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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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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3-03-14 11:28 조회2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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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병이 강민혁이가 나타난것을 텔레비죤으로 보고 달려갔을 때 사람들이 회의장에서 밀려나오고있었다.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수행하였던 강민혁으로부터 내각에서 새로 작성하여 올린 2009년도인민경제계획에 대한 그이의 말씀을 전해들은 총리가 휴회를 선포했던것이다.

강민혁의 방에 들어선 윤진병의 얼굴은 긴장되여있었다. 방에는 한발 앞서 온 내각사무국장 오영진도 있었다.

새로 작성한 2009년도인민경제계획을 당에 보고드린 후 줄곧 마음을 조여온 윤진병이였다. 몇차례씩이나 깐깐히 검토를 따라세우며 타산해보고 세운 계획이였지만 어쩐지 미흡한 구석을 남긴것 같아 마음을 놓을수 없었던것이다.

강민혁은 금방 회의장에서 만장에 전달한 그이의 말씀을 반복했다. 이번에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다니면서 제일 마음 조여온 사람은 강민혁이였다. 그는 이번 수행기간 그이로부터 새로 작성하여 올린 새년도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치심을 받을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현지지도 전기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말씀이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제기된 문건을 묵여두시는 일이 거의 없으시였다. 특히 경제사업에 관심이 높으신 그이께서는 내각사업과 관련한 문건은 즉시에 시간을 다투어 비준해주군 하시였다. 이번 현지지도길에서만도 숱한 문건을 보아주신 그이이시였다.

달리는 렬차와 승용차안에서도, 때로는 주요회의나 담화석상, 지어는 일군들과 함께 식사를 하시는 좌석에도 문건을 들고오신적이 있었다.

강민혁은 그이께서 리대원로인이 올린 편지의 한 대목을 읽으실 때 앞에 놓인 낯익은 문건을 보았다. 내각에서 작성하여 올린 새년도국가계획이였다. 몇차례 읽어보셨는지 표지가 다른 문건과 다른감이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부피두터운 문건에 몇군데 페지까지 접어놓다보니 웬간한 목책같아보였다.

그것은 그이께서 여러차례나 품놓아 보셨다는것을 의미했다. 그러시면서도 자신의 견해는 일체 내색하지 않으시였다. 수행을 끝내고 내각으로 돌아갈 때에야 그이께서는 《동무네 문건엔 철학이 없소, 철학이…》 하고 한마디 하셨을뿐이였다. 짤막한 한마디였으나 그 말씀에는 철판을 때린듯 한 강한 비판이 울리였다.

강민혁은 퍽 진정된 어조로 말했으나 그 말씀을 처음 들은 윤진병은 금시 얼굴이 질려들었다.

《철학이 없다면 핵이 없다는 말씀이신데 그런 문건을 열백번 작성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윤진병은 꺼지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침묵이 흘렀다. 숨가쁜 침묵이였다. 너무도 큰 과실을 두고 누가 누구를 위안할 형편이 못되였다.

이윽고 윤진병이 먼저 침묵을 깼다.

《부총리동진 리성민동무의 외국출장이 중지되였다는것을 모르시겠지요?》

강민혁의 낯빛이 순간에 굳어졌다. 새년도계획에서 높이 세운 철강재생산계획은 사실 리성민이 가게 되여있는 이번 출장의 성공여부에 크게 달려있는것이다.

강민혁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날숨이 가늘게 새여나왔다.

《성강에 내려갔습니다.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에서 총리동지와 합의하였습니다.》

장군님께 올린 리대원로인의 편지내용이 생각났다. 그는 편지내용을 듣고야 리성민이 리대원로인의 아들임을 알았다. 그렇다면? 강민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가 내각이 조직한 사업을 자의대로 변경시킬수는 없을것이다.

《성강에서는 지금 삼화철을 강철생산에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사업이 일정에 올랐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 고리를 놓친것 같습니다. 나도 이번에 리성민동무가 성강에 내려갔다는 말을 듣고야 뒤늦게 정신을 차렸습니다.》

오영진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울렸다.

《옳습니다. 금속의 주체화, 섬유의 주체화, 비료의 주체화가 새 계획년도의 기본철학이라는것을 홀시했습니다.》

강민혁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계속했다.

《홀시했다기보다 주저했다고 해야 정확하지요. 이미전에 성강이나 보산, 9월제철소들에서 삼화철생산이 성공했지만 삼화철을 강철생산에 적극 받아들일 용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저 강철생산에 일정한 비률로 섞어쓰는데 만족했지요.》

강민혁은 진실을 말하고있었다.

