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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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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2-25 16:51 조회3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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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오진우가 대덕산에 도착한것은 해질무렵이였다.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좀체로 자리를 뜰수 없었던것이다.

가뜩이나 늦은데다가 사단에 들렸는데 거기서도 또 얼마간 지체하게 되였다. 사단장 방용수는 오래간만에 내려왔는데 선자리에서 떠나보낼수 없다고 하였다. 이곳 사단은 전인민군적으로 이름난 모범단위였다.

오진우는 날이 저물기전에 잠간 대덕산까지 갔다올터이니 그때에 천천히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그러면서 오진우는 그동안에 이미 예정했다는 지휘관들의 모임을 빨리 끝내라고 하였다.

오진우가 대덕산초소에 와보아야겠다고 결심한것은 지난 여름부터였다.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서해안의 모범중대를 돌아보고나서였다.

그런데 그후 인차 해외출장을 가게 되였고 뒤이어 내부사업이 바빠서 하루하루 미루어온것이 어느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 이제는 눈이 내리는 계절을 맞게 되였던것이다.…

중대부에 잠간 들리고나서 오진우는 밖으로 나왔다.

그때쯤해서 《갱생》 한대가 급히 마당에 들어섰다. 차에서는 이미 떨궈놓고 온 젊고 패기만만한 사단장 방용수가 내리는것이 아닌가.

《아니 오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끝내…》

오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하였다.

그러거나말거나 몸매가 다부진 방용수는 자세를 바로하고나서 어색한 낯으로 말하였다.

《오다가 다이야가 터져 30분가량 늦어졌습니다.》

《동문 정말…》

머리를 저으며 오진우는 막무가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보니 예정했던 회의를 후날로 미루게 된게 아니요?》

《그건 일없습니다. 그다지 바쁜것이 아니기때문에…》

《자 그럼 같이 가보기요. 저기루.》

함경도사투리가 진하게 풍기는 억양으로 말하고나서 오진우는 손을 들어 전방초소쪽을 가리키였다.

《그때 동무는 사단참모장이였지?》

순간 방용수는 눈이 커지며 당황해하였다. 그때라는것이 언제를 념두에 두는것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여기 오셨을 그때말이요.》

《아! 그때말입니까?》 환성을 올리다싶이 어성이 높아지며 명랑해진다. 《그렇습니다. 그때 초소를 안내하는 영광을 지니였었습니다.》

《그럴거요. 그러니 그때 로정을 밟아보잔 말이요. 어서 앞서시오.》

이렇게 되고보니 방용수는 오진우가 서둘러 여기에 오게 된 사연의 대체적인 륜곽을 짐작할수 있을것 같아 저으기 마음이 진정되였다. 방용수는 이곳 중대장을 앞세우고 가면서 그한테 당시의 정황과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주신 교시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일행은 모두 군인답게 보폭을 크게 짚으며 민틋하게 경사진 언덕을 오르고있었다. 눈이 하얗에 덮여있었다. 얼마동안 걷는 사이에 몸이 달아오르고 더운 입김이 확확 내불리웠다. 지대가 높기는 하였지만 산은 그닥 험한축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 대덕산은 최전방에 나앉은 가장 높은 봉우리여서 군사적으로 매우 중시할만한 요충으로 되여있었다.

《가만…》

오진우는 방용수의 설명을 중지시키고나서 주의를 주었다. 《사단장동무, 그자리에 이 오진우가 있었다고 해서 대강대강 넘어가지는 말고 실지 있었던 사실 그대로 설명하시오. 전혀 모르는 생소한 대상에게 하듯이 말이요. 시간에 구애될 필요는 없소.》

《알겠습니다.》

방용수는 기억력이 비상하였다. 오진우가 탄복할 정도로 그때 상황을 방불하게 형상해내였다.

정황설명도 그렇지만 최고사령관동지의 교시에 대해서는 이미 성문화된것을 그대로 내리읽듯이 상세하고 정확하게 재현하였다. 그러다보니 오진우는 인차 그때처럼 근엄하고 숙연한 감정에 잠기게 되였다. 그는 자주 고개를 끄덕이며 대덕산이라는 이곳이 자기의 정신생활에서 얼마나 크고 중요한곳이였는가 그리고 또 오늘의 이 걸음이 얼마나 잘된 일이였는가를 다시금 느끼게 되였다.

