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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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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3-18 17:39 조회2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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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 장

김정일동지께서는 벌써 집무실에 나와계시였다.

새벽 3시까지 방에 불이 켜져있었는데 몇시간후에 다시 다른날과 꼭같은 시각에 사업을 착수하신것이다.

일과의 첫 순서는 당보를 비롯한 일간신문과 통보자료를 읽는것이며 그에 이어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보내온 편지들을 뜯어보시는것이였다.

전해까지만 하여도 그것이 부담으로 될 정도는 아니였는데 어느새 그 량이 부쩍 늘어나 어떤 날에는 그것만 보재도 한두시간이 어느새 지나가군하였다. 처음에 편지는 대체로 면목이 있는 사람들이 보내왔다.

당 및 국가기관 일군들 그다음에는 전혀 처음 대하게 되는 로동자나 농민, 지식인들과 청소년학생들이 대부분이였다.

날이 감에 따라 그 부류의 비중이 아주 달라져 올해부터는 후자가 압도적다수를 차지하게 되였다. 그 수와 범위가 한량없이 넓어지게 되자 해당 부서에서 자기네들이 선별해 올려보내겠다고 제기하자 그이께서는 그것을 단호히 거절하시였다.

왜냐하면 그 편지는 단순한 서신거래가 아니라 자신과 군중, 다시말하여 자신이 인민대중의 숨결을 느끼게 되는 뉴대이며 그 하나하나의 글발들에는 사람들의 운명과 관련되는 신중한 문제들이 들어있다고 보시였기때문이다.

그이께서는 무드기 쌓인 편지가운데서 두툼한 봉투를 하나 집어들고 보낸 사람의 주소를 읽어보시였다. 제철소 용광로직장에서 보낸것이였다. 속지를 뽑아보니 편지와 함께 요란하게 큰 유화판건축물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완성됐구만!》

그이께서는 사진을 놓고나서 급히 편지를 읽으시였다.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 삼가 드립니다.

외람되게 편지를 올리는 저희들은 용광로직장 유상철, 한창수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 제철소에서 맞이할 큰 경사를 눈앞에 두고 그것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붓을 들게 되였습니다.

지난해 봄은 우리들에게 잊을수 없는 봄이였습니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현지에 나오시여 우리에게 친근하게 가르치심을 주고 고무해주시였기때문에 우리는 년간계획을 102%로 초과수행하였으며 자체연료의 비중을 높이여 용해작업도 상당한 정도로 개선할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제철소를 장차 자동화의 본보기로 만들라고 하신 가르치심은 전망계획을 짜놓고 하나하나 추진시켜나가고있습니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나는 언제나 로동계급의 편입니다.>라고 하시였을 때 우리는 거기서 무한한 힘과 용기를 얻게 되였으며 미래를 확신하게 되였습니다.

우리는 내부예비를 동원하고 사회적로동으로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터에 10메터 높이를 가진 대형유화판을 일떠세웠습니다. 그것을 찍은 사진을 보냅니다. 이제 우리는 언제나 모시고싶은 우리 수령님의 영상을 항상 우러러 바라보면서 살아갈수 있게 되였습니다…

숨을 죽이고 글줄을 더듬어나가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손에 든 편지가 날짐승이 퍼덕이는것처럼 화닥화닥 흔들리였다.

《장하오, 장해… 우리의 로동계급…》

대형유화판건축물이 빠른 시일에 이렇게 훌륭히 완성되였으니 수령님의 영상을 모신 대형유화작품을 거기에 붙일수 있게 된것이다.

기쁘고 대견한 심정을 진정시킬수 없으신 그이께서는 책상두리를 천천히 몇번이나 도시였다.

