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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넋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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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9-18 17:01 조회3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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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안변청년발전소건설장을 찾은 만수대예술단의 공연은 낮에 이어 저녁에도 계속되였다.

김화준중장은 넓다란 공지를 좁다하게 꽉 메운 군인건설자들속에 어울려 만수대예술단 단장 박영순 그리고 설계가 남창명과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있었다.

얼마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으로 남창명이 찾아왔었다. 그의 손에는 해맞이초소에서 군사복무를 하고있는 아들에게서 온 편지가 쥐여져있었다. 설계가는 편지를 통하여 중대정치지도원의 희생적인 소행으로 자기 아들이 구원된 사실을 알게 되였고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다는것이였다.

김화준은 순박하면서도 고집이 세보이는 설계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하나의 전장으로 화한 안변청년발전소건설장에 대해 더잘 알게 되였고 그곳에서의 이동강의를 선뜻 결심하게 되였다.

그렇게 알게 된 인연으로 하여 김화준은 건설장에 도착하자 내내 그의 안내를 받았다. 야외조명이 눈부시게 비치는 가설무대우에서 남성고음독창가수가 부르는 노래 《내가 지켜선 조국》이 건설장의 밤하늘가에 울려퍼지고있었다. 그 노래에 젖어드느라니 김화준에게는 지난해 가을 견학차로 평양에 올라온 사위를 만나보던 때의 일이 생각났다. 내성적이면서도 인정미가 있어보이던 그 갸름한 얼굴모습이 못견디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무대에서는 이어 녀성독창과 혼성방창 《우리는 빈터에서 시작하였네》가 절절히 울리기 시작했다.

년대와 년대를 이어온 거창한 창조의 력사를 감회깊이 돌이켜보게 하는 노래였다. 해방된 건국의 5년, 다시 시작된 침략자들과의 3년간의 전쟁, 전승의 축포와 더불어 또다시 페허의 재더미를 털고 일어나기 위한 전후복구건설의 간고한 시기, 그때마다 수령님께서는 건국과 복구의 첫삽을 뜨시였고 마침내는 이 땅우에 락원의 강산을 펼쳐주시였다. 허나 패배를 거듭하면서도 침략자들은 우리가 잘살기를 원치 않았다. 지금 무대우에서 울려나오는 저 노래를 없애보려고 제재, 봉쇄, 고립, 압살이라는 총포성없는 전쟁을 강요하여왔다. 그리하여 우리 장군님께서는 불빛 한점 없는 거리와 숨죽은 공장들을 지나 여기 발전소건설장에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력사의 자욱을 찍으시였던것이다.

어제의 시련과 오늘의 시련의 련관성을 의미깊게 강조해주며 무대우의 노래는 점점 더 고조를 이루었다.

포화에 불타버린 페허우에서

우리는 맨손으로 시작하였네

김화준의 눈굽은 자기도 모르게 축축히 젖어들었다. 낮에 보았던 물길굴이 다시 눈앞에 떠올랐던것이다. 다층살림집높이의 물길굴입구… 거기에는 짓이겨지고 터져버린 스키프가 아직 그대로 놓여있었다. 군인건설자들은 그 스키프와 광차, 일반착암기, 거기에 함마와 정대로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물길굴을 뚫었다.

우리 군대는 그렇게 강했다. 그들은 《기계에는 한계가 있지만 정신력에는 한계가 없다!》, 《군인의 몸에서 바칠수 있는것은 다 바치자, 땀도 피도, 필요하다면 뼈와 살까지!》, 《죽음을 각오한 사람 당할자 이 세상에 없다!》는 웨침과 함께 생사판가리결전장에 나섰다. 그것은 곧 전쟁마당에 나선 군인들만이 발휘할수 있는 육탄자폭정신이였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런 정신을 발휘하게 하였겠는가? 그에 대한 대답이런듯 노래의 마지막절이 힘있게 울리고있었다.

우리는 제 힘으로 우리의 식대로

이 땅에 주체조국 높이 세웠네

공연은 련환식으로 진행되여 무대에서는 부대예술선전대의 합창이 쩡쩡 울리기 시작하였다.

백두밀림 헤쳐온 항일의 준엄한 나날에

사령부를 보위해 한목숨 바쳐온 7련대

군인들이 저저마다 무대우에 뛰여올라 예술선전대원들과 합세하기 시작하였다.

공지에 꽉 들어찬 군인건설자들이 노래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며 합창하였다.