한시간이상 시간이 걸리다보니 어느사이에 날이 어둡기 시작하였다. 은백색으로 눈이 부시던 서쪽하늘이 차츰 연회색으로 변해가면서 바위등이며 나무가지에 얹혀있던 흰눈이 서서히 어둠의 장막속에 잠겨가는것이였다.

전방감시소에서 내려 약간 비탈진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방용수가 한발 앞서걸으면서 수령님께서 여기서 군건설에서 나서는 강령적인 교시를 주시였다는데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가만 좀.》 오진우는 손을 흔들고나서 두세걸음 물러나 두릿두릿 지형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가까이 다가서기도 하고 멀찍이 나서기도 하였다. 두세번 그러기를 거듭하다가 드디여 결심이 내려진듯 큰 소리로 물었다. 《바로 여기가 아니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일당백>에 대하여 말씀하실 때 서계시던 자리가.》

그는 허리를 굽혀 바위앞의 펑퍼짐한 풀밭을 손으로 짚으며 방용수를 쳐다보는것이였다.

《옳지? 여기가.》

《옳습니다.》

방용수는 확신성있게 대답하고나서 그 두리를 두세번 돌면서 다시금 가늠해보는것이였다.

《틀림없습니다. 부상동지가 찍은 그자리입니다.》

방용수는 자세를 바로가지고 다시금 확신에 차서 말하였다.

《틀림없소. 틀림없다니까.》

오진우는 한결 더 기분이 들떠서 자신이 지적한 그 위치를 몇번이나 가늠해보면서 무엇인가 생각을 거듭하더니 중대장에게 지시하였다.

《그러면 시작해보기요. 제꺽 가서 삽과 괭이하구 질통을 한 둬개 가져오오.》

중대장은 영문을 알수 없다는듯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사단장을 바라보는데 방용수가 물었다.

《부상동지! 여기다 무슨 터를 만들자는게 아닙니까?》

《그렇소! 그런데…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소.》

방용수 역시 고개를 기웃거리지만 생각이 잘 나지 않는 모양이다.

이때 오진우는 지난 여름에 김정일동지와 함께 청봉숙영지에 가보던 때를 상기하게 되였다.

《여보 사단장동무! 내 암만 생각해봐야 여기를 그냥 놔두어서는 안될것 같소. 우리야 직접 교시를 받은 사람들이니까 알지만 그렇지 않구야 어떻게 그때 일을 알겠소. 내 피뜩 이런 생각을 해봤소. 얼마전에 청봉숙영지에 갔었는데 거기에 새겨진 구호나무앞에서 많은것을 생각하게 되더란 말이요. 하루밤 숙영하고 떠난 그자리에 써놓은 구호가 수십년세월이 흐른 오늘까지도 생생히 남아있는것이 아니겠소. 그러니 그때 당시의 혁명정신이 오늘도 그대로 생생히 살아 숨쉬고있는것 같았소. 더구나 그 글은 김정숙동지께서 쓰신거란 말이요. 난 그때 북만에 가있었기때문에 그 로정에는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그 글씨를 보고 인차 알아맞혔소.》

오진우는 잠간 사이를 두고 언덕을 두세번 오르내리며 장소를 다시 가늠해보더니 말을 이었다.

《사단장동무! 여기다 큰 바위돌을 하나 세워놓고 <일당백>이라고 쪼아박는게 어떻소. 옛날에는 나무에 먹으로 썼지만 우리는 아예 백년천년가도 끄떡없게 하잔 말이요.》

감각이 예민한 사단장은 손을 들어올리며 전적으로 찬성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하자면 말이요. 여기에 터를 닦고 시재 당장은 자그마한 돌을 하나 세워두기요. 공사를 인차 해도말이요.》

오진우는 바위를 세울 밑자리를 만들 형용을 해보이였다.

《그러니 좋은 일은 서둘러야 한다는 말이 있잖소. 제꺽!》

바위등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있노라니까 중대장이 삽과 질통을 메운 전사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오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질통 하나를 골라 훌쩍 메였다. 방영수는 당황해서 그의 팔을 붙잡았다.

