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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의 나래 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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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5-07 20:46 조회3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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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장

4

석홍범과 양명심은 중간공장의 작업장에 들어섰다. 림수봉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정밀가공을 위한 공작기계들이 서있는 그 한옆에 새로 제작한 초고압유압뽐프가 놓여있었다. 작업장안은 호젓했다. 다른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무겁게 드리운 괴괴한 정적이 세사람을 맞이했다. 실험과정에 폭발의 위험이 있을수 있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이 시간을 택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오전에 나왔던 연구사들과 로동자들도 오후에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부원장동지는 제발 돌아가십시오. 우리끼리 실험을 하겠습니다.》

석홍범은 애원하듯 간절히 말했다.

이미 그런 말을 여러번 들었던 림수봉은 아무런 응대도 없었다. 그는 양명심을 데리고 철판으로 둘러친 안전막으로 들어갔다.

석홍범은 초고압유압뽐프를 향해 그 무엇을 다짐이라도 하는듯 한동안 지켜보더니 스위치를 넣었다. 그는 자기가 제작한 기계의 성능을 확신하기때문인지 불안한 기색이 별로 없었다. 은은한 전동기소리와 실린더의 저력있는 동음이 조화로운 화음을 이루기 시작했다.

석홍범이도 안전막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긴장하여 앉아있는 두사람을 안심시키듯 미소를 보냈다. 그리도 기다리던 기계의 동음을 듣게 된 기쁨만이 그를 휩싸고있었다.

림수봉은 유압뽐프에 시선을 박고 그 동음에 한껏 귀를 도사렸다. 양명심은 수첩을 펼쳐들고 각이한 압력에서 나타나는 부분품들의 동작상태와 여러가지 수치들을 기록했다.

작업기름의 압력이 점차 높아졌지만 별로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압력계의 바늘이 1 000기압을 가리켰지만 한방울의 기름도 기밀부위로 새지 않았다.

석홍범은 안전막사이로 손을 뻗쳐서 유압뽐프의 조종변을 서서히 돌리였다. 점점 높은 수자를 짚어가는 압력계의 바늘끝이 바르르 떨었다. 1 500, 1 600, 1 700… 기계의 동음이 불안스레 높아졌다.

림수봉은 등골로 진땀이 흘렀다.

《인젠 그만하지. 새로운 기밀장치가 1 700기압을 견디여냈다는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요.》

림수봉은 숨가쁜 어조로 권고하며 석홍범의 팔굽을 잡았다.

《끝까지 올려봅시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며칠내에 과학원으로 나오신다는데 그때에 성공했다는 보고를 드려야 할게 아닙니까!》

석홍범은 결연히 말했다. 림수봉은 그의 얼굴에 떠오른 비장한 결심을 보고 팔굽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석홍범은 조종변을 2 000기압으로 올렸다. 목표로 내세웠던 최후의 압력이였다. 세사람의 눈길이 부딪쳤다. 서로 붙안고 환희를 터치려는 순간이였다. 정신이 아뜩해오면서 온몸을 후려치는 타격에 그들은 모두 그 자리에 쓰러지고말았다. 다음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했다.

×

느닷없이 울리는 폭발소리에 강민옥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폭발소리는 어지간히 떨어져있는 주택마을에 어렴풋이 들려왔다. 다른 사람들은 가려듣지 못했을것이다. 신경을 도사리고있던 강민옥의 귀에는 분명히 들리였다. 그는 저녁밥을 짓다말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행주치마를 허리에 두른채 정신없이 달리였다.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서 앞뒤를 가릴수 없었다. 현장에 이른 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공장은 창유리가 부서지고 한쪽벽체가 허물어져버렸다. 황황히 남편을 찾아 공장안으로 들어갔다. 기름에 매닥질이 된 작업장에는 몇대의 공작기계가 나자빠져있었다. 그 주위를 돌아보는 사람들이 여럿이였으나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근심어린 목소리로 파괴된 공작기계값이 얼마라고 하였다. 참을수 없는 의분이 치밀었다. 처참한 전경으로 보아 그속에 있던 사람들의 생명이 무사할리 없었다. 이런 판에 공작기계가 뭐라고 그 값을 따지고있는가? 그처럼 무정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가? 사나운 눈길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심정을 꿰뚫어본 한사람이 말했다.

《아주머니, 인명피해는 조금도 없었습니다.》

민옥은 남편을 찾아서 그 무엇에 걸채이며 다시 밖으로 달려나왔다. 공장 왼쪽모서리에 또 한패의 사람들이 모여서서 웅성거리고있었다. 그들중에서 얼굴과 옷에 온통 기름을 들쓴 사람이 눈에 뜨이였다. 모습은 알아볼수 없었으나 목소리는 귀에 익었다.

《우리는 2 000기압까지 올렸댔소. 새 기밀방법이 성공했소!》

남편은 그런 처참한 모습을 하고도 환희에 넘쳐 웨쳐댔다. 폭발의 순간에 저이가 그만 실성해버린게 아닐가?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는 결코 저럴수가 없었다.

《여보, 당신 제정신이예요?》

민옥은 와락 달려가서 남편의 팔굽을 붙잡고 애처롭게 부르짖었다. 남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구질어진 옷자락에서 점점이 떨어지는 기름이 문양고운 원피스와 깨끗한 행주치마에 얼룩을 그리였다.