포연속을 뚫고온 성스런 군기앞에도

위훈떨친 돌격대 그 기발앞에도 7련대

김화준은 가슴이 들썩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곁에 앉은 박영순을 슬며시 돌아보았다. 야외조명등의 예광에 비쳐진 그의 눈에도 무한한 환희와 격정이 번뜩이고있었다.

내 나라 내 조국 부강을 지켜가며

오늘도 7련대 우리앞에 있어라

공연의 마감을 알리는 소개자의 말에 이어 전체 관람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를 향하여 요란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김화준은 공연의 여운을 안고 박영순, 남창명과 함께 조정지언제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였고 언제건설장에서는 번뜩이는 용접화광이 별무리처럼 쏟아져내렸다.

《단장선생…》

김화준은 박영순을 돌아보았다.

방금전 배우들과 전체 군인건설자들이 합창하였던 노래 《오늘도 7련대는 우리앞에 있어라》가 생각났던것이다.

《노래가 나온 이후 인민군대에서 벌리고있는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까?》

《예, 대략은…》

인민군대에서 하는 일이라 박영순은 그저 공손히 대답하였다.

김화준은 저 멀리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새형의 군대중운동을 결심하시는 자리에서 장군님께서는 이 노래를 높이 평가해주시였습니다. 노래는 나오자마자 인민군장병들의 심장을 완전히 틀어잡았다고, 이것은 7련대의 모범을 따라배우려는 열망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있다는것을 의미한다시며 그래서 인민군장병들의 한결같은 지향과 념원을 담아 자신께서는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을 벌릴것을 결심하였다고 하시였습니다. 그러시면서 장군님께서는 노래 〈오늘도 7련대는 우리앞에 있어라〉는 시대의 진군가, 90년대의 조선인민군가와 같다고 높이 평가해주시였습니다.》

박영순은 커다란 충격을 억제 못하고 별무리가 총총한 밤하늘을 넋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중장동지, 그 노래가 어찌 저 일개인의 창작품이라 하겠습니까.

어버이수령님께서 오늘을 내다보시고 우리 예술단에 주신 과업에 따라 창작이 시작되였고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지로 떠나보내시여 중장동지를 포함한 전체 인민군장병들의 지향과 념원을 체득하게 해주시였기에 노래는 완성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참으로 행운을 타고난 창작가라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김화준은 빙그레 웃었다.

《선생이 옳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선생의 행운이라고만 할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총대와 노래의 일체화를 체험하고있는 우리 군인들로서도 더없는 행운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래, 선생은 앞으로 또 어떤 노래를 창작하려 합니까?》

박영순은 대답을 서둘지 않았다. 용접화광에 언뜩언뜩 드러나는 거창한 발전소전경을 다시한번 둘러보고나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우리 예술단이 순회공연차로 자강도의 여러 공장, 기업소들을 돌았는데 혁명적군인정신은 이미 시대정신으로 온 사회를 불러일으키고있었습니다. 그래서 혁명적군인정신을 창조한 장군님의 군대가 제일이라는 노래를 창작해볼가 합니다.》

《참, 한가지 잊을번 했군요. …》

김화준은 그제야 생각난듯 말을 이었다.

《우리 군대가 창조한 혁명적군인정신의 시발에 관한 문제입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그 시발을 지금 인민군대가 벌리고있는 오중흡7련대운동에서 찾으시였습니다. 그러고보면 선생이 이번에 창작하려는 노래는 〈오늘도 7련대는 우리앞에 있어라〉의 련속편이라고 할수 있겠군요.》

박영순은 반기듯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힘을 주니 노래에 대한 욕심이 더해집니다.》

김화준은 물론 남창명도 따라웃었다.

남창명이 조용히 화제에 끼여들었다.

《그런 노래가 나오면 여기 군인건설자들이 얼마나 기뻐하겠습니까.

그 노래를 부르며 2계단건설목표를 단숨에 점령해버릴것입니다.》

김화준이 넌지시 그 말을 받았다.

《왜 군인건설자들뿐이겠습니까. 그들과 정신력을 함께 키우며 만년대계의 창조물을 설계한 박사선생에게도 기쁨이 되는 일이지요.》

남창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분한 말씀입니다. 중장동지도 아시는 일이지만 기술적인 론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하마트면 이 건설장을 영 떠날번 한 내가 아니였습니까. 그런데도 장군님께선… 해맞이초소에 있는 아들한테 권위있는 의료성원들을 보내주시고 절 이렇게 보람찬 결전장에 다시 세워주셨습니다.

