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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전역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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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2-21 21:41 조회3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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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 회

전선에서 만나자

백 상 균

5


검푸른 파도를 헤가르며 청진으로 향하는 《홍원88》호는 마치 청년들이 부르는 우렁찬 노래소리에 의해 전진하는듯싶었다.


즐거운 이 저녁 다정한 동무들 우리 서로 약속하자

이 행복 몸바쳐 지킬 때 온다면 우리 다시 만날 곳을

귀중한 어머니조국을 위해 전선에서 만나자

귀중한 어머니조국을 위해 전선에서 만나자


선장실앞창을 통해 서로서로 어깨를 겯고 노래를 부르는 청년들을 보는 리효영의 마음은 흥그러웠다.

(전선에서 만나자. 좋은 노래지.)

문득 형님을 전선에서 만날줄 알았는데 만나지 못했다고 섭섭해했다는 동생생각이 났다.

이제 그가 나를 만나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벌써 눈앞에 자기를 얼싸안고 기뻐하는 동생의 모습이 얼른거렸다.

리효영의 마음을 흥띄우며 노래소리가 더 기운차게 울리였다.


오늘에 부르던 행복의 노래를 군용차에 싣고가자

그날에 만나서 마라초 나눌 때 추억도 뜨거우리

우리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전선에서 만나자

우리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전선에서 만나자


심술궂은 저녁어스름이 가없이 펼쳐진 바다우에 황홀한 주홍빛을 곱게 물들여놓은 저녁노을을 언제 밀어냈는지 삽시에 주위가 어둠속에 잠기였다.

갑판으로 나선 리효영은 흠칠 몸을 떨며 솜옷목깃을 귀밑까지 잡아당겨 올리였다. 어디서 터진지 모를 바람에 귀빰을 얻어맞았던것이다.

볼이 얼얼하고 코끝이 매워났다.

오랜 배생활체험을 통해 그만한 바람이면 세기가 시속 15m쯤 될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 정도면 파도의 높이는 2m가 잘될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파도가 배옆구리를 치는지 무엇이 폭발하는듯 한 요란한 소리가 선창에 울려퍼졌다. 배란간을 잡고 어둠속에 잠긴 바다물면을 내려다보니 배옆구리에 부딪쳤다가 부서진 파도가 산산이 흩어지고 더러는 도전하듯 갑판을 향해 껑충 뛰여올랐다가 맥없이 물면으로 떨어졌다.

허, 조짐이 좋지 않은걸. 그 이상 파도가 높아지면 야단인데…

《송평7》호가 시속 17m의 강풍과 3m이상의 파도와 맞다들려 격전을 벌리고있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쯤 위험수역을 벗어나기나 했는지.

리효영은 은근히 마음이 불안해졌다.

제발 더이상 바람세기가 세지지 않고 파도도 높아지지 말았으면…

하지만 자연의 광란이란 원한다고 하여 사람에게 순종하는것이 아니다.

기관상태는 어떤지 모르겠다.

저도 모르게 긴장해진 마음을 눅잦히려고 애쓰며 선장실로 돌아온 리효영은 송수화기를 들었다.

《기관실, 기관상태는 어떤가?》

최영규가 청청한 목소리로 화답하였다.

《기관정상이다.》

《주해수뽐프는 어떤가?》

《그것도 정상이다.》

기분이 좋았다. 탄원자들의 힘찬 노래소리가 리효영의 마음을 후덥게 달구었다.


그리운 장군님 계시는 곳 전선에서 만나자

그리운 장군님 계시는 곳 전선에서 만나자


노래구절을 음미해보느라니 마음이 숭엄해졌다. 이밤도 북부전역을 두고 마음을 놓지 못하고계실 경애하는 원수님의 자애로운 영상이 안겨왔다.

문득 북부피해지역 인민들이 당한 대재앙을 놓고 그 누구보다 가슴아파하시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대해같은 사랑이 담긴 당중앙위원회 호소문의 구절구절이 가슴을 달구었다.

《우리 당에 있어서 인민의 아픔보다 더 큰 비상사태는 없으며 인민의 불행을 가셔주는것보다 더 중차대한 혁명사업은 없다.

억만금을 쏟아붓고 나라의 재부를 통채로 기울여서라도 이제 당장 들이닥칠 엄혹한 강추위앞에서 피해지역 인민들이 고생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한자한자에 인민사랑의 불같은 진정이 흘러넘치는 호소문을 가슴마다에 쪼아박은 전투원들이 하루빨리 북변땅에 만세의 환호성을 안아올리고 경애하는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밤낮이 없는 대격전을 벌리고있다고 생각하니 배의 속도가 더딘것만 같아 조바심이 났다.

리효영은 밖으로 나섰다.

기관실로 드나드는 문쪽을 향해 몇걸음 가지 못했는데 외등빛에 갑판바닥에 웬 사람이 쓰러져있는것이 눈에 띄였다.

보매 멀미를 참지 못해 쓰러진듯싶었다.

