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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41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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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23 08:28 조회7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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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1 회)

15 장

김책은 날카로운 사색의 마루를 급히 뛰여넘었다.

문기척소리와 함께 강건이 들어섰다. 그는 얼핏 두사람을 둘러보고는 작전탁에 놓인 지도에 시선을 떨군채 조용히 말했다.

《부서장들이 다 모였습니다.》

《가겠소.》

김책은 일어서며 최용건을 향해 물었다.

《어떻게 하겠소? 인차 떠나가겠소?》

《좀 있다가.》

김책은 구석진 곳에 놓인 쏘파앞 상두대우에 시집 《백두산》이 펼쳐져있는것을 유심히 보다가 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보위성의 행정체계속에서 국장, 부국장으로 있다가 새로 조직된 전선사령부의 부서장으로 직명변경을 받은 병종부서장들은 매우 긴장한 태도로 김책을 맞았다. 융화와 타협, 에누리를 모르는 칼날같은 김책의 성미를 잘 아는 그들이였다.

현란한 무리등의 빛발속에서 붉고 누런 견장들을 번뜩이며 꼿꼿이 서 맞는 그들의 눈에는 일종의 두려움까지 비껴있었다.

김책의 뒤를 따르는 강건의 낯빛이 심상치 않은데다가 김책의 전선직행과 최용건보위상과의 단독접견에 대한 추리에서 얻어진 답이 김책은 현재의 기적적인 승리에 대해서 조금도 만족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매우 불만해하고 그때문에 한바탕 된바람을 일으킬것이라고 넘겨짚은것이였다. 이 답의 신빈성을 담보하는 례증이 즉시에 생겼다. 병기국장을 본 김책은 《905땅크사단에 보내는 땅크포탄운반도화정형을 확인하고 도착하지 못했을 경우 세시간안으로 등짐을 져서라도 나르》라는 명령을 떨궈 내보내였다.

김책의 첫 인사말은 매우 짧았다.

《이제부터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하고는 이미 련락군관을 통해 알려진 전선사령부 부서장임명에 대한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서를 랑독하고는 직판 후방부사령관을 일으켜세웠다.

《동무가 한 오늘사업과 전반사업에서 제기된 문제, 풀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말하시오.》

김책은 보고자의 얼굴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다가 이따금 수첩에 몇자씩 적어넣군 하였다. 후방부사령관은 남진하는 전선부대들이 후방기지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상태에서 도로는 제한되고 운수기재가 부족된 형편에서 탄약과 식량수송이 매우 어렵다는것을 수자와 사실을 례들며 말하였다.

적의 폭격에 수송물자의 도중손실이 많다는 대목에서 김책이 말허리를 끊었다.

《그렇기때문에 야간수송을 위주로 하게 되지 않았소?》

김책은 예리한 눈길로 후방부사령관을 지켜보았다. 후방부사령관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듯싶게 재빨리 대답했다.

《네, 그런데는 명령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적의 폭격에 도로나 다리가 없어지는 경우 그것이 수리될 때를 기다리느라면 오래 주저앉게 되는데 그 지체된 시간을 회복하자니 낮에 움직일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간 맞습니다. 이 문제를-》

후방부사령관은 여기서 말을 끊었다.

최용건보위상이 들어섰던것이다.

김책은 놀랐다. 한편 반가왔다. 그러나 이것을 내색하지 않으며 일어났다.

《의자를!》

그가 일어서자 모든 장령과 대좌들이 일어서 보위상을 바라보았다. 최용건은 누군가 김책이옆에 의자를 가져다놓는것을 보며 손을 한번 젓고는 구석진 곳에 놓인 팔걸이의자에 앉았다. 누구도 자기를 상관하지 말라는듯 목책과 만년필을 빼들고 후방부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김책 역시 흔연한 태도로 앉으며 후방부사령관에게 말했다.

《계속하시오.》

후방부사령관은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방금 하던 말과 맥락이 맞지 않게 자기비판으로 넘어갔다.

