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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전역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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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3-15 19:29 조회3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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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 회

결사대원

오 광 철

2


그것은 분명 전쟁이였다. 전쟁의 기운은 자연에서부터 풍겨왔다. 무시무시한 전투의 세례가 아니라면 그 무엇도 그처럼 온 산을 통채로 허물어 철길우에 덮씌워놓지 못했을것이다.

철다리기둥의 중둥이 뭉청 꺾이고 수백메터의 로반과 침목은 멀리까지 휘뿌려졌으며 그 자리엔 엿가락처럼 휘여든 레루들이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운동장 대여섯개만 한 산비탈이 통채로 무너져내린 협곡도 있었다. 그 모든것에서는 전투의 뒤끝에 보게 되는 침침하고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떠돌았다.

전쟁의 느낌은 인간들의 모습에서도 풍겨왔다. 썰렁한 날씨에도 웃동을 벗어던진 청년들이 돌격구령을 받은 병사들처럼 마대를 메고 마구 내달렸다. 피진 어깨와 터갈라진 손에서 그리고 사무럽게 번득거리는 눈길들과 목갈리도록 노성을 웨치는 쩍 벌린 입들에서 승패를 가르는 처절한 전투의 기운이 풍겨왔다. 한쪽에서는 수십m 절벽아래로 떨어져내려 관성렬차회전레루처럼 되여버린 철길레루를 끌어올리고있었다. 수백여명이 바줄을 어깨에 걸고 마치 직사포를 고지우로 끌어올리듯이 함성을 지르며 용을 쓰고있었다.

전쟁의 느낌은 멀지 않은 국경너머 우중충하게 떠있는 검은구름장들에서도 풍겨오는듯싶었다. 공화국에 닥친 재변에 쾌재를 올린 미제를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더 악착한 봉쇄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계의 곳곳을 구두창이 닳도록 동분서주하고있었다.

《이미 강력한 제재와 봉쇄속에서 진행한 려명거리건설에서 맥을 다뺀 공화국에 있어서 복구란 사실상 불가능한것이다. 이번의 큰물로 하여 북조선의 민심은 크게 뒤흔들릴것이며 그것으로 하여 공화국은 사상최대의 위기를 맛보게 될것이다.》 라는 어지러운 보도속에 촬영기를 안고달려온 기자들이 두만강연안에 서서 숨을 죽이고 조선쪽에 렌즈를 맞추고있었다. 남조선의 항구들과 비행장들에 기여들고있는 전략잠수함들과 전략폭격기들의 으르렁거림이 그 구름장들에서 들려오는듯싶었다. 봉쇄와 위협과 파괴의 재난속에서 끊어진 나라의 동맥을 잇고 승리의 첫 공정인 수송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철도성결사대의 투쟁은 전쟁으로밖에 달리 표현할수 없는것이였다.

김윤혁은 아찔한 벼랑중턱에 정대를 잡고 매달리듯 서있었다. 함흥철도국에서 나왔다는 28살의 젊은 결사대원 김충성이 함마를 휘두르고있었다. 철길로반형성에 필요한 막대한 량의 자갈을 이렇게 벼랑에 발파를 진행하여 얻어낸 돌로 해결하는것이였다.

몸에 바줄을 매고 벼랑아래로 내려갈 때면 그들은 누가 함마끈을 허리에 매는가를 두고 매번 악의없는 싱갱이질을 하군 했다. 하지만 매번 김윤혁이 지군 했다. 김윤혁이 려단의 이동과 무산군에서의 건설준비와 관련하여 수시로 제기되는 문제를 두고 손전화를 하고받고 하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그는 손전화기를 목에 걸고 내려갔고 김충성은 함마를 끈을 매여 허리에 띠고 내려갔다.

함마질소리는 세차게 울렸다. 정대를 잡은 팔을 통해 온몸을 울리는 세찬 진동이 전해진다. 김윤혁은 잽싸게 정대를 돌려가면서도 함마질을 하는 김충성을 온몸으로 느끼려고 애썼다. 그리고 손전화기착신음이 울리지 않는가도 관심해야 했다.

김충성이 어지간히 지친듯 숨을 헉헉하는것이 알린다. 함마질소리도 여무지게 울리지 못한다. 그들은 벌써 여러날째 서너시간씩밖에 자지 못하며 일한다.