삼화철을 생산에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설비조건, 원료나 연료조건이 서로 각이한 야금단위들에 하나의 처방을 내려먹이는것도 문제이지만 전반적생산체계를 바꾸는것은 더 큰 문제이다. 그러자면 수천수만톤의 강철구조물들을 개조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자금만도 천문학적수자다.

그래서 욕심을 내면서도 주저하고있었다.

《지적을 받고보니 남흥이나 흥남의 가스화에도 문제가 있는것 같습니다. 주체화의 견지에서 볼 때 그밖의 부문들도 허점이 많을것입니다. 우리가 그새 무엇을 가지고 씨름해왔습니까? 원유와 콕스탄은 물론 첨단설비들과 첨단기술이였습니다. 마치 거기에 2009년도의 경제명맥이 있는것처럼 갑론을박했고 없는 외화타령을 했습니다. 우리 당의 원칙, 우리의 사상을 잊었습니다. 그것도 까마득히…》

그는 점점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생산을 놓고 아부재기를 치면서 주체화를 위해서는 수자 하나 놓기를 주저했습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급했으니까요.》

오영진이 발을 달았다.

《그시그시 땜때기지요. 궁극에는 자리지킴이구요. 저는 이번에 국방공업부문을 돌아보면서 생각이 많았습니다. 국방공업부문은 최첨단돌파의 선구자, 경제전반을 이끌어나가는 기관차로서의 사명을 훌륭히 수행해나가고있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국방중시의 경제구조가 확립되여있고 우리 경제에서는 중공업이자 국방공업이며 국방공업이자 중공업으로 되고있습니다. 국방공업발전이 경공업과 농업의 발전을 적극 추동하고 국방공업부문에서 이룩한 과학기술적성과들이 인민경제의 주체화는 물론 현대화, 과학화도 적극 추동할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선군의 원칙을 구현한 독특한 경제구조가 확립되여있는 한 무서울것이 없습니다. 저는 너무도 현혹된 나머지 거기서 뭘 좀 떼주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였습니다. 확실히 우리 인민경제부문 지도일군들은 그곳 일군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이 정신적차이겠지요?》

윤진병이 한마디 끼이자 강민혁은 《그렇지요.》 하고 얼른 긍정하면서 자책감이 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는 거울에 때가 낀 얼굴을 비쳐본 심정입니다. 국방부문이라는 거울에 비치인 저의 얼굴은 들여다보기도 부끄러웠습니다.》

《스스로 찾은 결함이니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내각사업에서 무언가 빈구석을 느껴오던 저에게도 이젠 명백해졌습니다. 선군혁명정신이 부족한것이였습니다.》

이 말을 하는 윤진병의 눈앞에 땀에 젖어 번들거리던 림태섭의 비장한 얼굴이 얼핏 스쳐갔다.

그의 목소리도 쟁쟁히 귀전에 살아났다.

(죽기를 각오한 다음에야 무서울것이 있습니까!)

이때 강민혁의 서기가 들어와 총리실에서 부총리와 사무국장을 찾는다는것을 알리면서 2009년도인민경제계획을 다시 작성하기 위한 총리의 조직사업이 있다고 하였다.

강민혁은 총리실로 가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 윤진병은 당위원회성원들을 불러 사무국의 전체 당원들과 당조직들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대책을 협의했다.

내각에서는 《비상전투》가 벌어졌다. 하여 계획은 불과 며칠만에 재작성되였는데 이것자체가 내각으로서는 하나의 혁신이였다.…

×

국방공업부문에 대한 현지시찰을 마치고 당중앙위원회청사로 돌아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널다란 집무탁에 마주앉으시였으나 어쩐지 몸가짐이 부자연스러움을 느끼시였다. 오히려 렬차의 좁다란 탁상에 더 익숙해지신 그이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덧쌓인 문건더미가 불빛을 가리우는 바람에 탁상등의 키를 높이지 않으면 안되시였다. 그이께서는 당, 국가, 군대사업과 관련한 문건들이 많았지만 2009년도인민경제계획안부터 펼쳐놓고 검토하고계시였다.

새해가 눈앞에 박두한 사정도 있었지만 내각으로서는 그 이상의것을 짜내지 못하리라고 여겨지신것이다.

차철군이 이따금 집무실에 드나들었다.

