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여름 36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 조선문학예술

본문 바로가기
영문뉴스 보기
2024년 4월 18일
남북공동선언 관철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조선문학예술

50년 여름 36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18 10:25 조회727회 댓글0건

본문

2013-04-09-U01.jpg


(제 36 회)

13 장

발목까지 푹푹 빠져드는 모래불로 련화는 비칠거리며 걸어갔다. 어둠이 그 발자취를 살금살금 덮어버린다.

《련화동무, 옆구리가 더 도져요?》

묻는 말에도 련화는 대답이 없다. 따뜻한 눈물이 샘솟듯 솟아 볼을 적신다.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끝없는 공허와 괴로움이 강녘에 내려덮이는 어스름처럼 그의 마음을 짓누른다.

《저- 련화…씨.》

어눌진 남자의 목소리에 련화는 걸음을 멈추었다. 카빙총을 거꾸로 멘 옆집 두부장사의 아들인 전기회사 전공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련화는 며칠전에 그한테서 당한 《모욕》을 생각하고 그대로 가려고 하다가 남자의 기색이 하도 진지한지라 눈을 내리깐채 기다렸다.

《날 용서해주.》

련화의 앞에 이른 그는 벌씬 웃어보였다. 련화가 입술을 깨문채 까딱안하고있자 그가 덤벼치며 말했다.

《난 사실 련화씨를 아니, 이제부텀 동무라 합시다. 그래 동무를 부르죠아라고만 봤습니나. 근데 오늘보니 동문 공화국편이구만, 우리 로동자들만 그런줄 알았는데. 이자 인민군대군관동지한테 물어보니 동무같은 사람도 다 김일성장군님을 받드는 인민이 될수 있다는거요.

정말 미안하오. 난 이제부텀 인민군대를 따라 그냥 싸우러 가오. 그래서 동무한테 빌자고 따라왔소. 집에 가면 우리 어머니한테 잘 말씀드려주.》

그리고는 악수를 하려 손을 내밀려다가 련화가 응하려는 기색이 아님을 알고 또 한번 싱긋 웃더니 휙 돌아서 달려갔다.

《몸 무사하세요.》

련화는 가느다란 소리로 말했다. 왜서인지 눈물이 나려 했다.

서대문감옥에서 나온 날 련화는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자기를 대신해 죽은 그 녀인을 감장하고 어설픈 제사를 치르고나니 지금처럼 어슬녘이였다. 그런데 집은 비여있었다. 이웃집 두부장사녀인한테서 아버지가 리윤병의 차를 타고 언니와 함께 떠났다는것과 《해방직후에 다니던 젊은이》가 장교가 되여 찾아왔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꺼번에 받아안게 된 상실의 비애와 희망어린 기쁨앞에 련화는 제 정신이 아니였다. 빈집 널마루에 앉아 한바탕 울고나서 다시 그 두부장사녀인네 집으로 갔다.

거기서 이 청년을 만났다. 경성전기회사 전공으로 있다는 정도로 아는 그는 련화를 담장문안으로도 들여놓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 집엔 뭣하러 오시오?》

그 투박스런 말투에 아연하여 련화가 쫓기듯 담장을 에돌아오는데 그 말투보다 몇배 더 무서운 말이 귀전에 따라왔다.

《얘, 그런 인사불성이 어데 있느냐. 고아나 다름없는 처녀를 막 밀어 쫓을 법이 어데 있느냐.》

그것은 두부장사녀인의 청원이였다. 모질게 도사린 대답이 그말을 눌렀다.