《좀 쉬고 하자구.》

《무슨 얘기든 좀 하라요. 웃기는 애기든 련애담이든…》

《련애담?!》

김윤혁은 당황하여 중얼거렸다. 안해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른다. 굳이 련애담이라면 그 안해와의 이야기가 김윤혁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련애담이다. 문득 김윤혁은 김충성에게 안해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해도(당시)의 소재지인 해주시를 해방하는 전투를 앞두었던 어느날 밤이였다. 공격준비를 갖추고있는 인민군부대로 두명의 식물학자가 찾아왔다. 그들은 인민군부대가 공격하여 점령하려고 하고있는 고지의 북쪽산기슭에 있는 희귀한 두그루의 모과나무를 떠옮겨갈수 있도록 도와줄것을 부탁했다. 적들이 도사리고있는 고지에서 나무를 떠옮겨가겠다는 식물학자들의 제의는 군관들과 전사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하지만 그들이 한 다음말이 군관들과 전사들의 가슴을 쳤다. 그 두그루의 모과나무는 원산지가 다른 나라이고 우리 나라 모과나무가운데서 제일 크고 오래된 나무여서 김일성장군님께서도 알고계시는 나무라는것이였다.

1840년경에 심은것으로 보는 온대성과일나무인 그 모과나무는 우리 나라에 기후풍토된 흔치 않은 나무로서 학술적으로도 중요하고 또 두그루밖에 없는것이여서 해방후 수령님께서 식물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국각지에 있는 그런 희귀한 나무들을 잘 보호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것이였다. 그리하여 식물학자들은 치렬한 전투가 벌어질 고지에서 그 나무들을 구원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떠옮겨갈 생각까지 했던것이였다. 하지만 적들이 도사리고있는 고지에서 두그루의 큰 나무를 떠옮긴다는것은 불가능한것이였고 또 떠옮기는 과정에 나무가 상해 죽을수도 있었다.

인민군군인들은 토의를 거듭하던 끝에 그 나무들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포사격을 하지 않고 공격전투를 벌리기로 했다. 포사격이 없이 전투를 벌린다는것은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결사적인 전투였다. 하지만 새벽녘 그들은 결사대를 뭇고 공격전투에로 나갔다. 고지는 탈환되였다. 인민군전사들의 목숨과 바꾼 나무는 더더욱 푸르싱싱하게 자라올라 그후 천연기념물 제454호로 지정되여 온 나라 인민이 다 아는 《해주모과나무》 가 되였다.

《그건… 어디서 들은 이야기예요?》

김충성이 놀란듯 눈빛이 유별해진채 물었다.

《이건 우리 가시아버지이야기네.》

김윤혁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가시아버지 김승진은 바로 그 전투에서 심한 부상을 당했던것이다.

《그래요?!》

김충성은 마치 김윤혁을 처음 보기라도 한듯 새삼스럽게 내려다보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다소 서글프게 중얼거렸다.

《하긴 그때 사람들은 다 그렇게 싸웠지요 뭐. 나무 한그루를 위해서 목숨을 내대구 싸운 그때 사람들에 비하면 우린 아직 아니지요 뭐!》

《힘을 내라구!》

함마질소리는 다시금 세차게 울렸다.…

어느날 어느 한 바위벼랑에 발파구멍을 뚫던 그들은 자기들이 발을 댄 벼랑턱의 짬사이에 용케도 뿌리를 박고 솟아오른 한뽐도 못되는 어린 소나무를 보았다. 이제 벼랑을 폭파하면 소나무가 살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 그들은 손톱으로 허비고 정대로 들추어 어린 소나무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정성껏 다른 곳에 심었다. 소나무를 심고나서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그들은 그렇게 일했다. 그리하여 기존상식으로 계산한다면 석달은 걸려야 한다던 철길복구를 단 일주일만에 끝내고 첫 렬차를 통과시켰다. 첫 렬차의 기적소리를 듣고 무산군인민들은 모두가 역으로 달려나왔다. 렬차를 얼싸안고 쓸어보고 또 쓸어보며 눈물을 흘렸다. 결사대원들도 울었다. 김윤혁도 그렇게 울며웃으며 첫 렬차를 타고 무산군으로 들어왔다. 그는 경황없이 무산군을 흘러간 두만강의 지류인 성천수기슭에 서있었다.

아, 손에 떠담으면 모양대로 담겨지는 그 물이 이렇게도 무서운 파괴력을 지닐수 있단 말인가?

문득 김윤혁의 앞에 크지 않은 구뎅이가 나졌다. 그런데 큰물이 뚫어놓은 자리려니 여겼던 그 구뎅이안에서 별안간 애되고 잽싸며 억양 센 말소리가 울려나왔다.

