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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의 나래 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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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4-25 21:40 조회3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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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10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에서 머리를 드시였다. 심중한 생각에 잠기실 때마다 항용 그러하듯이 두팔을 엇걸어 가슴에 얹고 손끝으로 턱을 쓰다듬으시였다. 문건은 9월제련소에 내려가서 압착가공기술의 공업화를 승인했던 림수봉에 대한 사업료해자료였다. 이미 고중환이 개별적으로 비판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으신적이 있었다. 좀처럼 성을 낼줄 모르는 고중환이 책상을 치며 격분을 터뜨린 전례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하였다. 헌데 문건에 의하면 과학원당위원회에서는 림수봉에 대한 사상투쟁을 벌리던 끝에 당책벌을 적용하였다는것이다. 그의 무책임한 사업태도와 함께 당이 내세운 전망목표앞에서 동요하고 주저한 사실이 비판되였다고 지적되여있었다. 황석태의 편견이 작용한 리면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지한다고 하여 압착가공기술의 공업화를 승인한 사업태도는 두말할것없이 무책임하였다고 할수 있었다. 그것은 응당 비판되여야 할것이다. 하지만 당이 내세운 높은 투쟁목표앞에서 동요하고 주저하였다는것은 지나친것이 아닐가? 흔히 날카롭게 비판이 벌어지면 과오의 사상적원인이 사실보다 더 엄중하게 분석되는 경우가 없지 않은것이다. 제기된 과학기술문제에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뜻하지 않게 실수도 할수 있고 능력의 제한으로 오판을 할수도 있는것이다. 그러한 실수와 오판에 당책벌을 적용한다면 누가 과학심의사업에 나서려고 하겠는가? 이번의 사건으로 나라에 적지 않은 물질적손실을 준것도 가슴아픈 일이지만 믿고 사랑하시던 두 일군, 황석태와 림수봉에게 심각한 타격이 가해지게 되는 사실이 몇배로 더 가슴이 아프시였다. 황석태는 엄중한 후과의 책임을 지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사상적인 과오나 작풍상의 잘못은 비판으로 시정할수 있다 하더라도 주관적인 의도야 어떻든 생산용물자를 제멋대로 설비공사에 람용하여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책임은 피할수 없을것이다. 그렇지만 림수봉의 경우야 그와 다르지 않는가? 그에 대한 과거의 기억들이 되새겨지시였다. 그가 과학원의 지도일군으로 사업한지도 10여년이 훨씬 넘었다. 유능한 기계공학자인 림수봉자신이 나라의 기계공학발전에 크게 기여한것은 말할것도 없고 과학지도일군으로 우리의 과학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공적도 적지 않았다.

위대한 수령님께서와 자신께서 인민경제 여러 부문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하시다가 과학기술적으로 걸린 문제가 있으면 의례히 림수봉을 찾아 의논하시였다. 그때마다 그는 높은 충정심을 가지고 과학자들을 능숙히 동원하여 맡겨진 과업을 수행하였다. 그러던 그가 당이 새롭게 제시한 첨단과학기술과제앞에서 동요하다니… 잘 믿어지지 않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의 침묵끝에 전화로 림수봉을 부르시였다. 한시간이 채 못되여서 림수봉이 집무실에 나타났다. 평성에서부터 고속으로 차를 몰아온것이 분명했다.

《나는 동무에 대한 사상투쟁자료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한가지만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동무의 솔직한 심정을 듣고싶어서 찾았습니다.》

시선을 들지 못하는 림수봉의 얼굴에는 고뇌와 수치가 짙게 비끼였다. 나이에 비해 윤택해보이던 살갗조차 창백해보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가 그만…》

그는 갈린 음성으로 입을 열었으나 인차 말끝을 삼키고말았다.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죄스러운 감정을 어찌 표현했으면 좋을지 몰라하는것 같았다.

《동무가 9월제련소에 내려가서 독단으로 결론을 내리고 무책임하게 일을 했기때문에 엄중한 결과가 빚어진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무가 우리 당이 내세운 첨단과학의 목표앞에서 동요하고 주저하여왔다는 사실은 믿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과학전선의 일선에 선 지휘관인 동무야 그럴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저는 동요하고 주저했습니다.》

림수봉은 머리를 더욱 깊이 숙이였다.

