 그의 손을 잡았다.

《병원에 왔으니 여기 들릴것입니다. 그가 여기 말고 어디 오겠습니까?》

최현이 그럴상싶어 주저하고있는데 아닐세나 문기척소리가 나며 수수한 차림에 역시 사람좋게 수수한 얼굴의 강부관이 들어섰다.

《여기 계셨군요.》

모두걸이로 인사를 하고 최현이와 악수를 나눈 강덕수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후 정중한 자세로 말했다.

《최현동지, 장군님께서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최현동지를 부르시였습니다.》

《장군님께서?… 지금 댁에 계시오?》

《아닙니다. 최현동지가 혹시 다른데 갈가봐. 미리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음, 알겠소.》

아이를 둥싯거리던 철호는 최현의 수염이 거밋한 턱을 념려스레 보며 《여보!》 하고 속삭였다. 그러나 그가 주의의 말을 꺼내기전에 최현은 거울앞에 다가가 수염을 쓸어보며 눈을 껌벅거렸다. 그러다가 홱 돌아서서 춘국이의 어깨를 툭 쳤다.

《리발소가 어데 있나?》

여섯시였다.

바로 그 시각 풍을 친 풀색 찦차가 창광산기슭의 보위성청사로 쏜살같이 들이닥쳤다. 날씬한 몸매에 갸름한 얼굴, 유난히 까만 눈섭에 상아빛얼굴이 무척 단아하게 생긴 30대의 장령- 강건참모장이 정문보초의 경례도 받지 못한채 거의 뛰듯이 달려올라갔다. 그런데 3분도 못되여 그가 역시 올라가던 식으로 다급히 달려내려왔고 뒤따라 최용건보위상이 그 장대한 몸집에 비해서는 매우 날파람있다고 할 걸음으로 층계를 내려왔다. 두사람은 쥐빛 뽀베다를 타고 곧추 내각청사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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