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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남의 열풍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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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8-18 20:39 조회2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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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8

방금 수봉작업장에 도착한 오성오는 마당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심란한 기분에서 주변의 수림들을 둘러보았다.

요즘 사람들은 식량사정이 긴장해져 허리띠를 조이고 일하고있었으나 초여름의 수림은 배부르게 자양분을 빨아들이는듯 신록이 짙어가고있었다.

이윽고 오성오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푸른 숲을 등지고 서있는 수봉작업장을 생각깊이 바라보았다.

멀리서 바라보면 작업장은 바다우에 떠있는 수만톤급의 대형선박을 방불케 한다. 라남공장사람들은 이 건물을 지을 때 《HM기》를 싣고 망망대해의 파도를 헤가르며 21세기의 항로를 미끄러져가는 희망의 배를 상징한 건축설계를 주문했었다.

새 세기를 향하여 떠가는 그 웅장한 《려객선》안에 합숙과 휴계실 그리고 몇개의 사무실과 《HM기》작업장이 있었다.

1994년 11월 9일, 이 작업장에서 《HM기》 첫 시험을 하던 일도 이제는 벌써 반년전의 과거로 되였다.

그동안 《HM기》를 수십번 뜯었다 맞췄다 하면서 25번이나 가동시험을 하였는데 매번 실패를 거듭하였다.

참으로 《HM기》는 간단한 기계가 아니였다.

기계를 다루면 다룰수록 모를것이 더 많아지고 수수께끼와 의문부호들이 더 늘어났다.

오늘은 26번째 시험을 하는 날이였다.

오성오가 공장정문으로 들어서려는데 운전사가 따라오며 걱정을 터놓았다.

《지배인동지, 이거 야단났습니다. 래달부턴 휘발유공급량이 줄어 들어서 수봉작업장에도 제대로 다닐것 같지 못합니다.》

《휘발유가 없으면 걸어다니지 뭐. 그리고 바쁜 땐 여기 합숙에서 자구…》

오성오는 겉으로는 심상한 표정으로 응대하였으나 속에는 재가 앉는것 같았다. 날이 갈수록 자재, 원료, 전기 모든것이 점점 더 긴장해지고있었다.

얼마후 그가 작업장문을 열고 들어서니 운동장처럼 넓은 방구석에 시험《HM기》 한대가 외로이 서있었다.

작업장바닥과 사면벽은 인조석미장을 하여 거울처럼 알른알른하였다.

《다 어디 있소? 휴계실에 있소?》

오성오는 작업장 한옆에 나있는 휴계실문을 향해 소리쳤다. 이윽고 휴계실문이 열리더니 윤현덕, 탁석준, 설태섭, 김경복 네 사람이 나왔다. 이들은 한달중 스무날 이상은 수봉작업장합숙에서 숙식하면서 《HM기》시험을 하고있었다.

《일찌기 왔구만.》

윤현덕이 기대앞으로 가면서 오성오에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흥남기계전문학교 재학당시 상급생이였던 윤현덕은 오성오와 단둘이 있을 때는 옙을 쓰지 않고 허물없이 《하게》 혹은 《하오》 하였다.

이제 이태만 있으면 환갑을 맞게 되는 윤현덕의 얼굴은 지난 몇달사이에 더 늙어보이였다. 반백이던 그의 머리가 이제는 백발이였다. 25번 실패하는 동안 한오리, 두오리 세여진 인생의 서리였다. 《HM기》성패의 운명을 걸머진 설계조를 책임지고있는 그가 누구보다도 속을 썩이며 걱정속에 지내왔을것이였다. 그러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크게 표정변화가 없는 그의 얼굴을 보고는 어떤 기분에 잠겨있는지 도무지 가늠할수가 없었다. 속이 깊기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뒤로 따라나온 탁석준, 설태섭이도 오성오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들을 하였다. 성미가 누긋하고 태평스러운 탁석준은 근심이라는게 전혀 있는것 같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하는 여유작작한 태도로 천천히, 침착하게 인생의 길을 《완행》으로 걸어가는 일종의 락천가였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설태섭의 얼굴은 감정의 거울마냥 내심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을 즉시에 그대로 내비치군 했다.

