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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예술

2009년 제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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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3-03-16 18:55 조회3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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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른아침에 성강을 떠난 리성민은 중낮이 가까와서야 청진에 도착했다. 도당에 들려 해당한 용무를 본 그는 뻐스를 타고 석막으로 향했다.

석막은 시내에서 얼마쯤 떨어진 곳에 있는 교외의 유축진 골안이였다.

여기에 콩크리트담장을 쳐놓은 크지 않은 철근구조물이 있었는데 아근의 누구도 그 구조물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지 못했다. 그것은 하루에 한톤정도의 선철을 뽑아내는 소형용광로였고 그 운영에 속하는 사람들은 불과 몇명에 지나지 않아서 그들만 입을 다물고있으면 그 내막을 알수 없었다. 시내에 자리잡고있는 《청도》라는 뜻이 아리숭한 현판을 달고있는 회사기지였다.

뻐스에서 내린 리성민은 곧바로 경비실로 향했다.

마침 경비원이 무슨 일로인지 밖에 나와있어 그는 자기가 찾는 사람의 이름부터 댔다.

따깨비모자를 쓴 뺀들뺀들하게 생긴 젊은 경비원은 사람의 금새를 가늠하듯 아래우를 훑어보더니 그런 사람이 없다고 딱 잘라버렸다. 그리고는 이국의 향료냄새가 짙은 담배를 꼬나물고 먼산을 바라보며 흔들거리는데 꼴이 자기의 새 복장을 자랑하려는것 같았다. 이 회사가 다른 나라와 거래하는 모양이였다.

리성민은 잠시 망설이였다.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설수는 없었다.

성강에 도착하여 아버지앞에서 줄땀을 뽑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등골이 척척해진다.

리대원은 청높은 목소리로 아들을 무섭게 꾸짖어댔다.

《네녀석이 우에 올라가서 해놓은 일이 무어냐? 그저 콕스타령만 하면서… 그래 타령만 부르면 콕스가 나온다더냐? 아까운 외화를 쓰면서 외국에 가서 구걸질할 생각밖에 더 했느냐 말이다. 우리의 원료와 연료로 철을 뽑으라는것은 수령님의 유훈이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1998년에 우리 제강소에 오시여 하신 말씀도 주체철이란 말이다. 그래서 여기 성강사람들이 아글타글하여 70프로까진 완성했던거야. 추운 겨울날 언땅에 발을 구르시며 숨죽은 전기로를 오래도록 바라보신 장군님께 두번다시 빈 전기로를 보여드리지 말자구 떨쳐나섰구 이제는 주체철생산체계완성이라는 목표를 걸고 뛰고 또 뛰고있단 말이다. 그래 네 눈엔 그들이 흘리는 땀이 보이지 않더냐?》

《아버님, 고정하십시오.》

《고정하라구? 선철이 없어 전기로가 숨을 헐썩이는데 내가 고정할수가 있어?》

《그래서 저도 내려오지 않았습니까. 오늘 현장을 돌아보았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사고의 원인도 알아보구…》

《또 기술타령이겠지?》

《기술이 걸린것도 사실입니다. 출선구의 내화물이 열에 견디지 못했더군요. 문제는 내화물의 질에 있는것 같습니다.》

《택호 그 사람을 만나봤느냐?》

《택호라니요?》

《벌써 잊었니? 너때문에 처벌받은 사람말이다.》

《나때문에 처벌받다니요?》

리성민은 펄쩍 뛰였다. 아버지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다그어대기만 하니 두서를 차릴수 없었다.

《잘한다, 잘해. 벌받은 사람은 울고있는데 벌을 받게 한 장본인은 꿈도 꾸지 않고있으니… 사람이 그러면 못 쓴다, 못 써.》

리대원은 입이 쓴지 뻑 돌아앉아 터밭에서 가꾼 마라초를 두툼하게 말아 입에 대였다.

《아버님, 윤택호동무가 어떻게 됐다는겁니까?》

리성민은 그제야 윤택호를 기억에서 더듬어냈다.

야금공업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비콕스화의 꿈을 안아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리성민도 그랬다.

아버지 리대원의 뒤를 이어 전기로장으로 일하면서 선철이 떨어져 로를 세울 때마다 통곡할 지경이던 그는 삼화철소식을 듣고 환성을 올렸다. 말그대로 미친 사람처럼 올리뛰고 내리뛰면서 전기로곁에 부지를 정하고 시험로를 세웠다.

