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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야전렬차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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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12-21 16:54 조회3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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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 회

35

 

천막연회장은 현란한 무리등이나 벽장식이 없이 검소하였지만 여기서는 력사에 보기 드문 뜻깊은 국가연회가 있게 된다.

둥그런 연회상들의 둘레에는 함경남도의 일군들과 로력혁신자, 과학자, 기술자들 100여명이 정중히 앉아 꿈같은 행복의 순간을 기다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동지와 함께 연회장에 들어서시였다.

폭풍같은 박수갈채가 천막연회장을 진동하였다.

만면에 해빛같은 미소를 담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연회참가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시고 윤정기에게 따뜻이 물으시였다.

《오느라 수고했소. 함남의 불길을 지펴올린 주인공들이 다들 왔겠지?》

《예, 다 왔습니다.》

그이께서는 연회상에 다가가셨지만 좀처럼 앉지 못하고 감격과 흥분, 행복의 격동으로 눈물을 흘리며 줄곧 박수를 치고있는 낯익은 함남사람들의 친근한 얼굴들을 일별하시였다.

대흥청년영웅광산과 검덕, 룡양의 광부들, 단천항건설자들, 사과바다를 펼친 북청과 덕성의 과일농장사람들, 비날론과 비료를 쏟아낸 흥남과 룡성의 로동자들, 동해안농사에서 풍작을 거둔 농장원들, 과학자, 기술자들과 일군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선이 가닿지 못하시여 알아보기 힘든 먼 뒤켠 연회탁쪽의 사람들한테는 다정히 손을 흔들어주시고야 자리에 앉으시였다. 억센 로동과 고심어린 탐구, 뙤약볕과 눈비와 거친 바람에 트고 거밋해진 얼굴들을 보시느라니 어째선지 마음이 편안치 않고 아쉬운 심정을 덜수 없으시였다.

자신의 강행군의 자욱에 보조를 맞추고 따라선 이 평범하면서도 평범하게 살지 않은 함남의 불길 창조자들, 조국의 부강을 위해 현대화의 불길, 대고조진군의 불길을 세차게 일으킨 이런 평범한 혁신자인 로동자, 농민, 과학자, 기술자들이 함경남도에 어찌 100명뿐이겠는가. 천막연회장이 넓고도 넓어서 함경남도의 공장, 기업소, 농촌 어디 가나 세상을 놀래우는 기적을 창조하고있는 헤아릴수없이 많고도 많은 그들모두를 초청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대흥국수집의 〈평양처녀〉들도 왔지? 오기 힘들었겠는데.》

그이께서는 윤정기에게 물으시였다.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뻐스를 타고 편안히 왔습니다.》

《왜 보이지 않아?》

《뒤쪽 연회탁에 앉았습니다. 〈평양처녀〉들은 이번에 평양1백화점에 가서 장군님께서 배려해주신 당과류들을 가지고 친정집에들 다녀왔습니다.》

《그래.》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고 다시금 따뜻이 물으시였다.

《참관이랑 했소?》

《예, 대동강과수종합농장과 두단오리목장을 참관했습니다. 고려호텔에서도 그렇고 가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떨쳐나 저희들을 환영해주고있습니다.》

《함남의 불길 창조자들인데 환영을 받아야지.》

《장군님… 저는 군인들이 급수침전지 보수공사장에서 철야전투를 하고있는데 이렇게 평양에 올라와 환대를 받으니 죄스럽기만 합니다.》

《아, 도당책임비서동무, 걱정마십시오.》

김정은동지께서 미소를 지으시였다.

《래일이면 주변정리까지 해서 침전지공사를 완전히 끝냅니다.》

《함남의 불길에는 군민대단결의 훌륭한 미풍도 깃들어있는셈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호방하게 말씀하시고 연회장을 둘러보시였다.