깜장구슬알처럼 령롱하게 반짝이던 그의 눈빛은 재가루처럼 뿌옇게 바래지고 그전날에는 노상 자신만만한 웃음이 떠돌던 입언저리와 볼편의 근육이 탄력을 잃어버려 맥없이 늘어져있었다. 군대생활도 해보지 못하고 아무런 곡절도 없이 고이 자란 그는 《HM기》시험의 거듭되는 실패로 하여 죽지부러진 매처럼 되였다.

오성오는 설태섭을 볼적마다 태풍에 흔들리는 뿌리얕은 나무를 보듯이 마음이 불안해지군 하였다.

설태섭은 지난 5년사이 《HM기》를 개발하기 위한 시련많은 투쟁을 진행하는 과정에 조선로동당원으로 자라났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HM기》를 개발하지 못하고 수십번 실패를 거듭하고있으니 고민하지 않을수 없었다. 더우기 설태섭이 수치감을 느끼고있는것은 《HM기》개발에서 가장 큰 문제거리로 되고있는것이 그가 설계를 맡은 유압계통의 설비들이기때문이였다.

설태섭이 뒤로는 조립공 김경복이 무슨 궁리를 하고있는지 까만눈을 재게 깜박거리며 걸어갔다. 성정이 온화하면서도 강단이 있는 그는 수년동안 전연초소에서 강도높은 훈련을 해온 제대군인이여서 그런지 수십번의 실패에도 언제 한번 기가 꺾인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다.

오성오는 탁석준이도 그렇고 김경복이도 그렇고 역시 제대군인출신이 다르다고 생각하였다.

《요즘 합숙식당의 질이 어떻소? 여전히 강낭밥에 된장국이요?》

오성오는 시험《HM기》앞에 이르자 누구에게라 없이 물었다.

《예, 그저 그렇습니다. 그런데 후방조를 책임진 곽경두동진 왜 여기에 한번도 얼씬하지 않습니까? 처음엔 열성이 대단하더니… 역시 5분열도인가 봅니다.》

김경복이 작업복 웃단추를 채우며 불만기가 어린 어조로 말하였다. 사실 곽경두는 《HM기》시험에서 실패가 거듭되면서부터 수봉작업장걸음이 떠지기 시작하였다.

《제작단 후방사업에 관심을 돌리라고 말해주겠소. 그밖에 다른 일이 제기된것은 없소?》

오성오는 작업용색안경을 끼면서 네사람을 둘러보았다.

《한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설태섭동무랑 설계급수가 한급수씩 미끄러져 내려갔답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오성오가 안경을 도로 벗으며 설태섭을 돌아보았다.

《그게 사실이요?》

《예, 5년이 돼오도록 〈HM기〉를 꼬나내지 못했기때문에 부진설계원이라는거지요. 하긴 소장의 말이 옳지요. 급수사정위원회에 문건이 제기됐다는것 같습니다.》

설태섭은 우울한 얼굴을 한채 입안에 밤알을 문것처럼 볼이 부어 웅얼거리였다.

《돼먹지 않게. 독고소장이 그짓을 했단 말이요? 탁석준동무, 동무도 한급수 내려갔소?》

《우리 실장동지까지 한급수 내려갔는데 탁석준이가 뭐라구… 아, 일없습니다. 일없어요. 그까짓 급수가 뭡니까.》

《그래 윤현덕실장이 2급으로 됐단 말인가?!》

오성오는 분격을 참지 못해 얼굴이 새빨개지며 소리를 질렀다.

《정말 틀려먹었구만. 당위원회와 토론도 없이… 3위1체, 3위1체하며 비판하던 사람이 뒤구석에 앉아 급수사정위원회를 끼구 그따위 롱간질을 하는가. 그 사람 왜 배아파 하는지 모르겠소. 서정후부부장만 따라다니면서.》

《지배인동무, 됐소, 됐소.》

윤현덕이 오성오의 팔을 잡아흔들고 기계스위치를 넣었다. 오성오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부러 기계를 가동시키는것 같았다.

굳어진 바위처럼 까딱없이 서있던 기계가 그 무슨 생명체처럼 윙- 하는 소리를 내더니 듬직한 몸체를 규칙적으로 가볍게 떨면서 음악적인 미묘한 소리를 냈다.

