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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전역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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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4-13 21:06 조회3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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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1 회


생 명 지 표

한 은 희

1

벌컥…

아직 날도 채 밝지 않은 꼭두새벽에 다급히 열어제끼는 문소리에 리지훈은 깜짝 놀랐다.

급히 방에 들어선 웬 처녀가 방안을 휘둘러보며 물었다.

《저… 과장선생님은 어디 계십니까?》

《…》

지훈은 엉거주춤 일어났다.

실신한 녀인을 등에 업고 들어온 인민군군인을 도와 그 처녀는 환자를 침대에 눕혔다.

처녀는 그때까지도 말없이 얼떠름해있는 지훈을 보고 불만스러운지 재차 다급하게 물었다.

《과장선생님이 어디 계시는지 모릅니까?》

《글쎄… 어느 방에선가 쉬고있을거요. 그런데 이 환잔?…》

《군인동무들에 의해 구원된 환자인데 심한 출혈로 거의나 의식이 없어요. 》

《동문 누구요?》

《누구라니요. 여기 의사지.》 하고 말하던 처녀는 곱게 쌍까풀진 눈을 치뜨고 지훈을 의문스레 바라보았다.

《동진 누구예요?》

《나… 나도 의사요.》

처녀는 더 들어볼것도, 들을새도 없다는듯 눈앞에서 사라졌다. 과장을 찾으러 가는 모양이였다.

하지만 당장 여기 산부인과 주인은 리지훈자신이였다.

어제밤 무산군인민병원에 도착하여 인사를 나누며 보니 과의 의사들은 피해복구전투장의 담당지구들에 나가있고 산부인과치료실에는 간호원과 허은주과장이 남아있었다. 란리통에 고생하는 그들의 정상이 하도 측은해서 지훈은 그들에게 잠간이라도 눈을 붙이라고 설복했었다.

그리고는 혼자 근무를 서고있었다.

《선생님,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예? 우리 엄마 살려주지요? 선생님!》

어느 틈에 묻어들어왔는지 환자의 딸이라고 짐작되는 열두어살나보이는 처녀애가 팔에 동동 매달려 애원하자 지훈은 정신이 버쩍 들었다.

쫘르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얼음알갱이들이 피부를 핥으며 흘러내리는듯했다. 지겹던 배멀미에서 벗어난듯 한 심정이였다. 그는 재빨리 소독수에 손을 씻었다. 혼자서라도 빨리 환자를 소생시켜야 했다.

희다못해 파리하게 보이는 창백한 녀인의 얼굴, 거무스레한 입술사이로 간간이 새여나오는 숨소리를 들으며 지훈은 환자의 몸에 손을 가져다댔다.

체온, 혈압, 맥박, 호흡… 생명지표에 해당되는 모든것이 위험계선에서 헤매고있었다.

환자의 생명은 말그대로 경각에 달하고있었던것이다.

그는 당황했다. 환자는 소생가망이 거의나 없었다.

피해복구전역에서 처음으로 맞다든 환자, 현장에서 목격한 재해의 아픔만으로도 가슴은 갈가리 찢기는데 첫눈에도 생명지표가 령계선에 있는 피해자녀인을 마주하고보니 지훈은 당황했다.

지훈은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환자를 세심히 진찰했다.

창백한 얼굴, 늘어진 사지, 첫눈에도 팽만감이 느껴지는 아래배, 경동맥부위에서나 겨우 알릴듯말듯 한 빈맥… 구체적인 진찰끝에 지훈은 환자의 곁에서 물러났다.

어느새 들어왔는지 허은주과장을 비롯한 산부인과의사들이 지훈을 둘러싸고있었다.

《어떻습니까?》

허은주과장이 물었다.

《구체적인 기구학적검사를 해보아야 알수 있겠지만 현재 환자는 매우 위급합니다. 실혈성으로 하여 의식은 혼미상태이고 생명지표는 위험계선에 있습니다. 이전부터 진행되여온 출혈로 전 혈구가 감소된것이 분명합니다. 거기에다 수해로 인한 내성기감염증도 있고… 허혈성 심부전상태에서 심장이 박동을 멈추지 않고있다는것이 믿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륭기된 하복부의 촉진으로 보아 다발성종물로 인한 출혈이니 시급한 수술이 필요합니다. 아니, 그보다 먼저 모든 검사와 함께 수혈이 필요합니다.》

지훈은 위급한 환자상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듯 숨 한번 쉬지 않고 자기의 견해를 내놓았다.

의사들이 술렁거렸다. 그들을 둘러보며 허은주가 지훈을 소개했다.

《참, 선생들은 모르겠군요. 중앙치료대로 파견되여온 평양산원선생님이예요. 어제 밤늦게 도착했지요.》

《리지훈이라고 합니다. 많이 배워주십시오.》

지훈은 좌중을 둘러보며 인사를 했다. 네댓명의 의사들이 다 녀성이다. 하긴 평양산원을 내놓고는 산부인과에 남자의사는 극히 드물다.

지훈은 그들이 이 지방에서는 전혀 볼수 없는 새파랗게 젊은 남자산부인과의사를 굉장한 호기심에 차서 바라보고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좀전에 환자와 함께 들어왔던 쌍까풀눈처녀의사의 낯에는 호기심보다 어딘가 못미더워하는 표정이 짙게 어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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