《심각히 잘못을 반성한다고 해서 자기의 사상적결함을 과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림수봉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지금에 와서조차 자신을 그토록 믿어주시는 그이의 심정을 의식할수록 자책의 아픔이 모질게 뼈속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그이의 앞에서는 진실그대로를 실토해야 한다는 자각이 머리를 들었다.

그는 마음을 진정하려고 애쓰며 입을 열었다.

《저는 지난번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과학기술발전 3개년계획을 받아안았을 때 며칠간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현행생산에 걸린 문제를 푸는 과학기술과제들과 기초과학분야의 문제들은 신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높이 세워진 첨단과학과제들을 두고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과연 그것을 해낼수 있을가 하는 생각이 무겁게 머리를 짓눌렀습니다. 너무도 아름차고 어려웠기때문에 동요하고 주저했습니다. 그 수행을 당앞에 책임진 저로서는 그 누구에게 마음속의 동요와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수도 없었습니다. 개별적인 과학자라면 몰라도 책임일군인 제가 동요한다는것이 대중에게 알려지면 그 영향이 크다는것을 자각하고있었습니다. 그랬으나 저의 마음속 동요는 9월제련소의 이번 사건에서 숨길수 없이 표현되였습니다.》

《그래 동무의 마음속 동요가 어떻게 표현되였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정녕 믿고싶지 않은 사실이여서 따져물으시였다.

《저는 직권의 압력으로 손관식소장을 비롯한 학자들이 압착가공설비의 공업화를 마지못해 지지한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양영복박사가 이미전부터 초소성가공방법을 연구하여왔다는 사실은 알고있었습니다. 료해하여보니 그때는 이미 박치영이라는 젊은 학자가 외국의것을 모방한 압착가공기술개발에서 상당한 전진을 가져왔을 때였습니다. 저는 두가지 방법중에서 그래도 가능성이 있어보이는것이 박치영동무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지했습니다.

결국 저는 당에서 바라는대로 첨단과학과제들을 자체의 힘에 의거하여 우리 식으로 연구개발하기에는 우리 과학자들의 실력이 어리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고있었기때문에 그 과제앞에서 주저하고 동요했던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선을 떨구고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시였다. 림수봉의 실토가 충격적으로 안겨오면서 심중한 생각이 머리속에 서려드는것을 어찌할수 없으시였다. 림수봉은 최근년간 과학기술교류를 위해 다른 나라들을 많이 다녀왔다. 그는 앞선 나라들의 과학실태와 과학자들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을것이다. 그리고 그들에 비한 우리 과학자들의 실력의 차이도 현실적으로 가늠해보았을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생각대로 우리 과학자들의 능력이 첨단과학과제들을 자체의 힘으로 해결할만 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단 말인가?…

전화종이 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거운 상념에 잠기신채 전화를 받으시였다.

《제… 고중환입니다.》

수화기에서 상대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도 다급히 달리던 걸음으로 전화를 거는상싶었다. 숨가쁜 숨결소리에 말마디들이 토막토막 끊어졌다. 그가 이처럼 흥분하는걸 보면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것 같았다.

《무슨 일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의 긴장을 느끼며 수화기를 귀가에 힘주어 누르시였다.

《국제수학올림픽결과가 발표되였습니다!》

상대는 한마디로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뒤를 잇지 못했다. 그 무엇이 목으로 치밀면서 쉽사리 말을 번지지 못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초조감에 휩싸이며 다급히 물으시였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가늘게 들리더니 뒤이어 저으기 긴장된 고중환의 목소리가 긍지롭게 수화기의 진동판을 울리였다.

