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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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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3-04 19:07 조회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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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장

김정일동지께서는 현관앞에서 차에서 내리시였다.

첫새벽에 일어나 승호구역 리현리근방에 올해 남새농사정형을 알아보기 위해 나가시였었다.

리당비서와 함께 온실을 꾸려놓은데를 몇군데 돌아보시는 사이에 신발에 흙이 묻어올라있었다.

그이께서는 세면장으로 들어가 신을 갈아신고 세수를 하시였다. 그러는 사이에 농촌에서 만났던 얼굴이 시꺼멓고 어깨가 벌어진 평양시 남새처장의 모습이 언듯 떠올랐다.

온실을 돌아보고 나오는데 안경을 걸친 사나이가 주먹을 부르쥐고 달려오는것이였다. 리당비서가 소개한데 의하면 그가 평양시 남새처장이라고 하였다. 그가 모자를 벗으며 인사를 하는데 숨이 차서 헐썩거리였다. 어째 이렇게 달려다니느냐고 하니 대답을 하지 못하고 걷어올렸던 바지가랭이를 급히 내리고있었다. 옆에 있던 관리위원장이 설명하는데 남새처장은 매일 한 백리가까이 농장에서 농장으로 달려다니는 형편이라고 하였다.

《그래 시에는 차가 없습니까?》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물으시였다.

《있기는 한데 대기차만 있고 전용으로는…》

《아 그래요?》

고개를 끄덕이며 땀을 흘리고있는 처장을 잠시 바라보고있다가 말씀하시였다.

《오늘은 이 차를 리용하십시오. 제가 이제 시당에 말해서 차를 하나 배정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온 평양시민이 철마다 남새를 요구하는데 그것을 담당한 처장동무가 주먹을 부르쥐고 달려다녀서야 되겠습니까. 하하. 참, 중요한 문제의 하나가 눈앞에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있었단 말입니다.》

워낙 생김새가 둥글둥글한 처장은 원만한 사람인듯 그저 웃기만하였다. …

세면을 하고나니 기분이 매우 상쾌해지시였다. 정원으로 나가 천천히 걸으며 이제 해야 할 하루일을 생각해보시였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니 전상환이 급히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고 묻자 전상환은 아침 첫시간에 통속가요에 대한 의견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촬영소에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오늘 영화수정대안을 토론할것으로 알고 대기중에 있다는것이였다.

《그건 그렇고…》 하고 그이께서는 가까이 다가서며 물으시였다.

《나한테 꼭 말하고싶다는건 무슨 문젭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상환의 팔을 붙잡고 침엽수가 우거진 정원한끝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가시였다. 전상환은 벌써부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한걸음한걸음 조심스럽게 내짚던 걸음이 드디여 오늘 여기까지 이르게 되였다. 누구도 모르게 열번 스무번 거듭거듭 재던것을 이제 제입으로 털어놓게 된것이다. 몸서리가 쳐지고 자신이 치욕스럽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른 방도가 없는것이다.

《저는 부부장이라는 중앙당에서 중요지책을 감당할수 없는 인간입니다.… 때문에 자진해서 물러나려고 합니다.》

그 까닭을 설명하려고 하였지만 목이 꽉 잠겨 말이 잘 나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뜻밖이라는 표정이시였다.

하지만 전상환이 처한 심리의 맨밑바닥에는 무엇이 깔려있는지 짐작은 할수 있으시였다.

《언젠가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당을 강화하자면 우리 당이라는 유기체안에 깨끗치 못한 피가 흐러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 깨끗치 못한 당사자가 바로 이 전상환인것 같습니다. <목민심서>를 필독도서로 지정하게 한것도 그렇고 이번의 소설 <안개흐르는 새 언덕>도 전적으로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연극 <일편단심>의 말썽도 그렇고 그리고 또…》

더는 입이 얼어 말을 번질수 없었다.

한참동안이나 갑자르고있다가 간신히 뒤를 이어대였다.

《이외에도 저의 잘못이 많은것 같습니다. 결국은 제가 담당한 분야에서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있는 형편을 보아서 말입니다.》

어느사이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원한끝에 이르러 키가 높이 자란 가문비나무밑에 서시였다.

《어서 계속하시오.… 무엇보다도 솔직한것이 마음에 듭니다.》

《이러저러한 현상에 대한 실례를 들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존경하는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사업하는 과정에 차츰 자기자신을 알게 되였습니다.》

《그래 그것때문에 물러난단 말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답답해나는것을 어쩌지 못하시였다.

