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딸 31 > 조선문학예술

본문 바로가기
영문뉴스 보기
2024년 3월 28일
남북공동선언 관철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조선문학예술

대지의 딸 31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1-25 16:28 조회312회 댓글0건

본문

20211226105043_dbe9fb380a435b79b32ecd7692e28320_v9j3.jpg

제 4 장

생활은 앞으로


30


이제는 곽기춘이를 관리위원회로 부른 기본용건을 꺼내야 할것이다. 곽기춘의 얼굴에 궁금해하는 빛이 짙어갔다.

《나는 아버님과 매우 중요한 문제를 의논하자고 합니다.》

명숙은 정색하며 자세를 바로하였다.

《나는 지난해 모내기철에 아버님이 나와 만난 기회에 우리 농장이 가지고있는 일부 결함을 말해준데 대해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집단적으로 경리를 관리운영하며 공동재산을 가지고있다고 해서 평균주의를 하고 망탕 랑비하는 현상은 사회주의협동경리에 대한 도전으로 되며 위법행위에 속합니다. 수령님께서 청산리지도에서 사회주의농촌경리운영과 관련하여 주신 교시를 되새겨보면 협동농장들에 법질서와 규률을 세우며 일한것만큼 분배하는 사회주의분배원칙을 지키는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것을 잘 알수 있습니다. 우리 농장에서는 법질서와 규률이 해이되여있습니다.

우선 연유문제를 놓고봅시다. 국가에서 공급하는 연유를 규정대로 쓰지 않고 랑비하기때문에 뜨락또르와 자동차들의 작업과 운행에 지장을 주며 모내는기계도 휘발유가 떨어져 서군 합니다. 기름이 어디로 빠집니까? 개별적인 사람들이 사사용무로 쓰는 현상이 근절되지 않고있습니다. 특히 농장일군들이 연유를 제멋대로 사적용무로 썼습니다.》

곽기춘이는 도중에 명숙의 말을 꺾어보려고 엉치를 들었다놨다하며 조급해하였다.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였다. 드디여 더 참아내지 못하고 손을 후들후들 떨며 웨치듯 말했다.

《그게요, 바로 그게요! 그렇게 모두 힘들여 벌어놓은 공동재산을 제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쥐 소금녹이듯 하니 농장이 잘살수 있는가. 연유문제도 옳게 말했소. 사사일에 망탕 뽑아쓰고 랑비를 하고… 그런다고 말하면 말한다고 싫어하고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명숙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말입니다. 관리위원회는 이제부터라도 질서를 철저히 세우자는것입니다. 우리는 기계화작업반에 연유를 겸하여 다루는 통계원을 원칙이 강하고 책임적인 사람으로 두려고 합니다.》

명숙은 잠시 입을 다물고 상대방을 응시하다가 계속했다.

《새 통계원에 누구를 앉히겠는가 하는건데 나는 곽기춘아버님이 적임자라고 봅니다.》

곽기춘은 마치 불시에 머리우에서 우뢰라도 운듯 놀라며 얼굴을 들었다.

《내가?…》

《그렇습니다.》

곽기춘은 손을 내저었다.

《나는 평생 농사를 지어온 사람이요. 땅에서 떠나본적이 없소. 나는 농사짓는것밖에 모르오. 다른 일을 해보지 못했소. 더구나 연유취급에서 원칙을 지킨다는것이 어떤건지 짐작이 되는데 나는 그런 일을 못하겠소. 그러지 않아두 일부 사람들이 나를 두고 뒤에서 별별 욕을 다한다는걸 나는 아오. 나보구 〈골동품〉이라 하지 않나, 〈꽉쇠〉라 하지 않나. 빨리 나이가 되여 들어갔으면 하는 사람도 있소. 나를 싫어하는데 연유를 통제하는 일을 한다구 생각해보우. 아니요. 관리위원장, 나는 나이가 되자마자 이내 집에 들어가겠소. 로동지도원한테 미리 말했소.》

명숙은 침묵하였다. 다른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것때문에 미움을 받는다는것은 곽기춘이 옳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다. 명숙은 그가 방금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한 말을 들으며 곽기춘을 연유다루는 일을 시키려 한 결심을 더 굳혀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곽기춘이 너무 완강하게 나오니 난처했다. 어쩌면 좋은가?

