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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남의 열풍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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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8-16 19:25 조회2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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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6

룡산읍거리는 거뭇한 산그늘에 덮여 벌써 어스름이 지는 저녁처럼 음침한 기운이 돌았다. 동쪽은 넓은 바다가 열려있으나 서쪽은 높고도 물매 급한 산들이 천연장벽처럼 길게 늘어서서 좁은 폭을 지은 읍거리는 해가 조금만 기울어도 산그늘에 묻혀버린다.

김정일동지의 야전차는 남북쪽으로 뻗어간 직선도로를 따라 빠르게 미끄러져가다가 바다로 향하는 바른쪽길로 꺾어돌았다. 아침부터 산을 톺고 벌을 누비며 천리길을 달린 야전차에는 먼지가 뽀얗게 덮여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군용차들도 하나같이 먼지투성이였다.

차들은 바다가에 이르자 모래불에 바퀴를 지치며 멎어버렸다.

김정일동지께서 한손에 망원경을 들고 차에서 내리시였다.

바다가주변은 인적없이 조용하였다. 거리는 산그늘에 덮여 거뭇한 흑토빛이 돌았지만 아득히 펼쳐진 바다 저쪽 수면은 엇비스듬히 산릉선을 스쳐내리는 석양에 부딪쳐 주홍색으로 번쩍거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망원경을 눈에 대고 활등처럼 길게 휘여진 해안선의 한끝을 바라보시였다. 그쪽에 말잔등같이 펑퍼짐한 두개의 야산이 있었다. 조국해방전쟁시기 한개의 땅크중대가 해안방어전투를 한 곳이였다.

《박웅민동무!》

그이께서 망원경을 내리우며 뒤를 돌아보시였다. 군사일군들속에 서있던 보통키에 얼굴이 둥실한 박웅민대장이 그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전쟁시기 동무가 저 산에 기지를 두고 해안방어전투를 했다고 했지요?》

김정일동지께서 먼 해변가의 야산을 가리키며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장군님, 20여년전에 한번 말씀드린것을 아직 잊지 않고계십니까?》

박웅민대장의 얼굴에 파문이 지어졌다.

그것은 1970년대에 있은 일이였다.

어느해 가을 그이께서 땅크부대를 시찰하시다가 수행하는 군사지휘관들에게 앞으로 우리 나라에 어떤 형의 땅크가 많으면 좋겠는가고 물으시였다. 그때 박웅민은 우리 나라의 지형조건과 실정에 맞는 땅크가 많아야 한다고 하며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의 전투경험을 말씀드렸다.

《저는 열여덟살때 동해지구에서 해안방어전투를 하였습니다. 그때 우리 땅크중대는 해안에 있는 산에 굴을 파고 들어가 적함선이 가까이 접근해오면 불의에 땅크포로 답새기군 하였습니다. 13척의 배로 300여척의 왜선을 소멸한 리순신장군은 일당 25였지만 우리는 20명의 인원으로 2천~4천명의 적을 소멸하군 하였으니 말그대로 일당백이였습니다.》

그때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웅민을 우리 식의 군사관을 가지고 똑바른 사고를 하는 실력있는 군사지휘관이라고 치하해주시였다.

《그때의 일이 어제같은데 벌써 20여년의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그이께서는 군사일군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그때에도 군부대들을 많이 찾아다녔지만 이제부터는 더 많이 다니려고 합니다. 현지지도의 50프로 이상을 군대시찰에 돌리려고 합니다. 아직은 공개하기 이르지만 나는 이 며칠동안 〈선군후로〉의 정치방식을 생각하며 군부대도 시찰하고 인민들도 만나보았습니다.》

군사지휘관들의 얼굴에서 강한 파문이 일어났다.