자신께서 사진자료를 내려보내주시고 유화작품완성을 위해 그 축소형을 두번이나 보아주시였다는것을 잊으신듯 오로지 그 모든 성과를 로동계급의것으로만 인정하시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자리에 앉아 다시 편지를 읽어내려가시였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

우리를 축하해주십시오. 래달 15일에 위대한 수령님의 영상을 모신 대형유화 제막식이 있게 됩니다. 시간이 있으시다면, 제막식에 참석해주신다면 우리 제철소 로동계급은 그이상 더 큰 영광이 없겠습니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 간절한 청을 드립니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 건강하십시오. 언제나 당신께서 건강하셔야 우리는 기쁘고 힘이 솟습니다.

이만하겠습니다.

끝으로 하나 덧붙여 알려드립니다. 평양처녀와 한창수가 가정을 이루게 되였습니다.

대형유화를 제막하는 날 저녁에 동무들이 결혼을 축하해주겠다고 합니다.

일이 바빠 못오시는 경우 우리는 마음속으로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우리곁에 와계신는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영광이고 행복입니다.

                         2호용광로 로장 유상철

                              용해공 한창수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껏 밝은 얼굴로 편지를 들여다보고계시였다.

언제보나 로동계급은 이처럼 솔직하고 투철하며 의지적이다. 생각하는것, 행동하는것이 모두 당의 의도에 맞으며 그것이 궁극에 가서 통쾌한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그이의 눈앞에는 문득 유상철로장의 얼굴의 떠올랐다. 반백의 상고머리, 주물품으로 부어낸듯한 억센 두손, 수령님께서 잡아주신 손으로 꼭 쇠물을 뽑아야 한다면서 여섯번이나 수술을 이겨내고 끝내 자기 초소로 돌아오게 되였다는 로장아바이, 그런가 하면 어깨가 쩍 벌어지고 구리빛얼굴인 제대군인청년의 모습도 떠올랐다. 지혜로우면서 시원한 빛을 내뿜는 그 눈, 견결한 투지가 어려있는 입모습… 그들이 조각상들처럼 뚜렷이 부각되여 눈앞으로 다가들고있다.

문기척소리가 나더니 전상환이 들어왔다. 여느때 볼수 없던 명랑한 얼굴이였다.

《마침 잘됐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만나려던 참입니다. 이걸 읽어보시오. 숱한 사람들한테서 편지를 받았는데 이 편지에서처럼 감동이 커보기는 처음입니다.》라고 하시였다.

얼떠름해진 전상환은 바삐 글줄을 더듬어나갔다. 그는 강한 충격을 받은듯 고개를 끄덕이며 읽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다 읽기를 기다리시였다가 물으시였다.

《어떻습니까. 편지에 우리 로동계급의 혁명적 열의와 투지가 강하게 비껴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견결한 투지가 저로 하여금 많은걸 생각하게 합니다.… 부서에도 도당을 통해 보고가 올라왔는데 내용은 이 편지와 같습니다.》

《그래서 부서에서는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누가 한사람 나가보자고 하였는데… 제가 가는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게 참 좋겠습니다. 찬성입니다. 잘 생각했습니다.… 부부장동무도 많은걸 생각한다고 했는데 참으로 그 동무들은 우리한테 많은걸 깨우쳐주고있습니다. 역시 인민은 우리의 선생입니다.

그자체로서는 그리 큰 공사라고 할수는 없어도 거기에 참가한 사람들의 투지와 사상적지향은 큰 도시를 건설한것에 못지 않게 의의가 있습니다. 과연 로동계급이 다릅니다. 쇠물을 녹이는 사람들의 수령님에 대한 충성심이 얼마나 뜨거운가를 볼수 있습니다.》

정열적으로 말씀하시는 김정일동지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는것 같았다.