《어맨 참 막혔소. 리승만의 1등장관네와 사돈인 집 녀자를 집안에 들여놓는단말이요.》

《원, 무슨 소릴, 그 앤 가막소에서 나왔다두라.》

《가막소에 들어갔다 나옴 다 인민의 편인가. 도적년도 있고 화냥년도 있소.》

《어이구, 네 입이 개천한가지로구나. 성어른네 딸을 그런 장년들과 맞대놓다니, 네가 천벌을 받을기다.》

《흥, 어쨌든 반동이란말이우다. 지금은 반동과 인민편으로 금을 짝짝 거야 한단말이요. 저런 멋장이 부르죠안 다 반동이요.》

련화는 그때 앞이 캄캄해지였다. 담장에 기대여 한참이나 있어서야 기운을 되찾았다. 그는 아버지의 《도주》를 확인하기 위하여 련탄통과 허접쓰레기들로 위장을 한 지하실을 찾아 그안으로 들어갔다. 초불 하나를 들고 캄캄한 지하실안을 더듬어 살피는 그의 눈에는 쉬임없이 눈물이 굴러내렸다. 아버지의 《재산》은 그대로 있었다. 덕대우에 흰 종이장이 주렴처럼 드리워있는것을 보고 혹시 자기에게 편지를 써남긴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희망과 기대는 종이장을 보기 바쁘게 와르르 허물어졌다. 아버지는 단순히 《도주》만 한것이 아니라 이 세상 전체를 비관하고 부정한것이였다. 종이는 하나의 유서라고도 할수 있었다. 련화는 덕대우에 숨겨두었던 자기의 가방을 찾아쥐고 비칠걸음으로 지하실을 나왔다.

안방에 들어온 그는 아버지가 읽으려 내려놓은듯 한 책무지에 그대로 엎드려 잠인지 실신인지 모를 혼미속에 새날이 밝을 때까지 꼼짝하지 않았다. 먼지낀 창문으로 얼비추 들어오는 빛에 얼른거리는, 집안의 퇴색한 도배벽과 검은 빛으로 쩌들은 장서들을 보며 자기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가 하고 생각을 달렸다.

그런데 구복이 원쑤라고 배가 고팠다. 밥부터 지어먹어야겠다고 일어서나가 《아》 하고 소리지르며 물앉았다. 그 륙실할 헌병장교의 구두발에 채인 옆구리가 빠개져나가는듯 아팠다. 그는 아버지가 관절에 좋다고 하여 구해둔 《멘솔담》을 옆구리에 바르고 참지로 붙인후 아무것이나 닥치는대로 책 몇권을 뽑아내리였다. 베개를 베고 누운 그는 분명 아버지가 잡숫듯싶은 귀떨어진 바가지에 담긴 누룽지쪼박을 입에 물었다가 그만 치받치는 눈물때문에 먹기를 단념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그러나 책의 글줄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림만 뒤적이다가 녀자처럼 머리를 길게 기른 두 사나이가 눈을 부릅뜨고 마주 노려보는 사진에 시선이 멎자 한숨을 내쉬며 책을 떨궈버렸다. 책이 엎질러지며 한때 온 프랑스국민을 열광시켰던 당똥과 로베르스피에르가 때묻은 장판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그래, 옳아!》

련화는 시름겹게 중얼거렸다.

