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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남의 열풍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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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7-27 21:02 조회3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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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7

승용차는 내처 급하게 달리였으나 약속한 모임시간보다 훨씬 늦어서 공장정문에 들어섰다.

김동철은 차에서 내리기 바쁘게 정문가까이 서있는 2층건물로 급히 걸어갔다.

지배인방 대기실에는 일곱명의 사람이 기다리고있었다.

《이거 안됐소. 불러놓고 기다리게 해서. 자, 방으로 들어갑시다.》

동철은 미안스레 그들을 둘러보고는 두팔을 들어 안으로 들어가자는 시늉을 하였다.

그는 따라들어오는 사람들을 벽가에 놓인 걸상에 앉히고 자기도 사무탁을 마주하고 앉았다.

《동무들을 모이라고 한것은 다름이 아니라 〈HM기〉제작단을 뭇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서론을 비약하고 대번에 본 이야기로 들어갔다. 《HM기》개발의 중요성과 의의 그리고 그 동기에 대해서는 여기서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것이였다.

《내가 먼저 당위원회에 제출할 제작단 구성안을 발표하겠으니 의견들을 말하시오.》

김동철은 빼람안에서 사업일지를 꺼내여 벌컥벌컥 종이장을 번지였다.

그는 《HM기》제작단을 크게 세개조로 나누기로 하였다. 단장, 부단장을 내오고 그밑에 설계조, 가공조립조, 후방조를 두게 하였다.

김동철은 제작단의 조구성을 알려주고 그 성원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제작단 단장은 기술부기사장 오성오동무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배인 책상가까이 앉아있는 오성오에게 쏠리였다. 오성오는 한점 웃음도 없는 싸늘한 표정을 하고 잠간 일어났다가 앉았다.

《다음 부단장은 설계사업소 설계실장 윤현덕동무입니다.》

김동철이 이름을 부르자 몸이 우람하고 이마와 볼편이 온통 주름투성이인 반백의 사나이가 기침을 깇으며 일어섰다. 윤현덕은 김책공업대학 기계공학부를 졸업한 1급 기계설계가이며 야금기사였다. 그는 기계설계에서나 야금기술에서 채취기계총국적으로 권위가 있는 기술자였다.

그가 총국적으로 더욱 이름을 날리게 된것은 48살 중년기에 김정일동지의 보증으로 조선로동당에 입당한 사람이기때문이였다. 그는 지배인보다 한살 아래이고 대학 2년 후배이지만 몹시 겉늙어서 환갑을 넘긴 로인으로 보이였다.

늘 소화제를 들고다니며 트림을 하고 무시로 쿨렁쿨렁 구새통을 두드리는것 같은 궁근기침을 하는 사람이였다. 김동철은 하루에 서너마디 말밖에는 하지 않는 이 과묵하고 병투성이의 사나이가 과연 《HM기》를 총화하게 되는 21세기 첫해 아침까지 살아낼수 있을가 하는 남모르는 걱정을 하면서도 《HM기》제작단 부단장 겸 설계조 조장의 중책을 맡기였다.

《요즘도 실장동무 부인은 B광물탐사에 동원됐는가요?》

《예, 그렇습니다.》

윤현덕은 어줍은 웃음을 지었다. 그의 안해 라숙경은 지질학사였다. 그들에게는 외아들 하나가 있는데 올봄에 군대에 나갔었다.

《로친넨 노방 외지에 나가있으니 령감이 혼자서 밥을 끓여먹으며 홀아비생활을 하겠군.》

김동철은 웃는 소리로 말하였으나 가슴이 아릿하였다. 윤현덕은 남다른 인생곡절로 하여 대학졸업후 15년동안 용해공생활을 했었다.

김동철은 몇해전 어느 당회의에서 한 윤현덕의 토론이 새삼스레 상기되였다.