《이번에 부부장동무는 큰 인상을 받을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의 한생에서 잊지 못할 그런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옳습니다. 부부장동무가 눈물을 흘리며 추억한 <아바이전사>는 적구에서 <꼬마전사>를 업어내왔습니다. 오늘의 그 아들을 비롯한 로동계급은 우리 일군들이 <사상적인 적구>에서 헤매이는걸 원하지 않을것입니다. 이점에서는 전상환동무도 례외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걸 용서하십시오. 사실은… 참말로 존경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저를 사상적과오에서 구원해주셨습니다.》

《아, 그러지 마시오.》

그이께서는 손을 들어 제지시키시였다.

《부부장동무, 어서 가서 그들을 만나십시오.》

《알겠습니다.》

전상환은 활짝 밝아진 얼굴을 들었다.

×

봄빛이 짙어가는 어느날 아침.

을밀대 추녀끝에 해살이 와닿는가 했더니 어느덧 그것은 대동문으로 번져나가면서 온 거리를 눈부시게 비쳐주었다.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어른들은 일터로 나가고 아이들은 학교로 가고있다.

들끓는 평양의 아침이 온것이다. 봄날의 이 평범한 아침, 역시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례사로운 하루가 시작된것이다. 도시는 도시대로 농장은 농장대로 광산, 탄광, 항만은 그대로 아침출근시간을 알리는 고동소리가 울리였으며 집집에서 나온 근로자들이 바삐 일터로 나가고있었다.

자동차, 전차, 자전거가 넓다란 길에 강물흐르는듯하였고 활짝 열린 정문들에서는 사람들이 분주히 들어가고 나오고 하였다. 그들이 가는곳 어디에서나 흥겨운 생활이 펼쳐졌다. 용광로앞에서, 갱구에서, 갑판우에서, 밭머리에서, 기대앞에서 교대가 이루어지고 작업지령을 받았다.

젖먹이들은 탁아소에, 아이들은 유치원에 갔다. 깔깔거리며 뛰놀고 박수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며 어디에서나 웃음소리가 들리였다.

벌써 한주일전의 일로 되였다.

당중앙위원회 일군들의 회의가 있은지 며칠후인 5월 4일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모시고 당중앙위원회 제4기 제15차전원회의가 진행되였다.

5월 8일까지 5일간에 걸쳐 진행된 전원회의에서는 우리 당 발전에서 획기적의의를 가지는 조치들이 취해졌다. 전원회의참가자들의 일치한 의견에 의해 반당반혁명수정주의자들이 당대렬에서 제거되였다.

전원회의에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로동계급의 당건설에서 원칙적이고도 력사적인 의의를 가지는 강령적연설을 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날도 평범한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일찌기 집무실에 나오시였다. 신문을 읽고있는데 전화종이 울리였다.

송수화기를 드니 전상환이라고 하였다.

《이제 떠난다구요. 알겠습니다.… 네, 부탁합니다. 그곳 로동자들을 축하해주십시오. 그 동무들이 우리에게 힘을 주고있잖습니까. 좋은 동무들입니다. 잘 다녀오시오.》

전화를 끝낸 그이께서는 창문가에 다가서시였다. 눈에 띄는것이 새로왔다. 전나무는 더욱 푸르게 자라고 꽃이 활짝 핀 정향나무에서 진한 향기가 흘러들어왔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다.

…전상환이 제철소에 도착한것은 오전 10시가 좀 넘어서였다. 명절처럼 옷차림한 사람들이 거리에 떨쳐나서 모두 제철소구내쪽으로 밀려가고있었다.

제철소당위원회에 들리니 거기에는 벌써 도당책임비서 림귀현과 그밖에 몇명의 일군이 이미 내려와있었다.

일행은 천천히 걸어서 용광로직장앞 대형유화제막식장으로 나갔다. 수천명의 군중들이 꽃다발을 들고 모여있었다. 온갖 잡초들이 무성해있던 《구내산》이 아담한 공원처럼 정리된 그 중심에 유화판이 일떠섰다. 거기에는 눈부시게 흰 제막포가 씌여져있었다.