얼른 다가서서 무릎을 꺾고앉으며 그를 그러안던 리효영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기신없이 누워있는 사람은 녀자였던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게 누군가. 처녀의사였다.

《의사선생!》

꿈지럭거리는 처녀의 입에서 가는 신음소리가 새여나왔다.

처녀를 일으켜세워 부축한 리효영은 선장실로 돌아섰다.

침대에 눕히고 책상서랍에서 멀미를 해소시키는 약을 꺼냈다.

보온병의 물을 고뿌에 쏟아들고 침대곁으로 다가서니 처녀가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몸을 일으켜세우려고 안깐힘을 쓰고있었다.

《누워있소.》

리효영의 만류에 처녀는 부끄러워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미안합니다. 한심한 꼴을 보여…》

리효영은 처녀를 안심시키듯 싱긋이 웃어보였다.

《무슨 소릴 하면서 그러오. 자, 이 약을 먹소. 이걸 먹으면 멀미가 가셔질거요.》

약과 물고뿌를 받아든 처녀가 새삼스러운 눈길로 리효영을 쳐다보았다.

리효영은 뜨아해졌다.

《왜 그러오?》

《페를 끼쳐서…》

《그런 말 마오. 나도 선생한테 페를 끼치지 않았소. 그러니 엎음갚음인셈이지. 안 그렇소?》

《…》

리효영은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는 그를 만류하며 의문을 터놓았다.

《누워있소. 누워있으라니까. 난 어제 동무가 병원에서 전화하는걸 듣고 북부전선으로 간다는걸 직감을 했었지만 이렇게 함께 갈줄은 몰랐구만. 이왕 배에 올랐으면 날 찾아올것이지.》

처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 원래 배만 보면 멀미를 심하게 해서 렬차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렬차는 래일 떠난다지… 당의 호소를 받자마자 북부전선으로 달려간 전우들이 기다리고있는데… 그래서 배에 올랐는데… 끝까지 꽤 견디여내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나약한 소릴 하오. 보매 제대군인 같은데… 동문 견디여낼거요.》하던 리효영은 무엇인가 생각되는것이 있어 고개를 기웃했다.

이 처녀가 혹시 날 걱정해서 배에 오른것이 아닐가?

배만 보면 멀미를 심하게 해서 렬차로 가기로 했다는 처녀가 이렇게 고통을 무릅쓰고 배에 올랐을 때에는 분명 나를 위해서 결심을 바꾸었을수도 있다.

《하나 묻겠는데 솔직히 말해주오. 나때문에 렬차로가 아니라 배로 가기로 한게 아니요?》

처녀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선장동지를 속일수가 없군요. 옳습니다. 건강상태가 시원치 않은 선장동지를 외면한다는것이 의사로서 량심이 허락치 않았습니다. 더구나 숱한 짐들과 인원들을 싣고 날바다를 항행하는 선장동지가 도중에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그래 제딴에는 선장동지를 돕고싶어 배에 올랐는데 오히려 이렇게 짐이 된것 같습니다.》

리효영은 가슴이 뭉클하였다. 처녀의 진정이 눈물이 나도록 고마왔다.

《그런 소리 마오. 짐이라니… 정말 고맙소. 참, 군사복무를 어디에서 했소?》

처녀가 군사복무를 한 부대소속을 대자 리효영은 귀가 쭝깃해졌다.

동생이 복무하는 부대와 소속이 같았던것이다.

그러니 동생과 함께 군사복무를 했다는것이 아닌가.

북부전선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전우들이 혹시 내 동생네 부대군인들은 아닌지.

《듣고보니 우리 동생…》

그때였다. 갑자기 리효영의 입에 빗장을 지르며 벽에 붙어있는 비상신호등에서 푸른색의 불빛이 야단스레 껌벅거리였다.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듯 벌떡 몸을 솟구치며 신호등을 보는 리효영의 눈빛이 날카로와졌다.

사고로구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때리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사고가 났으면 어디에서 났을가. 기관이 멎은걸 봐선 기관고장인가? 아니면 주해수뽐프…

갈피를 종잡을수 없는 생각에 허둥거리며 피뜩 맞은편 벽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이 시간이면 배가 김책앞바다에 이르렀을것이다.

스위치를 눌러 신호를 차단한 리효영이 헤덤비며 방을 나서려는데 무엇인가 느낀듯 한 처녀가 잔뜩 겁에 질려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혹시 사고가 난게 아닙니까.》

다급한 속에서도 리효영의 입에서는 놀랍게도 처녀를 위안할수 있는 여유작작한 소리가 튀여나왔다.

《사고는 무슨 사고. 식사시간이라고 찾는거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처녀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어마나, 지금이 몇시인데… 아직 저녁식사를 안하셨습니까?》

《우린 이 시간이면 밤참을 한다오.》

《그래요, 어서 가십시오. 모두 기다리겠는데.》

리효영은 처녀가 아무것도 모르는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황황히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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