《쳐라, 쳐. 더 깊이 박아.》

《돌이 깨졌다.》

《이놈이 내 톱을 꽉 물었어.》

《톱에다 침을 탁 뱉고 힘껏 당겨라.》

김윤혁은 어리둥절하고 조마조마해진 마음으로 구뎅이안을 들여다보았다. 여러명의 아이들이 한데 엉켜돌아가는 희미한 자태를 알아보았다.

《너희들 여기서 뭘하니?》

일시에 사금파리처럼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김윤혁을 올려다본다. 한 아이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구뎅이는 열살쯤 되여보이는 그애의 머리 하나만이 솟을만큼 깊었다.

《땔나무를 하고있어요.》

김윤혁은 아이들이 가로타고앉은 굵다란 통나무를 알아보았다. 어설픈 도끼밥과 톱밥들이 구뎅이바닥과 아이들의 머리며 어깨에 올라있었다.

《아버지, 어머닌 다 복구건설장에 나가구 우리끼리 모여서 땔나무를 해요. 나무가 없는 집들도 도와주구…》

《여기엔 통나무들이 많이 묻혀있어요. 저쪽에도…》

김윤혁은 아직도 강변의 감탕판과 흙속에 뿌죽뿌죽 내밑리워져있는 나무뿌리들과 그 강변에 드물게 뚫어져있는 구뎅이들을 알아보았다.

사태와 큰물에 밀려 뿌리채 뽑혀진 나무들과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면서 휩쓸려내려온 목재들이 강기슭 여기저기에 묻혀있는것이였다. 뻐근한 아픔이 가슴을 흘러간다.

김윤혁은 더 말이 없이 피하듯 강변을 떠났다. 자재과장 김진명이 과묵한 성미대로 소리없이 씩 웃으며 나타났다. 그들은 반갑게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김윤혁은 그가 그동안 중앙지휘부와 련계를 가지고 세멘트와 철근을 비롯한 수많은 건설자재들을 해결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수고했소. 진명동무!》

《림지도 받았습니다.》

김윤혁은 말없이 서있었다. 이윽고 조용히 말했다.

《가보기요.》

얼마후 김윤혁은 려단이 받은 림지앞에 서있었다. 울창하게 솟아오른 수림우에 또다시 가시아버지와 안해의 얼굴이 떠오르고 강변의 구뎅이가 어른거렸다. 불현듯 얼굴빛이 어두워지고 말이 없어진 김윤혁을 김진명은 이상한듯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김윤혁은 조용히 강변에서 만났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거기뿐만이 아니라 큰물이 휩쓸어간 무산군 곳곳에 숱한 나무들이 묻혀있을거요, 숱한 나무들이!》

나직하고 길지 않은 말이였으나 김진명은 김윤혁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는 놀랍고 당황해진 눈길로 김윤혁을 바라보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구 땅을 파서 나무를 해결할수가 있겠습니까?》

당에서는 강추위가 들이닥치기 전에 피해지역 인민들에게 생활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줄것을 요구하고있다. 시간은 두달밖에 없다. 그 기간에 려단은 한동의 5층살림집과 한동의 단층교사를 건설해야 한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것은 기적이였다.

두사람은 뻐근한 중압감을 느끼며 말없이 서있었다.

며칠후 참모장 조성묵이 려단을 이끌고 무산군에 들어섰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후방과장 리천룡때문에 한동안 복닥소동이 일었다. 그가 렬차에 실었던 김치통들이 없어진 일때문이였다.

그동안 리천룡은 큰물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들에서 한렬차방통은 실히 될 배추와 무우를 마련하여 역전까지 날라놓았다. 그리고 김치도 해서 여러개의 비닐통들에 담아놓았다. 배추와 무우는 화차를 하나 얻어서 싣고오기로 하고 김치만은 시여지기 전에 맛보인다면서 려단이 오는 렬차에 싣고 들어왔다. 그런데 인원들을 숙소에 전개하고 건설기자재들을 부리우느라고 법석이는 새에 그 김치통들이 없어진것이였다. 리천룡은 비명을 올렸다.

《그걸 어떻게 마련한거라구?! 철도역에서 철도사람들의 후방물자가 없어지다니?! 이래가지구서야 내가 어떻게 후방사업을 잘할수 있겠습니까? 이거 꼭 밝혀내구 찾아내야지 이러다간 내가 여기서 일을 못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는 소란을 피웠지만 끝내 김치통들을 찾아내지 못하고말았다. 무산역사람들은 그 김치통을 분명 철도성려단에 주었다고 했다. 알고보니 북부지구에 달려온 돌격대가운데는 철도성려단이 그들 하나뿐이 아니였다. 세포지구에서 일하다가 달려온 돌격대에도 철도성려단이 있었고 청천강발전소를 건설하다가 달려온 돌격대에도 철도성려단이 있었다.