《자, 보십시오.》 하고 림귀현이 행사장에 모여선 어느 한 처녀의 손에 들려있는 꽃다발을 가리키며 전상환에게 말하였다.

《저 꽃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러나 저 꽃을 든 사람들의 얼굴을 보십시오. 그 무엇에도 비길수 없는 웃음꽃이 만발했습니다.》

《옳습니다. 옳습니다. 웃음꽃… 웃음꽃입니다.》

전상환은 눈시울이 뜨거워올라 슬며시 고개를 돌리였다.

길다란 탁자 두개를 붙여 만든 주석단에 성원들이 자리를 차지하자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부터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현지지도를 형상한 대형유화작품 제막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일성장군의 노래》의 주악이 장중하게 울리였다. 수천명 군중들이 목청을 합쳐 노래를 불렀다. 행사가 있을 때나 혹은 힘겨운 일이 생길 때면 저절로 흘러나올만치 생활에 푹 배인 노래건만 오늘따라 특별한 의미를 띠고 가슴속깊은데서 울려나오는것 같았다.

보고에 뒤이어 결의토론들이 있었다.

전상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감격과 환희에 휩싸여 설레이는 군중들, 그너머로 산더미처럼 일떠선 용광로의 위용, 머리우에 끝없이 비껴간 푸른 하늘, 그 모든것이 이 철의 도시가 기운차게 숨쉬고있다는것을 잘 말해주고있었다. 만약 작년 5월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여기에 오시지 않았던들 오늘과 같은 이런 광경이 벌어질수 있었겠는가. 그때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긴 설명을 하지 않고 나는 언제나 로동계급의 편이라고 한마디 말씀을 하시였을뿐이였다. 나는 언제나 로동계급의 편이라는, 온 우주를 압축해서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듯 그 씨앗이 로동계급이라는 비옥한 대지에 떨어졌던것이다. 그 씨앗에서는 대칭된 두개의 방향으로 생명이 뻗어나갔다.

하나는 지심을 향해 내려가고 다른 하나는 지각을 뚫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렇게 되여 태양이 준 빛과 열에 의해 자기에게 생명을 준 수령에 대한 충정이 온 생명체에 흐르게 되였던것이다.

도당책임비서 림귀현과 이곳 지배인이 량쪽에서 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하자 제막포 웃머리가 약간 열리더니 미끄럼을 타듯 쭉 흘러내리면서 로동계급속에 계시는 위대한 수령님의 영상이 나타났다.

수령님께서는 환히 웃으시며 손을 높이 들어 용광로를 가리키고 계시였다.

순간 요란한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처녀들과 청년들이 꽃다발을 들고나가 대돌아래에 주런이 놓았다.

누군지 한사람이 대돌 한쪽에 꿇어앉아 량팔을 벌려 돌벽을 그러안았다.

흰 와이샤쯔에 넥타이까지 맨 유상철이였다. 그는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리면서 장내는 조용해졌다.

이윽고 유상철의 목메인 음성이 들렸다.

《수령님, 사회주의건설의 1211고지는 념려… 마십시오.》

림귀현이 유화판앞으로 걸어나가 유상철을 부축하여 일으켜세웠다.

《유아바이, 이 마이크앞에서 온 구내가 다 듣게 한마디 해주십시오.》

전상환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로장아바이, 뜻깊은 말을 좀 해주십시오.》

유상철은 마이크를 받아쥐고 처음으로 제철소에 온 사람처럼 군중들의 머리너머로 용광로의 전경을 하나하나 새겨보았다. 이윽고 침을 꿀꺽 삼키고 엄엄한 자세로 말하였다.

《난 긴 말을 하지 않겠수다. 난 쇠물밖에 모르는 사람이외다. 이 경사스러운 날에 우리 제철소 로동계급은 쇠물로, 우리의 이 피끓는 심장으로 당과 수령을 영원히 더 굳게 옹호보위하자는것을 결의합시다.