《사실 그건 제가 연구가 부족해서 방법을 찾지 못한데 있습니다. 저의 이런 무능으로 다대한 지장을 주고있습니다. 제가 좀더 머리를 쓰고 뛰면 해결할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동무 말이 옳소. 연구를 잘하면 풀수 있지.

지금 전선으로 물밀듯 밀려가는 군인들이 다문 포탄 한발씩만 지고가도 하루에 얼마나 많은 량을 운반할수 있소, 군인들은 도로가 아닌곳으로도 갈수 있고 또 인민들이 있지 않소. 물론 이건 동무 혼자힘으로는 풀기 어렵소.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제기해야지. 동무는 자기 사업에서의 이런 난점들을 다 보고했소?》

후방부사령관은 고개를 수굿하고 안경만 매만지다가 거의 입안의 소리로 웅얼거렸다.

《저의 힘으로 해보려고.》

《잘 안되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랬단말이요?》

김책의 어성은 날카로왔다. 후방부사령관은 안경쥔 손을 떨어뜨리며 꼿꼿이 몸을 폈다. 간곡한 눈길로 하소연하듯 김책을 보았다.

《전선사령관동지, 전쟁환경인데 어떻게 달라는 소리만 하겠습니까? 그래서-》

탕! 김책이 책상을 쳤다. 그의 눈에 불꽃이 번쩍였다.

《그 너절한 체면이 흐르는 사이에 전선 전사들이 얼마나 고생하게 되는가. 련속작전이 얼마나 저애를 당하는가 생각해봤소?》

숨소리 하나 없었다. 방안에 팽팽한 공기가 이젠 한마디만 더하면 터질듯 부풀어올랐다. 김책은 입술을 꽉 다문 최용건의 얼굴이 밤처럼 어두운것을 눈띠여보며 치받쳐오르는 노기를 눌렀다. 그는 만년필을 들어 돌리다가 한풀 소리를 죽여 계속했다.

《물론 군인은 그가 전사건 지휘관이건 자기앞에 떨어진 과업은 자기가 무조건 수행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되오. 머리가 열백번 쪼개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가 수행해야 되오. 그러나 하지 못하면서도 잘되는것처럼 우물거리는것은 범죄요. 더구나경애하는 장군님의 작전방침집행에서 그런 태도는 용서할수 없는것이요.

제때에 보고하지 않는것은 일종의 기만이며 결국 최고사령부에 혼돈을 가져오고 작전지연을 초래하는 행위로 된단말이요.

후방부사령관동무, 전시후방사업은 나라의 온 경제력을 기울여야 할 사업이요. 이걸 동무의 혼자힘으로는 다 풀수 없지 않소. 바로 후방부사령관은 이 모든것을 생각하며 걸린 고리, 풀어야 할 문제, 제기된 난관들을 실태 그대로 종합하여 보고하고 요구해야 전선사령부는 전선사령부적인 규모에서 대책을 세우고 그것도 안되는 경우, 최고사령부적인 대책도 세워 해결할것이 아니요. 이것은 우에 의존하는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보고체계문제며 전사로서의 초보적도덕이기도 하오.

나는 물론 동무가 우의 눈치나 보고 자기 체면이나 세우려고 그랬다고는 보지 않소. 교훈을 찾으시오. 앉소.》

《알겠습니다. 전선사령관동지!》

후방부사령관은 욕을 먹은 사람답지 않게 환한 얼굴이 되여 앉았다. 김책은 그를 유심히 보다가 계속했다.

《나는 후방부사령관동무가 오늘저녁처럼 직접 차판에 짐을 날라싣지 않고 깨끗한 옷을 입고 참가할 때가 오리라는걸 믿고싶소.》

긴장으로 굳어진 좌석에 가벼운 바람이 불었다. 괜히 의자를 잡아당기고 몸들을 추슬렀다.

《공병에서는 누가 왔소?》

김책은 수첩에 눈을 박고 물었다.

다림발이 짝 선 군복에 얼굴이 희멀끔하게 환한 중성 네알의 군관이 수첩을 펴들며 일어섰다. 옆에 앉은 후방부사령관은 자기와 너무나 대조되게 환한 그의 용모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고개를 떨구었다.

