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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예술

2009년 제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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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3-04-05 19:33 조회6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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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푸르러 설레는 조국산천에

심어가꾼 한그루 나무도 없이

참다운 애국을 어이 말하랴

그 어이 말하랴

동무여 더운 땀 이 땅에 바쳐

내 조국 빛내는 보람찬 길에

아름다운 생의 자욱자욱을

새기여가자

 

열두삼천리벌 한가운데 차를 멈추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멀리 동뚝길쪽으로 줄지어 걸어가며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소리에 오래도록 귀를 기울이시였다.

어깨에 단으로 묶은 나무모들을 목총처럼 둘러메고 가는걸 보니 봄철나무심기에 떨쳐나선 아이들이다. 장난 벌찬 시절이다. 좁은 동뚝길을 걸어가면서도 앞선 아이의 나무모를 툭툭 나꿔채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나무모단을 총창처럼 휘두르며 서로 다쫓을내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저런, 저녀석이 어쩌자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쫓기던 아이가 경사진 동뚝밑으로 쯔르르 미끄러져내리는것을 보며 차에서 내리시였다.

아니나다를가 미끄러져내린 아이는 동뚝밑으로 흐르는 내가에 첨벙 빠지고말았다. 그리고도 무엇이 좋은지 뒤쫓아온 녀석에게 물벼락을 퍼부으며 깔깔 웃어댔다.

《원, 녀석들두, 핫하하…》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리에 량손을 얹고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그러시는것을 알리없는 아이들은 서로 물참봉이 되여가지고도 싱갱이질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은 장군님께서 자기들을 지켜보고계신다는것은 상상도 못할것이다. 자기들이 늘 다니던 비좁은 포전길 한옆에 차를 세우고 바라보시는분이 꿈결에도 그리던 그이이시라는것을 알면 동뚝이 무너지게 땅을 차며 달려올것이다.

동뚝 한끝에 이른 아이들은 풍겨난 새떼처럼 흩어져 야트막하게 구릉진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애솔포기 몇대만이 다문다문 널려져있는 산이였다. 산은 잠간사이에 아이들로 뒤덮였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갈갬질에 열을 올리던 아이들이지만 일단 나무심기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싶게 구뎅이파기에 열중했다. 소랭이에 부드러운 흙을 담아 날라가는 처녀애들도 있었다.

사내애들은 곡괭이날을 휘둘러가며 직심스럽게 구뎅이를 팠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없이 대견한 눈길로 아이들을 바라보시였다. 이제 저 아이들이 자라 조국보위초소로, 사회주의대건설장으로 떠날 때면 숲도 푸르러질것이다. 고향땅에 뿌리내린 푸른 숲은 그들의 마음속에 간직되여 온 나라 방방곡곡으로 퍼질것이니 나무는 고향뿐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속에도 뿌리내린다 해야 할것이다.

소중한 뿌리였다. 아직은 애어린 뿌리를 박지만 미구에 거목으로 자랄것이다.

《심어가꾼 한그루 나무도 없이…》

김정일동지께서는 노래의 한구절을 소리내여 외워보시였다. 고난의 행군시기 자강도를 찾았을 때 압록강 중류대안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원목더미들을 아픈 심정으로 바라보시던 일이 선히 떠오르시였다. 그옆에는 도당책임비서 연형묵이 거밋한 얼굴을 숙이고 서있었다.

《내가 말했지, 나무를 찍는건 역적행위와 같다고.》

그이의 엄한 음성이 찬 공기를 누비며 얼어붙은 강 대안을 쩡 하고 울리였다.

《…》

《누가 나무를 찍으라고 했는가?》

《장군님.》

연형묵의 얼굴이 컴컴해졌다.

《안돼.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산천들까지 두번다시 수난을 겪게 할수는 없소.》

그이께서는 격한 심정을 달래시듯 아아하게 뻗어나간 산발들을 바라보시였다. 낯익은 산발들이였다. 그 산발들 어느 한 곳엔가는 자신께서 어린 동생과 함께 심으신 두그루의 잣나무도 서있으리라.

이제는 거목으로 자랐을 잣나무다. 시간이 없어 찾아가보지는 못했지만 자강도에 오실 때마다 가끔 떠오르는 잣나무였다.

