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전역 66 > 조선문학예술

본문 바로가기
영문뉴스 보기
2024년 3월 29일
남북공동선언 관철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조선문학예술

북부전역 66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4-19 20:05 조회275회 댓글0건

본문

20220206114351_2650964dc3cf20ede6aa2d8e9259718c_s1l3.jpg

제 66 회


바다가 보인다

라 광 철

1

상상도 할수 없었던 엄청난 재해였다. 영예군인인 김광석은 앞을 보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이번 북부지역의 여러 시, 군을 휩쓴 수해가 얼마나 험악한가를 어느 정도 가늠할수 있었다.

수만세대의 살림집들이 무너지거나 떠내려갔으며 전력망과 통신, 도로와 철길이 뭉청뭉청 끊어져나가고 공장, 기업소, 농경지들이 파괴, 침수되였다고 한다. 무산군에서도 산골짜기와 강기슭가까이에 있던 집과 마을들이 통채로 없어지고 돌모래만 가득 쌓여 페허로 되여버린 곳이 한두곳이 아니라고 한다. 해방후 처음 보는 무더기비와 무서운 돌풍에 의한 참혹한 큰물피해였다.

이전에 영화나 소설책에서 보았던 전쟁의 피해를 입은 거리와 마을들과 같은 참상이 방불히 떠오르며 절망감에 사로잡히는것을 어쩔수없었다. 하루밤사이에 조국땅 한끝이 폭풍이 지나간 절해고도처럼 되여버렸다.

광석은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스러워 집에 가만히 앉아있을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을 나섰다.

《삼촌, 어딜 가려고 그래요?》

이때 음료수가 없어 어디론가 샘터자리를 찾아갔던 형수가 수지물통을 들고 집으로 들어서다가 깜짝 놀라 물었다.

《집에 혼자 앉아있자니 어디 답답해서 견디겠어요. 거리라도 한번 돌아봐야지.》

《삼촌, 그게 정신있는 소리예요? 지금 길이란건 다 없어져 성한 사람들도 다니기 힘든데 그 몸으로 어딜 다닌다는거예요?》

《그래도 어릴적 눈에 익힌 제 고장이야 못 다니겠어요.》

그는 지팽이로 평평한 땅을 더듬으며 말했다.

《음, 그 고집 정말! 그럼 나와 함께 가자요!》

《아, 그러지 말라요. 형수와 같이 다니면 내가 장가든줄 알고 나한테 시집오려던 처녀들도 다 달아나고말겠어요.》

그는 그속에서도 히죽이 웃으며 롱말을 했다.

《호호. 그래두 삼촌이 장가갈 생각은 있는 모양이지요. 그런데 전번에 처녀가 찾아왔을 땐 왜 당대 장가를 안 간다고 딱 잡아뗐어요?》

형수는 가볍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나라구 왜 장가갈 생각이 없겠어요. 그렇다고 나를 찾아오는 처녀들을 무턱대고 좋다고 하겠어요. 앞 못 보는 나한테야 무엇보다먼저 마음이 통하는 처녀라야 되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형수?》

그는 앞을 못 본다고 남들의 동정을 받는것을 질색했다.

《에이, 나도 모르겠어요. 삼촌과 마음이 통할 처년 어떤 처년지. 어쨌든 큰길을 벗어나지 말고 조심히 다녀오라요!》

광석은 형님네 집에서 살고있었다. 부모님들은 고난의 행군시기 순직하고 그는 형님과 함께 삼촌의 집에서 살다가 그가 열두살나던 해에 원산중등학원에 입학하여 생활하였다. 학원을 졸업한 그들형제는 조선인민군 해군에 입대하여 복무하였고 두살우인 형이 이미 제대되여 자리잡고있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깃든 무산땅으로 나오게 되였다.

광석이 마을을 벗어나 큰길에 들어서고있는데 누군가 그를 소리쳐부르며 달려왔다.

《아저씨!》

《오, 너 은연이로구나!》

광석은 그 목소리를 듣고 그가 누군지 대뜸 알았다.

삼봉초급중학교에 다니는 허은연이였다. 그를 알고 지내는지도 이젠 벌써 3년이 되였다. 비록 얼굴은 볼수 없었지만 은연이의 모습은 무척 예쁘고 정깊은 아이같았다.

은연이를 처음 알게 된것은 어느 가을날이였다. 삼봉마을에 있는 형님네 가시집을 갔다오던 광석은 좀 쉬느라고 길옆 황철나무아래에 앉아있었다. 이때 누군가 옆에 와앉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아저씨, 목마르지요. 이 과일단물을 좀 잡수세요!》

그러지 않아도 목이 말라 어디서 물 한모금 마셨으면 했던 광석은 자기의 마음을 신통히 알아맞히는 소녀가 기특하여 웃으며 물었다.

《넌 누구냐?》

《난 이 마을에 사는 허은연이라고 해요. 아저씬 영예군인이지요!》

그러면서 그는 단물병을 광석의 손에 들려주었다.

《음? 누가 그러던?》

광석은 크게 위훈을 세운것도 없이 영예군인이라고 하여 어디 가나 대우를 받는것이 민망스러워 영예군인휘장도 달고다니지 않고있었다.

《아저씨가 이쪽으로 지나다닐 때 마을사람들이 말하는걸 들었어요.》

그때 은연은 앞 못 보는 광석이 보호색안경을 끼고 지팽이를 더듬으며 가는것을 보고 저러다 혹시 그 어디 걸채이거나 부딪치지나 않을가 하는 걱정을 안고 슬그머니 그의 뒤를 따라 집이 있는 곳까지 가보았었다. 그때부터 그는 어떻게 하면 영예군인아저씨를 도와드릴수 없을가 하고 생각하고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또 만났다.