《여기서 지시만 해주십시오. 우리가 다하겠습니다.》

《감사하오. 그런데 사단장동무, 이 팔을 놓소. 여기서 이 오진우는 누구에게 지시만 하고 기다릴수 없소. 늦었단 말이요. 이미 벌써 해놓았어야 했을걸말이요.》

《말씀을 듣고보니 저도 생각되는바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방용수는 질통을 잡고 놓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보태였다.

《이렇게 되고보니 저희들에게 내려지는 일종의 처벌같습니다. 어떤 처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질통지는것만은…》

《처벌? 하긴 처벌이라고 할수 있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교시를 주신지 벌써 3년이 되였는데 여기에 아무것도 해놓은것이 없으니 말이요. 그러니 처벌로 말하면 이 오진우가 먼저 받아야 하거든. 나도 이렇게 하는것이 지체에도 어울리지 않고 또 방법도 적절하지 못하다는것을 아오. 그러나 어찌겠소. 자! 시작하기요.》

오진우는 앞을 막아서는 방용수를 떠밀어버리고 경사진 아래로 내려갔다.

일단 결심이 지어지자 그는 흙을 파기에 알맞춤한데를 찾았다. 그는 질통을 지고 부관쪽에 돌려대며 지시하였다.

《여기다 흙을 파서 지우라!》

말소리가 너무 무뚝뚝하고 근엄하기때문에 부관은 만류하는 말을 붙일수도 없었다. 몇삽 떠담았는데 《좀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두삽을 더 얹어놓으니 한번 훌쩍 추슬러보더니 걸음을 떼였다.

발이 미끄러웠다. 경사가 30°이상인데다가 눈이 깔려있어서 쭉쭉 미끄러져내리였다. 안깐힘을 써서 겨우 몸의 균형을 잡았다. 한 절반쯤 가면 잡관목덩굴이 나졌고 경사지에는 맨 돌판이였다. 마침내 표식을 해둔곳에 이르러 흙을 와르르 쏟았다. 돌아다보니 한지게의 흙이란 보잘것 없는 량이였다.

처음엔 오진우와 방용수가 질통을 지고 중대장과 부관이 삽질을 하고 다음은 서로 교대하였다.

오진우는 땀을 흘리며 흙짐을 지고 비탈을 톱아오르군하였다. 그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짚으며 사색에 잠기였다. 참으로 많은것을 생각케 하는 대덕산이였다. 3년전에 여기 이 대덕산초소에 오게 된것도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친히 불러주시였기때문이였다.

그때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전화를 걸어주시였다.

《개성쪽에 한번 나가보지 않겠습니까? 최근에 수령님께서는 황해도안의 여러 농장들을 현지지도하고계십니다. 며칠전에는 황주군 흑교리에 나가시였고 어제는 평산군 삼천협동농장에 들리시였습니다. 그래 이번 기회에 군부대를 하나 보아달라고 제기했습니다. 곧 개성으로 나가 거기서 만납시다.》

이튿날 오진우는 개성에서 김정일동지를 만났다.

《우리 같이 분계선초소에 나가 수령님의 가르치심을 받읍시다. 어제밤에 눈이 왔기때문에 걷기가 좀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이쯤해야 초소에 나온맛도 있을것이 아닙니까.》

언제나 그러하신것처럼 미소를 띠시고 반갑게 대해주시였다.

일행은 개성시를 벗어나 림진강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장풍땅에 들어서서 서남쪽 골짜기를 따라 내물을 끼고 계속 올라갔다.

현지에서는 군단장, 사단장 등 장령들과 련대장 그리고 직접 초소를 담당한 대덕산중대장이 영접하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격식화된 의례행사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으시였고 군관들이나 병사들이 취하는 구령이나 몸동작 하나하나에 주의를 돌리시였다.

《좋소, 좋아!》

수령님께서는 손을 들어 답례를 하면서 매우 만족해하시였다. 우선 산골짜기가 찌렁찌렁 울릴만치 패기있고 기운찬 구령도 좋지만 그에 따라 제식동작을 취하는 병사들의 얼굴과 눈빛, 입가에 내비친 투지가 모두 마음에 드시였다. 군인들의 외모나 그들이 지닌 높은 정신세계 어느것이나 흠잡을데가 없었다.