《여보, 당신의 옷에 기름이 게발리오. 물러서오.》

결코 실성한 사람의 입에서는 흘러나올수 없는 다심한 목소리였다. 민옥은 남편의 얼굴에 의혹의 시선을 박았다. 흑인처럼 되여버린 얼굴의 표정은 알아볼수 없었으나 눈동자는 유난히 반짝였다. 남편은 자기의 옷주제를 되돌아보더니 흔연한 어조로 부탁했다.

《마침 당신이 왔구려. 얼른 집에 가서 내 옷을 가져다주오. 목욕을 하고 옷부터 갈아입어야 하겠소.》

민옥은 남편의 사고가 정상이라는것을 알았다. 차후 일이야 어찌되든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경황없이 집으로 달려가서 옷을 가지고 되돌아왔다. 목욕탕은 중간공장과 잇달려있었다. 목욕탕에 들어간 남편은 좀처럼 나올줄 몰랐다. 기름투성이가 되여버린 몸을 씻다보니 시간이 걸리는가싶었다. 한시간나마 기다려서야 남편이 나왔다.

말끔히 목욕을 하고 새옷을 갈아입은 그는 신색이 전에없이 밝았다. 그의 얼굴에는 평생의 소원을 이룬 사람에게서만 볼수 있는 환희가 비껴있었다. 하마트면 생명을 잃을번 하였고 건물과 공작기계들을 파괴시킨 책임에서 벗어날수 없는 사람이 어쩌면 저럴수가 있을가?

《여보, 인제는 초고압유압프레스를 성과적으로 만들게 되였소. 여태까지 앙탈을 부려온 당신도 자기의 남편이 무엇을 해냈는가를 알게 되였소!》

넋을 잃은 사람처럼 혼자 벙글거리던 그는 안해의 손을 와락 움켜잡았다. 가슴속에 넘치는 기쁨이 분별을 잃을만큼 그를 들뜨게 하였다. 확실한 성공을 보게 되는 지금 지지리 속을 태우던 안해에게도 전에없이 너그러워지고 살틀해졌다. 지난날의 불쾌하던 다툼의 기억들도 하찮게 여겨졌으며 어쩌면 그것이 오늘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것이 아니였던가 하는 생각조차 들었던것이다. 강민옥은 남편의 열뜬 감정에 이끌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에서 피해상황을 조사하던 안전원(당시)들중의 한사람이 그들에게로 왔다. 얼굴이 갱핏한 젊은 대위였다.

《동무가 석홍범연구사이지요?》

《그렇습니다.》

석홍범은 떳떳이 대답했다.

《안전부로 함께 가야 하겠습니다.》

《물을것이 있으면 여기서 물어보시오. 내가 안전부로 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대위는 석홍범의 태도가 뜻밖인듯 한동안 말없이 아래우를 훑어보기만 하였다. 하더니만 위압적인 어조로 날카롭게 말하였다.

《동무는 과학평의회결정을 무시하고 무모한 실험을 하다가 국가에 큰 손해를 주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응당 조사를 해봐야 하겠습니다.》

《그럼 내가 동무네한테서 조사를 받아야 할 죄를 범했단 말이요?》

《그렇습니다. 죄이지요.》

《죄?―》 하고 랭소하듯 되받아외운 석홍범은 성난 어조로 반발했다.

《안전원동무는 내가 연구한것이 현대유압공학에서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 알기나 합니까?》

《이 동무가?》

아마도 젊은 대위는 여태껏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 이런 상대를 처음 대하는듯 한 표정이였다.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라하듯 뚫어지게 쏘아보더니 명령조로 말했다.

《동무는 나와 함께 안전부로 가야 합니다!》

《정 그렇다면…》

석홍범은 어엿한 자세로 대위를 따라섰다. 그는 몇걸음 걷더니 머리를 높이 들고 안전원보다 한발 앞섰다. 안전원에게 이끌려가는것이 아니라 안전원의 호위를 받으며 가는듯 한 그런 몸가짐이였다.

강민옥은 어리둥절하여 선 자리에 굳어져버렸다. 겁질린 눈으로 멀어져가는 남편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남편의 당당한 태도가 더욱 불안했다.

《걱정하지 마오. 안전부에서 몇가지 알아보고 인차 돌려보낼거요.》

어데서 왔는지 곁에 나타난 림수봉이 이렇게 말했다.

민옥은 당황했던 감정을 수습했다. 그처럼 위험한 고비를 겪고나서도 실험에서 성공을 했다고 기쁨에 넘쳐 부르짖던 남편의 모습이 눈에 떠올랐다. 나라의 과학발전을 위해 생명도 서슴없이 바칠 각오를 가지고 살아온 남편이다.

지금까지 느끼던것과는 전혀 다른 남편에 대한 애정과 긍지가 가슴에 차올랐다. 그에게 원망과 불만을 품어왔던 자신이 죄스럽기도 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남편인가를 비로소 깨달았다. 그가 엄청난 사고를 저지른 오늘에 그 깨달음이 심장에 사무쳐오는것은 스스로도 놀라운 일이다. 민옥은 지난날의 잘못을 보상하고도 남으리만큼 남편을 열렬히 옹호하고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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