《오늘은 함경남도의 일군들과 로력혁신자, 과학자, 기술자동무들을 위해 차렸으니 마음을 푹 놓고 음식을 많이 들어야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축배잔을 드시고 자리에서 일어서시여 100여명의 함남의 불길 창조자들과 차례로 잔을 찧으시였다.

강행군현지지도길에 만나셨고 친근해지신 함경남도의 일군들과 혁신자들과 일일이 축배잔을 찧으시는것이 기쁘기만 하시였다.

경쾌한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시며 그리고 감격과 기쁨에 넘친 함남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시며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던 지난날을 회고해보시고 현대화의 령마루에 올라선 오늘을 긍지롭게 생각하는것이 진정 즐거우시였다.

일욕심이 많은 함남사람들이 자신의 축하와 고무, 기대가 담긴 술잔을 기울이고 기세충천하여 더 많은 일을 하겠다고 결의다지는것이 만족스러우시였다.

룡성기계련합기업소 조창주지배인이 축배잔을 들고 다가왔을 때 그이께서는 잔을 찧으시고 나직이 물으시였다.

《지배인동무는 얼굴색이 좋아보이지 않는군.》

《일없습니다. 저는 건강합니다.》

조창주가 씩씩하게 대답올렸으나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그런것 같지 않아. … 새벽녘에랑 가슴이 무죽하고 답답한 감이 있지 않소? 잠은 잘 오구?》

《요즘은 기업소행정총화를 끝내고 일찌감치 퇴근해서 그런지 새벽에 깨지 않고 깊은 잠에 듭니다.》

《잠을 제대로 잔다는 사람이 얼굴에 양기가 없어.》

김정일동지께서는 얼굴이 부은것처럼 부숭부숭해진 조창주를 걱정스레 쳐다보시였다. 며칠전에 함흥에서 떠나오실 때 룡성기계지배인의 위험한 심장병이 또 재발하지 않을가 여간 걱정하지 않으시였다. 그런데 오늘 다시금 만나보시니 자기의 몸상태는 아랑곳 없이 오직 일에만 전념하고있는 이 성실한 지배인에게 지체하지 말고 사전에 필요한 의료상대책을 세워주어야 할것 같으시였다.

《장군님…》

축배잔을 쳐든 조창주지배인의 손은 가늘게 떨렸으나 다지는 맹세는 힘발이 섰다.

《우리 룡성의 로동계급은 함남의 불길이 온 나라에 타번지게 하는데서 언제나 앞장에 서겠습니다. 장군님, 부디 건강하십시오.》

《감사하오. 룡성기계는 앞으로 지열설비를 많이 만들고 갈탄가스화 2계렬공정대상설비생산에서 성과를 거두기 바랍니다.》

김정일동지께서 함남땅에서 온 연회참가자들 누구하고나 친숙하시여 아뢰는 사연과 결의를 자상히 들으시느라 시간이 퍼그나 흘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피로를 모르시고 한사람한사람을 진지하게 반겨맞아주시였다.

《진희동무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대흥국수집에서 만났던 《평양처녀》를 알아보시였다.

《장군님… 정말 고맙습니다.》

진희는 눈물을 머금고 인사를 올렸다.

《진희동무는 장군님의 은정어린 당과류랑 사들고 처녀시절에 일하던 피복공장에 찾아갔습니다.》

윤정기는 곁에서 진희가 감격에 겨워 울먹이며 말하지 못하는것을 그이께 이야기해드렸다.

《진희동무는 자기를 둘러싸고 환영해주는 처녀로동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곳에서든지 일을 잘하면 아버지장군님을 만나뵈올수 있다고… 모두가 로력혁신자가 되여 다시 만나자고 호소했습니다. 피복공장 당비서동무는 자기가 몇년동안 교양한것을 진희동무가 한순간에 하였다면서 고마와했습니다.》

《대흥땅의 〈평양처녀〉가 달라. 앞으로도 내내 그렇게 먼 광산개발지로 떠나던 때의 그 청춘으로 살라구. 머리에 흰서리내려도 열정을 잃지 않고 조국을 사랑하는게 〈평양처녀〉야.》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지막 한사람의 연회참가자까지 축배잔을 찧어주시고서야 자리에 앉으시였다.