《도로가 동무거지?》

《네, 그렇습니다. 제2제대계선까지 저희가 맡고있습니다. 제l제대연선은 관하부대 공병들이 담당하고있습니다.》

공병부장은 매우 절도있게 거의 경쾌하다고 할 어조로 대답했다. 김책은 약간 미간을 찌프리였다.

《그래 제1제대 부대관하도로는 빼고… 동무네 담당의 주요도로망에 대해서 말해보오. 다리까지 포함해서.》

《알겠습니다.》

공병부장은 수첩에 눈을 준채, 빨락거리는 종이장을 분주히 넘겼다.

《동무, 수첩을 보지 않고는 말 못하겠소?》

김책이 불만어린 눈길로 쏘아보았다.

대좌는 이제까지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잃고 얼굴색이 알리게 변해졌다. 김책은 그를 보지 않고 누구에게라 없이 말하였다.

《자기 맡은 사업에 대하여 수첩을 보고서야 말할수 있는 사람은 이 회의가 끝난 즉시로 사임신청을 내시오. 계속하오.》

김책은 부단히 눈을 깜빡거리며 1등도로, 2등도로 하고 꼽는 그의 말을 별로 새겨듣지 않고있다가 불쑥 물었다.

《주성천다리가 끊어진것을 알고있소?》

《넷, 알고있습니다.》

《고쳤소?》

《다섯시에 보고를 받고 대책을 세웠습니다.》

《고쳤는가?》

《아홉시반경에 교량수리재목을 보냈습니다.》

《왜 그때야 보냈소?》

김책의 말소리는 옆의 사람도 겨우 들릴 정도로 낮아졌다. 크나큰 격분을 간신히 참느라 모지름 쓰는것을 아는것은 오직 강건뿐이였다. 김책의 손가락에 끼인 만년필이 알릴듯 떨며 펜촉이 수첩에 닿아 락서비슷한것을 만들었다. 공병부장은 가느스름히 눈을 쪼프리고 재빨리 대답했다.

《적의 폭격에 하루에도 몇번씩 교량들이 파괴되는 조건에서 소모되는 재목이 형편없이 많습니다.》

《간단히 말하오.》

《네, 교량수리재목이 미처 오지 않아.》

《그건 어데서 보장되오?》

《후방에서 오는 경우 여기서 날라가기도 하고… 도로주변에 제재소가 있는 경우 거기서 얻기도 합니다. 전선사령관동지, 좋기는 규격재목인데 그 보장이 잘 안됩니다. 이미 수차 그것을 보고했습니다.》

김책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 제재한 원목을 동무앞에까지 가져다주면 된다는것이겠소? 재목이 안오거나 뽄똔(도하창)이 폭격에 마사지면 어쩔수 없는것이고?》

김책은 거의 측은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 바로 최용건의 실책은 저런 사람의 견해에 끌린탓이 아니겠는가.

마음같아서는 당장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라고 하고싶었다. 그러나 그럴순 없었다. 이런 환경속에서도 일군들은 키워야 하는것이다. 장군님께서 위청장령의 문제처리에서 보이신 모범이 생각났다. 일군들은 위청을 강급철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본인이 의도적으로 범한 과오가 아니라 우리 식 전법에 대한 리해부족에서 온것이라고 하시며 그 의견들을 막으시였다. 하루밤 꼬박 밝히며 위청과 담화를 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전투훈련부국장으로 임명하시였다. 위청은 몰라보게 변하였다.

원래 군사상식과 경험이 있는데다가 머리가 좋아서인지 일단 자기 오유를 깨닫자 조선인민혁명군의 전투경험과 전술을 쉽게 파악하였다. 초급군지휘관들을 위한 전술학습제강을 만들었는데 김책으로도 감탄할 지경이였다. 그리고 더욱 장한것은 위청이가 조선인민혁명군 출신 지휘관들과 일군들을 만나 집체적인 연구를 하고있는것이였다. 그는 좀더 일찌기 깨달았다면 정규전과 현대전의 배합에 대한 군사예술론문을 썼을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밤낮없이 새로 조직되는 부대들에 나가 지휘관방식상학과 훈련조직에 눈코뜰새없이 움직인다. 그러고볼 때 이 공병부장이라고 왜 앉은방아만 찧겠는가.