기계의 동음은 실로 오성오의 진정제였다.

그는 언제 성을 냈던가 싶게 온 정신을 《HM기》에 돌리고 긴장하게 서있었다.

자동수감기의 푸른 신호등들이 미소를 짓듯 방긋거리고 베트우에 놓인 묵직한 기관동체들이 률동적으로 멋지게 움직이였다.

정확히 5분이 지나자 《LK》강제품이 《뚤렁!》하고 명쾌한 음향을 울리며 출구로 떨어져내렸다. 그러나 누구도 환성을 올리지 않았다.

여전히 모두들 덤덤히 지켜보았다. 여태 시험할 때마다 기계가 10분동안은 아무 말썽이 없이 돌아갔기때문이였다.

15분부터 즉 세번째부터 문제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15분, 20분이 지나도록 기계가 순조롭게 돌아갔다. 벌써 4번째로 《LK》가 소리치며 흘러나왔다.

오성오의 신경은 바늘끝처럼 예리해졌다.

(혹시 성공하는것이 아닐가? 26번째만에.)

오성오가 환희로운 긴장감에 몸을 떨면서 《HM기》에 바싹 다가드는 순간 탕! 하는 폭발소리와 함께 가열된 뜨거운 기름의 분수가 오성오의 얼굴을 채찍처럼 후려쳤다.

오성오는 그 강한 타격에 허궁 떴다가 뒤로 넉장거리를 하였다. 뒤머리가 딴딴한 돌바닥에 공이처럼 내리찧었다.

오성오는 순간에 세상이 새까매지는것 같았다.

《지배인동지! 지배인동지!》

누구인가 부르는 소리에 그는 눈을 떴다. 수많은 얼굴들이 내려다보고있었다.

《어디 다친데 없습니까?》

탁석준이 그를 안아일으켰다. 오성오는 뒤머리를 만지면서 《HM기》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에익, 천하 못된 놈! 심술군!》

이미 멎어버린 《HM기》는 픽- 픽- 하는 김빠지는 소리를 내고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오성오를 조소하는 코방귀뀌는 소리같았다.

《머리가 일없소? 뇌진탕이 올수 있는데…》

윤현덕이 해쓱해진 오성오의 얼굴을 걱정스레 살펴보았다.

《뇌진탕은 온것 같지 않소.》

오성오는 머리를 두어번 흔들어보고 기름자박이 된 사람들을 더듬었다. 설태섭이 두손으로 머리를 그러쥐고 돌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김경복이 그옆에 서서 허리를 구붓하고 기계안을 들여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배인동지! 이 배관을 보십시오. 구부러진 부위들이 납작하게 달라붙었습니다. 저는 배관작업로에 결함이 있는것 같습니다. 구부리는 각도에 따라 관에 열을 가하는 세기가 달라져야 하는데 현재의 작업로에서는 그렇게 할수가 없습니다.》

그 소리에 머리를 싸쥐고 앉아있던 설태섭이 벌떡 일어섰다.

《제작공들의 기능이 낮다는 소리는 하지 않고 작업로타발만 하는가.》

《기능에도 문제가 있지. 그러나 태섭이, 설계한 작업로에도 결함이 있네.》

《작업로가 결함이 있으면 동무자신이 만들어보라!》

설태섭은 자기보다 10년이나 우인 김경복에게 신경질적으로 뇌까렸다.

《만들어보겠어. 못만들줄 아는가?》

김경복의 눈에서 노기가 번뜩이였다.

《여여, 그만 두라.… 내부〈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끝장이야! 26번째 실패했으면 27번째 또 하면 되지 않나. 쟁개비처럼 바질바질 끓으면서…》

기름벼락을 제일 많이 맞은 탁석준이 뜨직뜨직 늘어진 목소리로 두사람의 언쟁을 말리였다.

오성오는 기름자박이 된 웃작업복을 벗으면서 윤현덕에게 지시하였다.