《… 저는 어려서부터 혁명렬사유가족이라는 남다른 긍지를 안고 살았습니다. 흥남기계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청진기계공장(5월10일공장의 전신)에 배치되였던 제가 그 이듬해에 김책공업대학에 추천을 받게 된것도 혁명렬사유가족으로서 받은 특별대우였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할무렵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조국광복회 특수회원으로 알려져있던 저의 아버지가 사실은 혁명조직과 아무런 인연도 없는 한낱 아편장사군이였다는것이였습니다. 이 자료를 발굴한 일군의 말에 의하면 일제경찰이 두만강지역에서 아편밀수업을 하는 저의 아버지를 특수회원으로 의심하고 체포하였는데 그놈들의 야만적인 고문을 이겨내지 못해 아버지가 허위자백을 하게 되였다는것입니다.

아버지는 체포된후 열흘만에 옥사하였습니다. 결국 일제가 아버지에게 혁명가의 이름을 입혀준셈이였습니다.

조선혁명의 복잡성을 말하여주는 이 희비극적인 사건이 저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타격을 주었겠습니까. 저는 머리를 들수 없었습니다. 하여 저는 오래동안 부당하게 받아온 혁명렬사유가족대우에 대한 보상을 하기 위하여 대학을 졸업한후 5월10일공장에 찾아와 스스로 용해공생활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여 저에게 15년의 용해공경력이 생겨나게 되였습니다.

저는 그 기간에 특수합금강들과 최신기계들을 개발하여 나라의 공업발전에 적게나마 이바지하였습니다. 사실 그것은 보잘것없는것이였습니다. 그런데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저더러 고지식하고 충실한 동무라고 하시며 실장의 중책을 맡겨주고 친히 입당보증까지 서주시였습니다.》

윤현덕은 여기서 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었다.…

윤현덕은 이런 사람이였다.

(저 사람이야말로 진국이지. 이미 인생을 성공한 승리자야.)하고 생각한 김동철은 윤현덕에게 말하였다.

《실장동무! 10년동안만 버티시오. 큰 일을 해야겠는데 도중에 앓아서 몸져 누우면 야단입니다. 속을 다 털어놓고 말한다면 그게 걱정입니다.》

《건강은 념려마십시오. 걱정은 실력이 딸리는거요. 있는 힘껏 해보겠습니다.》

윤현덕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계속하여 김동철은 설계조 성원들을 알려주었다. 설계조는 3명이였다. 윤현덕이 부단장 겸 설계조 조장이고 조원으로서 탁석준이와 설태섭이였다.

《탁석준동무!》하고 이름을 부르자 윤현덕이보다도 더 체구가 우람한 40대의 장년이 굼뜨게 일어섰다.

군대에서 비행기수리공으로 복무하고 제대되여 지금까지 5월10일공장에서 일하고있는 그는 10여년전에 청진공업대학을 졸업한 설계가였다. 비행기수리공의 경력이 있는 그는 사회에 나와서도 기계수리공으로 일하면서 직심스레 대학공부를 하였기때문에 높은 기계기능과 기술리론을 겸비하고있었다.

김동철은 이마에 드리운 머리칼을 쓸어올리는 탁석준의 농군같은 투박한 손을 잠시 지켜보았다.

그는 쏱뚜껑같은 손으로도 복잡한 설계도면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맵시있게 그리는 재사였다.

《다음 설계조 조원으로 설태섭동무!》

《예!》

윤현덕설계실장과 나란히 앉아있던 20대의 젊은이가 기운차게 대답하며 일어섰다.

설태섭은 얄팍한 입술에 자신만만한 웃음을 띠고 정기있는 까만 눈을 깜박이며 서있었다.

김동철은 공장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한 이제 스물여섯살의 비상한 두뇌를 가진 이 젊은 학사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고있었다.

더두말고 5년만 지나면 설태섭이가 《HM기》의 패권을 쥐게 되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설태섭이야말로 전도양양한 21세기의 과학기술의 주인공이였다.

백두산의 절정 향도봉에 설치되여있는 대형권양기는 바로 설태섭이가 설계한 그의 성공작품이였다.

김동철은 이어서 가공조립조 성원들의 이름을 불렀다. 가공조립조도 세사람으로 조직하였다. 공업시험소 기술준비실 실장 강충현, 시험소 야금기사 고정순, 채탄기조립작업반장 김경복들이였다.