당똥과 로베르스피에르가 웨친 《혁명의 무자비》에 대한 글구가 상기되였던것이며 왕당파라면 자기의 친구조차 서슴없이 살해한 《혁명파》들의 단호성에 대한 일화들이 떠올랐고 동시에 그것은 두부장사집 아들이 한 말에 대한 정당성의 반증처럼 느껴져 《그래 옳아》한것이였다. 계급적모순의 불상용에 대해서는 엄엄한 수염쟁이 맑스는 물론 인자한 아저씨같은 레닌까지 긍정하였다던것도 상기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속에서 쉬쉬 떠돌던 남로당안에서의 무서운 《계급투쟁》에 대한 이야기까지 덧끼여들며 자기는 계급진지로 볼 때 《반동》이며 이 새 세계의 시점에서 이단자라는 답에 도달하였다. 이렇게 된 모든것은 아버지가 그 흉물스러운 리윤병이네와 함께 간데서 생겨난 비극이라는데까지 생각이 뻗자 련화는 아버지를 원망하게 된 불효스러운 자식의 팔자를 두고 또 한번 애타는 아픔을 느꼈다. 집으로 올 때 길가에서 본 괴뢰군포로행렬속에 끼여 따라가던 안재홍이며 이전 《국회의원》들의 초라한 형색이 떠오르며 아버지도 그냥 있었으면 끌려갈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괴롭게 뇌리를 쳤다. 아버지는 청렴하고 깨끗했지만 《반동과 인민의 편…》으로만 나눈다면 과연 용납되겠는가. 그렇다면 내가 설 자리, 내가 가야 할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운학씨앞에서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짜디짠 눈물이 입가로 흘러내렸다. 그는 보기만 하면 늘 《행복의 꿈》을 키워주던 운학의 수첩을 찾아 가방을 뒤졌다. 채 못나누어진 《평화통일호소문》묶음을 보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운학의 수첩을 찾아쥔 그는 가슴에 꼭 대인채 한동안 있다가 펴들었다. 운학의 청으로 언젠가 써넣은 자기의 시가 펼쳐졌다.

흰눈

예쁘고

티없는 순결

외간 발굽에 밟히고

외간 먼지 날아오면

공기되여 사라지리

바람되여 사라지리

《바람되여 사라지리.》 마지막구절을 나직이 뇌여본 련화는 입술을 옥물었다. 정말 자기가 한점의 바람처럼 사라져버리던가 시골에 있는 이모네 집에 찾아가 수치스러운 아버지와 언니를 모르는 세계에 숨어버리고싶었다. 이런 때 정록주가 찾아왔다. 련화는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인민군원호대를 뭇는다는 말에 별반 주저없이 따라나섰다. 인민군원호대로 가는 길은 운학에게 가까이 가는 길일것이였다. 련화에게서 운학은 선과 정의, 량심과 아름다움의 구감이였다. 그리고 그 길은 백정식이네의 세계를 반대하는 길이기때문이기도 하였다. 감방에서 쓰러진 녀동무를 생각해서라도 그길을 가는것이 옳다고 굳게 믿었다.

이렇게 나온 련화는 지원자들속에 곽근철이라고 하는 두부장사집 아들까지 있는것을 보고 봐란듯이 탄약과 식사를 날랐다. 정록주가 그의 옆구리타박상을 걱정해 고지에 가는것만은 삼가하라고 했으나 그냥 따라나섰다. 그통에 송기덕이라는 중대장을 만나 림운학에 대하여 알게 되였다. 그는 운학이가 여전히 뜨거운 애정을 품고 자기를 찾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찔한 흥분과 환희를 체험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찾아들어 그 환희에 찬서리를 끼얹었다. 그는 티없이 깨끗한 림운학이앞에서 아버지로 하여 오점있는 녀성으로 되였다고 생각했다. 상대를 너무 높이, 귀중히 생각할 때 녀인들은 조그마한 일을 가지고도 자기를 비하하며 괴로와한다. 그것은 아름다운 감정이라고도 할수 있으나 그때문에 서로가 말할수 없는 불행에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것을 련화는 생각하지 못했다.

(운학씨는 현재처지의 나를 만나면 어떻게 생각할가. 아버지에 대해서 잊어줄가. 이자 그 전공처럼.)

련화는 깊은 생각에 잠겨 걸었다. 운학이를 생각할수록 울고싶어졌다. 그리고 운학이를 몹시 만나고싶으면서도 왜서인지 만나는것이 두렵기도 하였다.

(그이야말로 얼마나 어질고 훌륭하고… 그리고 용감했던가…)

엠피의 손이 송충이처럼 징그럽게 자기의 쎄라복소매를 쥐였을 때 모두발로 그놈을 차넘겨뜨리고 자기의 손목을 잡은채 달리던 그의 모습이 밟혀오며 아픈 눈물을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강에 다 왔어요.》

솨- 강바람이 비릿한 내를 풍기며 밀려든다. 출렁출렁, 근심도 슬픔도 모르는 강물이 발밑에서 굽이친다. 이따금 파도에 별빛이 어려 부서진다. 빨간 전지불이 강심에서 떠 반짝거린다.