《선군후로》, 그것은 어느 고전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새로운 정치용어였던것이다. 군사지휘관들은 김정일동지께서 전대미문의 경이적인 선군정치의 경륜을 마련하고계신다는 생각에 놀라움과 격동을 금치 못하고있었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오히려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자, 이야기는 그만하고 종일 먼지를 먹으면서 다니였는데 여기서 신선한 바다바람을 마시며 좀 쉬고 갑시다. 그다음 평양에 올라가서 마지막일정으로 록화물을 하나 봅시다.》

그이께서는 락조의 잔광이 부서지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시였다. 소금기가 밴 서늘한 바다바람이 페부에 깊이 스며들자 대번에 피로가 풀리고 기분이 상쾌해지시였다.

군사일군들은 그이께서 보시자고 하는 록화물이 무엇일가 하고 궁금해하였다. 방금 《선군후로》라는 새 낱말을 새긴 그들은 군사와 관련된 중요록화물을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날이 어두워 집무실에 들어서시였다.

찬 기운이 도는 마가을철이건만 그이의 웃옷잔등은 땀에 얼룩져있었다. 그이를 따라 들어서는 군사일군들의 군복잔등에도 땀이 배여있었다.

《자, 모두 여기 맞춤한 자리에 골라앉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군사일군들을 록화텔레비죤수상기앞에 앉히시고 자신께서도 한자리를 잡으시였다. 얼마후 부관이 들어와서 텔레비죤에 스위치를 련결하고 록화카세트를 넣었다.

잠시후 텔레비죤 형광막에 푸른 잣나무숲을 등지고 서있는 하늘색벽체의 덩지 큰 건물이 비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화면을 가리키며 말씀하시였다.

《저 건물이 5월10일종합공장 로동계급들이 〈HM기〉를 개발하기 위하여 건설한 작업장입니다. 며칠전에 그 공장에서 만든 최신최첨단기계에 대한 시험가동을 하였는데 그것을 좀 보자는것입니다.》

군사일군들이 모두 술렁거리였다. 그들은 민수공장에 대한 록화물을 보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것이다.

록화기가 돌아갔다.

건물 앞마당으로 렬을 지어 미끄러져 들어서는 여러대의 승용차들이 화면에 비치였다.

리명국비서, 도의 책임일군들, 서정후부부장, 장유선부총국장 등 여라문명의 일군들이 차에서 내린다.

지배인 오성오와 공장당 책임비서 주혁민이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을 작업장으로 안내한다. 티 하나없이 깨끗하고 넓은 작업장 출입문가에 30여명의 공장사람들이 주런히 늘어서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작업장은 북쪽 벽에 뙤창이 몇개 달려있어 해빛이 잘 들지 않으나 높은 천정에서 많은 조명등이 내리비쳐 밝고 눈부시였다.

《정말 수고하였습니다. 이런 작업장을 꾸린것만 하여도 대단합니다.》

리명국비서가 넓은 작업장을 희한하게 둘러보며 하는 말이였다.

오성오지배인이 손님들을 데리고 시험《HM기》가 서있는 작업장 맨 안쪽으로 들어간다.

웅장한 철의 거물이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근엄한 침묵과 산악같은 부동자세로 거만하게 내려다보고있다.

오성오는 《HM기》주축함을 잠시 쓰다듬고나서 기계두리에 서있는 기계설계가, 조립공, 연마공, 노기스, 마이크로메터측정공 등 30여명의 공장기술자들을 둘러본다. 가뜩이나 체소한 그가 덩치 큰 기계옆에 서있으니 더욱 작고 연약해보였다.

그러나 그 자그마한 인간이 새파란 불찌를 날리는 무서운 눈독으로 육중한 철의 거물에 최면술을 쓰고있는듯 했다.

드디여 오성오가 바른손을 쳐든다.

《시간이 됐습니다. 정각 4시입니다. 시작해봅시다. 준비!》

별안간 울리는 오성오의 구령소리에 작업장안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HM기》에로 쏠린다.

《탁석준동무, 시작하시오.》

지배인은 《HM기》의 앞머리에 주혁민과 나란히 서있는 탁석준에게 손짓을 한다.