한자 베를 짜도 틀은 틀대로 차린다고 시험로를 세우자고 해도 하나의 옹근 생산공정을 다 갖추어야 하기때문에 걸리는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전기로 현장기사인 윤택호가 한몫 단단히 맡아나섰다. 한때 청진강철 설계사업소의 능력있는 설계가였던 윤택호는 품들여 설계를 완성했다.

리성민은 그 설계를 통채로 받아물었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야금공학부 최우등졸업생인 리성민은 설계의 합리성을 제꺽 알아보았던것이다.

3년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첫 시운전은 참혹하게 실패하였다. 폭발로 로가 뭉텅 주저앉았던것이다.

리성민은 머리를 부둥켜잡았다. 시험로현장은 수라장이였다. 뒤틀린 철골들, 엿가락처럼 늘어진 강철트라스며 하늘이 보이게 날아난 철판들…

피흐르는 머리를 붕대로 동여맨 한창나이의 리철이 머리를 짓숙이고있는 윤택호에게 솔개미처럼 달려들어 멱살을 거머쥐였다.

《살려놓으시오, 당장 로를 살려놓으란 말이요. 우리는 배우지 못해 시키는대로 일했다 치고 대학까지 나온 당신은 뭘하고있었소. 그러자고 나라밥을 축내면서 공부했는가.》

윤택호는 리철이 흔들어대는대로 몸을 맡기고있었다.

《비켜, 햇내기같은게…》

리성민은 리철의 팔을 나꿔채며 무섭게 성을 내였다. 비척대며 로앞으로 다가간 윤택호는 깨여진 내화벽돌무지를 어루쓸며 혼자소리로 넋없이 중얼거리고있었다.

《이젠 그만 피를 보고 우리 철의 빛이라도 보게 해다오.》

리성민은 슬그머니 눈길을 돌렸다

차라리 윤택호가 몸부림이라도 쳤으면 이다지 가슴아플것 같지 않았다. 이미 청강에 있을 때 몇차례씩이나 실패의 쓴맛을 보았다는 윤택호였다. 리성민은 다시 일떠섰다. 이대로 주저앉을수는 없었다. 윤택호를 부추겨 공정상 결함을 퇴치하는 방향에서 설계를 다시 하게 하고 자기자신은 시험로를 다시 일떠세우는데 달라붙었다.

사람들은 그를 불굴의 투사라고 불렀다.

그것은 시험로를 한번 세우고 시험하자면 막대한 로력과 원료, 자재가 필요했으며 자금으로 계산하면 엄청난 돈이 들기때문이였다.

누구나 감히 나설수 없는 역사였다. 결말에 따라 법앞에 나설 각오까지 가지지 않으면 안되였다.

윤택호가 공연히 피소리를 한것이 아니였다.

이무렵 리성민은 기업소부지배인으로 소환되였다. 삼화철에 대한 류다른 관심이 그의 발전에 디딤돌로 되였을것이다. 그만큼 삼화철은 야금공업에서 타는 목을 추기는 생명수와 같았다. 하지만 일은 반대로 되였다.

직급이 높아진 그는 보다 큰힘으로 시험로를 밀어주었으나 숨이 꺼진 시험로앞에 서있을 때보다 심정은 절박하지 못했다. 보다는 현행생산이 더 급했다. 하여 마음속에서 시험로는 점점 멀어졌고 금속공업성의 부상으로 올라가자 영 잊어버리고말았다.

그 묵은 상처를 아버지가 다시 뚜지는것이였다.

윤택호는 리성민이 성강을 뜬 후에도 시험생산을 계속했다고 한다. 검질긴 사람이였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해를 넘기며 시험생산이 실패를 거듭하자 일부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기 시작했다. 《야심가》라는것이다. 마지막실패는 치명적이였다. 로폭발로 엄청난 재정적손실을 냈던것이다. 그 책임을 지고 윤택호는 철직되여 성강을 뜨고말았다. 패한자에게는 인정도 각박한 모양인지 떠날 때 바래주는 사람도 별반 없었다고 한다.

《지금일군들만 있었어도 그 사람 일이 그렇게 번져지진 않았을텐데.》

리대원은 길게 한숨을 내그었다. 그 말속에는 장군님의 뜻을 받들어 성강의 봉화를 높이 추켜든 지금의 련합기업소 일군들과 대조되는 자기 아들에 대한 힐난도 담겨있었다.

리성민은 자기가 추진하던 시험생산이 결실없이 흐지부지됐다는 정도는 알고있었으나 일이 이렇게까지 번져진줄은 모르고있었다. 사업상련계가 먼 성강이여서 별로 관심할 겨를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몰랐다는 그자체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수 없었다.