명숙이가 오래동안 말이 없으니 곽기춘은 어찌된 일인가 하여 눈길을 들었다. 그는 의혹과 실망, 유감스러움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녀인의 눈을 보았다. 그는 차마 그 눈을 마주 볼수 없어 고개를 떨구었다. 이것 즉 량심을 속이지 못하는것이 그의 《약점》이였다. 명숙은 그것을 간파했다.

명숙은 갈린 목소리로 조용하나 무게있게 그를 향해 말했다.

《아버님이 나이되면 쉬겠다고 하시니 할말이 없습니다. 로동년한이 지나면 년로보장을 받는것은 공민의 권리이고 또 의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버님은 아직 년한도 되지 않았고 정정합니다. 나는 우리 농촌에서 사회주의혁명을 수행했고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땀을 바쳤으며 시련의 가시덤불길을 헤쳐온 전세대의 로당원들에게서 방조를 받고싶습니다. 로당원들은 사회주의원칙을 지키는데서 본보기로 되고있습니다. 그 유산을 저희들, 후대들이 넘겨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기때문에 나는 바로 곽기춘아버님께 부탁하는것입니다.》

곽기춘이는 담배연기를 뿜어댔다.

언제인가 맏아들이 하던 권고가 생각났다.

《아버지, 더는 작업반일에 삐치지 말구 의견도 일체 내지 마세요. 조용히 뒤전에 물러가계시라요.》

모가 진 의견들을 내군 해서 분조장이나 반장이 싫어한다는것을 알고 하는 말이였다. 늙은 아버지가 말밥에 오르는것이 싫어서 권고겸 충고를 한것이였다.

곽기춘은 번민에 잠겼다. 그는 무엇이든 시작하면 허술하게 해치우지 않는다. 심혈을 다 쏟아 해낸다. 고집이 여간 세지 않다. 명숙은 그가 매우 난처해하는것 같아 늙은이에게 무리한 제의를 했다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버님이 정 못하시겠다면 할수 없습니다. 사실 통계원을 하기에는 년세가 많지요. 하지만 통계원의 중요한 임무로는 연유를 원칙적으로 통제하도록 하려는것이니까 적임자라고 보았습니다.》

《…》

곽기춘은 입을 그냥 다물고있었다.

《그러면 돌아가보십시오.》

곽기춘은 우물쭈물했다. 속이 알찌근했던것이다. 관리위원장의 절절한 호소가 다 옳았다. 정의를 외면할수 없지 않느냐. 량심앞에서 고지식한 곽기춘은 번민에 빠진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누구든 그 중요한 일을 맡아야 한다. 이것도 량심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곽기춘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고 자신을 다잡았다. 그는 일어섰다. 관리위원장이 털모자와 솜덧저고리를 내주었다. 그는 그것들을 쓰고 입었다. 관리위원장이 방문에까지 나와 바래워주었다. 그는 꾸물거리며 솜신을 신었다. 신을 다 신자 명숙이 인사를 했다.

《미끄러운데 조심해 다녀가십시오.》

곽기춘은 명숙을 쳐다보지 못하고 그냥 응대만 하고는 복도를 스적스적 걸어갔다. 그는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듯 한 심정이였다. 관리위원회로 올 때는 씩씩하게 걸었지만 내려갈 때는 어깨까지 축 처져 심드렁하니 걸었다.

명숙이가 그후 듣자니 곽기춘이 집안에 들어박혀 일체 출입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분조에도 나가지 않았다. 분조에서는 분조장이하 모두 그가 감기에 걸려 앓는것으로 알고있었다. 그 소식이 우연히 명숙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감기를 앓는것이 무슨 큰것이랴만 다름아닌 곽기춘이 앓는다니 명숙은 그저 스쳐보낼수 없었다.

시간을 내여 그의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앓는다던 곽기춘이 굴뚝을 손질하고있었다. 굴뚝을 안고 돌아가던 그가 자기 집 뜨락에 들어서는 관리위원장을 보고 황황히 마중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앓으신다더니 좀 나은가보지요, 굴뚝을 다 손질하고있으니?》

명숙이 시원스레 웃음을 지으며 따뜻하게 물었다.