허나 김책은 표정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동문 주성천주변의 지형을 아오?》

《저… 지대상으로 보면 산지대입니다.》

《옳소. 그 산들엔 나무가 많소. 동무가 조직해보낸 재목차가 도착하기전에 그곳 인민들과 통과하던 군인들이 그 다리를 다 보수했소.》

김책의 푸릿한 얼굴빛이 엄숙하게 굳어지였다.

《동무!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알고있소?》

《무슨 뜻인지?…》

《자체로 만들어 일떠선다는 말이요. 앉소.》

김책은 더는 그쪽을 보지 않고 작전, 정찰, 통신… 차례로 부서장들에게서 제기된 문제들을 보고받고 일어섰다. 제나름의 가책과 무거운 생각속에 고개를 떨군 장령들과 대좌들을 일별한 그는 시정극복해야 할 일련의 결함들을 지적하고 미지상군이 개입한 전쟁의 새로운 국면에서 각 부서들의 역할을 일층 더 높일데 대한 문제를 강조하였다.

《끝으로…》

김책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

《장군님의 작전방침관철에서 잘못된 일이 있는 경우 직위여하를 관계함이 없이 즉시 제기해달라는것입니다. 그런 문제에서는 장소, 시간을 관계하지 않겠습니다. 이만하겠습니다.

보위상동무, 말씀할것 없습니까?》

김책은 최용건을 보았다. 목책에 무언가 적어넣던 최용건은 몸을 움씰하며 고개를 쳐들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청탁인듯 의아스럽게 보다가 천천히 목책을 접고 일어섰다. 김책은 회의 전시간 지꿎은 그림자마냥 그의 사색에 그늘을 지으던 최용건의 굼뜬 반응에 뭔가 송구스럽고도 불만한 감정을 동시에 체험하며 병종 부서장들에게 눈길을 옮기고 극히 실무적으로 말했다.

《보위상동진 이제 평양으로 가게 됩니다.》

의자 밀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최용건이 일어섰다. 거뭇하게 질린 얼굴의 그는 책망하는듯 하기도 하고 뭔가 호소하려는듯하기도 한 눈길로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웅글진 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정신을 차리고… 잘 싸워봅시다. 더는… 결함들을 반복하지 맙시다.》

마지막말을 갑자르며 힘겹게 한 그는 천천히 앞탁에 다가왔다.

일제히 일어서 경의를 표하는 병종부서장들 전체에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설가 말가 망설이다가 매 사람과 악수를 하고는 그로 볼 때는 매우 성급한 동작으로 방에서 나갔다.

김책은 병종부서장들까지 나간 후 한동안 지친듯 앉아있다가 이제부터 자기 사업거처로 될 최용건의 방으로 갔다.

방에는 불이 켜져있었다.

새벽빛이 푸릿하게 밀려드는, 차광막을 열어제낀 창가에 최용건이 우뚝 서있었다. 김책이 들어서자 최용건이 돌아보았다.

《이젠 떠나야 하지 않겠소?》

《떠나겠소.》

《가면… 장군님께 전선실태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려주오. 특히 포탄, 탄약 수송에 대해서… 대책이 꼭 서야겠소.》

《알겠소.》

최용건의 눈매가 따뜻해졌다. 자신에 대한 김책의 인간적이며 동지적인 믿음을 크게 느꼈기때문이였다.

《그런데 한가지 말할것이 있소.》

최용건은 망설이다가 계속하였다.

《아까 부서장회의에서도 느꼈지만 동문… 모든 자질구레한 걱정거리까지 장군님께 보고드리자고 하는데 그건 마음에 안드오. 하긴 동무의 표현에선 걱정거리가 아니라 <걸린 문제>로 되였소만.》

김책은 최용건이 마음의 문을 터친것 같아 기뻤다. 그러나 제기한 문제가 심각한지라 김책은 론쟁조로 말에 열을 띠지 않을수 없었다.