기름절은 누런 작업복에 낡은 밀짚모자를 쓴 탁석준은 무엇이 내키지 않는지 고개를 기우뚱한채 움직이지 않는다. 바른손, 왼손을 엇갈아 쳐들며 초조히 얼굴을 만지고있던 주혁민책임비서가 탁석준의 어깨를 후려치며 《탁동무, 난 거 동무의 굼뜬 동작이 제일 질색이야. 성미 급한 놈 속에 불이 달아 견디겠소.》하고 이마살을 찌프린다.

《모두들 좀 멀찌기 뒤로 물러서면 좋겠습니다. 이놈의 기계가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탁석준은 느릿느릿 굼뜬 동작으로 스위치장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주의를 준다.

참관자들은 영문도 모른채 모두 뒤로 물러선다.

《자, 빨리 시작합시다. 빨리, 빨리!》

주혁민이 손을 흔들며 독촉한다. 하지만 탁석준은 무게를 실은 굼뜬 움직임을 허트리지 않고 스위치손잡이를 매만지기만 한다.

주혁민은 답답한듯 작업복 앞단추를 끄르며 한숨을 쉰다.…

김정일동지께서 화면을 가리키며 군사일군들에게 말씀하시였다.

《저 동물(탁석준) 보시오. 옆에서 벼락을 쳐도 끄떡없을 저 침착성, 지구성을… 저 손을 보시오. 논판의 흙을 떡 주무르듯 하는 농민적인 근면성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저 손으로 섬세한 설계도를 그립니다.》

록화기는 돌아간다.

《자, 스위치를 넣습니다.》

늘크레했던 탁석준의 얼굴살이 팽팽히 헤워지고 너무 유순하여 게슴츠레해 보이기까지 하던 눈에서 푸른 불이 번쩍 한다. 이때부터는 탁석준의 손이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그가 손잡이들을 번갈아 움직이는데 따라 속도조절변들이 돌아간다.

기계두리에 서있는 30여명의 긴장한 눈동자들! 어떤 사람들은 주축함에 또 어떤 사람들은 유압뽐프에 또는 왕복대에 저마끔 각이한 곳을 보고있다. 아마도 각자가 자기가 맡은 부위를 지켜보는듯 하다.

지배인은 시계를 들여다본다. 1초, 2초, 3초, 조절변들은 순조롭게 움직이고 기계몸체의 곳곳에 설치되여있는 자동수감기의 푸른 신호등들이 《안심하라. 안심하라》하고 미소를 짓듯 깜빡거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반짝이는 《HM기》신호등들을 지켜보며 생각하시였다.

각이한 성능과 각이한 구조를 가진 수백수천개의 기관과 부속들이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어 저렇게 기계가 돌아가듯이 각이한 개성과 각이한 기능을 가진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어 사회조직이 움직인다. 기계도 그렇고 사회조직도 그렇고 통일성, 이것이 중요한것이다.

기계가 돌아간지 5분! 별안간 뚤렁하는 금속음이 울리여 그이께서 생각에서 깨여나시였다.

제품이 《HM기》의 출구로 떨어져나온것이다.

《만세! 성공이다.》

설태섭이 주먹을 쳐들며 웨친다.

《간부동지들! 이제부터 5분에 한번씩 레이꼬쥬(LK)강제품이 나오게 됩니다.》

요란한 박수갈채가 울린다.

기계는 계속 돌아간다. 다시 5분만에 기계의 출구에서 《HM기》의 산아 레이꼬쥬가 뚤렁 떨어진다.

《대단합니다. 대단해. 5분에 하나씩 제품이 나오다니.》

어느 일군인가 손벽을 치며 환성을 올린다.

설태섭이 방금 출구에서 떨어져내린 LK강을 덥석 그러쥔다. 그의 손장갑이 뿌지직 타들며 연기까지 났으나 놓을념을 않고 환히 웃는다.

기계는 계속 돌아간다. 그런데 12분이 지나서부터 지륵지르륵하며 유압관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물러서라!》

누구인가 소리치며 유압뽐프가 있는 곳으로 바람처럼 달려간다. 《HM기》조립을 책임진 고급기능공인 김경복이다.