그이께서는 친히 검토하신 계획을 한장한장 그에게 넘겨주어 깐깐히 눌러보고 의견을 내도록 하시였다.

국방위원회 위원인 차철군을 이 일에 인입하신것은 그를 크게 믿는데도 있었지만 다른 중요한 의도가 또 있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아직 본인에게도 말해주지 않으시였다.

차철군이 자기가 본 몇장의 문건을 들고 들어왔다. 그가 인기척을 냈으나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장의 문건에 시선을 박으신채 밑줄을 그으시며 주의를 모으고계시였다.

차철군은 얼핏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벌써 자정을 넘어서고있었다.

《무슨 의견이요?》

이윽고 그이께서는 시선을 들지 않으신채 물으시였다.

《이 부문에는 없습니다. 내각동무들이 주체화에 집중하면서 소홀히 한 부문을 보충하니 이젠 완성되였습니다.》

《과학화, 현대화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내각동무들이 주체화에 주의를 돌린것은 아주 잘한 일이요. 어느때 가서든 꼭 해야 할 일인데 힘들더라도 우리 대에 해내야겠소. 그러자면 2009년에 어떤 일이 있어도 공업구조의 기틀을 바로 세워놔야겠소. 절름발이가 되여서는 일떠서지 못해. 좀 앉소, 차철군동무.》

《예.》

차철군이 앞탁의자에 앉자 그이께서 시선을 드시였다.

피로하신 존안에 엷은 웃음이 피여있었다.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시였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군사작전을 짤 때 말이요, <고지를 기본적으로 점령할것>이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소?》

《예?!》

《대답해보오, 어디? 동무는 오랜 군인이 아니요?!》

《군사작전에서는 그런 용어가 없습니다. 1참호를 점령한다든가 2참호를 점령한다라고 한다면 몰라도 기본적으로 점령한다는건모르겠습니다.》

차철군이 허물없이 머리를 절레절레 젓자 그이께서는 크게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그렇지? 그렇단 말이요! 허허… 그런데 이걸 좀 보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껏 주의를 모으고있던 문건장을 차철군에게 넘겨주시고는 웃음발이 걷히지 않은 표정으로 그의 반응을 기다리시였다. 차철군의 눈에 처음 들어온것은 밑줄이 그어진 대목들이였다.

《남흥가스화대상공사를 기본적으로 완공할것》, 《흥남가스화공사는 골조를 기본적으로 세울것》 등등… 그밖의 대상에는 《기본》이라는 두 글자에만 밑줄이 그어져있는것이 보였다.

《뭐 오래 볼것도 없소. 이리 주시오. 요령주의를 해도 아주 묘하게 했거던! 유모아라면 통과시키겠지만 국가계획이니 그럴수가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철군이 도로 드린 문건장을 가져다가 활달한 필체로 단호히 고쳐써넣으시였다.

《남흥-조기조업할것》, 《흥남-1만5천립방산소분리기 무조건 설치!》, 《2. 8비날론-생산 시작할것》…

그리고는 그밖의 대상들에 대한 자신의 결심을 적어 차철군에게 넘겨주면서 말씀하셨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의견이요. 내각동무들과 다시 타산해보고 정리하시오. 일을 책임지고 하는건 그들이니까.》

그이께서는 문건을 받으려고 일어선 차철군을 다시 앉으라고 손짓하시였다.

《차철군동무.》

그이께서는 어딘가 좀 무거운 어조로 그를 부르시였다.

《예.》

그이를 우러르는 차철군의 눈길도 저으기 긴장해졌다.

《차철군동무.》 그이께서는 이름을 다시 찍어부르시고는 여전히 무거운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문제는 강재와 세멘트에 있소.》

《예, 그렇잖아도 강민혁동무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뭐라고 했소?》

《그 계획들이 좀 높긴 해도 꼭 생산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국방공업에서 힘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건 좋은 일이고… 내가 말하자는건 그 계획을 더 높일수 없겠는가 하는거요. 지금의 3분의 1정도로…》

《예?!》

그가 놀라는것을 보고 그이께서는 잠간 웃음을 띄우셨다가 단호히 말씀하시였다.

《필요해서 그러는거요!》

《…》

《힘들가?》

《세멘트는 국내원료와 연료에 의거하여 풀어볼수 있겠지만 강재만은 콕스가 해결되지 않는 한…》

《또 콕스로구만! 그 콕스때문에 나라의 체면이 깎일대로 깎이웠는데… 그렇다구 또 손을 내밀수야 없지 않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집무탁을 다독이시면서 침묵하시다가 말씀하시였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높여야겠소. 알겠소, 차철군동무?》

그이의 어조는 거의 명령조에 가까왔다.