《예, 래일부터는 분조에 나가려고 합니다.》

그는 연기그을음이 묻은 손을 탁탁 털었다.

《다행입니다.》

《집안이 루추하지만 들어갑시다, 모처럼 오셨는데!》

《들어갑시다.》

명숙은 선선히 응했다.

그들은 웃방에 들어갔다. 로친이 사과를 들고들어와 깎기 시작했고 곽기춘은 대통에 잎담배를 다져넣었다.

《사실 감기를 심하게 앓지는 않았소. 다른 병을 더 심하게 앓았소.》

명숙은 무슨 뜻밖의 심한 병이 아닌가 하여 놀랐다.

《다른 병이라니요?》

곽기춘은 찌뿌둥해서 심중하게 말하였다.

《가슴을 앓았소. 량심이 아팠소.》

《예…》

명숙은 그가 하는 말의 뜻을 리해하였다.

《요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젊은 녀자가 사무실에 떡 앉아서 추운 날 늙은이를 오라가라했으니 이게 바로된 작풍입니까?》

곽기춘이 대답했다.

《관리위원장이 틀이 있어야지. 지내 사근사근하면 우습게 보우.》

《아닙니다. 그런 틀은 필요없습니다. 실속이 있어야지요.》

곽기춘은 더 좁아진듯 한 얼굴을 쳐들고 명숙을 신뢰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점점 이 젊은 녀성관리위원장이 나이보다 더 원숙해보이고 마음이 끌리는것이였다.

(우리 잠정리가 참 운이 텄군.)

그는 머리를 끄덕끄덕하였다. 그리고는 《관리위원장, 연유를 책임질 적임자를 구했소?》 하고 좀 어색해하며 물었다.

명숙은 웃는 얼굴로 머리를 가로저었다.

《적임자를 아직 물색하지 못했습니다.》

곽기춘은 담배연기에 싸여 묵묵히 앉아있었다.

명숙이가 사과를 잘 먹었다고 하며 일어섰다. 곽기춘내외가 그를 바래워주었다.

《건강에 주의하십시오.》

《살펴가시오.》

며칠후 곽기춘이 역시 깨끗한 겨울옷차림을 하고 명숙을 찾아왔다.

《그 일을 내가 하겠소.》

그는 간단히 말했다.

명숙은 어째서인지 곽기춘이 스스로 찾아올것 같은 예감이 들어 기다리던중이였다.

《저는 아버님이 그렇게 나오리라고 믿었습니다. 아버님, 원칙을 세우면 싫어하고 지어 미워하는 사람들이 생길겁니다. 말들이 있을것입니다. 그러나 종당에는 아버님을 리해하고 존경하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사회주의사회에서는 집단의 리익속에 개인의 리익이 있고 집단의 질서와 규률이 강해야 그 집단과 개인의 리익이 주어지기때문입니다.》

곽기춘은 잠자코 있었다. 더 보탤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것이다.

《언제부터 일에 착수하시겠습니까?》

《오늘 오후에 기계화반에 가보겠쉐다. 인계인수를 해야지요.》

《고맙습니다.》

며칠후에 허리를 구붓해가지고 곽기춘이 작업복차림으로 명숙을 찾아왔다.

늦은 저녁이였다. 명숙은 로동지도원과 하던 이야기를 잠시 중지하고 그를 반갑게 맞아들이였다. 명숙은 기계화반 연유창고에 나타난 그가 반장과 특히 전 통계원과 인계인수를 하며 다투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사업에 착수했습니까?》

곽기춘은 한숨을 내쉬였다. 그는 침울하게 말했다.

《내 공연히 이 일에 손을 댔소. 관리위원장이 로당원이요, 규률이요 하며 나를 설복하면서 애타하기때문에 시작을 했는데… 장부를 보니 망태기요. 주인이 없소. 기름을 주는 사람두 쓰는 사람두 그 기름이 나라의것이니 제것처럼 아끼지 않소.》

《그래서 령감님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로동지도원이 말했다.

《나는 나이가 많아.》

《그러면 어떻게 할가요?》

명숙이 난처해하였다.

《작업반으로 도루 가겠소.》

관리위원장은 그가 완전한 포기상태에 들어간것이 아니라는것을 간파했다. 투정질을 하는것이다. 책임감이 그로 하여금 투정질을 하게 하고있다.