《어디요?》

《수도고지에서 왔어요. 중상자들이예요.》

《어느 군의소요?》

《서울군의소예요. 호호호.》

정록주의 쾌활한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아, 남들은 다 기뻐서 웃는데.)

쪽배가 와닿았다. 열명밖에 태울수 없는 배여서 중상자들만 싣고 전호근이를 부축한 련화까지 배에 올랐을 때 찦차 한대가 경적을 요란히 울리며 달려왔다. 배사공이(로인이였다) 긴 장대를 뭍에 대고 밀려고 하는데 차에서 다급한 소리가 터져나오며 한사람이 뛰여내렸다.

《떠나지 마시오.》

긴 그림자를 끌며 달려온 그 사람은 전지불로 배를 비춰보고는 《부상병만 남기고 내리시오.》하고 명령조로 말했다. 너무나 급작스런 일이여서 벙벙해있자 그는 간청하듯 말했다.

《어서요.》

련화와 함께 탄 전방군의소의 간호원이 먼저 일어섰다. 련화도 엉겁결에 일어서는데 《그대로 있소. 같이 타지.》 하며 다부진 몸매의 사람이 재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배안을 살피고는 《조금만 죄이면 되겠군.》 하며 별로 서두는 기색이 없으면서도 재빠른 동작으로 배에 올랐다. 배가 기우뚱하자 그는 실한 몸매에 어불리지 않게 잽싸게 앉으며 련화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자기가 의지한 상대가 처녀임을 알았는지 인차 손을 떼고 유심히 바라보았다.

《의사요?》

《아닙니다.》

련화는 어딘가 사람을 위압하는 틀진 목소리와 여느 군관들것과는 다른 누렇게 번쩍이는 어깨의 견장에 대번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더는 련화를 보지 않고 부상병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한사람이 자기때문에 불편스레 다리를 꼬부리고있는것을 보자 그 다리를 스스럼없이 들어서는 자기의 무르팍에 올려놓았다.

먼저 달려왔던 군관이 배에 오르고 사공아바이가 장대로 밀자 배가 움씰하며 기슭을 떠났다. 차에서 내린 또 한사람이 물가에 서있다가 《장령동지, 안녕히 갔다오십시오.》 하고 소리치는것이 보였다. 련화는 그 음성에 흠칫 하였다. 온몸이 그대로 눈과 귀가 되여 물가에 서있는 사람을 지켰으나 밤빛에 훤칠한 체격만이 안겨올뿐 얼굴을 알아볼수도 그 음성을 다시 들어볼수도 없었다.

(아니, 착각이다. 내가 너무 운학씨 생각을 해서이겠지.)

하지만 어둠속에서 점점 작아지며 녹아버리는 그 모습에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가슴이 화들화들 떨리였다.

《어디서 싸웠나?》

장령이라고 불리운 사람이 침묵을 깨뜨렸다. 누웠던 부상병들과 후송간호원이 수도고지에서 싸웠다는것을 말하자 그는 《음》할뿐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칙- 성냥을 켜대자 굵직한 눈섭이 인상적으로 안겨왔다. 담배를 들이빨 때마다 빨깃한 불빛에 볼과 인중의 거뭇한 수염과 그리고 세모질사한 날카로운 눈이 드러났다.

《저기서 뭘하시오?》

그는 담배불로 아래를 가리키며 사공더러 물었다.

강우로 건너간 철교밑에서 전지불이 오락가락 흐르고있었다. 사공아바이는 그쪽을 얼핏 돌아보고 기다렸던듯 대답했다.