《보십시오. 수령님께서는 벌써 이 초소의 모든것을 만점으로 평가하고계십니다. 수령님의 저 빛나는 시선이 그것을 느끼게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긴장해있는 오진우의 팔을 슬쩍 건드리며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오진우는 차츰 더 긴장해져서 순간도 다른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게 되였다.

수령님께서는 맨 먼저 병실에 들리시였다. 병실이 훈훈해서 좋다고 하시면서 모포가 얇지 않는가, 방바닥은 차지 않는가 일일이 짚어보시였다. 병실이 잘 정돈된것도 좋지만 급히 행동할 때 거칠것이 없고 편리하도록 온돌놓이와 창문들이 잘 설계되였다고 하시였다.

다음에는 중대교양실에 들리시였다. 교양실이 정치사상교양과 함께 문화정서생활도 잘할수 있게 꾸려졌다고 치하하시였다. 특히 《항일빨지산참가자들의 회상기》를 가지고 직관물도 만들고 담화자료들을 만든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한홉의 미시가루》나 《고난의 행군》 같은것은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매우 좋은 사상적량식으로 될것이라고 하시였다. 군대에게는 좋은 총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도 견결한 혁명정신이 더 중요하다. 지휘관들은 이것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오진우에게 손짓을 하시였다.

《그것은 전적으로 항일혁명투쟁을 직접 체험한 오진우동무가 책임져야 할 분야입니다.》

뒤이어 수령님께서 말씀하시였다.

《옳습니다. 동무들, 보시오. 저 오진우동무는 16살에 입대했습니다. 그것은 내가 잘 압니다.

저 동무는 소년선봉대시절에 유격대원을 보면 총을 메고싶어서 줄줄 따라다녔습니다. 그래 내가 이제 좀더 크면 총을 메워준다 했는데 그다음해에 떼를 써서 종시 입대하고야말았습니다.

그런데 저 동무는 그때 무슨 훈련소에 가서 교육받은것도 없었고 사관학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모형제를 살해한 원쑤놈들을 치고 빼앗긴 나라를 찾아야겠다는 애국심이 강하기때문에 10여성상 일제와 싸워이기고 조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가진 총은 모두 일제에게서 뺏어낸것이였습니다. 여기서 무슨 결론을 내릴수 있는가. 군대는 무기가 좋아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것은 병사들의 정신상태이다, 이렇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정치일군이나 지휘관들모두가 직접 담당해야 할 혁명과업입니다.》

오진우는 병사들과 꼭 마찬가지로 발뒤꿈치를 붙이며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의도대로 정치사업을 강화하겠습니다.》

교양실에서 나온 일행은 야전감시소로 자리를 옮기였다. 얼마 멀지 않은 봉우리에 올랐는데 앞이 활짝 열리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이미 설치되여있는 포대경으로 남쪽을 내려다보시였다.

중부조선지대의 특유한 험준한 산발이 한눈에 안겨왔다. 산굽이와 골짜기마다에 군대들이 숨어있기도 하고 또 어떤것은 로출되여 왔다갔다 하기도 하였다. 미군과 남조선군들이였다. 수령님께서는 포대경에서 물러나서 한참동안이나 남쪽을 그냥 바라보고계시였다. 누구도 더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고 발을 옮겨놓지도 않았다. 일행모두가 사색에 잠기신 수령님을 주시하고있을뿐이였다.

남북 삼천리 조국땅을 되찾기 위해 20성상 자국마다 피가 질벅히 고인 걸음을 걸으시였다. 그런후에도 3년동안 미제를 괴수로 한 침략자들과 또 전쟁을 해야 하였다. 그리고도 지금 총대를 겨누고 북과 남이 서로 대치되여있는것이다. 바로 그 최첨단 한끝에 수령님께서와 김정일동지께서 오신것이다.

오진우는 감격스럽기도 하거니와 한편 그이의 전사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해서 가슴이 뭉클하고 눈굽이 뜨거워났다. 아무때 와봐도 생각이 많아지고 의지를 다시 가다듬게 되는것이 바로 이 분계선초소인것이다.

