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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전역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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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3-21 21:31 조회3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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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 회

리 국 철

4

악몽같이 숨가쁘고 지겨운 시간은 흘러 이틀이 됐던지 하는 날. 아침이 조금 지나서 엄청나게 큰 배낭을 진 사람들이 물을 헤치며 둔덕으로 왔다.

무산군당 일군들이였다.

재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그들은 지고온 천막을 쳐주었다.

《여러분, 다들 장합니다.》

군당일군들은 정복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허리굽혀 인사를 했다. 뒤따라 군청년동맹과 직맹과 녀맹일군들이 장작지게들을 지고왔다. 매 천막들에 그 장작들을 고루 나누어주고는 각기 천막들을 돌며 불까지 지펴주었다. 따뜻한 그 불앞에서, 그 뜨거운 인정의 불앞에서 사람들은 어깨를 떨며 울었다.

사람들이 계속 천막들로 찾아왔다.

《요 둔덕아래 내가 가꾼 강냉이밭이 있수다. 그걸 모두 따서 잡수시우. 내 이런 사람들이라면 내 집재산 다 바친대두 하나두 아깝지 않다니까요.》

정복은 자신이 어쩐지 부끄러워 그냥 고개를 수그리고있기만 했다.

가슴노리에 매달려있는 마크만을 내려다보며 소리없이 눈물만 흘렸다.

남편이 아니였더라면 내 과연 이렇게 이런 사람들속에 서있을수 있을가.

그때, 바로 그때 누군가의 고함이 모두를 놀래웠다.

《저길 보라요!》

정복도 놀라나 주위를 살폈다.

재차 고아대는 소리.

《저길, 야 참. 하늘을 보란 말이요!》

고개들이 일시에 하늘로 쳐들리였다.

《으흐흑》

장정 한명은 벌써 흐느껴울기 시작했다.

뒤미처 환성인지 울부짖음인지 알수 없는 소리들이 연방 터쳐졌다.

《직승기다!》

《평양에서 오는 비행기일거예요! 난 알아요.》

《옳아, 라선피해때도 우리 원수님께서 비행기를 띄워주셨다고 했어요.》

또 울음밴 다른 목소리…

《난 알았다니까. 우리 원수님께서 보내주신 비행기가 날아올줄… 우리 원수님이… 으흑!》

사람들이 만세를 불렀다. 서로서로 붙잡고 부둥켜안고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다.

뿌잇하고 컴컴한 구름더미들을 헤치며 헤가르며 사랑의 직승기는 그냥그냥 하늘을 맴돌았다.

누군가 노래선창을 뗐는지 모두가 흐득흐득 느끼며 합창을 했다.


인생의 먼길을 홀로는 못 가

내 잡고 따르는 손길 있네

그 손길 잡으면 만리도 지척

걸음에 나래 돋네

어머니 우리 당 손잡고

내 인생 끝까지 가리라

아- 운명의 그 손길


정복은 두손을 허공에 펴들고 마구 몸부림치며 부르짖었다.

《여보, 어디 있소. 함께 보자요. 원수님께서 직승기를 보내셨어요. 같이 보잔 말이예요. 여보, 남철이 아버지! 원수님만 계시면 우린 꼭 산다고 하시던 당신이 아니예요. 예? 여어- 보오…》

그 사랑의 직승기가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재난의 물을 몰아내고있었다.

사람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줄듯 낮추 떠도는 그 직승기의 동음이 모두의 가슴을 흔들어놓았다.

집과 재산을 다 잃으면서도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만을 정히 모셔내온 사람들이 평양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에 젖어 부르짖었다.

《경애하는 원수님, 우린 원수님만 계시면 됩니다. 원수님만 계시면 우린 천지풍파가 휩쓴대도 두렵지 않습니다.》

구름을 몰아내며 해빛이 비쳐들고있었다. 차올랐던 물도 서서히 찌고있었다. 허나 무산사람들은 따뜻한 사랑의 손길에 떠받들린 자기들의 눈가에서 자연의 홍수와는 대비할수 없는 진한 눈물이 그리도 마를새없이 쏟아지게 되리라고는 그때 누구도 미처 생각 못하고있었다.

며칠후 그들은 이른새벽부터 울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너무 울어서 두눈이 다 충혈진 인민반장이 모두에게 목메여 소리를 쳤다.

《여러분! 이제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보내주신 인민군대가 무산읍에 도착한대요. 원수님의 명령을 받은 우리 군대가 지금 결사전을 벌리며 길을 열면서 여기로 오고있답니다. 우리에게 집을 지어주려고 흑- 》

만세가 터졌다.