《알았습니다.》

차철군은 습관된 동작으로 벌떡 일어서더니 두손바닥을 바지혼솔에 대고 차렷자세를 취했다.

《앉소. 앉아서 좀 더 이야기하기요.》

《알았습니다.》

《동무는 어째서 묻지 않소, 강재와 세멘트를 어디다 쓰자구 하는지?》

《이자 방금 장군님께서 말씀하시는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새 전선을 구상하고계신다는것을…》

《고맙소.나는 내각의 계획을 하나하나 눌러 빈구석을 메꾸어가면서 허전한 마음을 금할수 없었소. 희천발전소건설과 수도의 살림집건설이 빠졌으니 계획이 계획같지 않단 말이요.》

《제가 내각동무들에게 장군님의 의도를 알리고 토론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소. 그들은 현재 세운 계획만도 아름찰테니까 내가 좀더 생각해보겠소. 그보다는 차동무, 우리가 그걸 어느 달로 예견했던가?》

국방위원회 위원인 그와 그것으로 통칭되는 일련의 문제들이 있었다.

그이의 물으심에 차철군이 일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앉은자리에서 자세를 펴고 정면으로 그를 바라보시였다.

방안에는 별안간 긴장한 분위기가 조성된듯 하였다. 이것은 그것의 중요성을 말없이 강조해주고있었다.

《4월입니다.》

《또 그것은?》

《계획대로 밀고나가고있습니다.》

《최대한 합법적인 절차를 밟으시오. 세계적인 도전이 있을수 있으니까.》

《알았습니다.》

《좋소. 앉아서 이야기할 문제가 또 있소.》

차철군은 저도 모르게 또다시 얼핏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한여름같으면 벌써 새날이 밝아올 시간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는 개의치 않으시고 따로 내놓았던 문건 하나를 읽어보라고 주시고는 허리를 펴시고 그가 읽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의 넓은 공간을 산책하듯 거니시였다.

그것이 그이의 휴식이시였다. 항상 시간을 쪼개가며 사업하시다보니 청사주변에 록지와 산책길이 있었지만 언제한번 거기에 나가보실 여가가 없으셨다.

길지 않은 문건이여서 차철군이 읽는 시간이 짧았고 그이의 휴식도 인차 끝나고말았다.

차철군이 본 문건이란 내각사무국 당위원회에서 당중앙위원회를 통해 보내온 림태섭이 황철의 전기를 일부 돌려쓴 사건과 관련된 의견서였다. 의견서는 범행의 동기가 국가와 인민의 리익을 위한것이고 범행의 결과도 국가와 인민의 리익이 지켜진것이므로 형사책임을 지우지 않았으면 한다는것이였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일리가 있는 의견인데…》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철군이 문건을 다 읽자 자리에 돌아와앉으며 물으시였다.

《저도 의견서가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쩌겠소? 현행법규가 있으니 그걸 취소할 권한이야 누구에게도 없지 않소. 무슨 방도가 없겠소?》

차철군이 잠시 생각하고나서 말씀올렸다.

《전시법으로는 취소시킬수 있습니다.》

《전시법이야 국방위원회가 발동하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국방위원회 권한으로?》

《그렇습니다.》

《그러니 결국 내가 결심하라는건데…》

그이께서는 놀라우신 눈길로 차철군을 바라보셨다.

《설마 나를 법우에 올려놓자는건 아니겠지?!》

《장군님.》

《그만하시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차동무까지 그러면 안되지. 나도 이 나라의 한 공민이요. 공민은 누구나 법앞에 평등해야 한단 말이요.》

차철군의 얼굴에서 피기가 가시여져갔다.

자기를 법밖의 존재처럼 여기면서 함부로 놀아대는 일군들을 제일 경멸하시는 그이이시였다.

《법은 사람이 만들지만 상대적공고성을 가지지. 그것은 법이 사람들의 행동질서를 규제하는 기본수단이기때문이요. 우리는 문제를 이렇게 세우고 보아야 하오. 그 누구도 법우에 올려세울수는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인차 화제를 돌려세우시였다.

