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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남의 열풍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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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9-18 21:30 조회3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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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10

 

오성오는 회의실 맨 앞줄에 앉아 협의회시간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는 긴 탁상에 팔굽을 고인채 깔끔히 면도를 한 맨숭맨숭한 턱을 만지면서 기분좋게 회의장을 둘러보았다.

유리창으로 아침해빛이 스며드는 회의실은 유난히 밝아보이였다.

오성오는 수선거리며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라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는것처럼 생각되였다.

해마다 10월초가 되면 채취기계총국에서는 산하공장, 기업소 행정기술책임일군들의 협의회를 조직하군 하는데 오성오는 이번처럼 자랑스럽고 떳떳한 마음으로 참가해보기는 처음이였다.

지난 8월 19일 김정일동지께서 로씨야에서 귀국하시는 길로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신 이후부터 세상사람들은 라남의 로동계급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였다.

사실 그전에는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가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심지어 조선대백과사전 올림말에조차 올라있지 않았다.

(이제야 세상사람들이 모두 장군님께서 라남의 로동계급을 얼마나 아끼고 귀중히 여기시는지 알게 됐지. 5만여리장정을 마치고 귀국하시는 길로 라남부터 찾아주셨거던.)

오성오는 으시대고싶은 심정이였다. 더구나 그는 3분짜리 《93기》시험을 성공시키고 온터여서 더욱 마음이 긍지롭고 떳떳하였다. 지금 라남에서는 10월 15일전으로 모든 《93기》를 3분짜리로 개조하기 위한 전투를 벌리고있었다.

술렁거리던 회의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회의시간이 되여 집행석에 총국일군들이 나와 앉은것이다.

오성오는 몸을 바로하고 앉았다. 집행석에는 총국장을 가운데 하고 량옆에 기술부총국장과 총국당비서가 앉아있었다.

총국장이 일어나 개회를 선언하면서 이번 협의회에서는 21세기 첫해 인민경제계획을 넘쳐 수행하기 위한 방도토론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반년전에 새로 임명된 총국장은 이마가 훤칠하고 두눈에 정기가 도는 40대의 패기있는 일군이였다.

그는 목소리도 박력이 있고 우렁찼다.

간단히 개회를 선언한 그는 자리에 앉으려다가 도로 일어나면서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 지배인동무 어디 앉았습니까?》하고 회의장을 둘러보았다.

《예, 여기 있습니다.》

오성오는 무슨 일인가싶어 급히 일어났다.

《아, 앞에 있는걸 모르구… 지배인동문 이제 인차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

오성오는 눈이 둥그래졌다. 회의실이 술렁거리였다. 그것은 너무도 뜻밖의 지시였기때문이였다.

《왜 돌아가야 합니까?》

《그에 대해선 우리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에서 련락이 왔습니다.》

총국장은 시계를 들여다보고 회의장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라남지배인동무가 가야 하기때문에 먼저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 하겠습니다.… 다 알고있는것처럼 올해에 라남에서 일을 많이 했습니다. 1천마력 대형권양기, 종합채탄기, 콘베아, 대형마광기대치차를 비롯한 어려운 년간 대상설비생산과제 수십종을 벌써 다 해제꼈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3분짜리 〈93기〉를 성공시킨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라남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부총국장동무, 라남에 대해 뭐 말할게 없습니까? 특별한게 없으면 지배인을 보냅시다.》

부총국장은 돋보기를 끼고 자료철을 뒤적거리다가 《방국장동무!》하고 장내를 향해 소리쳤다.

《예!》

회의실 중간좌석에서 이마가 벗어진 중년사나이가 일어섰다.

《라남에서 무슨 대상설비생산계획인지 하나 못한게 있다고 했지.》

《예, 강제품생산이 많이 미진됐습니다. 그게 좀 걱정입니다.》

방국장이 수첩을 벌컥벌컥 뒤지며 말하였다.

《이거 정말 대단한 량이로군!》

부총국장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중얼거리고는 《이걸 다 생산하자면 얼핏 계산해보아도 한 댓달 잘 걸려야 하겠는데 참, 야단이구만. 그런데 어떻게 되여 강제품은 아직 한톤도 생산하지 못했습니까?》하고 오성오에게 물었다.

《예, 10월중에 다 해놓겠습니다.》

오성오가 일어나서 얼굴에 웃음을 띠고 대답하였다.

《10월중에 이 많은 량을 다 생산한단 말이요?》

부총국장이 의아해하였다. 그러자 방국장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상체를 솟구치며 말했다.