이제 더는 나쁜놈들이 쏠라닥거리지 못할것이며 그런놈이 또 나타나면 이 무쇠주먹으로 쳐갈깁시다…

여러분, 오늘의 이 경사가 어떻게 마련되였는가 하는것을 잊지 맙시다… 잊지 맙시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마련해주신것입니다.

제 구호를 하나 부르겠습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만세!…》

드넓은 제철소구내가 만세의 함성으로 오래도록 진동하였다.

제막식이 끝나자 유상철이 전상환이한테 다가왔다. 전상환이 몇걸음 마주나가서 유상철의 손을 부둥켜잡았다.

유상철이 말했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건강하십니까?》

《네. 건강하십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편지를 받고 무척 기뻐하십니다.》

《돌아가시면 다시한번 우리의 감사를 전해주십시오. 오늘의 이 경사는 오직 그분께서…》

유상철은 목이 메인듯 더듬거리며 뒤말을 잇지 못하였다.

《네. 꼭 전하겠습니다.》

전상환은 유상철의 손을 잡은채 힘있게 흔들었다.

×

그무렵에 용해공합숙에서는 잔치차림때문에 사람들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그중에서도 볼만한것은 주방칸이였다. 한쪽에서는 설설 끓는 가마에서 순대를 삶아내고있고 조리대가 놓인 콩크리트바닥에서는 떡구유를 들여다놓고 찰떡을 치고있다.

취사장은 음식때문에 분주하지만 녀성호실쪽에서는 신부를 앉혀놓고 공기돌 굴리듯하고있었다. 미용사를 초청해오긴 했지만 머리단장에서 견해가 달라서 옥신각신이 벌어졌다. 미용사와 몇명의 녀성들은 요새 류행인 뒤머리치장을 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앞은 이제 꽃둘레를 얹으면 큰 문제가 없는데 아무것도 없는 뒤머리를 감아올리는가 아니면 굽실굽실하니 내리드리우는가 하는것이다. 한편 다른 패는 정반대였다.

《야 이러고보니 시집가기두 퍼그나 힘든 중로동이구나야. 영양급식을 타야겠다. 쯧쯧.》

목소리가 걸걸한 중년녀인이 수건으로 신부의 이마를 훔쳐주며 이쪽저쪽에 대고 눈을 흘기고있다.

그래도 신부차림칸은 한창수의 방에 대면 조용한 축이였다. 한창수의 방에서는 주먹이 날아가지 않을뿐이지 완전히 싸움판같았다. 신의주에서 삼촌이 오고 고모가 왔는데 그들은 아예 한쪽구석에 밀려나고말았다. 한창수와 그밖의 두세명의 한패가 되고 그 상대편은 수가 곱이나 되는데 그들은 서로 목청을 돋구어 고아대고있었다. 론쟁거리는 결혼식장에 초청하는 대상자 명단인것이다.

한창수는 열명안으로 하자는 축소파이고 다른패는 적어도 백명은 되여야 한다는 확대파였다.

론쟁의 불집은 한창수가 잔뜩 입을 봉하고있다가 어제저녁에 갑자기 문제를 터쳐놓았기때문이였다.

그때 똑똑 문기척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더니 경리원아주머니가 《당위원회에서 전화가 왔는데 한창수동무와 신부될 동무 둘이 다 빨리 들어오랍니다.》라고 전하였다.

무슨 일인가 해서 모두 눈이 둥그래졌다.

한편 당비서방에서 전상환은 한창수가 어떻게 감격을 받아안을것인가 궁금하였다. 뒤짐을 지고 방안을 왔다갔다 하는데 밖에서 문소리가 나더니 지도원의 안내를 받아 한창수와 명옥이가 나타났다.

《이쪽으로 오시오.》

당비서는 선물지함이 놓인 앞으로 그들을 내세우고 자신은 한쪽옆으로 비켜섰다. 그러면서 당비서는 《이제 예정한 시간에 동무들은 결혼식을 하겠지요?》 하고 물었다.