김동철은 이들의 이름을 부르고나서 키는 작은 편이나 참나무처럼 단단하게 생긴 김경복에게 눈길을 돌리였다. 제대군인출신인 김경복은 수천여개나 되는 종합채탄기 부속들을 눈을 감고도 뜯었다 맞췄다 하는 고급조립공이였다. 그는 지금 공장대학 3학년생으로서 여기 모인 사람들중에서 유일하게 아직 대학졸업증이 없는 기능공이였다.

김동철은 일어서있는 김경복을 바라보며 《동문 언제 장가들겠소? 지금 서른여섯살이지. 총각으로 늙겠소?》하고 느닷없이 시까슬러 사람들의 시선이 김경복에게 쏠리였다.

《서른여섯살이면 지내 나이가 많다. 여보 경복이, 다른게 없소. 내가 선보러 갔던것처럼 마음드는 처녀가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해.》

강충현이 짐짓 정색을 짓고 하는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리였다. 그중에도 처녀야금기사 고정순의 웃음소리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이태전에 청진광산금속대학을 졸업한 개방형의 처녀 고정순은 김경복이가 자기를 사랑하고있다는것을 바이 모르고있었다. 그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고있는 사람은 김동철이뿐이였다.

마음이 어진 김경복은 36-25=11의 엄청난 년령상 차이와 학력의 격차로 해서 감히 고정순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있었다.

김동철은 마지막으로 후방조를 불렀다.

《후방조는 여러사람 두지 않고 그저 후방부지배인이 혼자서 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철은 출입문가에 따로 앉아있는 후방부지배인에게 시선을 돌리였다.

《저, 그런데 저는 할것 같지 못합니다.》

후방부지배인은 앉은 자리에서 침울하게 입안의 소리로 중얼거리였다. 그는 50대초의 몸이 듬직한 사람이였다.

《왜 못하겠다는거요?》

김동철은 영문을 몰라 후방부지배인을 의아히 건너다보았다.

《그럴 사정이 있습니다.》

《무슨 사정이요?》

《후에 알게 될터이니 어쨌든 명단에서 빼주십시오.》

《못하겠다니 할수 없구만. 좋소, 못할 사람은 저리 여기서 다 말하시오.》

김동철은 기분이 잡쳐져 눈꼬리를 치켜들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잠자코 앉아있었다.

김동철은 새로운 눈으로 방안에 앉아있는 여덟명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뜻하지 않게 후방부지배인으로부터 못하겠다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첫 저항이 이제 10년을 두고 해야 할 《HM기》개발사업에 대해 많은것을 시사해주는것 같았다. 10년동안 역사질을 하느라면 얼마나 많은 저항에 부딪치고 난관에 봉착하고 또 얼마나 많은 충돌이 일어나게 될가싶었다.

각이한 개성과 각이한 기질, 제나름의 기술적견해를 가지고있는 저 여덟명의 사람들이 과연 한마음, 한몸이 되여 일할수 있을가. 그것은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는 10여일전 바로 이 방에서 새로 온 당비서와 호흡을 맞추어 일을 잘하라고 간곡히 당부하신 수령님의 말씀을 새삼스레 심각히 돌이켜보았다.

새로 오는 당비서 주혁민이가 어떤 사람인지 그는 아직 깊이 모르고있었다. 그에 대한 첫 인상에는 좋은점도 있고 나쁜점도 있었다. 아까 도당회의실에서 책임비서에게 의견을 제기하는 자기의 옷자락을 마구 잡아당기며 《앉으시오. 앉으라요. 뭘 우는소릴 하오. 하면 하는게지 못할게 뭐요.》하던 주혁민의 그 완력기가 불안스러웠다. 수령님께서도 그는 성미가 급하고 가끔 완력을 행사하는 때가 있다고 하셨다.

(내 성미에 이 사람하구 호흡을 맞출수 있을가? 새 당비서하고도 호흡을 맞추지 못하면 김동철이라는 인간은 끝장이 나고말것이다.)

김동철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머리를 저었다.

그는 《HM기》에 대한 과업을 주며 우리 식의 21세기 미남기계를 만들어내라고 하신 수령님의 그 말씀도 다시금 새겨보았다. 그것은 결코 기계 하나만을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니라 우리모두의 빛나는 희망과 아름다운 생을 축복하신 사랑의 말씀이였다.