아들한테서 편지가 왔습니다.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보약을 쓰고 이젠 완전히 몸을 완쾌하였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인민군대의 군인정신을 맨 처음 넘겨받은 사회의 설계가가 되여 기본언제설계를 기어이 성공시켜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우리 장군님이 계시고 군인정신이 있는 한 언제는 꼭 우리 식의 설계로 보란듯이 일떠설것입니다!》

김화준과 박영순은 만족한 웃음을 마주 지으며 서로 고개를 끄덕이였다.

×

김화준중장이 탄 승용차는 바다를 옆에 낀 포장도로를 전속력으로 달리고있었다. 102련대지역이 점점 가까와오자 그의 머리속에서는 평양을 떠나오기 전의 일이 생각되였다.

항일혁명전쟁의 원로이며 차수인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관장은 권고하였다.

《안변청년발전소를 찾아갔던김에 102련대에도 들려보오. 딸이 해산을 했다는데 우정이라도 찾아가보아야지.》

김화준은 유복자인 손자의 얼굴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찾아주신 해맞이초소에서 태여났다고 하여 해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것만 알고있을뿐이였다.

차수는 재삼 권고했었다.

《이럴 때 아버지로서 딸을 격려해주면 얼마나 큰힘이 되겠소. 꼭 그렇게 하오.》

김화준은 이렇게 되여 지금 102련대로 가고있는것이였다.

포장도로에서 벗어난 승용차는 번듯한 흙길을 얼마간 달려 마침내 련대지휘부정문앞에서 멈춰섰다.

부대직일관이 급히 달려나왔다. 중장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깍듯이 거수경례를 붙였다.

《중장동지, 안녕하십니까! 오신다는 련락을 받았습니다.

련대장동지는 수영훈련장에 나가면서 중장동지가 도착하면 침실로 안내할것을 지시했습니다.》

김화준은 곧 차단봉을 올리려 보초병쪽으로 돌아서려는 직일관을 제지시키고나서 물어보았다.

《수영훈련장이 여기서 뭔가?》

《아닙니다. …》

부대직일관은 바다가쪽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소나무숲뒤에 수영훈련장이 있습니다.

거기선 지금 련대지휘부 군관들에 대한 수영훈련판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야 빈방에 혼자 들어가 멍청히 앉아있을 필요가 없지.》

김화준은 운전사에게 수영훈련장으로 가자고 했다.

승용차가 소나무숲앞에 이르자 김화준은 우정 차에서 내려 그속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송림속을 지나 숲언저리에 나서던 김화준은 문뜩 걸음을 멈추었다.

녀인들이 저저마다 들꽃다발을 들고 한가득 백사장에 몰켜서있었다. 그들은 바다쪽 저 멀리 붉은 기발이 날리는 표식물을 에돌아 기세좋게 헤염쳐나오는 군관들을 향하여 저저마다 꽃다발을 흔들며 응원하고있었다. 군인가족들이 분명했다.

련대장 조무진이 손에 든 시계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측정하였다.

잠시 그 광경을 둘러보던 김화준은 주춤 한곳에 눈길을 멈추었다. 그 군인가족들속에 끼워있는 딸 선희를 알아보았던것이다. 그도 웃고 떠들며 좋아라 발을 동동 구르는 녀인들과 어울려 군관들을 응원하고있었다.

군관들이 바다기슭을 가까이 할무렵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몇몇 녀인들이 뒤떨어진 자기 남편들을 찾아 꽃다발을 든채로 바다물에 뛰여들었던것이다.

그러자 약속이나 한듯 모든 녀인들이 와 뒤따라 자기 남편들을 향하여 물방울을 튕기며 마중갔다.

선희만 홀로 남았다. 처음엔 허리를 구부리며 웃음을 터뜨리던 선희는 문득 자신을 의식했던지 당황하여 굳어져버렸다. 몇순간이 지난 후에야 멀찍이에서 모래불에 펴놓은 보자기우에 음식들을 차리고있는 몇몇 녀인들곁으로 다가가 일손을 도와주기 시작하였다.

김화준은 못 볼것을 본듯 눈길을 돌리였다. 딸에 대한 동정심이 이름할수 없는 아픈 속을 긁어내렸던것이다.

다시 눈길을 들었을 때 선희의 곁에서 아이를 업고 음식을 차리고있는 조무진의 안해 정명을 알아보았다.

김화준의 눈길은 정명의 등에 업힌 아이에게로 쏠리였다. 그 애기가 자기 손자라는것은 의심할바 없었다.

조무진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저마다 자기의 남편들을 부축하고 기슭으로 나오는 군인가족들을 향해 손을 홱 저었다.

《이건 뭐요? 놀음인가? 자기 남편들을 응원하라고 했지 꽃다발을 안겨주라고 했는가! 도대체 그럴 자격이 있긴 있는가 말이요.