《안됩니다.》 명숙이가 단호하게 잘랐다.

《아버님은 매우 중요하고도 책임적인 사업을 회피할 도덕적권리가 없습니다. 이 사업은 단순히 연유를 통제하는데만 의의가 있는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농장안에 규률과 질서를 세우는 사업의 돌파구를 여는 중요하고도 큰 사업으로 됩니다.》

《그래서》 곽기춘이 눈을 찌프리였다. 《나같이 허약하고 작은사람은 못하겠다는거웨다.》

명숙은 짐짓 놀란듯 허리를 쭉 폈다.

《허약하구 작은사람이라구요? 아버님은 대바르고 자존심이 강하며 인격이 높은 큰사람입니다.》

명숙은 자기를 바로 알아주고 높이 쳐주는데 대해 부끄러워하면서도 긍지감을 느끼는 곽기춘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아버님이 왜 왔는지 압니다. 대책을 토론하러 오셨지요.》

곽기춘은 로동지도원의 웃는 얼굴을 보며 화를 벌컥 냈다.

《웃음이 나가나? 남은 속이 타서 죽겠는데 웃고있어?》

로동지도원은 정색하며 사죄하였다.

《잘못했습니다. 사실 웃을 리유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구. 나는 실없이 벙글거리는걸 좋아하지 않아, 어험.》

그는 명숙에게로 돌아앉았다.

《한가지 비준받을게 있소. 지금은 기름을 작업반장들이 타가는데 그러지 말고 통계원이 뜨락또르와 자동차운전사들, 모내는기계운전공들과 직접 일일이 대상하여 연유를 출고하도록 질서를 세웠으면 합니다. 그러되 운행증과 작업증을 가지고와서 확인해야지요. 이렇게 하면 중간에서 롱간질을 못하고 운전사들의 책임성도 높아집니다. 다음 관리일군들을 비롯해서 간부들이 리유없이 기름출고를 지시하거나 사사용무로 빼쓰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하자는것입니다.》

관리위원장은 두말없이 동의했다. 곽기춘은 작업복 웃주머니에서 네모지게 접은 종이를 꺼내여 내밀었다.

《내가 방금 말한것을 문건으로 작성한것이외다. 말로 하는건 인정할수 없지요. 읽어보시고 수표를 해주시오.》

명숙은 신뢰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옳으며 정확하다.

책임일군이 비준한 문서라야 법적성격을 띤다. 명숙은 가슴속이 훈훈해났다. 훌륭한 방조자를 또 한사람 만난것이다.

명숙은 문서의 상단 오른쪽에 수표를 한 다음 그에게 담배나 한대 태우고 가시라고 권고하였다. 곽기춘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통을 꺼내여 거기다 말리워 썬 잎담배를 다져넣었다.

명숙은 생각했다.

(저 입에 문 대통과 련결시키며 아바이를 《골동품》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보지 못했는가를 곧 깨닫게 될것이다.)

《아버님!》 명숙이 말했다.

《원칙은 하나입니다. 그 어떤 경우든 이 진리에서 벗어나면 일이 헝클어집니다. 그러니 어련히 그렇게 하시겠지만 한치의 양보도 하면 안됩니다. 사업의 실패는 원칙에서의 리탈로부터 시작됩니다.》

《고맙소. 좋은 말을 했소. 그럼 난 이만…》

곽기춘이 대통을 입에서 뽑아 손에 쥐고 일어섰다.

《용기를 내십시오.》

명숙이 바래워주며 힘을 북돋아주려고 말했다.

《내지 않구. 내 별명이 〈꽉쇠〉야.》

그는 이러한 경우에는 자기에게 붙은 별명을 자랑스러워하는것 같았다.

로동지도원이 벙글벙글 웃었다.

《과연 잠정의 명물입니다.》 그가 말했다. 《이제 온 농장이 들썩할겝니다.》

그가 말한대로 과연 온 농장이 곽기춘에 대한 이야기로 끓었다.

