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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의 나래 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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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5-05 21:59 조회3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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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장

2

석홍범은 봉화산려관 호실에서 려장을 풀었다. 래일부터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리는 과학자, 기술자협의회에 참가할 사람들이 이 려관에 들었다. 그는 책상에 마주앉아 저녁노을이 비낀 수도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점차 알수 없는 자책의 빛이 어리였다.

《석동무는 지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있소?》

맞은편 침대에 걸터앉은 극저온물리학 연구실장이 조용히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큰 성과를 안고 이번 회의에 참가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여놓은게 없이 참가했습니다. 남들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석홍범은 상대를 바라보며 어줍은 미소를 그리였다.

《그런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요.》

《실장선생이야 이미 큰 연구성과를 거두지 않았습니까?》

실장은 극저온상태에서 특수한 변화를 가져오는 금속재료를 발견한 공로있는 학자였다.

《그건 몇년전 일이고 과학기술발전 3개년계획기간에 해야 할 연구과제는 이제 겨우 문헌조사를 끝낸데 불과하오.》

그는 말끝을 맺으며 무겁게 한숨을 토하더니 어조를 바꾸어 이렇게 물었다.

《오래전에 동무네 연구집단이 다시 무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초고압유압프레스제작은 지금 어떻게 되고있소?》

그는 극저온물리학연구에 필요한 새로운 실험기구를 만들자면 초고압유압프레스가 필요하다면서 전부터 그 연구에 관심을 두어왔다. 석홍범은 그에게 모든것을 터놓고 조언을 듣고싶었다.

《연구집단이 다시 무어졌을 때 우리들의 기세는 대단했습니다.》

말을 번지고보니 연구집단이 재조직되던 그날이 방불히 눈앞에 그려졌다.

그것은 여섯달전에 있은 일이였다. 여러 연구소로 흩어져갔던 연구사들이 다시 모여왔다. 그들은 그동안 새로운 기밀방법과 철선에 의한 본체의 예비장력조성방법을 연구한 석홍범과 양명심에게 열렬한 축하를 보내였다. 끝내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연구를 거듭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처럼 연구집단이 다시 조직될수 있었다고 하였다. 연구집단이 해산되던 날 석홍범의 집에서 화술을 마시던 때에는 누구도 이렇게 다시 모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실망의 한숨과 울분의 부르짖음이 무겁게 떠돌던 그 저녁이 어리석고 부질없는 옛일처럼 회상되였다.

그날부터 연구집단은 신심에 넘쳐 새로운 출발을 하였다. 지체없이 프레스의 심장이라고 할수 있는 유압뽐프의 제작에 착수하였다. 두달 남짓한 기간에 그 설계와 기술준비를 끝냈다. 그러자 기계공학연구소의 중간공장에서 부분품들을 가공하기 시작했다. 석홍범은 집단의 연구사업을 이끌면서 틈을 내여 공장에 자주 나가보았다. 로동자들은 기밀장치의 부분품가공을 무척 어려워하였다. 그 형태와 구조가 종전에 깎아본 기계부속품들과는 비슷하지도 않았다. 석홍범은 그들에게 설계를 일일이 설명하여주고 가공에서 주의할 점들을 깨우쳐주었다. 그랬으나 오작이 반복되였다. 고도의 정밀도를 요하는 부분품들은 수십번씩 다시 깎지 않으면 안되였다. 긴장한 전투끝에 마침내 유압뽐프가 조립되였다. 실험을 앞두고 과학평의회가 열리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2 000기압의 초고압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낮은 중간단계에서 실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기밀방법이 학술적인 타당성을 띠지만 초고압상태에서 현실적으로 어떤 결과가 빚어질런지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 다르게는 설계와 력학계산, 가공에서도 오차가 있을수 있다고 하였다. 어느 한 고리에서 사소한 오차라도 있다면 무서운 폭발이 일어날수 있다는것이 그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석홍범은 반발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 아시는것처럼 과학실험에서 모험은 어느 정도 불가피합니다. 과학실험은 언제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실험이기때문입니다. 대담성과 헌신성이 없이는 과학실험을 할수가 없습니다. 물론 저도 이번 실험에서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알수 없습니다. 결과를 확신할수 있다면 굳이 실험을 해볼 필요도 없을것입니다. 만일 이번 실험을 중간압력단계에서 그친다면 적어도 반년의 시간을 잃어버릴수 있습니다. 중간압력단계에서 얻어진 결과에 토대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것입니다. 이 점을 고려해서 승인해주기 바랍니다!》