《실장동무, 좀 쉬고 기술협의횔 하시오. 난 시간이 없어 목욕이나 하구 북천작업장에 내려가봐야 하겠습니다.》

그는 얼굴에 묻은 기름을 닦으며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

오성오는 날이 어두워 본공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정문안에 들어와 차에서 내리기 바쁘게 주강직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두운 밤이면 전기로의 불빛이 흘러나와 마치 노을이 어린 붉은 하늘갓처럼 아름답게 물들군 하던 주강직장 앞마당이 이날은 웬일인지 달그림자가 진것처럼 어둑시근하였다. 그 침침한 어둠때문에 오성오의 가슴도 어두운 그늘이 덮이는듯 했다.

오성오가 주강직장마당을 지나 작업장으로 들어갔을 때 쇠물남비가 오르내리며 불물이 끓고있어야 할 조형장이 조용하였다. 용해공들이 쇠장대를 들고 로안의 끓는 쇠물을 휘젓고있어야 할 전기로주변도 모두 어둑시그레하였다.

오성오는 급히 조형장을 지나 사닥다리를 타고 5톤 전기로에 올라갔다.

《아니, 지배인동지가 어떻게?》

산화기작업을 하다가 쥐여버린듯 로앞에서 마라초를 피우고있던 젊은 용해공이 놀란 눈으로 오성오를 바라보았다. 수봉작업장에 있는줄 알았던 지배인이 불쑥 나타나서 어리둥절해진 모양이였다.

오성오는 로앞으로 다가가 련결부위가 산화되여 실오리처럼 가늘어진 전극과 그물그물 맥없이 흐느적거리고있는 쇠물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산화기작업을 하댔소?》

《해보자고 했는데 전압이 콱 떨어져서 못하겠습니다. 그리구 전극이라는것두 질이 나빠서 애먹습니다. 오늘은 한번도 출강을 못했습니다.》

용해공은 보호안경이 달린 수지모자를 벗어쥐고 한숨을 쉬였다.

《전극문젠 이제 해결될거요. 며칠만 참으면 질좋은 전극을 쓸수 있소.》

5월10일종합공장에서는 지난달에 드디여 전극작업장을 없애버렸다. 이 소식을 듣고 전문전극공장에서 라남공장에만은 특별공급을 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전압은 왜 이렇게 떨어지오?》

오성오는 로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오늘부터 우리 공장에도 전기공급을 절반 줄이도록 완전히 결정됐답니다. 그래 이 모양입니다.》

《설상가상이란게 이런걸 두고 하는 소리로구만. 〈HM기〉는 계속 실패하지, 전기가 떨어져 전기로가 숨을 죽일 형편이지.》

오성오는 걱정에 싸여 긴 탄식을 하면서 주강직장을 나왔다. 그는 책임비서를 만나보고싶었다.

당위원회 2층복도에 올라가 시계를 들여다보니 밤 9시가 지났다. 책임비서의 학습시간이였으나 출입문에 손기척을 하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갔다.

《지배인동무가 어떻게?》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있던 주혁민은 누구도 침범 못하는 학습시간에 나타난 오성오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너무 속이 타서 찾아왔습니다. 이거 어디 일을 해먹겠소.》

오성오는 다짜고짜 푸념을 하면서 쏘파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참 26번째가 또 실패했다면서요? 어찌겠습니까. 그러느라면 성공하겠지.》

《그것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망할놈의 독고소장이 제작단설계조동무들의 기술급수를 한급수 떨궜습니다. 부진이라면서…》

《지배인도 모르게?》

주혁민이 책상을 치며 일어섰다. 대번에 그의 눈이 숯불처럼 이글거리였다.

《그리구 전기때문에 야단났습니다. 로가 다 멎을 지경입니다. 오늘 주강에서 한번도 출강을 못했다고 합니다.》

《지배인동무!》

주혁민이 불현듯 활기를 띠며 오성오를 큰소리로 부르고는 《내 멋진걸 하나 생각했습니다. 절반 줄어진 전길 가지구 생산을 제대로 할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습니다. 여기 와서 좀 보시오.》하고 빼람에서 무슨 도표를 그린 종이장을 꺼내놓으며 오성오에게 손짓을 하였다.

《이것보시오. 전기를 골고루 나누어 쓰지 않고 직장별로 몰아서 쓰면 됩니다.》

《몰아서 쓰다니 그건 무슨 소리요?》

오성오는 무슨 말인지 리해가 되지 않아 책임비서가 내놓은 종이장을 내려다보았다.