과연 우리가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미남기계를 만들수 있을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지 동철은 윤현덕의 기침소리를 듣고 생각에서 깨여났다. 그제야 그는 자기가 사람들을 앉혀놓고 오래동안 말없이 서있었다는 생각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다른 의견들이 없으면 이만합시다. 한가지 알아둘것은 〈HM기〉제작단이 현재는 유급제가 아닙니다. 당적, 행정적을 다 지금있는 직장에 그대로 두고 일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일하겠는지는 단장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고 토론해보시오. 어쨌든 현재는 이미 맡고있는 과제도 하고 〈HM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니 두몫을 해야 합니다.》

김동철은 모두가 최대의 마력을 내여 일하자고 강조하고나서 기술부기사장만 남고 돌아가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다 나간 다음 동철은 사업일지를 빼람안에 넣으면서 오성오에게 물었다.

《후방부지배인이 요즘 왜 무우먹고 체한 사람처럼 입이 뿌죽해있소? 나한테 무슨 의견이 있지 않는지 모르겠소.》

《무슨 의견이 있겠습니까?》

오성오는 벽가에 앉아 영문으로 된 유압공학원서를 보면서 심상히 대꾸하였다.

《그 사람한테 분명 무슨 일이 있소. 기분상태가 별스럽소. 그렇지만 섭섭하단 말이요. 〈HM기〉제작단을 조직하는 마당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간부당원이 어떻게 못하겠다는 말을 할수 있소. 내 한마디 하려다가 체면을 생각해서 그만두었소.》

흥분하여 열을 올리던 김동철은 탁상우에서 울리는 전화기 신호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김동철이 전화받습니다.》

《아, 지배인동뭅니까? 서정후입니다.》

수화기에서 서정후의 점잖은 목소리가 울리자 김동철은 뜻모르게 긴장되였다.

서정후는 몇마디 인사말로 공장사람들의 안부를 묻고나서 아무런 힘도 없는 자기가 이번에 당의 신임으로 《HM기》를 맡은 다섯개 공장, 기업소들에 대한 통일적인 지도를 하게 되였다고 말하였다.

《지금 5월10일공장에서는 어느 정도 추진됐습니까?》

《예, 방금 제작단을 조직했습니다.》하고 대답한 김동철은 제작단 조직구성과 성원들을 알려주었다.

《좀 늦었군요. 다른데선 벌써 도면을 다 뜨고 기계제작에 달라붙었는데… 거기서도 빨리 작업도면을 뜨고 전투에 진입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일부 우리 동무들의 의견은 다른 나라에서 떠온 설계도의 규격을 좀 고쳐야 될것 같다고 합니다. 내 생각에도 공장의 실정에 맞게 규격을 변경시켜야 될것 같습니다.》

《지배인동무, 그러면 안됩니다.》

서정후는 대뜸 목소리를 높이며 그의 말을 일축해버렸다.

《1미리메터도 변경해선 안됩니다. 그게 어떤 기계라고 제멋대로 고치겠다고 합니까. 앞으로 조그마한 문제도 우리와 토론해야 하겠습니다. 됐습니다. 설계도문젠 더 토론할 여지도 없습니다. 1미리메터도 변경시키지 말고 그대로 하시오. 설계돈 그렇게 하고 거기〈HM기〉제작단 단장이 누구라고 했던가요?》

《오성오기술부기사장입니다.》

《오성오?… 오성오라… 그 동물 빨리 평양에 올려보내시오.》

《무슨 일로요?》

《아직 소문은 내지 마시오. 〈HM기〉참관문제로 외국에 가게 될것 같습니다.》

《외국에요?》

김동철은 놀라며 반문하였다.

《당조직과 토론이 다 됐으니 그리 알고 오늘 밤이라도 가급적으로 빨리 올려보내시오. 다시 말하지만 설계도의 규격을 1미리도 변경시켜선 안됩니다. 장유선부총국장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김동철지배인이 총국의 말도 잘 듣지 않는데 대해 보고했다고 하는데 다시 그런 말밥에 올라서야 되겠습니까. 내가 힘든 말을 하였다는걸 리해하여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전화를 놓겠습니다.》

서정후는 더 이야기할 여유를 주지 않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동철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송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무슨 전화입니까?》

오성오가 전화로 주고받는 말속에 자기 이름이 오른때문인지 긴장한 눈빛을 하고 물었다.