이같이 부르짖고 좌중을 둘러보는 석홍범의 눈길에는 말로써는 다 표현하지 못한 절절한 호소가 빛발쳤다. 그 눈빛에 부딪친 양명심이 뒤따라 일어섰다.

《뽐프제작에 필요한 력학계산들은 제가 담당했습니다. 저는 자신의 계산에 확신을 가집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우려하다싶이 뜻하지 않은 일로 폭발이 일어날수도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제한된 몇사람이 안전대책을 취하는 조건에서 실험을 하도록 하여주십시오!》

양명심의 얼굴에도 비장한 각오가 어려있었다. 그는 승인을 받기전에는 결코 주저앉을수 없는 자기의 결심을 보여주듯이 그냥 선채로 집행석을 주시했다.

《앉으시오!》

명령조로 입을 연 기계공학연구소 소장이 성긴 은발을 쓸어올리며 집행석에서 일어섰다. 그는 높은 학술적인 권위에 어울리는 무게있는 어조로 결론을 내렸다.

《나도 여러 동무들과 의견을 같이합니다. 초고압유압프레스완성기일을 반년쯤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뽐프의 실험을 중간압력단계에서 합시다. 그렇게 해야 할 근거들은 다른 동무들이 충분히 설명했기때문에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평의회는 이만합시다.》

그가 먼저 회의장을 나가자 다른 사람들이 뒤따랐다. 맨나중에 출입문을 나선 석홍범은 맥풀린 걸음으로 중간공장에 들리였다. 거기에 조립을 끝낸 유압뽐프가 있었던것이다. 저절로 걸음이 그리로 옮겨졌다.

《과연 2 000기압의 압력을 견디여내지 못할가?》

유압뽐프를 쓸어보며 속삭이듯 물었다. 유압뽐프는 자신의 지혜와 정열이 깡그리 바쳐진 창조물이였다. 마치도 피와 살을 나누어가지고 이 세상에 태여난 생명체처럼 여겨졌다. 아직은 뽐프의 본체에 도색을 하지 않았다. 바이트날에 깎이운 자리가 생생하여서 눈부시게 강철빛을 뿜었다. 그 빛발이 망막에 스며들고 쓸어만지는 손끝에 애틋한 감촉이 느껴질 때 초고압에 능히 견딜수 있다는 힘찬 대답소리를 듣는듯 하였다. 석홍범은 자기의 살붙이가 사람들로부터 억울하게 팔삭둥이로 치부된듯싶었다. 분한 마음을 누를길 없어서 며칠동안 유압뽐프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오늘 과학자, 기술자협의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으로 올라왔던것이다.

《실장선생, 저는 어쩌면 좋습니까?》

이야기를 마친 석홍범은 조언을 바라며 극저온물리연구실장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듣고있던 실장은 대답을 주기가 난처한듯 실눈을 짓고 침묵했다. 하더니만 석홍범의 집요한 시선을 피하며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몇해전에 나도 동무와 같은 경우를 당했댔소. 여차하면 사고를 낼수 있는 실험을 하게 되였지.》

《그래 어떻게 했습니까?》

선행자의 경험이 좋은 교훈으로 될수 있었다.