불구름 피여나던 전화의 나날이였다. 아버님과 헤여져 어린 동생의 손목을 잡고 올랐던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의 나날 무엇보다 그이의 가슴을 아프시게 한것은 미국놈들 폭격에 불타버린 조국산천이였다.

거밋하게 불타 늘어진 나무들은 마치 구원을 부르는 애처로운 손길같아 차마 발길이 옮겨지지 않으셨다.

파괴된 공장과 농촌은 복구하면 되지만 불타버린 산촌은 대를 물려야 제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이 가슴아파 장강땅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어린 동생과 함께 장자산기슭에 두그루의 잣나무를 심으시였다. 락엽이 흩날리는 가을이였다. 고산지대 찬바람에 언손을 불며 어린 동생이 물었다.

《오빠, 언제면 이 산이 다시 푸르러지나?》

《오래 걸린단다, 무척 오래.》

자연에 밝으신 그이께서는 알고계시였다. 고산지대자연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가를. 이제 불타버린 산에 봄이 오면 가시딸기를 비롯한 떨기나무숲이 우거질것이다. 그것이 몇해 자라느라면 그사이를 누비며 봇나무며 황철나무를 비롯한 넓은잎나무들이 자라올라 떨기나무를 덮어버리며 숲을 이룬다.

어찌보면 숲은 넓은잎나무로 뒤덮일듯 하다. 하지만 그속에서 자라난 바늘잎나무들이 늦었지만 끈덕지게 자라올라 넓은잎나무를 누르고 무성한 바늘잎나무숲을 이룬다. 그 수림이 거목으로 자라 다시 옛 수림의 모습을 찾기까지는 수십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흐른다. 이것이 수수만년 반복되는 자연의 순리다. 그 순리를 바꾸어놓고싶으신것이 그이의 심정이시였다.

《이렇게 나무를 심으면 빨리 푸른 숲을 볼수 있단다.》

아직 자연의 리치를 설명해주시기에는 어린 동생이였다.

그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다. 전쟁의 상처는 가시여졌고 산촌은 다시 푸르러졌다. 그랬던 숲이 다시 시련을 겪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없이 서만 있는 연형묵을 바라보시였다. 언제봐야 성미가 시원시원하고 생각이 대틀인 연형묵도 눈앞에 쌓여진 원목더미를 보고는 입을 열지 못한다.

나타난 현실은 법적시행에 해당한다.

《어떻게 책임지겠는가? 말해보라.》

그이의 엄한 시선은 이렇게 묻고있었다.

《장군님, 제가…》

철문같이 꽉 닫겨져있던 연형묵의 입귀가 씰룩대더니 이 말이 쥐여짜듯 새여나왔다.

그이께서는 놀라운 눈길로 연형묵을 바라보시였다.

물론 연형묵이 나무를 찍으라고 승낙하지는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일부 일군들의 그릇된 처사를 제지시켰어야 옳지 않았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것이 더 노여우시였다.

언듯 머리를 든 연형묵의 눈귀에 진한 물기가 번득였다.

그이께서도 침묵하시였다. 연형묵의 심정을 안다기보다 페부로 실감하고계시는 그이이시였다. 고난의 행군의 마지막고비를 넘기는 자강도였다. 한톨의 쌀도 대가 없이는 받아올데가 없는 자강도였다. 나무자 곧 쌀이였다. 그 쌀을 위해 자기가 심어가꾼 살점같은 나무에 손을 대지 않으면 안되는 엄혹한 시련의 나날이였다. 오죽하면 연형묵이 나라법을 어긴다는것을 알면서도 그답지 않게 침묵을 지켰겠는가.

하지만 그이께서는 허용할수 없으시였다. 산림은 후손만대에 물려줄 나라의 귀중한 재부로서 그 누구도 손을 댈 권리가 없었다.

그이께서는 더 말씀하지 않으신채 발길을 돌리시였다. 다만 숙소로 돌아오시는 길에 한마디 하시였을뿐이다.

《연형묵이 오죽하면 대를 못 세웠겠는가.》

일군들로부터 이 말씀을 전달받은 연형묵은 그 말씀을 자신에게 주신 량심의 시효기간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한다. 옳게 말했다.