그가 유압뽐프에 손을 뻗치는 순간 《놔두라. 끄지 말고 관찰하라!》하고 오성오지배인이 고함을 지른다. 김경복의 손은 굳어진다. 지배인의 명령을 받은 공장사람들은 모두 기계앞으로 바싹 다가붙는다.

그후 몇초가 흘렀는지 알수 없다. 불시에 탕! 하는 굉장한 폭발소리가 울리더니 연한 황색기름이 분수처럼 뿜어나와 기계앞에 다가선 사람들의 얼굴과 몸을 후려갈긴다. 기름자박이 되여 뒤로 자빠지는 사람,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사람,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는 사람… 지배인은 누구에겐가 떠밀리여 모자로 넘어지며 한고패 나딩군다.

설태섭이 폭발소리에 놀라 저도모르게 지배인을 떠박지르며 달아나는 바람에 고패질을 한것이다.

멀리 달아났던 설태섭은 수치감을 느끼는지 얼굴을 이그러뜨리고 기계앞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에게 기름벼락을 들씌운 《HM기》는 통쾌한듯이 부웅하는 소리를 낸다.

경쾌히 움직이던 유압조절변들이 일제히 멎어버리고 《HM기》는 또다시 무표정한 침묵속에 산악같은 부동자세로 서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화면에 비친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시였다. 실패의 쓴잔을 마신 공장사람들의 얼굴에는 침울한 그늘이 비꼈다.

지배인은 이마살을 찌프리고 서서 설태섭의 기름묻은 잔등을 쏘아본다. 다른 기술자들은 모두 얼굴과 앞가슴에 기름칠을 하였지만 설태섭이만은 유독 머리 뒤통수와 잔등에 기름자박이 되였다. 기름이 분출하는 순간 도망친 표적이였다.

서정후도 주먹을 입에 대고 서서 설태섭의 기름묻은 잔등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유압뽐프곁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설태섭동무, 여기 오시오. 이게 동무가 설계한 설비들이지?》

설태섭은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멍하니 서있다.

서정후는 체육경기에서 패배한 선수들처럼 침울하게 서있는 윤현덕, 탁석준의 기름에 얼룩진 얼굴을 번갈아보며 엄하게 말한다.

《설계원동무들, 교훈을 찾으시오.》

오성오가 윤현덕, 탁석준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며 주먹으로 기계벽을 두드린다.

《일없소. 일없습니다. 첫술에 배부르겠는가. 두개의 제품을 뽑아냈다는데 문제가 있소. 확신이 생깁니다.》

서정후의 눈찌가 사나와진다.

《지배인동무, 자꾸 선동하지 마시오. 이게 선동해서 될 일이요. 여론에 의하면 동무가 직권을 가지고 자기 의견만을 고집하고 강요하기때문에 일이 뒤틀려진다고 합니다. 심지어 책임비서, 기사장과 토론도 없이 제 마음대로 좌지우지 한다고 걱정들 합니다. 〈HM기〉개발사업을 자기 취미대로 하면 안됩니다. 지배인때문에 3위1체가 안된다고 하오. 군중의 여론이요.》

서정후는 점잖게 그러나 시험장에 와있는 모든 일군들이 다 듣도록 높은 소리로 말한다. 오성오는 서정후를 쏘아본다. 새파랗게 질린 그의 입술이 경련을 일으키듯 떤다. 그 입술사이로 금시 폭언이 쏟아져나올것 같은 순간 갑자기 화면의 영상들이 사라지고 형광막은 글자도 그림도 없는 푸른색으로 변하였다.

촬영가들이 록화작업을 그것으로 끝낸것 같았다.

부관이 록화카세트를 꺼내고 스위치를 꺼버렸다.

김정일동지께서 군사일군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방금 본 기계가 〈HM기〉라는 최신최첨단정밀기계입니다. 미완성품이요. 세계적으로도 〈HM기〉를 만드는 나라는 두셋밖에 안됩니다. 5월10일종합공장에서는 설계에서부터 조립에 이르기까지 100프로 우리의 힘과 지혜로 우리 식의 〈HM기〉를 개발할 결심으로 달라붙었습니다. 그러나 보다싶이 첫 시험에서 실패했습니다.