연회장은 나직한 말소리와 수저가락소리만이 간간이 들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연회장의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예술인들이 간소하게 꾸린 가설무대에서 공연하려는것을 그만두게 하시였다.

《오늘은 그런 딱딱한 공연격식을 차리지 말고 연회에 참가한 함남도 혁신자들이 마음껏 떠들고 노래도 부르면서 즐기도록 하라구.》

연회장의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흥그럽게 해주시는 그이의 후더운 인간미에 용기를 얻은 대흥국수집책임자가 선참으로 일어섰다.

《장군님… 우리 대흥청년영웅광산의 〈평양처녀〉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주십시오.》

《좋아, 부르라구.》

그이께서는 기꺼이 응낙하시고 박수를 쳐주시였다.

뒤따라 연회참가자들이 요란스레 치는 박수소리속에 진희와 대흥산골국수집의 료리사들이 주르르 가설무대에 올라섰다.

진홍빛비로도와 꽃무늬박힌 비단치마저고리를 떨쳐입고 고운 머리모양새에 어울리게 연한 화장을 한 《평양처녀》들의 모습은 수수하나 아릿다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풍금반주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며 머나먼 마천령산발의 광산마을에서 온 이 녀인들이 처녀시절과 흡사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무대에 나선것이 그지없이 기쁘시였다.

세월이 흘러 눈가와 볼편언저리에 주름살이 새겨졌지만 《평양처녀》들의 아름다움은 외양보다도 조국앞에 사심없이 공헌한 정신적미에 있는것이다. 갖은 고난을 참고 이겨낼줄 알고 유순하고도 강의한 내면세계를 지닌것이 우리 조선의 녀인들인것이다.


온 나라 대가정의 아버지되여

우리들을 키워주신분

하루도 마음편히 쉬지 못하고

로고를 바쳤습니다

아버지장군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녀인들의 뜨거운 심장 가장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것으로 하여 흐느낌과도 같은 떨림의 감정넘친 노래소리는 고요한 천막연회장을 파도쳐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평양처녀》들의 눈에서 샘솟듯 솟구쳐 볼언덕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시며 가슴이 찡해나시여 손수건으로 축축히 젖어오르는 눈굽을 닦으시였다.

자신께서 그때 몸이 불편하시였지만 대흥땅에 가서 광부들을 고무해주고 손이 험해지도록 감자밭을 일구고 쟁반국수를 조리해내는 저 평범한 산골녀인들의 수고를 헤아려준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 그 평범한 녀인들이 도회지에 있건 심산속 마을에 있건 자신한테는 다 한집안식솔이고 조선이라는 크나큰 한가정의 사랑해마지않는 딸들인것이다.

시집간 이 나라의 딸들이 배곯지 않고 모진 고난을 당하지 않고 걱정없이 남편들 뒤바라지를 하고 자식들을 행복하게 키우게 하자면 가장인 자신은 아직도 강행군현지지도의 길을 가고 또 가야만 한다.

사랑스런 자식들과 남편과 부모를 모신 조선의 모든 녀인들한테서 고맙다는 찬가를 듣게 되는 강성부흥의 그런 날을 위해서는 힘들고 힘들어도 초인간적인 정력과 의지로 조선을 일떠세우고 대진군의 기관차를 이끌고나가야 하는것이다.


인민을 위한 고생 락으로 삼고

모진 풍파 헤쳐오신분


김정일동지께서는 순결한 녀인들이 울며 부르는 노래속에 자신의 푸른 대지와도 같은 아름다운 희망과 념원, 산악처럼 드놀지 않는 결의를 담아보시였다. 인간의 육체의 능력에 한계가 없고 하루가 일년맞잡이로 길었으면 이 나라 녀인들을 위해, 인민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할수 있겠는가.