《물론 걱정을 끼쳐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동무의 견해엔 공감하오. 지난 기간 나도 무엇때문에 별치 않은 문제로 장군님께 부담과 심려를 끼치겠는가 하고 내 단위에서 내식으로 처리한 실례가 있었소. 잘될 때도 없지 않았지만 결과는 대체로 신통치 못했소. 엄청난 후과를 빚어낸 경우도 있었소.

다음부터 난 보고드리고 결론받는 사업이 우리 혁명에서는 어쩔수 없는 특징이라고 보았소. 나라가 생긴 력사는 짧고 일군들의 경험은 없지. 부닥치는 정황은 복잡다단하지.

우리 머리로 풀수 없는것이 개개거든. 우리 키가 더 자라면 어쩔는지… 더구나 여느 문제도 아닌 조국의 생사운명을 두고 다투는 전쟁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필수적이요. 어쩔수 없소. 좋든 긇든 슬프든 괴롭든 모든 문제를 장군님께 보고드리고 가르침을 받아 하는것이 유일하게 정당한 길인것이요. 하나의 행복스러운 숙명이라 할가. 보위상동무도 언젠가 말하지 않았소. 장군님의 뜻과 의도를 받들어 관철하는 여기에 조선혁명의 승리가 있다고. 사실 터놓고 말해서 전선지휘에서 동무가 범한 실책은 한마디로 여기서부터 나온것이요. 장군님의 사상과 방침에 대한 의혹과 동요… 그때문이였소.

물론 의혹은 있을수 있소. 대번에 그이의 높이에 도달할수는 없은것이니… 그 경우엔 그 의혹, 그 의문을 보고드려 푸는것이 옳은 일이였으나… 동문 거기서 과오를 범한것이요.》

김책은 두손을 의지하듯 창턱에 짚은 최용건이 온몸을 부르르 떠는것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최용건은 그의 눈길을 피했다.

(그러니 이 사람 가슴에 아픔을 싣고 보내누나.)

김책은 일순 가책비슷한 감정의 충격을 느꼈으나 위안을 할수도 또 위안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을 자신과 최용건임을 알기때문에 침묵을 지켰다. 다행스럽게도 강건이 뛰여들었다.

강건은 두사람의 미묘한 심리적간극을 포착하지 못한듯 기쁜 빛으로 말했다.

《최현동무네가 안성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렇소?!》

김책은 환성을 올리듯 말했다.

《멋진 일이요. 그들을 안성으로 진입케 한데 대하여 장군님께서도 잘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소.》

김책으로서는 강건이나 최용건이 이미 알고있는 사실까지 들춰 말했다. 이 전투조직의 배경에는 최용건의 공이 적지 않다는것을 은밀히 암시하는 이 찬탄에 대해서도 최용건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아니 그는 아예 이런 세계와는 담을 쌓은듯 창가에서 쉬이 떠나지 않는 새벽어둠을 응시한채 무슨 집념을 고독스레 추구하고있는것만 같았다.

갑자기 전화종이 요란스레 울렸다. 특별한 전화외에는 작전실과 비서방에 걸게끔 한것을 잘 아는 그들은 거의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김책은 최용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것 같은것을 느끼며 전화기에 다가가 송수화기를 들었다.

《전선사령관동지, 최고사령부에서 전화입니다.》

교환수의 애된 음성이 꺼지기도전에 증폭장치가 된 수화구에서 우렁우렁한 음성이 방안을 가득 채우며 울렸다.

《김책동무입니까?》

《장군님, 김책 전화받습니다.》

김책은 반가움을 금치 못하며 긴장된 자세로 대답올렸다. 잠시 공간을 둔 사이에 울리는 장군님의 숨결을 감각으로 받아들이며 이 새벽전화를 거신 장군님의 의도를 알아보려 신경을 도사렸다.

