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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의 나래 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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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4-15 21:32 조회3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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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9

《…나는 이 신청서를 승인할수 없습니다. 과학기술적담보가 인정되였다 하더라도 티탄합금가공설비를 갖추는 문제는 올해계획에 물려있지 않습니다. 계획외 공사를 벌리고 필요한 부분품들을 구입해들인다면 어차피 현행생산에 지장을 가져올것입니다. 진공가열로와 진공압착가공공정을 꾸리는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앞탁에 팔굽을 짚고 앉은 강서원은 폭넓은 어깨를 솟구며 황석태와 지배인 류명식을 번갈아보았다. 그의 팔굽사이에는 금속공업부의 비준에 제기한 자재와 자금, 로력신청서가 놓여있었다. 강서원은 제련소가 올려보낸 그 문건들을 검토하고 내려왔던것이다. 다몰린 피로가 엉켜서 눈에 가는 피발이 선 지배인은 눈시울을 내리깔고 침묵했다. 가공설비개발은 처음부터 당비서가 주관해온 사업이여서 그에게 전적으로 발언권을 떠맡기고있는것 같았다. 황석태가 큼직한 주먹으로 턱밑을 문지르더니 완강한 어조로 말했다.

《물론 우리가 티탄합금가공설비를 갖추는 공사를 벌리면 현행생산에 지장을 가져오는것도 사실일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체없이 티탄합금가공설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나는 부부장동무의 립장을 도무지 리해할수 없습니다.》

잠자코 있던 지배인은 론쟁이 격렬해지자 비로소 시선을 들고 두사람을 번갈아보았다. 황석태는 성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으나 강서원은 어디까지나 랭담한 표정이였다.

《비서동무는 당일군이다보니 정책적요구만을 알고 경제관리의 실무적내용은 리해가 부족한것 같습니다. 만일 9월제련소에서 신청한 내용을 보장해주자면 이미 세워진 계획을 조절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말하자면 다른데 써야 할 자재와 자금, 제품과 로력을 빼돌려야 한단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 단위의 경영활동에서 혼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권고하는데 연구사업을 더 무르익혀서 명년도계획에 맞물리시오. 우리에게는 기술개발을 시도하면서 막대한 나라의 재부를 넣어 공업화를 하려다가 실패한 전례들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결코 그러한 전례를 따르지 않을것입니다!》

단호히 부르짖은 황석태는 코날개가 벌름거리도록 막혔던 날숨을 길게 내불더니 그 무엇을 압착해버릴듯이 주먹으로 앞상을 힘있게 눌렀다. 그는 비장한 결심을 다진듯 눈을 번쩍이며 계속했다.

《좋습니다. 부에서 보장해주지 못하겠다면 우리는 모든것을 자체로 해결하면서 티탄합금가공설비를 기어이 갖추겠습니다.》

《그렇다면 반대없습니다. 그러나 기업소의 현행생산에 지출되는 자재와 자금을 류용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더 뒤돌아볼것 없다고 생각한 황석태는 벗어놓았던 기름때오른 작업모를 찾아들고 지배인실을 나섰다.

그를 지켜보던 강서원은 류명식에게 측은한 눈길을 던졌다.

《지배인이 곁에 앉아있는데 아무런 의논도 없이 제 혼자 기업소의 기술설비문제를 결심하는것과 같은 독단이 어데 있습니까? 지배인동무는 저 사람과 함께 일하기가 헐치 않겠습니다.》

《오히려 일하기가 쉽습니다. 당비서가 기업소의 경제기술사업까지 도맡아주다보니 나는 할일이 별로 없습니다.》

류명식은 강서원이 아니라 방안의 한곳을 응시하며 나직이 뇌이였다. 그는 여지없이 무시를 당한 자기의 존재를 눈길이 닿는 곳에서 새삼스레 발견하고 서글피 바라보는것 같았다.

《당일군이 행정을 대행하는데는 본인의 잘못도 있지만 행정일군의 잘못도 있습니다. 무엇이 두려워서 당과 국가가 맡겨준 직권과 직능을 행사하지 못합니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무능하기때문이지요.》

강서원도 알고있지만 지배인은 결코 무능한 일군이 아니였다. 그에게는 오래동안 쌓은 경제관리경험과 전문기술지식이 있으며 모든 일을 침착하게 처리할줄 아는 지도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황석태의 드센 손탁밑에서 그것을 충분히 발휘할수 없었다.

《당비서동무는 자기가 맡아나설 일도 아닌데 과도한 열정에 떠서 덤비고있습니다. 만일 가공설비가 실패하는 경우 법적책임은 그가 아니라 지배인동무가 지게 될것입니다. 어디까지나 국가앞에서 기업소의 경제기술사업을 책임진 사람은 지배인이 아닙니까?》

《나를 비롯한 우리의 일부 경제관리일군들이 바로 그 책임이 두려워서 새 기술도입을 주저하고있기때문에 나라의 과학기술발전에 커다란 지장을 주고있습니다. 이 피탈, 저 피탈하면서 새 기술도입을 외면하는것은 애국심보다 보신주의와 리기주의가 앞서기때문입니다. 말로는 과학기술발전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내심으로 그것을 홀시하거나 도외시하는 립장의 본질은 여기에 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나라의 과학기술발전에 대한 태도는 그 사람에게 애국심이 있는가 없는가를 말해주는 척도라고 지적하시였습니다. 천만번 정당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서원은 놀랐다. 류명식이 이렇게 나올줄은 몰랐다. 회심에 잠긴듯 지그시 내려뜬 그의 시선은 앞상을 겨누고있었으나 자기 강서원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듯도 했다. 그의 조용한 말마디들은 아픈곳을 헤집으며 자기 가슴에 예리하게 박히는것만 같았다. 그는 은연중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것을 의식하며 얼없이 물었다.