오늘 판정은 취소요!》

련대장이 성났음에도 불구하고 녀인들은 좋아라 웃어댔다.

조무진은 정말 재판정을 시작할듯 등뒤에 서있는 참모장인듯싶은 군관을 향해 돌아서다말고 흠칫 굳어졌다.

김화준은 자기를 알아본 조무진의 시선을 피해 왔던 방향으로 천천히 돌아섰다. 소나무숲을 조금 걸어가느라니 등뒤에서 조무진의 반가움에 넘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

김화준은 걸음을 멈추었다. 자기앞에 나타난 조무진을 향해 두눈을 치떴다.

《무슨 판정이 그러냐?》

《다 보셨습니까?》

《봤다. …》

조무진은 서둘러 변명했다.

《사실은 일부 지휘부 군관들이 수영훈련판정기준을 돌파하지 못해 자극을 주자고 한노릇이…》

김화준은 그제야 너그럽게 웃었다.

《의도는 좋은데 웃음판이 되지 않았니? …》

조무진은 면구스럽게 따라웃다말고 김화준을 쳐다보았다.

《참, 선희도 저기 나와있습니다. 제 이제 곧…》

김화준은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만두거라, 차차 만나지. …》

《아버님, 여기서 좀 기다리십시오. 제 선희를 데려오겠습니다.》

조무진은 김화준이 미처 만류할 사이없이 급히 바다가쪽으로 되돌아섰다.

김화준은 모래불을 거닐기 시작하였다. 가족세포비서라는 그 사업이 선희에게 돌려진 더없는 믿음이라는것은 그도 알고있었다. 그러나 남편의 희생과 함께 결심한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가자면 얼마나 자신을 이겨내야 할 일이 많고많으랴! 방금전 백사장에서 보았던 딸의 모습이 다시금 못 견디게 가슴속에 파고들었다.

나직한 인기척에 김화준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볕에 감실감실하게 탄, 전번 집에 왔을 때보다 퍼그나 수척해진듯싶은 딸이 반가움에 웃고있었다.

《아버지! …》

《선희야! …》

선희는 소리없이 다가와 아버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김화준은 딸의 흐느낌소리를 들으며 떨리는 손으로 어깨를 쓰다듬어주었다.

《됐다, 그쳐라. 해남이가 있지 않느냐? …》

《아버지, 다 알아요. 하지만…》

김화준은 금시 가슴이 미여지는듯싶었다. 딸은 방금전 바다가에서 외롭던 심정을 터놓고있는것이였다. 그것은 아버지앞에서만 드러내보일수 있는 딸의 슬픔이였다.

조무진이와 그의 안해가 해남이를 안고 나타났다.

정명은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숙여 인사를 했다.

《아버님! …》

김화준은 정명의 인사를 받으며 그가 두손 받쳐 안고있는 아기에게 시선을 주었다.

선희가 서둘러 정명에게서 애기를 넘겨받았다. 아직도 눈물이 맺힌 눈가에 웃음을 담으며 김화준에게로 다가왔다.

《아버지, 해남이예요! …》

김화준은 깊이 잠든 손자를 받아안았다. 젖살이 보동보동 올라 아직은 다 가려볼수 없지만 어쩐지 딸보다 사위를 더 많이 닮은듯싶었다.

그러자 이런 아들도 보지 못하고 간 사위에 대한 생각으로 하여 다시금 가슴이 쓰려났다.

김화준은 그 아픔을 애써 눅잦히며 얼굴에 웃음을 담았다.

《선희야, 해남이가 아버지를 더 닮은것 같구나. 그러니 해남이가 앞으로 네 마음의 기둥으로 될거다. 해남이를 잘 키우거라!》

선희의 얼굴도 한결 밝아졌다.

《아버지, 해남이를 깨울가요?》

김화준은 제꺽 고개를 끄덕이였다.

《어서 그래라!》

《울어두요?》

《그게 더 좋다!》

선희는 애기를 받아안고 가볍게 흔들었다.

《해남아, 할아버지가 오셨다. 장령동지가 오셨다! …》

해남이가 두눈을 떴다. 그러나 울음을 터칠 대신 놀란듯 두눈을 크게 뜨고 이쪽저쪽으로 고개를 젖힌다.

선희가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아버지, 해남이가 할아버지를 알아봐요! 이것봐요, 할아버지를 그냥 보고있지 않나요!》

《오냐! 오냐! …》

김화준은 마침내 가슴에 서렸던 아픔을 다 잊고 딸을 따라 맞장구를 치며 큰소리로 웃었다.

모두의 얼굴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구울러내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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