장내에 세찬 박수소리가 울려서야 김정일동지께서는 상념에서 깨나시였다. 노래를 끝마치고 인사를 하는 대흥국수집 책임자녀인과 《평양처녀》들을 향해 박수를 치시다가 뒤에선 일군에게 당부하시였다.

《래일 〈평양처녀〉들이 떠나갈 때 뭘 좀 보내야 할것 같소. 난 저 동무들이 그전에 평양에서 대흥산골에 시집갈 때도 아무것도 주지 못했소. 고난의 행군시기이니 지참품도 없이 빈몸으로 대흥에 갔을거요.》

《장군님, 〈평양처녀〉들이 대흥에 내려가서 광부들과 같이 기쁨을 누릴수 있게 사과지함과 고기를 보내주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오. 그러면 내맘이 좀 풀릴것 같소.》

연회참가자들은 어버이장군님과 존경하는 김정은동지앞에서 노래를 부를수 있는 이 력사의 행운을 놓치지 않으려고 아이들마냥 싱갱이벌리듯 앞을 다투어 가설무대로 나갔다.

대흥청년영웅광산 지배인, 2.8비날론련합기업소 지배인, 흥남비료련합기업소 지배인, 룡성기계련합기업소 지배인… 함남의 일군들과 로력혁신자들이 부르는 노래소리는 목청이 거쉬고 때로 음정이 틀리기도 했지만 그 소박함과 심장에서 튀여나오는 진실감, 눈물섞인 행복감으로 하여 그 어떤 명가수들의 노래에 비할수 없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함남의 불길창조자들이 부르는 열정에 넘친 노래가 끝날 때마다 선참으로 박수를 쳐주시였고 그들이 마이크앞에서 울고웃으며 터놓는 사연들과 맹세를 자상히 들어주시였다.

청높은 노래소리, 웃음소리, 흐느낌소리, 격정의 토로… 천막연회장은 떠나갈듯 했다.

《장군님…》

책임부관이 그이께 허리를 굽히고 조용히 말씀드렸다.

《시간이 많이 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핏 시계를 보시였다. 2시간이 넘었다. 그이께서는 행복의 환희와 열광에 휩싸여있는 장내를 둘러보시였다. 자신의 건강을 념려하는 일군들이 연회를 그만했으면 하는 기색이였지만 그이께서는 기쁨에 취하여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있는 함남의 로력혁신자들을 서운하게 만들고싶지 않으시였다.

《난 피곤하지 않소. 연회가 2시간이면 어떻구 밤이 샌들 어떻겠소. 일없소. 오늘은 함남의 불길창조자들이 실컷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구 맘껏 즐기게 하시오. 지금껏 많은 일을 한 혁신자들인데 언제한번 즐겨볼 겨를이 있었겠소. 연회에 참가한 중앙의 일군들이 함남도혁신자들이 음식을 많이 들도록 권해야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주탁에 앉은 영옥관리위원장을 띄여보시였다. 아까부터 관리위원장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듯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고 저가락질도 별반 하는것 같지 않았다. 저마다 가설무대에 뛰여올라 노래를 부르고 장고를 두드리고 춤을 추고있지만 영옥이만은 굳어진듯 어깨를 옴츠리고 앉아있었다.

그이께서는 동봉관리위원장의 그늘진 컴컴한 얼굴이며 자책의 빛이 짙은 눈매를 유심히 보시고서 영옥이가 연회장의 환희로운 분위기에 섭쓸리지 못하는 리유를 짐작하시였다.

올해농사를 잘 짓지 못해 서해안 곡창지대 농장들한테 뒤지고서도 함남의 불길창조자들속에 섞여 평양에 초청되고 연회장의 주탁에 앉았으니 송구함과 죄스러움에 몸둘바를 모르는것이 분명하였다.