동무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모든것이 다 그러하듯 〈HM기〉를 개발하는 길에는 세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완전모방이고 다른 하나는 반모방, 반창조고 또 하나는 완전창조입니다. 어느것이 마음에 들고 어느것이 성공할것 같습니까?

나는 여러 부문 군사전문가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이 대답을 들어보자고 록화물을 보여주었습니다.》

여라문명 군사가들의 얼굴을 더듬어가던 그이의 시선이 박웅민대장의 얼굴에서 멎어버렸다.

박웅민이 선뜻 일어나 대답을 올렸다.

《라남에서 비록 실패했지만 저는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도 설계도를 공장실정에 맞게 개조하고 100프로 자기의 힘과 지혜로 〈HM기〉를 개발하고있다니 쓸모있는 우리 식의 〈HM기〉가 되리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기계를 다 우리가 만들어 써야 한다는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HM기〉와 같이 적들이 과학, 경제적예속의 올가미로 써먹고있는 기계들은 특히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힘, 우리의 지혜로, 우리 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군사무기도 우리 식으로 만들어야 적들이 요격하지 못합니다. 미제가 세계면전에서 개망신을 하면서도 우리한테 감히 덤벼들지 못하는 원인의 하나가 우리 식의 무기를 두려워하기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라남의 〈HM기〉를 100프로 찬성합니다. 그런데 지배인이 대중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을 부리는것 같은데 그게 좀 마음에 안듭니다. 아주 조그마하구 약한 사람인데 〈독재〉를 하는 모양입니다, 허허허.》

군사일군들이 자유롭게 몸을 흔들면서 소리내여 웃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웅민의 대답이 모든 군사일군들의 심정을 대변하였다고 생각하시였다.

《라남공장 책임비서는 〈3위1체〉라는 론문을 쓴 동무입니다. 그런데 지배인이 독단을 한다는걸 보니 그 동무가 글은 잘 썼지만 실천에서는 〈3위1체〉를 잘 못하는것 같소. 리론이 실천으로 옮겨지자면 많은 신발이 닳아져야 한다는 격언이 있는데 그 말이 옳은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반롱조로 말씀하시고 박웅민의 말을 라남의 로동계급에게 그대로 전해주겠다고 하시였다.

《박웅민동무가 모든걸 우리 식으로 해야 된다고 했는데 우리 식이라는 말에는 깊은 철학이 있습니다. 군사일군들은 이 철학을 깊이 알아야 합니다. 우리 식과 자력갱생을 변증법적으로 리해하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비속화할수 있습니다. 일부 일군들이 우리 식과 자력갱생을 잘못 리해하여 경제를 말아먹고 나라를 망신시키는 일들이 있습니다. 60년대의 자력갱생과 90년대의 자력갱생은 같지 않습니다. 오늘 질이 나쁜 제품을 자체로 창안제작해놓고 자력갱생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바로 자력갱생을 비속화하는것입니다. 오늘에 와서는 〈HM기〉와 같이 최신설비들을 자체로 우리 식으로 만들어쓸 때 그것을 우리 식이고 자력갱생이라고 자랑할수 있습니다. 군사일군들이 특히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식의 군사전법을 창조하고 우리 식의 군수공업을 개척하자면 실력이 담보되여야 합니다. 따라서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합니다. 그럼 이만하고 헤여집시다. 오늘 많은 수고들을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걸상 팔걸이대를 주먹으로 누르며 일어서시였다. 군사일군들은 상기된 얼굴로 그이께 절도있게 거수경례를 하고 집무실을 나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밤 10시 30분, 그이께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5월10일종합공장 책임비서를 전화로 찾으시였다. 이 밤도 주혁민은 현장에 나가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오, 주혁민동무요? 조금전에 군사일군들과 함께 〈HM기〉시험하는걸 보았소.》

《장군님, 면목이 없습니다. 저희들은 큰 죄를 졌습니다.》

언제나 빠르고 힘차던 주혁민의 목소리가 한껏 처져있었다.