그것은 보상을 전제로 한 시효기간이였다. 연형묵이 그 시효를 잘 넘겼다. 발전소를 건설하고 공장을 돌려 고난의 행군을 극복하고 남먼저 락원의 행군길에 오르게 했다. 하지만 우거진 푸른 숲만은 보지 못하고 저세상사람이 됐다.

《사람두, 그렇게 가다니.》

김정일동지께서는 입속으로 나직이 뇌이시였다. 사랑하는 전사의 모습이 오래도록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아 마음이 진정되지 않으시였다.

아이들을 보니 떠나간 전사가 더 그리워지시였다.

그가 살아서 저 아이들을 본다면 얼마나 기뻐하랴.

김정일동지께서는 나무심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시종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지금은 비록 애어린 나무지만 미구에 억세인 뿌리를 내릴것이다. 그 뿌리로 하여 조국은 얼마나 더 강대해질것인가. 떠나간 전사들이 바란것도 바로 그 밝은 앞날이였다. 그래서 더더욱 생각이 깊어지시는 그이이시였다.

어느덧 지평선우에 타오르던 붉은 노을이 스러져가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아쉬운 표정으로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시며 말씀하시였다.

《이젠 떠나봅시다.》

차가 움직이자 부관에게 말씀하시였다.

《지금 강민혁부총리가 어데 있는지 알아보시오.》

그이의 분부를 받은 부관이 손전화기로 몇마디 주고받더니 《안주지구에 나와있답니다.》하고 말씀을 올렸다.

《안주로 갑시다!》

그이의 분부에 따라 차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였다. 이 토사도로는 마침 안주로 향한것이였다.

한참 달리다보니 전조등빛에 멎어서있는 낡은 화물자동차 한대가 나타났다. 화물차는 차가 어길수 없는 외통다리목을 막고있었다.

다급히 경적소리를 울리던 운전사가 어쩌는수없이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부관이 그리로 달려갔다오더니 난처한 표정을 짓고 김정일동지께 말씀올렸다.

《안주절연물공장 차인데 지배인이 몰고있었습니다. 그의 말이 몽금포에 가서 어유를 뽑아오댔는데 휘발유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우리 휘발유가 남아있지?》

《알았습니다.》

그이의 뜻을 알아차린 부관이 얼른 대답을 올리며 운전사를 바라보자 운전사는 빠른 동작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들 두사람은 짐칸에서 휘발유방통을 내리워 맞들고 화물자동차를 향해 뛰다싶이 걸어갔다.

두사람은 얼른 돌아오지 않았다.

드디여 화물자동차가 다리목을 빠져나가고 두사람이 돌아왔다.

《안주절연물공장은 외아들공장입니다. 내가 그 공장을 잘 압니다. 고난의 행군때 주저앉았던 공장을 지배인이 추켜세웠습니다. 자력갱생으로 이름있는 공장이지요. 모름지기 주원료인 식용유가 없으니 어유로 대신하고있을것입니다.》

그이를 모신 승용차는 화물자동차를 뒤따라 천천히 달리고있었다. 화물자동차의 주인들은 뒤따르고있는 차가 어떤 차인지 모르고 기세좋게 먼지바람을 일구며 달려갔다. 바싹 건조된 토사도로에서 일어난 먼지가 뽀얗게 앞을 가리웠다.

승용차는 안주시 근교에서 멈춰섰다. 차창으로 줄곧 밖을 살피시던 김정일동지께서 멈춰세우신것이다.

부관이 먼저 내리고 뒤따라 내리신 그이께서는 길가에 나서시여 한곳을 바라보고계시였다. 얼마 멀지 않은 둔덕우에 서있는 송전철탑주변이 대낮처럼 밝았다. 집중조명되고있는 송전철탑꼭대기에 한사람이 올라가있었고 그아래에는 무려 수백명도 더 되여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어지럼증을 심하게 느끼는 고공작업의 안전성을 고려하여 밤시간을 택한것 같았다.

얼마후 그곳으로 갔던 부관이 한사람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 사람은 부관에게서 귀뜀을 받았는지 퍽 긴장한 자세였다.

그는 깊숙이 허리를 굽히고나서 정중히 말씀올렸다.