《이게 롱담으로 대할 일이 아닙니다. 라남에서 이걸 생산 못하면 김철, 평화력을 비롯한 많은 련관기업소들의 래년생산전투가 새해 첫날부터 당장 걸리게 됩니다.》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10월하순경 한 열흘동안에 제꺽 해놓겠습니다. 협의회에서 제가 무슨 롱담을 하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속이 든든한 오성오는 여전히 벙글거리며 심상히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난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이 많은 량을 열흘동안에 하겠단말이요?》

방국장이 머리를 기웃거리자 총국장이 오성오에게 눈길을 돌리며 《지배인동무, 할수 있다고만 하지 말고 어떻게 10일동안에 1,500톤을 할수 있는지 납득시켜야 할것 같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오성오는 다시 일어섰다.

《동지들! 우리에겐 〈93기〉가 있습니다. 1대의 〈93기〉를 24시간만 가동시켜도 열흘이면 계획에 물린 제품을 다 생산할수 있습니다.》

《그러니 〈93기〉가 LK제품말고 다른 강제품도 생산할수 있단 말입니까?》

부총국장이 눈을 치뜨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좋은 기계이기때문에 92번이나 실패하면서도 물러나지 않은것입니다.》

오성오는 갑자기 목이 메여올랐다.

《자, 동지들! 박수를 쳐줍시다.》

총국장이 먼저 박수를 치자 온 장내에 우뢰같은 박수갈채가 울리였다.

박수소리가 가라앉았을 때 총국장이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라남을 본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 일군들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라남을 비롯하여 일이 잘되는 공장, 기업소들을 보면 례외없이 간부들이 일을 잘합니다. 이것은 바로 모든것이 간부문제에 달려있다는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있습니다. 중요한것은 실력을 높이는것입니다. 오늘 정보시대에 와서 지식갱신주기가 대단히 짧아졌습니다. 보다싶이 지금 많은 사람들이 〈93기〉에 무식하지 않습니까.》

이야기를 계속하려던 총국장이 뭉청 끊어버렸다.

앞출입문으로 들어선 총국당위원회 부원이 급한 발자국소리를 내며 집행석앞으로 다가왔기때문이였다. 부원은 허리를 굽히고 집행석에 앉은 세사람에게 무어라 한참 이야기하고 돌아갔다.

총국장이 시계를 들여다보고 오성오에게 눈길을 돌리였다.

《내가 괜히 붙들고있었습니다. 전화로 또 독촉이 왔답니다. 빨리 려관에 가서 짐을 가지고 역으로 나가시오. 차시간이 급한것 같습니다. 우리 총국 승용차를 타고 빨리 움직이시오.》

오성오는 수백명사람들의 의아한 눈길을 받으며 총총히 회의장을 나섰다.…

오성오는 이른 새벽에 라남역에 도착하였다.

엷은 젖빛안개가 역전광장을 누비며 동남쪽으로 천천히 흘러갔다. 답답한 렬차공기에 어지간히 지쳤던 오성오는 맑고 시원한 새벽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며 역사앞을 걸어갔다.

《지배인동지!》

젊은 운전사가 소리치며 달려왔다.

《동무, 어떻게 여길 왔소?》

오성오는 느닷없이 나타난 운전사를 어리둥절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왔겠습니까. 지배인동질 마중하러 왔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야? 난 회의도 참가 못하고 쫓겨왔는데 통 영문을 모르겠소. 기업소에 무슨 일이 생겼소?》

오성오는 차에 오르면서 운전사에게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는데 무슨 굉장한 일이 생겨난것 같습니다.》

운전사가 싱글거리며 말하였다. 원래 능청스러운 젊은이였다. 그가 노상 벙글거리는것을 보면 무슨 나쁜 일이 생긴것 같지는 않았다.

《동무, 어서 말하라. 무슨 일이야?》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전 그저 책임비서동지가 지배인동질 모셔오라고 해서 왔을뿐입니다.》

승용차가 기업소마당에 멎기 바쁘게 오성오는 당위원회로 향하였다.

책임비서의 사무실에는 여라문명의 사람들이 와있었다.

《오, 지배인 왔구만!》

어느 후방부 부원과 이야기를 하고있던 주혁민이 출입문으로 들어서는 오성오를 보자 반색을 지으며 마주 걸어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소?》

오성오는 인사말 할 사이도 없이 그것부터 물었다.

《여보, 지배인! 큰 경사가 생겼소.

위대한 장군님께서 우리 기업소에 500명의 제대군인들을 보내주신다오. 500명!》

《500명이요?!》

오성오는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아, 이런 경사가 기다리고있었단 말인가!