《지금 국제정세가 매우 복잡합니다.》 하고 수령님께서 말씀하시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미제는 큰 나라들과는 껄렁껄렁하게 지내고 작은 나라는 하나하나 먹어치울 생각을 하고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한손에는 총을 들고 다른 손에는 마치와 낫을 들고 나아갈 새로운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수령님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떼여 펑퍼짐한곳으로 자리를 옮기시였다. 마침 거기에는 우뚝 솟은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수령님께서는 그 바위를 주먹으로 두드리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때문에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군대를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의 무력이 약하면 아무때고 적들은 우리를 먹어치울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군대를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가. 절대수를 늘이는것도 하나의 방도이고 또 좋은 무기를 많이 만드는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것은 우리 군대 한명이 적을 한 백명씩 제껴버릴수 있게 <일당백>으로 만드는것입니다. <일당백>, 하나가 백이나 천을 감당하는것말입니다. 옛날부터 우리 사람들은 싸움을 잘하는 장수를 <일당백>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비단 오늘 처음 제기된것이 아니라 우리가 산에서 일제와 싸울 때도 대원들에게 그런 정신으로 무장시켰습니다.》

계속해서 수령님께서는 좌우에 둘러선 장령들과 지휘관들에게 《일당백》을 실현하기 위한 방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장시간에 걸쳐 말씀하시였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산그늘이 서서히 골짜기를 메우며 흘러들었다.

수령님께서 차에 오르시여 떠나가실 때 만세의 환호성이 대덕산이 흔들릴만치 요란하게 울리였다.

수령님께서 다녀가신후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중대부로 돌아오시였다.

《오늘 제기된 문제가 매우 중요하기때문에 몇마디 더 설명을 보태려고 합니다.》

오진우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자신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여기고 정중한 자세를 취하고 귀를 기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나직이 그러나 명확히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오늘 이 외진 분계선초소에까지 찾아오시여 우리 나라 무력건설에서 실로 중대한 방침을 제시하여주시였습니다.

<일당백>, 이 한마디 구호.》

그이께서는 《일 당 백》 하고 한자한자 손으로 꼽아가며 뇌이시였다.

《글자로 세서 단 석자밖에 안되는 이 구호에 함축된 뜻은 실로 몇권의 책에 저술해야 할만한 방대한 뜻을 가지고있습니다. 저는 우선 이 력사적인 교시를 받아안은 여기 동무들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박수가 터졌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엄격한 안색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제지시키시였다.

《이렇게 하지 맙시다. 나 김정일이도 그렇고 동무네 상관인 여기 이 오진우부상도 그렇고 우리모두는 똑같은 수령님의 혁명전사입니다. 그러니 내가 말한다고 해서 박수를 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오늘의 이 강령적교시를 잘 집행하겠는가하는 그것입니다. 나는 이에 대해서 길게 설명하지 않고 단마디로 말하려고 합니다. 지난 조국해방전쟁때 18살의 영웅 리수복이도 그렇고 그외 수많은 영웅전사들이 적진을 향해 돌진하면서 무엇을 생각했고 무슨 구호를 불렀는가.

김일성장군을 위하여!> 이것이였습니다. 이것이 <일당백>의 정신입니다. 이 정신때문에 우리는 승리할수 있었습니다.》

(그렇다!) 오진우의 가슴은 세차게 흔들리였다. 암만 진정하려고 하여도 그냥 심장의 박동소리가 귀를 멍멍 울리던 그때가 어제런듯하다.…

(그것은 진실이다. 김일성장군님을 위하여 청춘도 생명도 다 바쳐싸웠지.)

오진우는 고개를 수굿하고 또 경사진 언덕을 힘겹게 톺아올라갔다.

나무그루, 짓이겨진 풀들, 울퉁불퉁한 돌들, 그런것들이 발밑에서 끝없이 흘렀다. 이런 길을 얼마나 걸었던가. 스무살도 안된 애숭이가 유격대에 입대해서 10여년간 줄창 길 아닌 이런 길을 걸었지. 그리고 또 지금에는 조국을 통일하고 부강조국을 건설하기위해 이 길을 걷고있고…

길, 그것도 다름아닌 산이나 진펄길, 이전의 유격대나 오늘의 인민군대가 걸은 그 길에서는 별로 다름이 없을것이다. 수천수만이 걸은 그 대오의 맨 앞장에는 언제나 우리 수령님께서 서계시였다. 그이께서 찍으신 자욱을 따라가고 또 가고나면 거기서는 언제나 승리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그때 직일관이 달려와 오진우앞에서 차렷자세를 취하더니 보고를 하였다.