《그래, 지배인동무도 당비서의 장단에 맞추어 가공설비공사에 나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의 사업방법과 작풍에 대한 불만과 가공설비를 기어이 갖추려는 그의 립장에 대한 공감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류명식은 말마디에 그루를 박았다. 마치 생소한 사람을 대하듯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강서원은 쓴입을 다시며 말했다.

《내가 들은바에 의하면 이번에 개발한 가공기술은 승산이 없습니다. 티탄공학의 권위자인 양영복박사는 처음부터 반대를 하였다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 신청서를 승인하지 않습니까?》

《나는 그 누구의 말을 듣고서가 아니라 자기 주견을 가지고 진심으로 권고합니다. 최종합평에서 승인이 되였다 하더라도 첨단기술문제인것만큼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비록 남이 이미 개발한 기술이라도 거기에 필요한 고도기술제품과 재료들을 우리가 아직 생산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그것을 실현할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배인동무나 나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다같이 고등교육을 받은 금속공학전문가가 아닙니까. 우리는 자신의 판단으로 기술문제에 대한 결심을 내려야 합니다.》

류명식은 침묵했다. 그 침묵의 뜻이 무엇인지는 알수 없었다. 잠시 그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강서원은 눈시울을 내리깔며 한탄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티탄합금가공설비를 다른 나라에서 사올수만 있었다면 이런 복잡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을것입니다. 참으로 제국주의자들의 기술봉쇄가 우리에게 많은 난관을 조성하고있습니다. 금속공업부문의 다른 기업소들에서도 다른 나라의 앞선 기술을 받아들이려고 시도했댔는데 그 저주로운 코콤에 걸려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자체로 개발해야지요.》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우리 과학자들의 자질과 공업기술수준은 앞선 나라들에 비해 뒤떨어져있습니다. 이것은 부인할수 없는 현실입니다.》

《뒤떨어졌기때문에 남보다 몇배로 분발해야지요.》

《옳습니다. 분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한 높은 목표를 제기하고 무모하게 국가의 재부를 헛되이 쓴다면 그것은 더 큰 죄악일것입니다.》

《그래, 부부장동무는 광범한 합평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개발한 가공기술의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류명식은 긴장한 표정으로 따지듯 물었다.

《내가 판단한데 의하면 그렇습니다.》

맺고 끊는듯이 대답한 강서원은 명백한 어조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라고 할수는 있지만 과학연구사업에 직접 종사하지 않는 나의 견해는 일면적인 편견일수도 있습니다. 동무들이 올려보낸 신청서를 승인하지 않는것은 과학기술적담보를 우려하는 나 개인의 견해때문만이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부문의 전반적인 계획을 조절할수 없기때문입니다.》

두사람의 대화는 또다시 격렬하게 번지였다.

《나는 누구보다도 기술갱신에 관심이 커야 할 부부장동무를 비롯한 부의 책임일군들이 왜 그렇게 나오는지 리해할수 없습니다.》

강서원은 대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류명식을 쏘아보는 두눈에는 노기가 빛발쳤다.

《여보 지배인동무, 산하기업소들의 기술갱신에 관심이 크기때문에 우리는 그만큼 신중하게 대하는겁니다. 흔히 있을수 있는 기술혁신안이라면 쉽게 승인할수도 있습니다. 이건 첨단기술개발문제인것만큼 최대한으로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고도기술이 집약된 설비를 그처럼 빠른 시일내에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놀랐습니다. 그것도 경험이나 학위가 없는 젊은 동무가… 명예심이나 공명심에 들떠서 그 무슨 요란스러운것을 만들어내겠다고 분별없이 날뛰다가 실패한 젊은 과학자들을 우리는 어디서나 흔히 보게 됩니다.》

강서원은 이 순간에 초고압유압프레스를 개발하려다가 실패하고 연구집단이 해산되는 결과를 빚어낸 자기 사위에 대한 생각이 피끗 떠올랐다.

《우리는 우리 과학자들을 믿어야 합니다. 최신과학기술로 무장한 젊은 과학자들을 더욱 믿어야 합니다. 부부장동무처럼 우리의 공업수준에 빙자할뿐아니라 과학자들의 능력조차 믿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 가도 앞선 기술을 개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것입니다!》

류명식은 안타까운 울분으로 목이 메는듯 울대뼈를 살구며 치미는 그 무엇을 꿀꺽 삼키였다.

《아무튼 나는 동무네 제련소의 신청서를 승인할수 없습니다. 당비서가 자체의 힘으로 설비공사를 벌리겠다고 했으니 지배인동무도 그의 자력갱생립장을 따르시오.》

강서원은 비양조로 오금을 박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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