그러니 복새통에 그 려단들중 어느 려단이 알게모르게 김치통들을 가져간것이였다. 리천룡은 아연하고 난처하여 하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모양이 보기 민망했던지 무산역장이 우스개소리를 했다.

《려명거리든 세포등판이든 어쨌든 철도성려단이 먹었으니 되지 않았소. 누렁소가 먹을걸 검정소가 먹었다고 할가? 이제 다음부턴 누렁소, 검정소 하구 딱딱 써서 받구 써서 내줄테요. 그럼 되지 않겠소?》

리천룡은 이발이라도 쏘는듯 한 얼굴이 되여버렸다. 려단장은 못 나선다고 해도 참모장쯤은 나서서 무산역과 다른 려단들에 주의를 환기시켜줄것을 바랐으나 건설준비로 눈코뜰새가 없는 조성묵은 아예 말도 못 붙이게 손을 휘둘러댔다. 그는 렬차를 타고오면서 벌써 휘틀을 대고 벽체를 올리는 일체식보다 블로크와 층막부재를 찍어놓았다가 올리는 적체식이 시간을 쟁취할수 있다는것을 생각해내고 온 려단을 불로크와 층막부재찍기에로 총동원했다. 한쪽켠으로는 목재채벌을 떠나자고 서둘렀다. 김윤혁은 야속하게도 자기 가슴을 물고 놓지 않는 땅속에 묻힌 나무들을 생각했다. 참모장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조성묵은 흰자위만 남도록 눈을 흡떴다.

《우린 지금 하루를 백날로 쪼개야 하구 한사람이 백사람의 몫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무슨 시간에 무슨 로력이 있어서?… 안됩니다! 그렇게 땅을 파고 돌아가다가 맥만 빼고 시간을 잃으면 우린 집을 짓지 못하고맙니다.》

김윤혁은 모진 번민과 방황을 안고 아이들이 땔나무를 하던 강변의 빈 구뎅이앞에 서있었다. 이 순간 그는 자기가 30여년전 차유령기슭의 이름모를 산앞에 다시 선듯 한 느낌이였다.

문득 자기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뜻밖에도 결사대에서 함께 일하던 김충성이 서있었다. 첫 렬차가 통과하던 그날 눈물속에 끌어안고 볼을 부볐지만 그다음은 김충성이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굳잠에 빠져버리는 바람에 인사도 못 나누고 헤여졌었다. 그들은 반갑게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런데 어떻게 여길 왔나?》

《남자가 남자한테 정이 들어서 찾아왔지요.》

《뭐?!》

《철길복구는 끝났지만 난 돌아가지 않고 여기 남아서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할바에는 그동안 정이 든 아바이가 있는 려단에서 일하고싶더군요. 이거 려단장동지를 자꾸 아바이, 아바이한다구 욕하지 마십시오. 우리야 그렇게 부르면서 철길을 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구 다음부턴 려단장동지라구 부를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려단장동지!》

김윤혁은 한없이 솔직하고 성실한 청년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저도 모르게 자기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김충성은 소리내여 웃었다.

《그렇다면 뭘 주저하고있습니까? 나무를 다 파내서 써야지요. 나두 무산군 곳곳에 나무가 파묻혀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단순하고 헌헌한 그 대답에 김윤혁은 오히려 얼떨떨해지는 심정이였다.

《하지만 시간과 로력이…》

《이거 려단장동지가 결사대기운은 다 빠져나간게 아닙니까? 우리가 뭐 철길을 열수 있다고 해서 일주일만에 열었습니까?》

김윤혁은 놀라움과 감동을 안고 한없이 소박하지만 그토록 강인해 보이는 얼굴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려단이 총동원되여 곳곳에서 나무들을 파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대한대 파내는 나무를 절약하자고 기초타입에는 나무휘틀이 아니라 돌을 쌓아서 휘틀을 대신할 새로운 안을 생각해냈다. 돌휘틀인 것이다.