동봉협동농장에 우정 찾아가서 고무해주고 위로해주었는데 아직도 우울해있다니, 오로지 도리만을 알고 조건타발이나 공명, 처세 같은건 알지도 못하는 실농군성격, 땅처럼 말없고 근면하고 진실한 녀성관리위원장의 인간됨을 그이께서는 알고도 남으시였다.

《동봉관리위원장.》

장내에 울리는 그이의 정다운 부르심소리에 영옥은 꿈속을 헤매다가 깬듯 훌쩍 정신을 차렸다.

《영옥동무도 노래를 부르라구. 랭해 심한 땅에서 농사를 짓느라 수고를 했는데… 어디 들어보기요.》

영옥은 황황히 일어났다. 연회참가자들의 박수갈채속에 그는 온몸이 둥둥 뜨는감을 느끼며 가설무대로 걸어나갔다. 허리를 깊숙이 굽혀 인사를 올리고 고개를 드니 눈물이 그들먹이 고여올라 앞을 가리웠다. 바삐 손으로 훔쳐냈으나 눈물은 샘솟듯 솟아올랐다. 그는 평범한 농사군에 불과한 자기를, 그것도 풍작을 거두지 못해 옹색해 있는 자기를 이런 영광의 단상에 불러주신 어버이장군님을 눈물속에 우러르기만 했다.

무슨 노래를 부를것인가? 아득히 흘러간 처녀시절로부터 쉰살이 썩 넘은 지금까지 배워두고 익혀둔 노래들, 즐겨부르던 하많은 노래들이 영옥의 머리속에서 비온 뒤의 불어난 시내물처럼 흘러지나갔다. 이 노래도 좋고 저 노래도 감동적일것 같았다.

그러나 땅과 바람과 볕에 몸을 맡기고 곡식을 자래우며 살아온 실농군 영옥의 심장은 저절로 토로하고싶은 하나의 서정깊은 곡을 선택해냈다.


눈오는 이 아침 우리 장군님

그 어데 찾아가십니까

찬눈을 맞으며 가시는 길에

이 마음 따라섭니다

이 땅의 눈비는 우리가 다 맞으리니

장군님 장군님 찬눈길 걷지 마시라


영옥은 볼언저리를 타고 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삼키며 노래를 불렀다. 그의 눈앞에는 진눈까비 흩날리던 차디찬 봄날에 농장포전을 찾으셨던 장군님의 모습이 못 견디게 안겨왔다. 그이의 팔소매가장자리가 다슬은 물날은 회색솜옷은 눈비에 젖으셨고 신발에는 동봉땅의 뻘건 사토질흙덩이가 걸음을 옮기시기 무겁게 달라붙었다. 동해안지대농사가 얼마나 걱정되시였으면 장군님께서 그렇게 눈비를 맞으시며 강냉이영양단지모를 살펴보시고 부침땅의 비옥도문제며 종자문제를 다심히 의논해주셨겠는가.

어찌하여 우리 농민들이 국사에 바쁘시고 몸도 그지없이 불편하신 장군님께서 랭해를 받는 땅에 어떻게 거름을 내야 하고 어떤 알맞는 종자를 심어야 하며 곡식을 자래우고 수확하는 문제까지 일일이 걱정하시게 하는가. 그것이 실농군 우리 농민들이 뜬금처럼 외우고있고 해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반복하고 또 답습해오는 땅과 농민의 생업철리인데 어찌하여 떨쳐나 협동벌을 걸죽하게 기름지우고 오곡의 알찬 열매가 땅이 꺼지도록 실리게 하지 못하는가. …

짜디짠 소금땀을 흘리고흘려 온 나라 인민들이 우리 농민들이 농사지은 알곡을 넉넉히 공급받아 풍족히 살게 하면 그것이야말로 쌀로 장군님을 받드는것이다. 그때는 참말이지 장군님께서 찬비내리는 포전길을 더는 걷지 않으셔도 될것이다.