리성민은 윤택호를 찾아보기로 작정했다. 아버지의 질책도 있었지만 보다는 도의적감정이 앞섰다. 자기가 시작했던 시험생산이 오늘의 결과를 낳았던것이다.

여기에 로내속에 밝은 그에게서 이번 내화물사고원인을 규명해보자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가 비록 성강을 떴지만 아직까지 철을 주무른다면 이미 하던 시험생산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한다고 볼수 없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만사를 제쳐놓고 새해벽두에 청진에 올라온 리성민이였다. 일이 잘되면 그와 다시 손을 잡고 새 삼화철생산공정을 꾸려볼수도 있을것이다. 그는 택호와 현장시절의 모습으로 만나고싶어 타고온 차를 도당에 떨구고 전차편을 리용했는데 이런 수모까지 받게 되였다.

리성민은 귀청이 째지게 울리는 호각소리에 얼핏 머리를 들었다. 따깨비모자가 호각을 불며 눈을 부라리고있었다.

기지로 들어오는 인입도로쪽에서 승용차 한대가 차창을 해빛에 번쩍이며 들이닥치고있었다. 따깨비모자가 허리가 부러지게 머리를 숙이는것을 보니 큰 일군이 탄것 같았다.

정문을 지나 얼마쯤 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멎어서더니 풍채가 요란한 녀성이 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다가왔다.

《금속공업성 부상동지 아니십니까?!》

녀인은 반색을 하며 허리를 굽혔는데 육중한 몸에 비해 허리가 얼마나 나긋나긋한지 꼭 무용배우같았다. 《제 여기 청도회사 사장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목소리 또한 구슬 같았다.

리성민은 녀인을 알아보았다.

언제인가 김책제철련합기업소에 지도차로 내려왔다가 지배인방에서 녀인을 본 기억이 났다. 원래는 김책제철련합기업소산하 어느 공장의 말석 회계원이였는데 고난의 행군시기 어찌어찌하여 회사줄을 타더니 오늘은 사장까지 되였다고 지배인이 혀를 차며 하던 말이 생각났다. 어쨌든 난 녀자였다.

《부상동지! 갑시다.》

《?》

《점심시간이 아닙니까! 우리가 청한다고 해서 부상동지가 오시겠습니까? 이런 기회도 쉽지 않은데 식사 한끼쯤이야 성의로 받아주시겠지요.》

녀인은 금테안경을 반짝이며 생글생글 웃었다.

애교도 보통이 아니였다. 점심시간도 가까와오고있었다. 더 마다하는것도 무리였다. 정문을 통과하여 나오면서 보니 따깨비모자는 어데 구겨박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식사후에야 녀인은 성강에 예약되여있는 강재 2톤을 반출하게 도와달라는 청을 지나가는 말처럼 했다.

《허, 난다긴다하는 사장이 강재 2톤때문에 왼심을 쓴단 말이요? 거기야 중요단위여서 예약분을 받는덴 지장이 없을텐데.》

리성민이 영문을 알수 없어 중떠보자 녀인은 정색하여 말했다.

《말두 마십시오. 기사장이 얼마나 심하게 그러는지 자기 승인없이는 강재 한톤도 못 내가게 한답니다. 지배인권한까지 겸하다보니 얼마나 박하게 그러는지…》

원래 지배인은 상급기관에 소환되여 현재는 기사장이 지배인대리사업까지 보고있었다.

《알아봅시다.》

리성민은 녀인의 청을 별생각없이 들어주었다.

그것이 후에 큰 말썽으로 번져질줄은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윤택호는 마그벽돌(마그네샤벽돌)을 가져오기 위하여 단천마그네샤공장으로 갔다고 한다. 여기서도 내화물이 애를 먹이는 모양이였다. 택호는 한달치고 열흘은 단천에 나가산다고 한다.

리성민은 별수없이 돌아서지 않을수 없었다.

공걸음이였다.

리성민은 늦은 저녁에야 성강에 도착했다. 그는 곧바로 5월17일공장으로 향했다.

이 시각 성진제강련합기업소 5월17일공장산소용융로시험장 사람들은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을 시청하려고 현장휴계실에 모여들었다. 제강소의 본바닥 사람들밖에도 중앙과 지방의 대학과 연구소들에서 파견되여온 과학자, 기술자들과 자원로동에 참가하고있는 녀성들로 하여 휴계실은 립추의 여지가 없었다.