《그때 과학평의회에는 림수봉부원장이 참가했는데 그는 한사코 반대했소. 우리 연구소장은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실험을 해야 한다고 했으나 많은 사람들이 부원장의 의견을 따랐소. 그런데 그후 그는 인차 출장을 가게 되였소. 그가 없는 사이에 연구소장이 자기가 책임지고 실험을 하기로 결심했소. 그래서 실험을 했는데 아무런 사고도 없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였소.》

《선생의 경우는 저의 경우와 정반대이군요.》

《어떤 뜻에서 하는 말이요?》

《만일 림수봉부원장이 있었다면 우리의 실험을 지지했을것입니다. 그는 연구집단이 재조직된 후부터 우리의 연구사업을 적극 지지하고 고무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안될 때라 과학평의회가 있을 때 그는 쏘련에 출장을 갔댔습니다.》

《그가 있었다고 해도 폭발위험을 동반하는 실험을 승인하지 않을거요.》

석홍범은 공감되는바가 없지 않았다. 두해전에 연구집단이 해산될 때만 하여도 연구실장처럼 그도 림수봉에게서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후 부원장의 사고방식과 사업방법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있다는것을 여러모로 감촉하였다.

《과거의 인상을 가지고 오늘의 그를 평가하는것은 편견일수 있습니다. 나는 실험문제를 그와 한번 의논해보고싶습니다.》

《의논해봐야 헛수고일거요. 그가 왜 그런 위험천만한 일을 책임지고 나서겠소.》

《아니, 생각난김에 그를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석홍범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림수봉을 조용히 만나기에는 이 저녁이 좋은 기회였다. 그가 어떤 립장을 취할는지는 알수 없었다. 실장의 말대로 책임지려고 하지 않을수도 있었다. 그래도 손해볼것이야 없지 않은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은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일것이다. 용기를 가지고 그의 호실을 찾아갔다. 림수봉은 려관의 5층 5호실에 들어있었다. 공로있는 로학자들을 위해 특별히 배정된 독방중의 하나였다.

석홍범이 방안에 들어섰을 때 림수봉은 전화를 걸고있었다. 곁에서 들으니 과학원의 과학지도부서들에 래일의 사업을 포치하고있었다. 헐치 않은 직무를 담당하고있는 부원장은 이 저녁에도 려관의 다른 연구사들처럼 휴식의 한때를 보낼수가 없는가싶었다. 어지간히 오래동안 계속되던 전화가 끝났다.

《어떻게 왔소?》

림수봉이 석홍범에게 머리를 돌리며 물었다.

《유압뽐프실험문제때문에 왔습니다.》

석홍범이 부원장의 낯빛을 살피며 뒤를 이으려는데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중간압력단계에서 하기로 했다지?》

그는 쏘련에서 돌아오자 곧 과학평의회의 내용을 알아본 모양이다.

《그렇습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림수봉이 힘주어 말했다.

《내가 책임지겠소. 회의가 끝나고 돌아가면 동무의 의견대로 실험을 합시다. 그러되 최대한의 안전대책을 세워야 하겠소. 만약의 경우를 예견해야 하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용히 휴식일 같은 때를 리용하는것이 좋겠소, 실험에 참가하는 인원도 극히 제한하고.》

석홍범은 북받치는 기쁨에 림수봉의 손을 덥석 잡을번 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일요일에 양명심동무와 함께 실험을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에 붙이겠습니다.》

《일요일의 어느 시간에 하겠소?》

시간까지는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 석홍범은 잠시 생각을 굴리던 끝에 대답했다.

《오후 5시경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일요일에도 연구소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후 5시경이면 대체로 집에 돌아가고 경비성원들만이 남군 했다.

《좋소, 그 시간에 나도 나가보겠소.》

《제발 부원장동지는 나오지 마십시오.》

《아니, 나가겠소!》

말마디에 단호히 그루를 박던 림수봉은 이렇게 계속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조만간에 우리 과학원에 나오시겠다고 말씀하시였소. 그때 성공한 초고압유압프레스를 보여드립시다.》

석홍범은 가슴이 높뛰였다. 이 기쁜 소식을 양명심에게 알리고싶었다. 그길로 양명심이 들어있는 호실로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 응답이 없었다. 출입문을 밀어보니 열쇠가 잠그어져있었다.

《그 호실의 녀선생들은 산보를 나갔습니다.》

누구인가가 귀띔을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청소도구를 손에 든 관리원녀인이 복도를 지나가며 하는 말이였다.

석홍범은 아쉬운 기색으로 잠시 그 자리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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