《박상수학생은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다른 두 학생은 동메달을 받았습니다. 지금 세계의 통신들은 이번에 처음 참가한 조선의 학생들이 국제수학올림픽력사에서 전례없는 기적을 창조했다고 떠들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형언 못할 환희에 휩싸이며 자리에서 성큼 일어서시였다. 박상수학생의 영특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시였다. 기쁨에 넘쳐 달려오며 성공을 자랑스레 보고하는 그를 한품에 얼싸안는 환영을 느끼며 흥분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박상수학생은 우리 민족의 장한 아들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돌아오면 크게 환영합시다. 우리 민족의 우수한 수학적지혜를 세계에 과시한 학생들을 꽃수레에 태워야 합니다! 그들이 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나는 지금 우리 민족의 우수한 지혜, 우리 과학자, 기술자들의 창조적능력을 최대한으로 발양시키면 얼마든지 우리가 내세운 높은 과학의 요새를 점령할수 있다는 확신을 굳게 가집니다!》

《우리 학생들의 성과에 대한 세계적인 반향자료를 곧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반가운 소식을 한시바삐 전해드리고싶어서 먼저 전화부터 걸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해주어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처럼 기쁨과 자부심에 휩싸여보신 때가 없는것 같으시였다. 정녕 진정하기 어려우시였다. 세계적인 최강자들과의 두뇌경쟁에서 우리 민족의 장한 아들딸들이 승리했다. 이것은 우리의 과학기술적잠재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그의 창창한 미래를 펼쳐보이고있다. 박상수를 비롯한 우리의 사랑스러운 수재들을 온 세상에 자랑하고싶은 강렬한 심정을 누를길 없으시였다. 오늘 밤은 정녕 가슴설레이는 이 환희에 잠을 이룰것 같지 못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여적 그 자리에 서있는 림수봉을 띄여보시였다. 이 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눌수 있는 사람을 비로소 발견하신듯 한 느낌이였다. 줄곧 자책감에 모대기던 림수봉은 곁에 있었지만 불시로 걸려온 전화가 어떤 내용인지 가려듣지 못한듯 여전히 머리를 수굿하고있었다.

《부원장동무, 우리 학생들이 국제수학올림픽에서 기적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금메달 하나에 동메달 두개! 이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그렇습니까?!》

림수봉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괴로움이 짙게 서렸던 얼굴에 놀라움과 의혹의 표정이 엇갈렸다.

《우리 학생들은 과학과 교육이 앞섰다고 하는 나라들의 학생들과 당당하게 실력을 겨루고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과학의 기성세대는 다른 나라 학자들보다 실력이 그렇게 뒤떨어졌단 말입니까? 그럴수 없습니다. 나는 우리 과학자들의 지혜가 결코 남들보다 못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내가 처음 국제수학올림픽에 우리 학생들을 내보내자고 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승산이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결과는 그들의 우려가 공연한것이였다는것을 말해주고있습니다. 겨루어도 보지 않고 주저하고 동요하는것은 민족적자부심과 긍지가 부족한 표현입니다. 자기 비하는 약자의 태도입니다. 우리 과학이 앞선 나라들보다 뒤떨어졌다고 하여 우리 학자들의 지혜가 남들보다 못하다고 보는것은 잘못된 견해입니다. 우리 과학의 기성세대들도 학생들의 수학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실력경쟁에 나선다면 우수한 성과를 거둘것입니다! 과거의 사회력사적조건때문에 우리 과학은 아직 남들을 따라앞서지 못하고있지만 총명한 우리 민족의 지적능력을 대대로 계승해온 우리 과학자들의 창조적지혜는 남들보다 월등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학생들의 이번 성과가 그것을 웅변으로 말해주는것이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열띤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림수봉을 비판하신다기보다는 가슴속에서 북받치는 내부적인 감정을 열렬히 호소하고싶은 충동에 휩싸이시였다. 이윽하여 그이께서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국제수학올림픽 우승자들이 돌아오면 굉장한 연도환영을 조직하려고 합니다. 그날 과학자들도 나와서 그 학생들을 축하해주어야겠습니다. 이번에 우리 학생들이 거둔 성과는 과학자들에게도 커다란 고무로 될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림수봉은 그 환영식을 눈앞에 그려보며 힘있게 대답올렸다. 전에 없던 용기와 신심이 북받치면서 우리 과학의 눈부신 미래가 황홀하게 비껴오는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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