그들이 생각해내고 도입한 돌휘틀은 그후 온 건설장에 퍼져갔다. 그러나 땅속에 묻힌 나무를 파낸다는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였다. 사람들은 쓰러지리만큼 지쳤다. 온통 감탕투성이가 되여 땅을 파헤치며 돌아갈 때에는 김윤혁을 찾아온 리천룡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앞에 서서 《려단장동지를 못 봤소?》 하고 소리쳐 묻군 했다. 모두의 얼굴이 눈에 띄게 컴컴해지고 수척해졌다. 조성묵은 안절부절을 못했다.

《이러다가 기본건설을 시작하기도 전에 맥을 다 뽑구 시간도 잃습니다. 려단장동지, 림지에서 나무를 해옵시다.》

김윤혁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점점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자기를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아이들이 려단을 찾아왔다. 매 아이가 나무를 끌고왔다. 김윤혁은 그 애들이 강변의 구뎅이에서 만났던 아이들이라는것을 알아보았다.

《이거 우리가 파낸 통나무를…》

김윤혁은 흠칫 놀라 굳어졌다. 땀에 함빡 젖고 온통 감탕투성이가 된 아이들의 모습을 얼없이 내려다보았다. 그중의 한 아이는 한쪽 발에는 장화를 신고 다른쪽 발에는 운동화를 신고있었다. 김윤혁은 천천히 무릎을 꿇고앉아 그 애를 그러안고 살펴보았다.

《원수님께서 보내주신 신발을 아끼느라고…》

그 애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김윤혁은 그 애들을 천천히 품안에 그러안았다. 동요하고 주저했던 자기를 꾸짖었다. 아이들은 그후에도 계속 나무를 찾아내여 끌고왔다. 사람들은 그 애들을 보며 지친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 애들이 경애하는 원수님의 사랑속에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로 떠날 때 온 려단이 역전에 나가 그 애들을 바래워주었다. 북부의 전역은 전설과도 같은 사랑과 투쟁으로 들끓고있었다.

어느날 통나무를 파내고있는 작업장으로 리천룡이 다소 풀이 죽어 찾아왔다. 철도성에 이야기를 해서 화차를 하나 해결받도록 해달라고 했다. 철도성의 책임적인 위치에서 일하다가 려단장으로 온 김윤혁이 나서면 화차를 하나 해결받을수 있다고 생각한것이였다.

그는 지금 자기가 주변군에 마련해놓은 남새조차 려단으로 끌어오지 못하고있었다. 화차를 얻지 못한것이였다. 철도성이라는 유리한 조건을 리용하여 화차를 하나 내서 후방물자를 실어다 먹을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리천룡의 계획은 다분히 랑만적인 공상으로 되여버리고말았다.

그 시기 철도는 사생결단의 결사적인 전투에 진입했었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원수님께서 북부전선철도수송 사회주의경쟁을 조직해주시고 북부전선에 필요한 력량과 기자재들을 전시수송체계로 수송하도록 조치를 취해주신 다음에는 하루에 많은 량의 화물이 불이 번쩍나게 고개를 넘었다.

기관사들은 몰려드는 졸음을 이겨내며 기관차를 운전하느라 얼굴에 찬물을 끼얹다못해 옷을 입은채로 북부의 찬물속에 들어섰다. 그렇게 젖은 옷을 입고 운전을 했다. 한달사이에 피해지역 6개 시, 군들에 수송한 수십여만톤의 물동량은 이렇듯 수송전사들의 결사적인 투쟁에 의하여 수송된것이였다. 이런 사람들에게 남새를 나르겠다고 화차를 달라고 할수도 없었으며 철도를 통해서 편안하게 후방물자를 날라다 먹겠다고 할수도 없었다.

김윤혁은 말없이 서있었다. 강변의 넓은 감탕판에서 온통 감탕투성이가 되여 나무를 파내고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누군가가 감탕판으로 나무를 끌고가다가 쭉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그는 인차 일어나지 못했다. 한순간 어느것이 통나무이고 어느것이 사람인지 잘 가려볼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 모습에 깊은 의미가 있기라도 한듯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이윽고 김윤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후방과장동무, 여긴 전쟁터요. 과연 전쟁시기라면 동무가 후방물자를 나를 화차가 없다고 두손을 내흔들고있겠소? 전시수송을 하는 사람들에게 화차를 달라고 편안하게 손을 내밀겠는가?》

김윤혁은 더 말이 없이 그를 등지고 작업장으로 걸어갔다. 리천룡은 고개를 푹 숙인채 서있었다.

현실만큼 인간을 더잘 배워주지는 못한다고 했다. 북부전역의 낮과 밤은 하늘아래서가 아니라 인간들의 두팔과 두어깨우에서 흘러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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