장군님 찬 눈비 맞으시면서

험한 길 더는 걷지 않게

날마다 기쁨을 드리는 길에

이 한몸 바치렵니다

우러러 바라는 간절한 소원입니다

장군님 장군님 부디 안녕하시라


영옥은 진정 가책되고 죄스러워 눈물을 흘리였다. 오, 이 영광의 무대에서 쉽게 부르짖지 말라. 말로만, 노래로만 장군님 찬눈비 맞지 마시라, 부디 안녕하시라고 누가 웨치지 못하겠는가. 땅은 말이 아니라 실천에 묵직한 열매를 준다. 동봉농장도 정초부터 눈발속에 거름내고 봄추위속에서 벼모, 강냉이모를 강보에 싼 아기처럼 키우고 비바람속에, 랭해속에, 타는 가물속에 곡식을 자래웠지만 풍작은 거두지 못했다.

과연 그 원인이 랭해를 받고 가물이 지속된 자연재해에만 있겠는가. 관리위원장인 자신과 동봉땅농민들이 장군님을 받드는 지성이 모자라고 애국심이 부족한데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장군님 정겨이 바라보시건만 가슴속에서 죄스러움은 덜어지지 못하는것이 아닌가.

《영옥관리위원장이 나를 울리는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안경을 벗으시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시였다.

장내에 비둘기떼가 일시에 나래를 치며 날아오르는것 같은 박수소리가 그치자 그이께서는 갈리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래년에는 거름을 많이 내서 농사를 잘 지으라구. 동봉농장이 본보기가 돼야 동해안지대농사에서 전변이 일어나. 랭해를 받는 동해안의 협동농장들에서 풍년수확을 거두고 온 나라 농장벌들에 해마다 황금나락이 물결치는 그때 가서는 나도 찬눈길을 걷지 않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축배잔을 쳐드시였다.

《함경남도의 일군들과 로력혁신자들, 과학자, 기술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축배를 듭시다. 앞으로 자만하지 말고 일을 잘해서 함남의 불길창조자의 영예를 빛내기 바랍니다.》

그이께서는 천막연회장을 둘러보시며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계속하시였다.

《여기 모인 한사람이 백사람, 천사람을 불러일으키고 한단위의 성과가 수백수천단위의 성과로 이어지게 하여 함남의 불길이 온 나라에 대고조의 열풍으로 타번지게 하자는것이 오늘 내가 동무들에게 하고싶은 말입니다. 우리는 함남의 불길을 거세차게 지펴올림으로써 2012년을 향하여 나가는 오늘의 총진군이 인민생활을 더욱 향상시키고 강성부흥의 도약대를 만들어가는 창조와 변혁의 력사로 되게 합시다.》

장내에 폭풍같은 우렁찬 맹세의 환호가 터져올랐다.

연회가 끝나갈무렵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윤정기에게 나직이 건네시였다.

《래일 떠난다지?》

《예.》

《조창주지배인을 떨궈두시오. 래일 아침에 적십자병원에 보내여 심장전문과에서 유능한 의사들이 검진을 해보게 합시다.》

《?!…》

윤정기는 그이의 뜻밖의 지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당책임비서, 내가 룡성기계 지배인을 지내 걱정해서 그러는지… 보내고싶지 않구만. 예감이 좋지 않아. 조창주동무의 부석부석한 얼굴을 보니 어쩐지 기업소 제관작업장에서처럼 심장발작을 일으킬것 같은 위구심이 드는구만. 심장마비라는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소. 조창주지배인이 지금도 피로가 쌓인 사람이라는게 알리는데 기업소에 내려가면 또 일에 몰두하겠지. 룡성기계 로동계급이 전국에 앞장서겠다고 결의한 지배인이니 어디 제 몸을 돌보겠소? 요즘 벌써 날씨가 차지는데… 심장질병환자는 혈관이 수축되는 추운 겨울에 특별히 주의해야 하오. 검진에서 심장질환증상이 우려되면 입원치료를 시킵시다.》

《장군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윤정기는 축축히 젖어드는 눈시울을 슴벅이며 그이를 우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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