《전력공업성 국장입니다.》

《말해보시오, 국장동무.》

《예, 말씀올리겠습니다.》

국장은 공사의 목적과 중요성으로부터 고압선을 끄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고있다는것과 그 작업이 위험은 하지만 안전담보가 있다는것을 좀 덤비면서 그러나 매우 조리있게 말씀드리였다.

《그 안전담보를 다시 말하시오, 좀 자세히. 대전복이란 어떤것이요?》

《고압을 막아주는 옷입니다. 고압이 걸리는 경우 전기선에서 공기중으로 전류가 자연방출됩니다. 이 전류의 감전으로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됩니다. 대전복은 이 피해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게 되여있습니다.

고압선에 앉은 날새들이 전기에 감전되지 않는것도 이 원리에 기초한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군대에서 말하는 방탄복과 같은거겠구만.》

《예, 옳습니다. 원래는 방전복이라고 해야겠는데 전류와 맞선다는 의미에서 대전복이라고 합니다. 의미를 크게 하느라고 제작자들이 그렇게 이름붙인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알만하다는듯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좀 미타한 점은…》

자기의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것을 느꼈는지 서둘러 말을 잇던 국장은 당돌한 자신의 행동에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말꼬리를 흐렸다.

《미타한 점? 말하오.》

그이께서 채근하시여서야 국장은 용기를 내여 말씀드리였다.

《그 대전복이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한번도 써본적이 없다는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처음 써보겠소?!》

그이의 시선에 긴장한 빛이 어리시였다.

《예, 그래서 론의가 많았습니다. 누구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있는 때에 제대군관출신인 안주송배전부 작업반장이 나섰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전쟁판에서 누구의 결론을 받고 화구를 막는가, 가까운 앞날에 강성국가를 건설하자고 하는데 이런 때 당원들이 한몸 내대지 않으면 누가 내대겠는가.…》

《음!…》

《그래서 막을수 없었습니다. 대전복으로 해보자는것은 저의 착안이였는데 그것이 튀면 다른 방도가 없기도 했고…》

《부총리는 뭘 했소?》

그이의 음성이 엄하게 울렸다.

《그도 별재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험하기로 했소?》

《그런것은 아닙니다. 그는 자기가 대전복을 입고 고압시험을 해보았습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국장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황황히 설명하여드리였다.

《고압시험이라는건?》

《인위적으로 고압을 형성해놓고 하는 시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미타합니까?》

그이께서 다우쳐 물으시였다.

《대전복이 얼마나 견디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고압속에서 대전복은 자연마모되게 되여있습니다. 지금 3시간 지나갔습니다. 모두 손에 땀을 쥐고있는건 그때문입니다. 군당과 군인민보안서에서도 나와있습니다.》

《부총리는 뭘하고있소?》

《그는 공사를 총지휘하고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때 부관이 대신 말씀올렸다.

《장군님, 제가 장군님께서 오시였다는것을 알려주었을 때 그는 시간을 다투는 긴장한 전투를 지휘하고있었습니다.》

…수백쌍의 눈길들이 초긴장속에서 아찔한 허공의 고압선에 매달려있는 송배전부반장을 바라보고있었다. 올리는것은 오직 무선전화기를 손에 든 강민혁부총리의 목소리뿐이였다.

고압선에 생산이 매인 련관기업소의 일군들은 다 모인것 같다.

허우대가 늘씬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책임비서의 얼굴이 제일 크게 눈에 띄웠다. 그는 자기가 가지고온 화물자동차옆에 서있었는데 적재함에는 100키로그람이상 나가는 돼지가 10마리나 실려있었다. 공사가 끝나면 송배전부 로동자들에게 남흥의 이름으로 한상 차리겠다는것이다. 그럴만도 했다. 이 공사와 관련하여 고압선을 당분간 정전시키겠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제일 펄쩍 뛴것이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였다.

당분간이 아니라 1초도 안된다, 우린 당장 비료공장시운전을 앞두고있다, 그 시간이면 비료 수백톤이 하늘로 날아나는것과 같다, 절대로 안된다. 그랬던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여서 전기를 끄지 않고 공사를 한다고 하자 제일처럼 기뻐하며 발벗고 나선것이다.