《주혁민동무, 죄를 졌다는건 무슨 소리요? 시험에서 실패한것 때문에? 너무 그러지 마오. 책임비서동무, 606호라는 주사약을 왜 606호라고 하는지 알고있소?》

주혁민이 모르는 모양인지 수화기가 잠잠하였다.

《606호는 도이췰란드의 에틀리흐라는 학자가 발명한 약인데 605번이나 실험에서 실패하고 606번만에 성공하였기때문에 606호라고 합니다. 그런데 첫 시험에서 한번 실패하고 어깨가 처져서야 되겠소. 혁명가답지 않소. 에디슨이 백열등재료를 연구할 때에도 1,000여번이나 실패했고 왝스먼이 토양속에서 항생물질을 내는 스트렙토미찐이라는 미생물균을 얻어내는데는 1만종이상의 미생물균실험을 했습니다. 과학의 길에는 탄탄대로가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내 언젠가 동무한테 말했지. 창조의 길은 높고 어려우며 모방의 길은 낮고 수월하다고.》

《장군님!》

《책임비서동무가 의기소침하면 안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5월10일종합공장의 《HM기》시험과정을 본 군사일군들의 의견을 전해주고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모두 좋게 평가하오. 〈HM기〉이야긴 그만하고 거기 소식이나 들읍시다. 전 지배인, 기사장의 유가족들이 다 잘있소?》

《장군님, 별고없이 잘 지냅니다.》

《잘 돌봐주시오. 윤현덕실장은 기침을 자주 깇는것 같아.… 건강이 어떻소?》

그이께서는 가끔 손수건을 입에 대고 돌아서서 기침을 깇던 윤현덕의 모습을 그려보며 물으시였다.

《예, 건강이 좋지 못합니다.》

《기술인재들을 아껴야 하오. 기술인재가 아니라도 그렇지요. 책임비서는 늘 종업원들의 건강을 보살펴야 합니다. 옆에 제약공장도 있는데 보약이랑 쓰게 하시오.… 그리고 참 강충현소장은 뭔가 생각을 하는것 같았소.》

그이께서는 《HM기》에 시선을 집중하지 못하고 멍하니 땅바닥을 내려다보고있던 강충현을 생각하시였다.

《그 동무가 쾌활한 동무인데 무슨 걱정이 생긴게 아니요?》

《장군님, 어쩌면 그렇게 구체적으로…》

주혁민의 목소리가 감격에 떨리였다.

《허허허, 솔직히 말해서 난 〈HM기〉보다 동무네 얼굴들을 더 자세히 보았소. 얼마나 보고싶었던 동무들인가… 윤현덕이랑 퍽 늙었더군. 무슨 주름이 그렇게 많소. 아직 환갑도 안됐는데… 강충현은 땅바닥을 내려다보고있었소. 기곌 보지 않고… 분명 걱정이 어린 얼굴이였소.》

《아닙니다. 그 동문 여전히 쾌활합니다. 시험직전에도 얼마나 익살을 부렸는지 모릅니다. 땅바닥을 본게 아니라 주축함을 보았을겝니다. 긴장했기때문에 얼굴빛도 그랬을겝니다.》

《그렇다면 좋고… 지배인, 기사장동무들은 호흡을 맞춰 일하는가? 지배인이 책임비서, 기사장과 토론도 없이 독단을 부린다는 말이 있던데 그건 무슨 소리요? 지배인때문에 3위1체가 안된다고도 하고…》

《예,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충돌이 일어나거나 다투는 일은 없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일을 쓰게 못해 두루 사업작풍상 문제로 지배인이 말밥에 올랐습니다. 그전에는 제가 완력을 행사하고 행정대행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지내…》

주혁민이 뒤말을 잇지 못하는것을 보고 그이께서 크게 웃으시였다.