《말해보시오. 차철군동무,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그가 한 행동이 법에는 어긋나지만 국가와 인민의 리익을 위한 일이 아니겠소!》

《장군님, 그렇게 문제를 세워놓고보니 일부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옳소, 바로 그거요. 그래서 내가 법도 사람이 만든다고 한거요. 이번 경우만 놓고보아도 그 어떤 경우에도 전기를 끌수 없다는 특수조항만 없었다면 문제는 달리 상정되였을거요. 우리에게 있어서 특수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인민의 리익이요. 이것이 첫자리고 이것이 특수요.》

《제가 내각에 장군님의 말씀을 전달하겠습니다.》

《됐소! 지금 우리에겐 림태섭이와 같은 일군, 그가 보여준 그런 결사의 정신이 필요한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시름 놓이시는듯 허리를 펴시며 환하게 웃으시였다.

어느덧 새날이 푸름푸름 밝아오기 시작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때까지도 하시던 일을 계속하시였다.

이날 새벽 당, 국가, 군대의 지도일군들이 한자리에 모이였다.

그들은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김정일동지로부터 대고조의 첫해인 2009년도인민경제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며 당과 국가, 군대의 모든 힘을 이 계획수행에 돌리게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것은 대고조의 모든 중하를 김정일동지께서 짊어지신다는것을 의미하였는바 왜냐하면 그이는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수뇌이시기때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많은것을 알고계시였다. 높이 세운 대고조의 목표에 비해 나라의 경제적잠재력이 엄청나게 딸린다는것을 알고계시였다. 일부 전략물자의 예비가 수요를 따라서지 못하며 구입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계시였다. 대고조진군길을 가로막을 국제적도전도 알고계시였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전략적인내》라는 대조선정책이 본질상 우리가 요구하는 협상을 거부하면서 동맹국들까지 동원하여 대조선 봉쇄 및 제재를 지속, 가증하는것이라는 사실을 알고계시였다. 또한 우리 나라의 정치, 군사, 외교적문제들이 적들에게는 가장 큰 도전으로 된다는데 대하여서도 정확히 판단하고계시였다. 그 판단은 큼직큼직한 사실들만이 아니라 미세한 세부들에도 기초한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이 판단을 하면서 하와이앞바다에서 객사한 코난의 아들인 코난2세가 미국무성 동아시아담당 차관보로 들어앉은 사실에도 주의를 돌리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새년도계획이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만 있는것이 아니라 조선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력학관계의 변화, 사회력사발전의 거대한 전환점으로 되리라는것을 예견하고계시였다.

특히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늘의 대고조가 인민들의 눈물겨운 생활상요구로 제기된다는것을 누구보다 깊이 알고계시였다.

그이는 인민을 위해 가는 바람, 오는 바람 다 맞으시며 한평생을 걸어오신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시였다. 그러니 어찌 대고조의 중하를 걸머지시지 않을수 있겠는가.

이날 당과 국가, 군대의 지도일군들이 이른아침에 모인것은 그이의 오늘 일정이 긴장했기때문이다.

그 새날은 2008년 12월 24일이였다

×

차철군은 이날의 종군기에 이렇게 썼다.

오늘은 12월 24일 항일의 녀성영웅이신 김정숙어머님의 탄생일이다.

벌써 손에 손에 꽃묶음을 들고 주작봉마루로 향하는 사람들의 물결이 보인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우리 일군들도 주작봉마루에 올라 어머님께 삼가 옷깃을 여미고 인사를 올린다. 하지만 오늘은 어길수 없는 철칙으로 여겨오던 그 인사가 늦어질것 같다.

밤새워 새년도인민경제계획을 검토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점심시간이 퍽 기울도록 계획하신 협의회까지 끝마치시고는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시기 바쁘게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에 대한 현지지도길에 오르시였다.

그이께서 먼저 차에 다가가시였다.

그러시던 그이께서는 잠시 차문에 손을 대시고 주작봉마루쪽으로 시선을 주시였다.

극히 짧은 시간이였지만 나에게는 하많은 생각이 갈마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생각이라기보다 오랜 세월 나의 가슴에 앙금처럼 앉아 때없이 온넋을 흔들어대며 터져오르군 하는 호곡소리였다.

만산이 단풍에 우렷이 물들어가던 1959년 가을이였다.