《시간이 됐는데 우선 촬영소에 나갑시다. 그리고나서 천천히 이야기합시다.》

…예술영화 《사나운 바람》에 대한 수정안토의는 무려 3시간이상 계속되였다. 예상했던대로 사태는 복잡하게 번지였다. 어떤 동무들은 이미 만든것은 모두 줴버리고 대본부터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하였고 또 어떤 동무들은 주인공의 형상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해결할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문제로 되는것은 담당연출가가 결심을 가지지 못하는것이였다. 협의회에 참가한 10여명의 연출가와 작가들의 한결같은 요청에 의해 마침내 김정일동지께서 대안을 내놓게 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방도는 여러가지로 세울수 있는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것은 작품의 종자라고 지적하시였다. 그런후에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데 《사나운 바람》이라고 한것을 버리고 《내가 찾은 길》로 하는것이 어떤가 하시였다. 여기에 작품의 사상적알맹이를 심어야 하는데 그에 기초해서 가지가 뻗고 잎이 피게 할수 있을것이라고 하시였다. 《내가 찾은 길》이란 작품의 주인공이 가지게 되는 종자인 동시에 작가나 연출가가 틀어쥐고나아갈 출로로도 된다고 하시였다. 그러자 모두 환성을 올리며 지지해나섰다. 그이께서 제시하신 방향에 따라 구체적인 대안들이 나왔다.

김정일동지께서 촬영소를 떠나신것은 오후 다섯시가 넘어서였다.

승용차는 하당리를 벗어나 조차장다리를 저쯤 바라보며 달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옆에 앉은 전상환에게 물으시였다.

《부부장동무 생각엔 어떻습니까? 저 영화가 제대로 될것 같습니까.》

《네, 될수 있다고 봅니다.》 하고 전상환은 모임장소에서부터 흥분되여있던 자기의 심정을 터치였다.

《우선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촬영소는 꼭 무슨 상가집같았고 연출가는 기세가 푹 죽어있었댔습니다. 이젠 연출가부터 각오를 새롭게 한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연출가로서 찾은 길이, 바로 그 길이 수령님의 주체적문예사상을 지키는 길로 될것입니다.》

승용차는 어느덧 조차장다리목에 이르게 되였다. 그이께서는 차를 세우라고 하고는 내리시였다.

《오늘은 다리를 건느지 말고 이쪽으로 돌아갑시다.… 저 굽인돌이에 세워두고 기다리시오. 우린 좀 걷겠습니다.》

차는 앞서가고 석양이 비낀 길가에는 그이와 함께 전상환이 남게 되였다.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휘여돌아간 길은 눈이 녹아 검은 바탕이 드러났지만 앞에 내다보이는 야산과 그 오른쪽에 펼쳐진 무연한 벌판은 온통 흰장막을 덮어놓은것 같았다. 눈덮인 대지는 저녁해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을 뿌리고있었다. 몇걸음 걷고있는 사이에 어느덧 그이의 손이 자기의 팔을 붙잡고있다는것을 전상환은 감촉하였다. 입김이 볼에 닿을만치 가까이에서 그이의 음성이 들리였다.

《난 촬영소에서 고민하고있는 연출가동무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연출가 하나를 잃을번했다고말입니다. 그다음에는 전상환부부장도 현재 그런 형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였습니다.》

전상환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묵묵히 서있기만 하였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부장동무.》

그이께서는 전상환의 어깨를 붙잡고 계속하시였다.

《솔직히 털어놓고 애기해봅시다. 그래 오늘 아침에 말한것처럼 자기 과오가 크고 엄중하기때문에 책임적인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해당 부서에 제기하겠다는것이 진심입니까?》

전상환은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머리를 쳐들었다.

《제생각은 복잡합니다.…》

《그렇단 말이지요?》

김정일동지의 음성은 약간 떨리기까지 하였다.

《그만큼 말했는데도… 저는 실망하게 됩니다. 물론 그 심정이 리해는 됩니다.》

차츰 목소리가 커지더니 흥분을 감추지 못하시였다.

《난 부부장동무와 얘기를 나눈뒤 스스로 깨닫고 옳은 길에 들어서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주저하면서… 현직책에 그냥 있느냐 아니면 물러나느냐 하는것은 후에 론의합시다. 설사 물러난다 해도 과오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그건 제가 잘 알고있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입니다. 저는 한마디로 말하면 당적사상체계가 똑똑히 서지 못한 당원이였습니다.》

《당적사상체계…》 하고 그이께서는 빛나는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면서 계속하시였다.