《사업에 착수했습니까?》

《예.》

《제기된것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저…》

《전선에 나갔댔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사이를 두지 않고 약간 엄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김책은 자신의 처사를 두고 김일성동지께서 걱정하심을 알았다.

《전선은 아니고 오산까지 나가봤습니다.》

《오산까지?!… 그런데 왜 최용건동무를 보내지 않습니까?》

(이것때문이였구나.)

김책은 저으기 당황해서 최용건을 보았다. 이미 창가에서 떠나 부동의 차렷자세로 전화말씀을 듣던 최용건은 김책의 시선을 받자 뭔가 말하려는듯 입술을 움죽거리다가 전화선에 묵중한 눈길을 떨구었다.

김책은 신통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분명치 않게 말씀드렸다.

《두루… 저때문에 좀 늦어졌습니다. 지금… 여기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의 약간 헤덤비는 말투에 뭔가 느끼신듯 선뜻 말씀을 떼지 않고있다가 화제를 돌리시였다.

《특별히 제기할 일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장군님, 구체적인 보고는 보위상동무편에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그리고… 하나 알려줄것이 있습니다. 방금 들어온 자료인데 미25사 사단장 킹이 오늘래일로 대전의 띤을 만나러 온다고 합니다. 25사도 조만간 출동한다는 예고입니다. 무슨 부탁할것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최용건동무를 바꿔주시오.》

두손으로 송수화기를 받아쥔 최용건은 《안녕하십니까, 장군님!》 하고는 더 말을 못하고 뿌리박힌듯 서있었다.

《인계사업이 잘되였습니까?》

김책은 약간한 불안속에 최용건을 주시했다. 최용건은 입술을 감빨다가 동안뜨게 말씀드렸다.

《미흡한 전선을… 그대로 인계했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미흡한 전선?!》

《그렇습니다.》

《최용건동무!》

격하신 음성이 울렸다.

《우리가 공산주의자로서 자기 성과에 도취하거나 자만하는것은 그릇된 일이지만 비하하는것 역시 나쁜 일입니다.

과오에 눌려 살면 안됩니다. 과오를 찾는것은 반복하지 말자는것이지 그에 눌려 괴로와 있자는것은 아닙니다.

동문 우리의 승리, 우리의 성과를 잊고있습니다. 세계의 어떤 전쟁력사에도 있어 보지 못한 반공격작전에서 우리가 빛나는 승리를 이룩했다는것을, 그 성과에는 보위상동무의 공헌도 크다는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장군님, 그 승리야…》

최용건의 목소리는 떨리다가 여기서 끊어졌다. 불편근육이 움씰거리고 컴컴히 흐려졌던 눈에 흥분어린 빛이 번쩍였다. 김책은 그가 채 못한 말 (그 승리야 전적으로 장군님께서 마련하신것이 아닙니까. 제야 그 뜻을 관철하는데서 오히려 굼뜨지 않았습니까) 하는 말을 마음속으로 뇌이며 이 순간 왜서인지 가슴이 그들먹해지고 눈굽이 뜨거워오르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격동을 주체 못하는 거쿨진 몸매의 최용건의 열띤 모습때문에 더욱 그런것 같았다.

《장군님!》

갑자기 최용건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의 얼굴과 눈빛은 엄숙한 표정을 띠였다.

《절 여기 남게 해주십시오. 김책동무를 도와 일하겠습니다.》

《김책동무와?》

되뇌이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밝게 웃으시였다.

《그러면 김책동무는 좋겠지만 나는 어쩝니까. 김책동무가 거기 나간데다 동무까지 안오면…》

롱담조의 말씀이였으나 간곡한 정이 깃든 그 말씀에 최용건은 《장군님!》 하고 책상모서리를 꽉 움켜잡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웃음기를 거두고 엄하면서도 따뜻한 어조로 단호히 말씀하셨다.

《다른 생각 말고 빨리 오시오. 여기엔 일이 산더미같습니다.》

《장군님! 이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최용건은 조용히 수화기를 놓고 손수건으로 눈굽을 오래도록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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