이날 어버이수령님을 모시고 대성산을 찾으시여 어머님의 묘소앞에 두그루의 나무를 정성들여 심으신 그이께서는 동생분과 함께 어머님의 묘소주위를 돌고 또 도시였다. 그 무엇인가 간절한 이야기를 속삭이듯 가을바람에 소리없이 잔물결치는 금잔디를 바라보시며 묘소를 돌아보시는 그이의 안색에는 끝없는 비애가 어려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누구인가 조용히 다가가 맑은 액체가 찰랑찰랑하게 담긴 큰 놋보시기를 올리였다. 함께 왔던 항일투사였다.

그이께서는 어버이수령님부터 바라보시였다. 뜻밖에도 놋보시기에 담긴것은 술이였던것이다.

수령님께서는 뜻깊은 시선을 주시다가 추억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나도 무송에 있을 때 그만한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아버님의 친지들로부터 술을 받은적이 있다. 그것이 엊그제같은데 오늘은 또…》

수령님의 음성은 물기에 젖어있었다.

여기저기서 흐느낌소리가 울려왔다. 함께 왔던 항일의 녀투사들은 터져오르는 오열을 누를길 없어 옷고름을 입에 문채 소리없는 곡성을 터뜨렸다.

《정숙동무-》

애절한 그들의 부름소리만이 사래긴 골짜기들을 누비며 멀리멀리 메아리쳐갔다.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만 가슴속에 고이며 성장하신 그이이시였다. 어머님을 잃고 10년세월 언제한번 마음속 그리움을 마음껏 헤쳐보이시지 못한 그이이시였다. 어머님을 잃으신 이듬해에 전쟁이 일어났다. 이어 전후복구건설이 시작되였다. 준엄한 세월은 너무도 일찌기 그이의 어린시절을 앞당겨갔다.

그때로부터 또다시 오랜 세월이 흘러갔다.

기나긴 그 나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만 가슴속에 서리서리 쌓아오신 그이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아직 어머님께서 생전에 그토록 그려보시던 회령의 고향집도 찾아보지 못하시였다.

언제인가 회령땅을 지나시면서도 달리는 렬차의 기적소리속에서 어머님 고향땅의 목메인 부름소리를 가늠해 들으시며 오래도록 차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그이이시였다.

멀리 온성땅까지 안고온 회령의 꽃향기속에서 어머님 고향땅의 그윽한 향취를 느껴보신것이 전부인 그이이시였다.

오늘도 그이께서는 어머님의 탄생일에 서려드는 천만감회를 다 안으신채 강선을 찾아 떠나신다. 그 길에서 어머님의 축복을 받으시는 그이이시다.

그래서 더더욱 길을 재촉하시는 그이이실것이다.

《갑시다, 시간이 없습니다.》

차에 오르신 그이께서는 간단히 한마디 이르시였다.

근래에 들어와 자주 외우는 말씀이시다.

《시간이 없습니다.》

승용차가 만경대갈림길을 벗어나자 눈보라가 터져올랐다. 태성벌에서 불어온 뽀얀 눈보라는 잠간사이에 차체를 휘감아버렸다. 은백색의 반뜩이는 눈은 추위에 얼어 유리쪽같이 선들선들하게 날을 세웠다.

장군님을 모시고 강선을 찾는 나의 마음은 류달랐다. 50여년전 어버이수령님을 모시고 강선을 찾았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나는 홍안의 어린 호위전사였다.

그날도 눈보라가 세찼다. 1만톤의 강재만 더 생산해도 나라가 허리를 펴겠다고 하던 어려운 시기였다. 도람통에 불을 지펴 연기가 자욱해진 회의장에 서시여 강철증산을 호소하시던 수령님의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철전선은 여전히 우리 경제건설의 주타격전선이다. 그래서 강선을 찾으시는 장군님이시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체의 힘으로 일떠세운 초고전력전기로를 떠나 사연깊은 백양나무앞으로 오신 그이께서는 그 주위를 천천히 돌면서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전투를 시작합시다. 푸른 신호탄이 아니라 봉화를 지펴올려야겠소.》

동행한 일군들이 그이께 강선로동계급이 전국의 근로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준비하고있다고 말씀올렸다.

《좋습니다. 편지를 쓸바에는 정신이 번쩍 들게 써야겠소. 전당적인 총공격전… 전국가적인 총동원전… 전인민적인 총결사전… 알겠소?》

문득 오늘의 날자가 다시 떠오른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를 조선사람들이 어데 있겠는가. 12월 24일!… 이 력사적인 날에 때를 맞추어 천리마의 고향을 찾으신 그이의 깊으신 뜻에 탄복을 금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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