《남흥, 쬐쬐하게 돼지 10마리가 뭐야.》

《다 생각이 있지요. 이건 선불입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총리의 말에 능청을 부리며 선손을 쓰던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책임비서도 지금은 한옆에 물러나 지켜만 보고있다.

돼지소리가 소란스럽다고 부총리가 버럭 증을 냈기때문이였다.

고공에서 일하는 사람은 지상에서 울리는 자그마한 소음에도 신경을 쓴다. 그 소리를 막느라고 강민혁은 무선전화기를 두손으로 감싸안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있었다.

하지만 부관은 이 모든 사실을 다 말씀올릴수 없었다.

그이의 시간이자 나라의 시간이였다.

《다만 제가 장군님께서 오시였다고 하자 그는 장군님께서 다 아실거라고 하면서 지휘를 계속했는데 그 말도 목이 쉬여 제가 겨우 알아들었습니다.》

그 말에 김정일동지의 목소리가 확 갈리시였다.

《역시 강민혁인 전기파야.》

미구에 차가 떠났다. 끝을 보고 떠나시려 했으나 다음일정이 급하시였던것이다. 강민혁을 만나 함께 가려고 가시던 길도 되짚어오셨으나 사정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

로상을 달리는 차안에는 침묵이 깃들었다. 그이께서는 차안에 울리는 방송소리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오늘 낮 평양에서 있은 인공지구위성발사를 경축하는 군중대회중계보도였다.

이밤 사람들은 잠들지 못할것이다.

사랑하는 조국에 력사적인 사변이 터질 때면 태여난 이 시대가 너무도 소중하여 격정에 잠 못드는 우리 인민이였다. 강성국가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심장을 쾅쾅 울려주는 위성발사소식에 거리와 마을과 일터와 학교들이 떠들썩하고 나라의 막강한 국력에 대한 자랑으로 온 나라 집집들이 잠들지 못하고 격정의 파도가 사람들의 온몸을 휘잡아 끝없이 흥분시키고있을것이다.

밤하늘 은하수에 운명의 쪽배를 띄워놓고 살길을 찾던 인민이 영원한 푸른 하늘, 강성국가의 가없는 우주를 가지게 되였다. 하지만 그 하늘이 어떻게 펼쳐졌는가에 대해서는 다는 모를것이다.

그 하늘이 펼쳐짐으로써 그 어떤 놀라운 일이 일어날줄은 더더욱 알수 없었다. 오직 그이께서만이 모든 일을 예측하고계시였으니 그이께서는 자신의 예측을 믿으시였다. 그것은 예측이자 곧 그이께서 맞물리신 일정의 귀결이였기때문이였다.

《이제 우리가 큰 횡재를 할것 같습니다, 외교전에서.》

방송을 듣고나신 그이께서는 이 한마디만 하시였다.

횡재란 놓고보면 절로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다. 그이께서는 절대로 요행수를 믿지 않았고 바라지도 않으셨다. 모든 일은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놓아야 만족을 느끼시는 그이이시였다.

할일이 많았다. 나라에는 련이어 흥할 조짐들이 보였으나 투쟁은 여전히 간고하고 준엄하였다. 그 투쟁은 새로운 앙양을 요구하고있었다. 앞으로 공화국창건기념일까지는 150일남짓하였다. 150일이란 력사의 흐름에 비추어볼 때 순간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 올해의 결정적대목을 넘겨야 했다. 경제전역의 작전단계를 놓고볼 때 총공세단계라고 할수 있다.

150일전투를 결심하신 그이께서는 그 불씨를 희천에서 심으실 계획밑에 그곳으로 가고계시는것이였다. 그곳에는 150일전투를 지휘할 당과 군대, 국가의 지도일군들이 모여 그이를 기다리고있었다. 이때 차안에는 부관이 틀어놓은 음악이 울리고있었다.

머나먼 혁명의 길에 흘린 피 붉은기에 있고

승리의 천만리우에 영광의 자욱이 있다

수령님 따라서 시작한 이 혁명

기어이 장군님따라 승리 떨치리

우리는 자기를 믿듯 승리를 굳게 믿고 산다

고난의 천리를 가면 행복의 만리가 온다

×

그로부터 며칠후 평양에서는 태양절경축 축포야회가 성대히 진행되였다.