《기술부기사장동무, 빨리 평양에 올라갈 준비를 해야겠소. 외국에 기술참관을 가게 될것 같다고 하오.》

《외국에요?》

오성오는 눈을 크게 뜨며 튕기듯 일어섰다.

《말을 듣지 않게 빨리 평양으로 올라가오.》

김동철은 한마디 내뱉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는 눈앞에서 꼬리를 치는 흰 담배연기를 지켜보며 서정후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그를 처음으로 알게 된것은 1988년 가을이였다.

김동철은 그때 처음에는 서정후를 실력있는 과학자로 보고 존경했었다. 그러나 점차 그에 대한 인상이 나빠졌다. 그것은 오성오가 5월10일공장에서 《HM기》를 개발해보겠다고 의견을 제기할 때에 서정후가 조소하듯 입을 실그리면서 《〈HM기〉설계도를 복사하는것과 그것을 개발하는것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소. 첫번째 일에서는 동무가 표창을 받았지만 두번째 일에서는 무서운 벌을 받을수 있소.》하고 비꼬는 말을 했기때문이였다. 그날 오성오와 서정후가 크게 다투었다.

김동철은 그때의 불쾌한 인상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있었다. 별스럽게 생각되는것은 두번째의 일에서는 무서운 벌을 받을수 있다고 비꼬았던 그 사람이 두번째 일의 총책임을 지겠노라고 기꺼이 용감하게 나선것이였다.

서정후는 수령님과 김정일동지께 《HM기》를 기어이 개발하겠다는 맹세의 편지까지 올렸다고 한다.

김동철은 장유선부총국장에 대해서도 좋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가 보기에 장유선은 보신주의적으로 자리지킴만 하는 일군이였다. 그래서 언제인가 김동철은 총국산하 공장책임일군들의 모임에서 몸을 내대여 일하지 않는 장유선을 비판한적이 있었다.

그때 동철은 우리 사회에는 숨은 영웅들이 있는 반면에 숨은 건달군도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물론 장유선을 빗대고 한 말이였다.

(장유선은 역시 보신주의자야. 앞에서는 나를 비판하지 않고 뒤에서 상부에만 엄중하게 말하거던.)

김동철은 그에 대한 고까운 생각에 얼굴을 찌프리였다. 치미는 개인감정을 리성으로 억제하려고 하였으나 잘되지 않았다.

김동철은 청진에 갔던 운전사가 돌아왔을 때에야 어수선한 생각에서 깨여났다.

《책임비설 태워왔소?》

《예, 그런데 책임비서동진 려관앞에서 내렸습니다.》

운전사의 말이였다.

《려관앞에서 내리다니? 오늘밤 려관에서 쉬겠다는건가?》

《아니 그런게 아니라 기사장동지네 가족들을 만나보겠다고 하면서…》

《기사장?》

동철은 사무탁을 짚고 일어섰다. 그때까지도 집에 가지 않고 책을 보고있던 오성오도 고개를 쳐들었다.

김동철은 기사장네 가족들을 본것이 아득한 옛일처럼 생각되였다. 기사장을 평양병원으로 후송시킨 다음 아직 한번도 그 집에 가본 일이 없었다.

《기사장네 집에까지 태워드릴게지 왜 내리게 했소?》

《어떻게 태웁니까. 차를 끌고 청진에 온걸 가지고도 괜한 휘발율 랑비한다고 핀잔하던데요. 미리 말했으면 저리 기사장네 댁으로 가는건데 려관앞에 와서 갑자기 생각나는지 내리겠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좌우간 재미있는분입니다. 오면서 젊었을 때 아주머니와 련애걸던 이야길 해서… 허리가 끊어지게 웃었습니다, 허허허.》

김동철은 멍하니 서서 운전사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운전사가 그렇게 즐거워하는것을 처음 보았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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