록화실황중계를 몇분 앞두고 책임비서 전진광과 기사장 리철이 들어서자 맨 앞자리에 앉아서 줄곧 뒤돌아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있던 리대원로인의 얼굴에 초조한 빛이 어리였다. 이젠 모일 사람들은 다 모인것 같은데 아들 리성민이 나타나지 않은것이다. 첫새벽에 차를 타고 청진에 갔으니 이제는 돌아올 시간이 되였다.

오후 정각 6시. 모자를 벗어든 리성민이 휴계실로 들어와 책임비서와 기사장사이에 놓인 의자에 앉자 리대원은 뒤로 돌렸던 고개를 바로하고 마음편히 앉았다.

드디여 텔레비죤화면에 주요 방송때마다 나오는 나이지숙한 녀방송원이 나타났다.

지금부터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2008년 12월 24일 현지지도에서 제시하신 전투적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종업원궐기모임을 록화실황으로 보내드리겠다는 그의 힘있는 목소리가 울렸다.

대번에 귀가 쑥 열리고 눈이 번쩍 띄였다.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는 얼마전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지지도하신 천리마의 고향이다. 거기 사람들을 만나보고싶었던 리대원이였다. 그는 장군님께서 그곳에서 새로운 대고조의 봉화를 지펴주시였다는 소식을 이미 들은지라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일떠서고있는가를 무척 알고싶었다. 그의 이러한 심정속에는 자기가 올린 편지(그는 그 편지가 너무 엉뚱했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에 대한 회답이 나라의 정사속에 있을수 있다는 또 하나의 엉뚱한 생각이 깔려있었다.

사실 그는 나라의 정사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썼다.

두말할것없이 장군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그로 하여금 펜을 들게 했다. 평양에 올라가 부친 편지이니 틀림없이 가닿았을것이며 장군님께서는 너그럽게 보아주시였을것이다.

장군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은 그로 하여금 혹시 회답을 보내오실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요즘은 자나깨나 그 생각이였다.

편지까지는 몰라도 나라의 정사에 자기의 심정을 담아주실수 있지않겠는가? 아니, 그것은 기대가 아니라 벌써 현실이였다. 부상인 아들 리성민이 삼화철을 생산에 도입하기 위해 현지로 내려왔다. 리대원은 자기의 편지에 아들을 내려보내달라고 밝혀서 썼었다. 그래도 성강물을 먹은 아들이 성강사람들의 절박한 사정을 누구보다 깊이 알리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때마침 텔레비죤에서는 강선의 로동계급이 전국의 근로자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이 올려나오고있었다.

…강선이 끓어야 온 나라가 끓고 강선의 로동계급이 소리치며 내달려야 전체 인민의 진군속도가 더 빨라질수 있다고 하신 위대한 장군님의 말씀을 받아안은 우리들은 지금 천리마대고조의 첫 봉화를 들었던 그때와 같은 격동과 흥분을 안고 오늘의 력사적출발선에 기세충천하여 나섰다.

우리는 오늘의 총공격전의 선두에서 다시한번 천리마의 기상, 강선로동계급의 본때를 보여줄 결사의 각오를 다지면서 온 나라가 당의 부름에 한마음한뜻으로 떨쳐나 대고조의 거세찬 열풍을 일으키자는것을 열렬히 호소하면서 전국의 근로자들에게 이 편지를 보낸다.… 우리 조국은 이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섰다. 이제는 경제강국을 일떠세워야 한다.

오늘날 경제강국의 높은 목표를 점령하기 위한 투쟁은 제국주의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키는 싸움에 못지 않은 심각한 투쟁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결사의 각오를 안고 애국의 더운 피를 끓이며 어머니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한 총돌격전에 과감히 떨쳐나서야 할 때이다.…

하나의 생각을 해도 당의 사상으로 생각하고 한마디의 말을 해도 당의 사상으로 말을 하며 글 한줄을 써도 당의 사상으로 쓰는 우리 나라에서 한 기업소의 목소리가 당의 목소리가 아닐수 없다. 저 호소문은 당의 목소리, 다름아닌 장군님의 뜻이다!

리대원은 후두둑 가슴이 뛰였다. 그의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저 호소문은 나에게 보내시는 회답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얼결에 뒤를 돌아보았다.

책임비서 전진광이 눈에 웃음을 잔즐거리며 리대원을 향하여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리대원의 마음속격정을 알고있는 그다.

텔레비죤에서는 격동적인 목소리가 계속 울리고있었다.

…전체 근로자들이여.

용기백배 신심드높이 부강조국의 래일을 향해 질풍같이 내달리자!

대고조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으며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사람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기 초소, 자기 일터에서 자기 몫을 다할 때 자기 단위, 자기 부문의 길이 열리고 나라의 큰 문이 열린다.