한창수는 뒤덜미로 손을 가져가며 어색하게 웃으며 《네. 그저 그렇게…》라고 하였다. 처녀는 수집게 고개를 숙일뿐이였다.

《그러면 부부장동지가 동무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여 전상환은 닫긴깃 옷깃을 한번 만져보고나서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한창수는 무릎을 쭉 펴고 목을 꼿꼿이 세웠다.

《간단히 한마디 전하겠습니다.》

전상환의 근엄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리였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용해공 한창수동무가 오늘 결혼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저를 여기에 보내여 직접 선물을 전달하고 축하해주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여기 이 선물은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동무들에게 보내시는 옷감과 식료품입니다.》

우선 먼저 색동띠를 두른 옷감곽을 한창수앞으로 내밀었다. 몇초동안 시간이 흘렀지만 한창수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꼿꼿이 선채로 손도 팔도 움직이지 못하였다. 잠간 기다리는데 한창수는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낌을 터치였다. 그에 뒤이어 명옥이도 모로 돌아서서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였다.

《이러면 안됩니다. 자 어서 받으시오.》

그래서야 한창수가 가까스로 옷감함을 받아들었다. 그다음에는 명옥이가 또 받았다. 식료품지함은 당비서가 들어서 앞상에 옮겨놓았다.

《한창수동무!》 하고 전상환이 한결 누그러진 음성으로 계속하였다.

《명심해 들으시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작년에 여기 왔다가신후에도 여러번 동무에 대해서 말씀이 계셨습니다. 시간이 없어 이번에 내려가지 못하는데 부서에서 관심을 가지고 동무들을 도와주라고 간곡하게 말씀하시였습니다. 제철소에서 자체연료에 의한 용해작업도 그렇고 자동화문제도 적극적으로 추진시킬데 대하여 조치를 취해주시였습니다.

최근에는 이곳 로동계급이 수령님의 현지지도를 형상한 대형유화판을 세웠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무척 기뻐하시였습니다. 그러시면서 수령님의 권위를 절대화하고 수령님의 사상을 옹호관철하는데서 전국이 여기 제철소로동계급을 따라배워야 한다고 하시였습니다.

그리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동무들이 빨리 살림을 펴도록 도와주라고 하시였습니다.

한창수동무는 군무생활도 잘했고 사회주의건설의 1211고지가 강철전선이라는 당의 호소를 받들고 여기로 왔습니다. 이것은 결코 헐하게 결심할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또 신부가 될 김명옥동무는 평양에서 여기로 내려왔습니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두송이의 꽃이 한평생 활짝 피여있기를 바래서 이처럼 뜻깊은 선물을 보내주신것입니다. 동무들, 부디 행복하시오. 축하합니다.》

처음으로 갈리는것 같던 전상환의 목소리가 차츰 가다가 나중에는 푹 젖어서 발음이 잘되지 않았다.

신랑신부가 떠난후 얼마 안있어 5시가 되였다.

전상환은 당비서를 앞세우고 용해공합숙에 잠간 들려 결혼식에 참가했다가 귀로에 올랐다.

전상환의 온몸에는 희열이 넘쳐흘렀다.

승용차는 평탄한 길우로 경쾌하게 달리고있었다.

차창으로는 폭과 깊이를 헤아릴수 없이 천태만상을 이룬 대자연이 쉴새없이 흘렀다.

문득 그의 눈앞에는 안해와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신혼생활 그때처럼 기쁨이 어린 안해였다.

《아버지, 나 피아노반 1학년이예요.》 하며 재롱을 부리는 은옥이, 그다음에는 오늘 배운것을 쳐본다면서 건반에 손을 가져가는 금옥이도 해죽해죽 웃고있다.

전상환의 얼굴에는 오래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기쁨이 피여올랐다.

(그렇지. 다음에는 혜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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