《평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

오진우는 손을 털고 앞으로 다가서면서 물었다.

《누구한테서…》

《그것은 말하지 않고 빨리 바꾸어달라고… 교환수가.》

《알겠소.》

군사대학에서인가 아니면 총참모부에서? 오진우는 이렇게 생각을 굴리며 중대장을 따라 중대부로 들어갔다.

《오진우 전화받습니다.》

교환수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잠시후 수화기가 쩡 울리였다.

김정일이 전화합니다.》

오진우는 너무나 뜻밖이고 감격스러워서 말을 변변히 번지지 못하였다.

《오… 오진우 전화를 받습니다. 지금 대덕산에 와있습니다.》

《그건 이미 알고있었지만 지금 이밤중에 무엇을 하고있습니까?》

《별로 하는 일 없습니다.》

《아니 산에 올라가 흙짐을 지고있다기에 영문을 몰라서…》

《별거 아닙니다. 여기다가 <일당백>이라는 표식비를 하나 세우고 글자를 정으로 쪼아박자는겁니다. 억만년 지워지지 않게 말입니다. 그런데 그자리가 좀 경사가 져서 그걸 돋구는중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부상동지가 흙짐은 왜 집니까. 날씨도 스산하고 이전에 산에서 허리를 다친 일이 있다고 했던것 같은데 그것이 도져도 그래…》

《그게 어느 옛날일인데, 일없습니다. 마침 달도 밝고 날씨가 좋기에 노는삼아.》

《아닙니다. 그래선 안됩니다. 이제는 젊은 때와는 다릅니다.

…하여튼 용하십니다. 흙짐을 질 정도니까 얼마나 생각이 많았겠습니까. 항일투사동지들이 그렇게 나오니까 우리 당, 우리 군대가 굳건한것이 아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이때 오진우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름을 느끼였다. 방금전에 질통을 지고 언덕을 오르내리며 생각에 잠기였던 그 장면을 그이께서 모두 보고계신것 같아서 좀 어색해졌던것이다. 이밖에도 전화는 오래동안 계속되였다. 그러나 서로 《일당백》에 대한 의의라든가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간단간단히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군건설에서 앞선 세대들이 해야 할 의무라든가 그 역할에 대한 의의가 대하처럼 흐르고있었다. 전화가 일단 끝나자 오진우는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허리에 손을 짚고 언덕에 올라서서 보잘것없는 량의 흙더미와 그 두리를 살펴보았다.

그는 사단장의 등을 떠밀었다.

《아예 내킨김에 올라가서 바위돌을 하나 골라보기요. 높이는 우리키보다 좀 클사하면서 통개는 한 둬아름 되는것이 적당할것 같소.》

전지불을 켜들고 뒤산에 올랐다. 층층이 돌로 쌓인곳이기때문에 별의별 모양의 돌이 다 있었다. 하지만 다듬지 않고 그대로 쓸수있는 알맞춤한것을 고르자니 조련치 않았다. 밤새도록 산을 헤매다가 마침내 모두가 좋다고 하는 돌을 하나 골라놓게 되였다.

《내 이제 며칠후에 다시 와보겠소. 이걸 거기까지 옮겨가자면 힘이 좀 들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억만년 보존할거니까 해야지.》

그날오후, 오진우는 떠나려던 길을 미루고 구분대에서 진행되는 훈련지도에 참가했다.

구분대장은 여느때없이 지휘소위치를 《일당백》표식점옆에 정하였다.

위장망을 잔등에 치고 장구류를 착용한 전사들의 대오가 구보로 지나갔다. 철갑모와 총창이 해빛에 번뜩이였다. 전사들이 들고가는 전투속보판에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라!》라는 힘찬 글발이 보이였다.

많은 전사들의 배낭뒤에는 천이나 종이에 주먹같이 크게 쓴 《일당백》이라는 구호가 보이였다.

오진우는 흐믓한 시선을 보내다가 구분대장을 돌아보았다.

《정말 장하오.》

그날저녁 오진우는 평양을 향해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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