《당적사상체계란 한마디로 말해서 수령님께 충실한 사상체계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수령님의 사상을 옹호고수하고 그것을 위해 견결히 투쟁해야겠는데 부부장동무는 그런 면에서 투철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점에서 온갖 과오가 생겨났습니다.》

《그러니 저는 당적사상체계라는 말은 많이 외우면서도 그 본질을 모르고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되였던것입니다.》

《옳습니다. 무엇이나 수령님의 사상과 의도에 비추어 모든것을 재보고 평가하는 기준이 서야 하는데 그것이 없었던것입니다. 그런데 부부장동무는 과오를 시정하기 위해 투쟁할 생각은 하지 않고 대오에서 도피할 생각부터 하니 이것이야말로 한심하지 않습니까.》

흥분을 눅잦히듯 잠간 말씀을 중단하였다가 다시 뒤를 이으시였다.

《투쟁이 아니라 도피, 이것은 결국 배신과 통하는 길입니다. 배신!》

너무나 엄청난 말씀에 전상환은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는 전류에 닿은것처럼 온몸이 찌르르해났다. 여느때에는 항상 자애롭고 따사로운 정을 풍기던 그이의 눈에서는 시퍼런 불이 번뜩이였고 온몸에서는 범접 못할 랭철한 기운이 내뿜기였다. 이것은 여직 한번도 본적이 없는 모습이였다.

《저는 그래도 이제나저제나 하고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래 말좀 해보시오.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러면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아바이전사>와 함께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부르며 적후에서 빠져나온것이 무엇을 위해서였는가요. 적과 싸우기 위해서였는가요 아니면 투항하기 위해서였는가요. 어서 대답해보시오.》

전상환은 고개를 떨군채 대답을 못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흥분된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알아두십시오. 난 부부장동무가 물러나겠다고 해도 절대로 놓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전제하고 얘기해봅시다… 부부장동무는 자기 과오의 근원도 다 모르고있습니다. 한가지 실례로 현대수정주의가 벌써 여러 나라의 당을 부패타락시켰고 또 위험에 빠뜨리고있는데 부부장동무는 그것이 어떤것인지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했습니다. 자신이 말했지만 청맹과니가 되였습니다. 왜 이렇게 되였는가. 그것은 옳고그른것을 가리는 자막대기가 없었기때문입니다.그 자막대기란 아까도 말했지만 수령님의 사상과 의도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당을 위해 아무것도 할수 없는것입니다. 부부장동무가 당일군으로 계속 사업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문제를 정하기에 앞서 우선 이것부터 알아야 하는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손을 들었다가 좌우로 흔들어 온갖것을 다 부정해버리는 형용을 하시였다.

《좀 표현이 지나쳤을수 있는데 종처가 생긴이상 무자비하게 도려내야 할게 아닙니까. 그러지 않으면 그 독이 퍼져 생명을 빼앗길수 있습니다. 병집은 어데 있는가? 그것은 부부장동무의 계급적처지와 과거경력에 있는것이 아니라 우리 당의 창건자인 수령에 대한 립장과 태도가 똑똑히 서있지 않은데 있습니다.

우리 당 건설과 활동의 기본원칙은 수령님의 사상과 의도를 관철하는것입니다. 누가 무엇이라고 하건 이것을 양보하거나 위반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이것을 인정한다면 우선 잘못된 과거와 무자비하게 그리고 철저히 결별하십시오. 그러면 앞을 내다보면서 신심을 가지고 나아갈수 있을것입니다. 물러서지 말고 맞받아나가십시오.… 이제는 날도 저물었는데 그만하고 갑시다.》

전상환은 걸음을 내짚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한몸을 지탱해낼수 없을 정도로 맥이 빠졌었는데 차츰 힘이 생기는것 같고 다리가 가벼워지는것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상환의 팔을 붙잡고 보통강 물줄기가 휘우듬히 감돌아나간 산기슭을 따라 걸어나가시였다. 걸음걸이는 힘이 있고 활달하시였다. 별로 큰사건이 있었거나 요란한 문제에 부닥친것도 아닌 평범한 하루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전상환이와 더욱 가까와진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시였다.

저쯤 내다보이는 길목에 승용차가 기다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얼마간 생기를 띠기 시작한 전상환을 대견하게 바라보시였다.

《저 노을을 보시오. 참 아름다운 저녁입니다.》

전상환이 고개를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룡악산마루에 걸린 저녁해가 온 천지에 신비경을 펼쳐놓았다. 한복판은 은백색이고 그 두리에는 유자빛, 그다음에는 진달래빛, 그다음에는 진홍색의 기폭같은 하늘이 머리우에 드리워져있었다.

차에 앉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이 운전대를 잡으시였다.

《오늘은 내가 태워다주겠습니다.》

차는 쾌속으로 미끄러져서 잠시동안에 복잡한 거리 한복판을 꿰지르고 창광산쪽으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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