《왼쪽으로 갔던 시계추가 이번엔 바른쪽으로 간 모양이구만. 책임비서가 행정기술사업에 대한 키잡이를 하여야 합니다. 동무가 론문에서 쓴것처럼 3위1체의 주동은 당비서입니다.》

《장군님, 며칠내로 당위원회 확대집행위원회를 열고 지배인동무에 대한 비판을 좀 해주자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성오의 문제가 저으기 걱정되여 물으시였다.

《동무네 세사람이 자주 만나군 하오?》

《예, 한공장안에 있으니 무시로 만나군 합니다.》

《만나는데 어떻게 만나는가 하는거요. 자주 만나서 사업토의뿐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있는 속타는 이야기도 허물없이 나누며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기도 하면 자연히 인간적으로 가까와질거요. 3위1체라는게 뭐겠소. 사상의지의 통일체인 동시에 감정의 통일체요. 그래야 세사람이 한몸이 되여 행동의 통일체를 이룰수 있소.》

그이께서는 계속하여 《HM기》개발과정이 사람들을 혁명화하고 공장을 과학화, 현대화하는 과정으로 되게 할데 대한 문제, 공장대학에 콤퓨터과목을 내와서 정보시대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양성하는 문제, 김경복이와 같이 일손이 딸려 공장대학 강의에 빠지게 되는 로동자들을 위해 교원들이 현장에 나와 이동강의를 조직하는 문제, 공장안에 현대화된 정밀검정실을 꾸리는 문제 등 여러가지 가르치심을 주시고 애로되는것이 있으면 제기하라고 하시였다. 그것은 이야기를 끝낼무렵이면 언제나 하시는 말씀이시였다.

《장군님, 없습니다.》

주혁민의 목소리에서 한결 앙양된 기분을 느끼신 김정일동지께서 조용히 물으시였다.

《거기서도 식량공급을 제대로 못한다지?》

《장군님, 걱정마십시오. 아직은… 일없습니다.》

그이께서는 묵묵히 계시였다. 이날 군부대시찰을 나가기전 새벽에 보신 문건들을 머리속으로 더듬으시였다. 우리 나라의 많은 곡창지대가 왕가물과 큰물, 심한 해일의 피해를 입어 알곡수확을 기대할수 없게 되였다는것, 전기와 연유가 긴장되여 철도운행, 자동차운행에서 엄중한 혼란이 일어나고 콕스탄반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김철, 황철들이 생산에서 막대한 지장을 받고있다는것, 이런 많은 통보서와 실태자료들은 미제의 경제봉쇄와 자연재해로 하여 식량난, 경제난의 엄혹한 시련의 파도가 대국상의 불행을 당한 조국땅으로 걷잡을수 없이 밀려오고있다는것을 예고해주고있었다.

《책임비서동무! 자연재해로 올해 농사가 잘 안됐습니다. 전기는 계속 모자라고 적들의 반공화국책동은 점점 더 심해집니다. 항일무장투쟁시기의 고난의 행군과 같은 어려운 행군을 하게 될것 같소. 알겠소? 주혁민이!》

《경애하는 장군님! 저희들은 어떤 천지풍파가 몰아와도 흔들리지 않고 장군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저희들은 확신합니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는것을.》

《아니요. 책임비서동무!》

그이께서 문득 주혁민의 말을 부정하시였다.

《력사에서 언제나 정의가 이긴것은 아니요. 정의가 짓밟힌 눈물겨운 실례가 얼마나 많소. 그래서 힘이 없는 정의는 무효이고 정의가 없는 힘은 횡포라는 말이 나온거요. 정의도 있고 힘도 있는 그런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가 우리 식의 〈HM기〉를 개발하려는거요.》

《장군님!》

주혁민의 목소리는 격정에 떨리였다.

《나는 언제나 라남의 로동계급들을 믿어왔소. 그 믿음이 헛되이 된적은 한번도 없었소. 앞으로도 그럴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하고싶은 많은 말씀들을 생략하고 송수화기를 놓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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