《그렇소. 500명, 이제 아침 10시경에 도착하오. 500명의 제대군인을 맞는데 지배인이 없어서야 되겠소. 그래 내가 당중앙위원회 해당부서에다 우리 지배인을 보내달라고 제기했소. 마침 제시간에 왔구만.

빨리 집에 들어가 려장을 풀구 아침이랑 자시구 나오시오. 참 지배인동무, 군대식 보고법 알고있소? 제대군인들이 군대식으로 도착보고를 할텐데 멍하니 서있으면 안된단 말이요.》

성수가 난 주혁민은 사무실안에서 정보행진을 하며 시범동작까지 보여주어 모두 허리를 쥐고 웃었다. 그러나 오성오만은 가슴이 뜨거워져 눈을 슴벅이며 서있었다.

오성오는 서두르기 시작하였다. 먼저 《기계원》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조반을 몇술 뜨고 나가니 기업소마당에는 벌써 꽃다발을 든 수백명 사람들이 정렬해있었다.

주혁민이 머밋거리며 서있는 오성오의 팔을 끌고 대렬앞으로 왔다.

《지배인동문 여기 서서 보골 받아야 합니다. 군대식으로 거수경례해야 됩니다. 하하하, 이렇게 말이요.》

주혁민은 수십년세월 가열로의 불에 끄슬리고 터갈린 큰 손을 귀가에 붙이고 크게 웃었다.

《온다!》

대렬앞에 서서 서성거리던 오성오는 누구인가 갑작스레 소리치는 바람에 흠칫 놀라며 정문쪽에 눈길을 돌리였다. 기업소 담장너머로 진록색군용차들이 바라보이였다.

오성오는 웬일인지 가슴이 두근거려 마음을 진정할수가 없었다.

열려진 철문안으로 제대군인들을 태운 군용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들어섰다.

1대, 2대, 3대… 20대의 군용자동차가 기업소마당을 한바퀴 빙돌고 대렬앞에 주런이 늘어섰다.

령장을 단 억대우같은 제대군인들이 재빨리 자동차에서 내려 4렬횡대로 정렬하였다. 그 동작들이 어떻게나 빠르고 절도가 있는지 참으로 구경스러웠다.

(저 씩씩한 젊은이들이 다 우리 기업소사람으로 된단 말인가!)

오성오는 너무 기뻐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였다.

《아, 지배인동무, 어딜 가오. 여기 가만히 서있으라는데.》

주혁민이 달려가서 오성오를 대렬앞에 세웠다.

(저 제대군인들이 볼품이 없는 이 조그마하고 초췌한 령감을 보고 실망하지 않겠나.)

오성오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는 너무도 위풍이 없는 작은 사람이였다.

《차렷! 가운데로 봣!》

키가 큰 제대군인 한명이 우렁차게 구령을 치고 씩씩한 정보행진으로 오성오를 향해 다가왔다.

《지배인동지!

우리 500명 제대군인들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받고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에 전원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대렬책임자 문원철!》

《전체 종업원들을 대표하여 제대군인동무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지배인이 손을 쳐들고 뜨겁게 웨치자 일시에 요란한 박수갈채가 울리고 련이어 꽃다발을 든 500명의 녀인들이 제대군인들에게 달려갔다.

제대군인환영행사는 한시간 진행되였다.

이날부터 독신자합숙이 벅적거리였다.

제대군인들은 오자마자 독신자합숙의 앞뒤마당에 관상용나무를 심는다, 벽에 회칠을 한다, 아침이면 조기체조와 달리기운동을 한다 하며 공장의 분위기를 일신시키였다. 그들이 오면서 아침출근대렬은 더욱 이채를 띠게 되였다.

제대군인들은 출근길에서 정보행진을 했고 정문곁에 와서는 지배인에게 군대식으로 보고를 하였다.

《이거 우리 기업소가 아예 군대가 되지 않소? 요즘은 사는 멋이 있구만.》

사람들은 좋아하였다. 특히 처녀들은 젊음과 혈기에 넘친 제대군인들이 나타나자 옷단장을 더 깔금하게 하고 머리를 곱게 빗고 다니였다.

500명 제대군인들속에는 별의별 재간둥이들이 다 있었다. 시를 짓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전문가수들이 무색할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르는 젊은이도 있고 《수학박사》, 《기계박사》들도 있었다.

제대군인들속에서 화술이 좋은 남자방송원 한명이 선발되여 아침 출근때면 남녀방송원이 겨끔내기로 선동연설을 하였다.

열흘이 지나 제대군인들의 배치사업이 진행되여 20여개 되는 모든 직장들이 마치 청년집단으로 젊어지는듯 했다. 제대군인이 오면서 《93기》개조작업도 더 빠르게 진척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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