《철다리입네다. 장관어른… 수선공사를 합지요. 철도 댕기는 내 아들서껀 나가서 하는데 장관어른처럼 왕별을 단분이 나와서 지휘를 한답니다. 저 길만 열리면 리승만의… 그 개백정을 싹 쓸어버린답네다.》

장령은 싱긋이 웃었으나 인차 생각깊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담배불을 강에 던지고 두손을 맞잡은채 어둠속을 묵묵히 내다보았다.

(이분은 누굴가?… 이분한테 아까 그 군관이 누군가고 물어볼가… 만약 그라면…)

련화는 치마로 감싼 무릎을 꼭 감아쥐며 몸을 떨었다. 숨이 가빠올랐다. 오매에도 잊을수 없는 환한 모습이 어둠을 헤집고 다가오는듯싶었다. 그는 눈을 꼭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야, 안돼, 지금은 안된다. 이 새 세계, 이 선의 세계에 뭔가 기여하기전에는…)

꽝… 요란한 폭음이 울렸다. 련화는 깜짝 놀라 《에그머니.》 소리질렀다. 《이게 뭐야!》 중상자들까지 몸을 뒤채며 놀라 웨쳤다.

장령만이 변함없었다. 철교쪽을 흘깃 돌아본 그는 심상한 일이런듯 지나가는 소리처럼 말했다.

《폭약을 터치는군.》

배가 기슭에 닿자 우쩍 일어난 그는 간호병을 향해 부드럽게 물었다.

《어델 가?》

《세브란스대학 부속병원에 갑니다. 거기에 우리 군의소가 있습니다.》

간호병의 대답이 채 끝나기전에 장령은 소리없이 배에서 뛰여내렸다. 완장을 두른 군관(도하장직일관)이 그에게 다가와 경례를 붙이며 뭐라 말할 때에 미리 준비되여있은듯이 찦차가 옆에 와섰다. 장령은 찦차문이 열리고 웬 사람이 경례를 붙이는것도 아랑곳 않고 도하장직일관에게 물었다.

《위생차들이 왜 없소?》

《방금 한차 싣고갔습니다.》

《저 차는 뭐요?》

장령은 부교가설을 위해 쌓은 목재더미 반대켠에서 꽁무니를 강쪽으로 돌려대고 무슨 퉁구리들을 싣는 화물차를 가리켰다. 몹시 불안스러운 높아진 어성에 도하장직일관은 빳빳이 굳어졌다.

《보위성직속 차입니다. 놈들이 버리고 간 통신기자재와 로획품들을 싣습니다.》

《그건 중지하고 저 부상병들을 먼저 수송하게 하시오.》

《네?-》

군관이 어리둥절해 되묻자 장령은 팩한 소리로 웨쳤다.

《귀가 먹었소? 내 최현이야. 책임은 내가 질테니 부상병들을 세브란스까지 실어다준 다음 저 골동품을 나르오. 알겠어?》

《네, 알았습니다.》

군관은 참대처럼 꼿꼿해서 경례를 붙이고는 장령이 가리킨 련화네쪽으로 성큼성큼 달려오며 물었다.

《어디요? 몇사람이요?》

련화는 얼핏 들은 최현이라는 이름을 되뇌이며 대단히 큰사람이구나 생각하였다. 장령이 탄 차는 강기슭을 따라 철교쪽으로 내리달리였다. 련화는 그 차에 탄 최현장령이 방금 강을 건너오기전까지 운학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왔다는것을, 더구나 자기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였다는것을 전혀 모른채 옆구리의 아픔이 살아오르는것때문에 이마살을 찌프렸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부고]노길남 박사
노길남 박사 추모관
조선문학예술
조선중앙TV
추천홈페이지
우리민족끼리
자주시보
사람일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한겨레
경향신문
재도이췰란드동포협력회
재카나다동포연합
오마이뉴스
재중조선인총련합회
재오스트랄리아동포전국연합회
통일부


Copyright (c)1999-2024 MinJok-TongShin / E-mail : minjoktongshin@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