《음. 고맙다, 은연아!》

광석은 자기를 알게 모르게 살뜰히 돌봐주는 사람들이 어디 가나 있어 아무데나 마음놓고 다닐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후더워졌다. 그것이 인연이 되여 그는 은연의 부모들과도 알게 되고 서로 한혈육처럼 가깝게 지내고있었다. 그런 은연이를 물란리를 겪고 처음 만나니 마치 몇년만에 만나는것처럼 반가와 그의 손을 더듬어 꼭 잡고 물었다.

《그래 너희 집은 무사하니?》

《예. 우리 집은 일없어요. 우린 아저씨네 집을 걱정했어요.》

《우리 집도 일없다. 그런데 어딜 가댔니?》

《아저씨를 찾아오댔어요!》

《그래? 그럼 나와 함께 거리나 좀 돌아보자꾸나.》

《예, 그러자요. 지금 저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다 없어지고 이쪽으로 가는 중심길만 남아있어요. 새 마을들과 독소리로 가는 다리도 다 끊어졌대요.》

은연이 광석의 손을 잡고 평탄한 길로 이끌며 말했다. 그는 여기저기를 같이 다니며 피해상황을 눈에 보이듯이 설명했다.

《저기 저 무산광산에도 성천수물이 갑자기 불어나 많은 피해를 보았지만 그곳에 모셔진 위대한 수령님들의 태양상을 광부들이 그대로 방패가 되여 목숨걸구 안전하게 보위했대요!》

광석의 눈앞에는 노호하는 탕수속에 결사의 각오로 어깨를 겯고 만년성벽처럼 꿋꿋이 서있는 광부들의 불굴의 군상이 떠올랐다.

그는 뜨거운 격정이 가슴을 치밀어 은연이의 자그마한 손을 꽉 잡았다.

이때 어디선가 발동기소리가 들려왔다. 광석이 가던 걸음을 문득 멈추고 귀를 기울이였다.

《이게 무슨 소리냐?》

도로와 기차길, 전력망까지 다 파괴되여 숨죽은것 같은 이 거리에서 발동기소리가 들려오는것이 이상스러웠던것이다.

《아, 아저씨. 비행기예요! 우리 비행기예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듯 하던 은연이 갑자기 발을 동동 구르며 환희에 찬 소리를 질렀다. 아직 검은구름이 채 가셔지지 않은 하늘가에 은빛동체를 번쩍이며 직승기가 나타났던것이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평양에서 오는 직승기다!》

높은 지대와 산등성이에 비닐박막으로 대피막을 쳐놓고 한지에 나앉아있던 수만명의 사람들이 만세를 터치며 직승기를 따라 사태처럼 밀려오고 달려오며 손을 흔들었다. 그들의 얼굴에 층층이 드리웠던 재난의 구름장들이 순간에 그 은빛해살에 가뭇없이 가셔지고 환희와 감격의 뜨거운 눈물들이 흘러내렸다.

직승기는 피해지역들을 낮추 떠돌다가 역전광장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아저씨, 직승기가 역전광장에 내려요! 우리도 빨리 가자요!》

은연이 광석의 손을 잡아끌며 소리쳤다.

《응, 어서 가자!》

광석은 은연의 손을 잡고 달리다싶이 그리로 갔다.

역전광장에는 벌써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로 바다를 이루고있었다.

격정의 바다가 늠실거리고있었다. 그는 그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여러분!》

직승기에서 내린 일군은 군중들에게 목메인 소리로 말했다.

《지금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북부피해지역 인민들을 걱정하시며 침식도 잊고계십니다. 그러시면서 저희들을 어서빨리 피해지역 인민들에게 가보라고 하시였습니다.》

순간 군중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들먹이였다.

(그이께서 우리가 당한 재난때문에 침식까지 잊고계시다니?!)

광석의 가슴속에 뜨거운것이 그들먹이 차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인민들의 불행과 고통을 그대로 자신의것으로 여기시는 우리의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이시였다.

우리는 재난을 당했다 해도 하루 세끼 밥을 먹고 잠을 자고있지 않는가!

일군의 목소리가 온 광장을 울렸다.

《북부지역이 이번에 당한 피해는 참으로 혹심합니다. 그러나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계시는 한 이 땅에는 훌륭한 새 거리와 새 마을들이 일떠서게 될것입니다.》

만세의 함성이 터져올랐다. 광석이도 목청껏 만세를 불렀다.

그로부터 며칠후 국가의 인적, 물적, 기술적잠재력을 총동원, 총집중하여 억만금을 쏟아붓고 나라의 재부를 통채로 기울여서라도 최단기간내에 혹심한 북부지구피해를 가시고 기적을 창조하기 위한 투쟁에로 전당, 전군, 전민을 부르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의 호소문이 신문과 방송, 텔레비죤을 통하여 발표되였다.

북부피해복구전투를 인민을 위한 사생결단의 치렬한 전쟁으로 선포했다. 당의 부름에 삽시에 온 나라가 끓어번졌다. 전쟁! 북부피해지역 인민들을 위하여 일찌기 인류력사에 있어보지 못한 인민사수전, 인민복무전이라는 위대한 사랑의 전쟁이 시작되였던것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부고]노길남 박사
노길남 박사 추모관
조선문학예술
조선중앙TV
추천홈페이지
우리민족끼리
자주시보
사람일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한겨레
경향신문
재도이췰란드동포협력회
재카나다동포연합
오마이뉴스
재중조선인총련합회
재오스트랄리아동포전국연합회
통일부


Copyright (c)1999-2024 MinJok-TongShin / E-mail : minjoktongshin@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