강성대국의 대문이 어떻게 열리는가를 남에게 묻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라.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라.)

귀를 강구고있던 리대원은 저도 모르게 이 대목을 속으로 따라외웠다. 그는 이 말을 자기가 아니라 아들이 듣고있는듯 한 감각이 들어 고개를 돌려 눈으로 그를 찾아냈다. 그런데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을 지그시 내려깐채 기척도 없이 앉아있었다.

리대원은 어쩐지 가슴 허전한감을 느꼈다.

천리마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아들세대도 그때처럼 살기를 바라는 그였다. 그때는 더 좋은 래일을 위하여 땀을 흘리며 일해도 힘든줄을 몰랐다. 미래가 없는 삶이야말로 얼마나 무의미한 삶인가. 삼화철시험로에서 시운전이 실패한 날 책임비서 전진광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실망하지 말라. 시운전은 비록 실패하였지만 우리는 잃은것 못지 않게 귀중한것을 받아안았다.

우리가 앞서 이 길을 걸었기에 다음 세대는 이 전철을 다시 밟지 않을게 아닌가.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의 후대관을 생각해보라. 언제인가 우리 나라 산악지대에서 동맥을 찾기 위한 탐사에서 전망이 보이지 않아 일부 일군들이 주저할 때 수령님께서는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가.

억만금이 들더라도 탐사를 계속하라. 그러다가 동이 안 나오면 그곳에 비석을 해세우자. 후대들이여, 여기는 동이 없다.

비콕스제철법완성을 위하여 모든것을 다 바치시는 장군님의 의도를 이런 각도에서 받들고 따르자!》

리대원은 아들도 성강사람의 넋을 잃지 않기를 바랬다. 그래서 장군님께 편지를 올릴 용단을 내린것이 아닌가.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걷고있었다. 그들은 서로 말이 없었다.

언땅을 구르는 발걸음소리만이 무겁게 울렸다.

《네가 왔다구 어머니가 뭘 좀 준비한것 같더라.》

이윽고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성강에 내려온 후 외래자합숙에 거처를 정하고 현장에 나가 살다싶이하는 리성민이였다.

《참! 이자 주석단에서 말이다. 지배인 왼쪽에 섰던 키 큰 일군이 누구냐?》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지배인은 여기 성강에서 간 사람으로 리대원이 잘 아는 사람이였다. 천리마시기 견습공으로 받았던 청년이였다. 그때 그의 나이가 열일곱이였던지. 그가 지금은 강선지배인이 되여 주석단에 서있었다. 그옆에 서있던 사람이 면목이 있었다. 아버지의 물음에 아들은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거의 매일 얼굴을 맞대고있었으니 텔레비죤화면에 잠간씩 비치는 주석단에서 그를 인차 알아보았다.

《내각 부총리입니다. 이름은 강민혁…》

《오, 강부총리…》

아버지는 신문과 방송에서 많이 보고들은 이름이여서 인차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말을 이었다.

《내가 평양에 올라갔을 때 고맙게 대해준 일군이 저분이다.》

《그래요?! 기회가 생기면 제가 인사를 하겠습니다. 성에도 자주 내려오니까.》

《그래주렴. 일군들이 다 그 사람 같다면야…》

《…》

아들은 또 자기를 질책할것 같아서인지 한참 응대를 안하다가 진중한 목소리로 한마디 꺼냈다.

《아버지, 정말 승산이 있어보입니까?》

《무슨 말이냐?》

아버지는 걸음을 멈추고 아들을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아들의 흥분된 숨소리만이 들렸다.

《성강에서 하고있는 산소용융로법 말입니다.》

리대원은 인차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아들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심중해야 할걸 그랬습니다. 산소용융로법이라는게 처음하는것이여서 간단치 않을겁니다.》

《떨리냐?》

《그런건 아니지만… 윤택호동무도 내화물때문에 애를 먹는것 같습니다. 손바닥만 한 로를 가지고도 말입니다.》

《만나봤냐?》

《만나지 못했습니다.》

《만나봐라.》

리대원은 가타부타 말이 없이 자욱을 뗐다. 그의 걸음은 5월17일공장쪽을 되짚고있었다. 바다가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뽀얀 눈가루를 휘감아안고 구내길을 누볐다.

아스라하게 높은 강철지붕우에서 날아온 뭉치눈이 곧바로 리대원의 목덜미에 덮쳐들었지만 그는 허연 머리를 쳐들고 군동작 한번없이 걸어갔다.

꾹 다물린 그의 입술만이 쉴새없이 푸들푸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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