몇시간후에 사람들은 인민군군인들을 얼싸안았다.

감탕과 물에 얼룩진 군복차림이였어도 힘찬 노래를 부르며 들어서는 군인대렬을 마중하던 사람들이 또다시 뜨거운것을 쏟았다.

붕대를 감은 손들, 터진 곳을 대충 기워신은 신발들…

사태와 감탕으로 메워버린 길을 한치한치 열며 여기까지 오느라 죽음도 각오했던 군인들이다.

부르튼 입술들, 피발이 진 눈들…

그들은 배낭을 내려놓을 천막이 아니라 살림집기초부터 파기 시작하였다.

한쪽으로는 감탕을 제거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졌다. 말그대로 그것은 결사전이였다.

정복은 군인들과 함께 감탕이 담긴 마대를 지고 달리면서도 그들의 얼굴을 놓칠세라 살펴보았다. 혹시 여기에 우리 아들이 와있지 않을가? 하는 괜한 미련도 가지군 했다. 소금을 뿌려놓은듯 쓰린 가슴속에 다른 또 하나의 위안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과도 같은 아니, 자신보다 더 귀중하고 소중한 아들이 있다는 그것이였다.

그래서인지 군인들모두가 남같지 않았다. 제 자식처럼 생각되였다.

감탕 한마대라도 더 나르고싶었건만 그들과 함께 일해볼새도 없었다.

인민반장이 종을 울리며 매일 아침마다, 어떤 날에는 두번세번 천막들을 돌았다.

《모두 군당청사로 가야 합니다.》, 《이제 빨리 회관에 모이자요.》…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보내주신 사랑의 선물들을 실은 대형차들이 꼬리를 물고 무산땅에 들어서고 련이어 온 나라 인민들의 성의가 담긴 가지가지 지원물자들이 도착했다.

정복이 혼자 사는 천막안에도 그 선물들과 지원품들이 쌓여졌다.

정복은 물과 공기만 마시면 된다고 하는 군인들의 일손을 한가지라도 도와주지 못하는것이 안타까왔다.

그래서 찾아낸것이 군인들의 군복도 수리해주고 험해진 군복을 깨끗이 빨아주는 일이였다.

힘든줄을 몰랐다.

청청하던 하늘에서 비꽃이 떨어지던 날이였다. 수십명의 군인들의 군복을 빨아가지고 올라온 정복은 그 옷들을 말리우는 일이 문제로 되였다.

군복들을 오늘중으로 말리워내지 못하면 군인들은 래일도 땀과 세멘트가 묻은 바랜 옷을 그냥 입고 일하게 된다. 비는 좀처럼 멎을줄 몰랐다. 하나같이 아들같기만 한 군인들에게 어미심정으로 옷이야 왜 깨끗이 빨아 말리워 입히지 못할가. 정복은 천막안에 들어오자바람으로 불을 지폈다. 그 모닥불앞에서 한벌, 또 한벌 군복을 말리우며 그는 장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마지막군복을 말리우려고 집어들던 정복은 떡 굳어졌다. 군복상의 어깨부분이 보풀이 일다못해 밤알만 한 구멍이 뚫려있었던것이다. 어깨에 얼마나 많은 감탕마대, 모래마대, 세멘트마대를 지였으면 질긴 군복이 이 지경이 되였을가? 원, 어깨가 얼마나 아팠을가? 혹 상처라도 생겼다면…

한지에 나앉은 자기들을 위해 시간을 쪼개가며 전투를 벌리는 군인들이였다. 군인들이 잠자는 시간은 기껏 잡아야 2~3시간이라지 않는가. 어떻게 구멍뚫린 옷을 그냥 입게 한담. 더 생각할 여지도 없는지라 이른새벽에 천막을 나섰다.

그래 주변의 천막들을 돌아다니며 조용히 물었다.

《새벽부터 미안해요. 혹시 군복색갈천을 건사한것이 없나요? 손바닥만 한 자투리면 되겠는데 …》

그렇게 물으며 다닌것이 산을 넘어 군인사택마을까지 갔다. 거기서 구멍뚫린 군복과 색갈이 꼭같은 천자투리를 얻을수 있었다. 바느질자리가 나지 않게 하느라 여간 정성을 들이지 않았다. 군복임자는 한줄배기 애된 전사였다.

군복을 받아쥐고는 정복을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어머니!》 하며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정복은 온몸이 흠뻑 젖어있었다. 밤을 꼬박 샌탓에 온몸이 나른한데서 나는 식은땀이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구멍뚫린 군복을 어떻게 하나 바느질자리가 나지 않게, 눈에 알리지 않게 기워야 한다는 오직 그 긴장으로 흘린 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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