《신통한 인물을 골랐어.》

《〈꽉쇠령감〉이 우쭐해지겠구나.》

《기계화반 반장과 벌써 다투었대.》

《바루됐지.》

《우리 농장에 〈꽉쇠령감〉말고 사람이 없는가?》

반장들은 입이 쓰거운듯 말없이 담배만 피우고 운전수들은 툴툴거렸다. 곽기춘과 쌈싸우듯 해서 타온, 한방울의 여유도 있을것 같지 않는 기름때문에 운전수들과 운전공들이 별안간 깍쟁이가 되였다. 칭찬해야 할지, 욕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수 없는 일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번은 곽기춘의 큰손자가 유리병을 들고 할아버지를 찾아왔다. 곽기춘은 큰손자를 제일 귀여워했고 그 애의 말에는 무조건 복종한다.

《할아버지.》 소학교 높은 학년에 다니는 손자가 유리병을 내밀며 말했다. 뺨이 능금같이 싱싱한 귀여운 애였다.

《엄마가 휘발유를 한병 달래오래요.》

《엄마가?》

《응.》

《어디 쓰겠다던?》

《창틀에 뼁끼칠한대.》

곽기춘은 당황해졌다. 생각지 못했던 정황에 부닥쳤다. 시아버지가 휘발유를 다루니까 며느리는 조건이 유리하다고 타산한것 같다. 그래서 집에서는 말을 하지 않고 손자를 보낸것을 보면 시아버지의 꼬장꼬장한 성미를 잘 알고있기때문일것이다. 그래 시아버지가 꼼짝 못하는 손자를 리용하려 했을것이다. 사실 곽기춘은 손자놈의 청을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놈이 떼질을 쓰면 야단이다. 그러나… 이것은 규정에 없는 출고다. 규정은 사사용무로 휘발유를 내지 못하게 되여있다. 꼭 써야 할 일이면 관리위원회의 출고증이 있어야 한다. 휘발유 한병이 뭐 큰건가? 휘발유탕크 발브꼭지를 쥐고있는 창고장이 아닌가? 손자가 와서 조르는데 간단히 꼭지를 비틀어줄수 있다. 아니다. 문제는 휘발유 한병에 있는것이 아니다. 문제는 량심에 있고 규정과 질서에 있다.

《너 엄마한테 가서 말해라, 농장재산을 제것처럼 뽑아쓰면 안된다구.》

그는 손자에게 말했다.

《도제 한병 쓰는것두 안되나?》

《안된다.》

《누가 욕하나?》

《욕하는 사람이야 있겠느냐만 이 휘발유가 너의 할아버지것이 아니고 농장재산이기때문에 그런다. 그러니까 내 맘대로 못 주지.》

손자는 고개를 까딱까딱했다.

그는 손자가 떼를 쓰지 않고 그냥 돌아가니 오히려 더 속이 알알해났다.

(내가 무엇때문에 팔자에 없는 이 일을 해!)

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못하겠다구 관리위원장한테 제기하자.)

그러나 그는 관리위원장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는 관리위원장이 《아, 휘발유 한병이 뭔데 손자한테 주지 못하고 가슴을 앓아요?》 하고 말할가봐 겁이 났다. 자기의 하소연을 듣고 관리위원장이 원칙에서 리탈하는 소리를 할수도 있는것이다. 관리위원장은 원칙은 하나라고 하였다. 그것을 자기가 지켜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 사건은 온 농장에 퍼졌다. 곽기춘을 칭찬하는 사람도 있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곽기춘자신은 며칠간 우울해있었다. 며느리는 그의 눈치를 보며 속이 한줌만 해있었다. 하지만 그는 며느리에게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휘발유 한병 사건》이 관리위원장 명숙이의 귀에도 전해졌다.

명숙은 생각에 잠겼다. 자기가 너무 엄격한 규정을 요구했는가. 그래서 저 고지식한 늙은이가 손자에게 휘발유 한병도 주지 못했는가.…

하지만 그는 도리머리를 하였다.

아니다, 그래서 곽기춘아바이를 앉힌것이 아닌가, 아바이도 그의 며느리도 모든것을 리해하게 될것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부고]노길남 박사
노길남 박사 추모관
조선문학예술
조선중앙TV
추천홈페이지
우리민족끼리
자주시보
사람일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한겨레
경향신문
재도이췰란드동포협력회
재카나다동포연합
오마이뉴스
재중조선인총련합회
재오스트랄리아동포전국연합회
통일부


Copyright (c)1999-2024 MinJok-TongShin / E-mail : minjoktongshin@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