…불, 불보라가 터졌다. 태양절의 이 순간을 기다려 아름다움과 신비의 기적을 재운 조선의 축포가 그 장쾌한 포문을 열었다. 이 땅이 흔들리고 하늘이 번개친다. 무수한 불줄기들이 야공을 향해 날아올라 아름다운 일만경을 펼치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우주가 창공을 활짝 열어 화려한 무대를 내주었다.

거침없이 치달아올라서는 황홀하게 폭발하고 눈부시게 부서져내리는 그 아름다운 모양이 천만가지이고 그 령롱한 색갈 또한 천만가지이다.

지각에 펑펑 구멍이 터진듯 삽시에 화산처럼 솟구쳐올라서는 불비로 쏟아져내리는 불꽃들, 가슴이 후련하도록 타래쳐오르는 불갈기들, 대동강물속에서 분수처럼 터져오르는 불줄기들, 수만명이 야- 하고 환호하는듯 한 신비한 소리를 내는 불보라, 전설의 환상세계런듯 수없이 반짝이며 창공을 뒤덮는 별무리지붕, 무너지게 피여나는 불꽃구름들, 옥류교와 대동교에서 쏟아져내리는 불폭포…

조선의 하늘에 경사가 났다. 어제는 내 나라의 푸른 하늘에 《광명성-2》호가 날아오르고 오늘은 내 나라의 밤하늘에 황홀하기 그지없는 축포가 터져올랐다.

태양절의 우주는 조선의 우주, 조선의 드넓은 활무대로 화하였다. 《광명성-2》호가 수억만개의 별들을 모두 내 나라의 하늘에 내려보내여 마음껏 뛰놀면서 대축전을 벌리게 한것 같다.

하늘이 열리고 인류의 머리우에 무수한 축포가 올랐지만 언제 이렇게도 신비롭고 아름다운 축포, 가슴 후련하고 장쾌한 축포를 본적이 있었던가.

선군조선이 웃고있다. 어둠과 정적에 잠겼던 우주에 눈부신 채광이 차고넘치는것은 조선이 온 지구에 환한 웃음을 뿌린것이다.

강자의 웃음, 승리자의 웃음이다. 하다면 그 웃음의 진정한 형상과 의미는 무엇인가.

차철군은 자기의 수기에 이날의 소감을 이렇게 썼다.

《…이전 같으면 저만한 선물을 인민들앞에 내놓으려면 그이자신이 몇번 보고 또 보시면서 심혈을 기울여 완성하시였을것이나 이번에는 시험발사 한번만을 보시였을뿐이다.

그 시험발사를 준비하신분이 우리 군대에서 우리 대장으로 불리우시는 젊은분이시였다.

뛰여나신 용모, 저 하늘에 터지는 수십만발 축포의 광휘로움을 다 합친것보다 아니, 수억만갈래로 쏟아져내리는 해빛을 다 합친것보다 더 빛나는 그분의 존안을 우리 인민은 머지 않아 뵙게 될것이다. 그리고 환하신 그이의 모습에서 창창한 조국의 래일을 안아볼것이다.

우리 대장동지는 오늘의 축포야회를 보시면서 무엇을 생각하시였을가? 그이를 모시고 인민군군인들속에 서서 축포야회를 본 나도 그 기쁨의 세계를 아직은 모른다.

다만 김정일동지께서 시험발사를 보시면서 하신 말씀에서 그이의 마음속세계를 찾아볼뿐이다. 그 말씀을 오늘의 수기에 적어놓는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고 위대한 우리 인민은 마땅히 축포도 제일 아름답고 멋진 축포를 보아야 한다. 이제 태양절에 우리 인민들이 좋아하게 축포를 크게 쏘려고 한다. 우리 인민을 위해서라면 아까울것이 없고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주고싶은것이 나의 심정이다. 바로 저 축포의 황홀한 색갈과 같이 위대한 우리 인민에게 천만가지 행복을 안겨주자는것이 나의 결심이다.…》

그 말씀을 하실 때 젊으신 대장동지께서는 한옆에서 조용히 웃고만 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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