주혁민은 원주필로 종이장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설명하였다. 그것은 흐름식생산을 하고있는 공장실정에 맞게 작업공정단위를 세개로 나누어 첫 닷새동안은 공급되는 모든 전기를 주물직장을 비롯한 소재직장들에서 몰아서 쓰게 하고 다음 닷새동안은 단조, 제관직장들과 같은 중간가공직장들에서, 그 다음 닷새동안은 채탄기, 조기직장들가 같이 최종가공을 담당한 직장들에서 집중적으로 쓰게 하는 방법이였다. 다시 말해서 전기를 한데 몰아서 처음 닷새는 집중용해를 하고 다음에는 집중단조를 하고 또 그다음에는 집중가공을 하는것이였다.

《집중용해를 할 때 단조와 가공직장들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손털고 가만히 놀고있는가, 아니요. 일부 인원은 집중용해를 하고있는 주물, 주강직장들에 지원을 하고 일부 인원은 생산준비를 빈틈없이 해놓았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일제히 와닥닥 달라붙어 생산을 다그칩니다. 이렇게 되면 련관공정에 대한 리해도 깊어지고 협조정신도 높아집니다. 한편 지배인, 책임비서, 기사장을 비롯한 지도일군들은 집중용해를 할 때에는 용해직장에, 집중가공을 할 때에는 가공직장들에 내려가 로동자, 기술자들과 함께 전투를 벌립니다.》

주혁민은 이렇게 소재, 반가공, 가공직장들에서 닷새씩 전기를 몰아쓰면서 두번 돌아가면 한달이 지나가는데 그것이 전기를 골고루 매일 쓰는것보다 대비도 되지 않게 높다는것을 수학풀이를 하여 증명하였다. 사실 부족한 전기를 골고루 쓰면 이것도 저것도 다 못하게 되는것이다.

가령 1,000키로와트의 전기를 골고루 쓸 때 용해회수를 2차지 하였다면 500키로와트를 가지고도 집중용해를 하면 하루 6차지 또는 7~8차지로 올릴수 있다고 하였다.

《지배인동무, 이것을 가지고 계산해보시오.

2차지×30(날자)=60차지(전기를 골고루 나누어 쓸 때)이고 6차지×10(날자)=60차지(전기를 몰아서 쓸 때)입니다. 즉 천키로와트의 전기를 30일동안 골고루 나누어쓸 때의 수자와 500키로와트의 전기를 10일동안 몰아서 쓸 때의 수자가 거의 같습니다. 놀랍지요?》

《책임비서동무! 대단한 발명이요!》

오성오는 무릎을 치며 탄성을 올리였다. 그것은 공장의 운명을 구원할수 있는 기발하고 심도깊은 착안이였다.

《지배인동무! 책임비서가 사람과의 사업보다 기술발명에 매혹을 느낀다구 또 비판을 받지 않을가? 하하하.》

통쾌하게 소리내여 웃던 주혁민은 정색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배인동무, 지금 전기뿐아니라 자재, 원료, 식량 등 모든것이 점점 더 긴장되여가고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두렵지 않소. 그러면 두려운것이 무엇인가?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신념이 흔들리고있는것이요. 우리 종업원들속에 일을 하지 않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오. 기계부속을 팔아먹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일군들속에서도 패배주의현상이 나타나고있습니다.

이런 때 책임비서가 이런 〈발명〉이나 하고 좋아서 웃고있다는건 사실 무책임한 일이지. 그전에 독고소장이 나한테 그 비판 하나는 참 잘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제작단 설계조원들의 급수를 떨군단 말이요? 찬물을 끼얹는단 말이요?》

오성오는 말없이 서있었다. 언제나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다니는 대리석처럼 매끈한 독고명천의 얼굴을 눈앞에 그려보았다. 그는 어쩐지 급수사정문제가 독고소장 혼자서 한일 같지 않았다. 뒤에서 누구인가 부추기는 사람이 있는것 같았다.

불현듯 오성오의 눈앞에 서정후의 얼굴이 련상되여 떠올랐다.

서정후는 개조한 《HM기》도면을 버리고 이전의 원도면을 리용할데 대하여 벌써 여러번 전화로 강조했었다. 무엇때문에 그러는지는 알수 없으나 독고소장은 철저한 서정후지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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