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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예술

장편소설 전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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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2-07 18:04 조회3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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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장

주체 54(1965)년 4월.

야자나무가지가 휘늘어졌다. 신통히도 큰 우산을 활짝 펼쳐세워놓은것 같은 남방풍경의 상징이라고 할수 있는 이 나무가지에 어느덧 저녁노을이 물들기 시작하였다. 북방에서는 푸르러 아름답다고 하던 그 하늘이 여기서는 은백색으로 눈이 부시였다. 차츰 서쪽으로 해가 기울면서 처음에는 황동색으로 다음에는 연분홍색으로 그것이 다시 진회색으로 변해가면서 적도상에 놓인 이 쟈까르따에 정서적인 밤을 서서히 불러오고있다.

인구밀도에서 단연 세계적수준에서 웃돌이를 차지한다는 번창한 거리가 어둠에 잠겨들면서 한낮에 와짝 달아올랐던 열기를 차차 가라앉히고있다.

치린강기슭에는 낮이나 별로 다름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더위를 피한다는 리유도 있겠지만 한때나마 아늑하고 조용한데서 시간을 보내고싶어하는 이곳 사람들의 기분을 넉넉히 엿볼수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담이와 함께 강기슭을 거닐고계시였다. 오늘은 4월 19일.

위대한 수령님을 모신 일행은 벌써 이 나라에서 열흘이나 시간을 보내였고 드디여 래일은 귀국의 길에 올라야 하였다.

얼마동안 더 걸어가노라니 휘우듬히 남쪽으로 굽어든 강기슭이 나졌다. 한적하다고 할만치 인적이 드물었다. 줄곧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안경을 밀어올리면서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어떻습니까? 이 나라에 와서 본 인상이…

오늘로써 인도네시아의 밤은 끝이 납니다. 체류기간 저는 매일이다싶이 감동을 크게 받군하였습니다.》

《저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허담 역시 한껏 감회에 잠겨있는듯 연분홍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아득한 서쪽 하늘로 시선을 보내며 대답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기서 받아안게 된 충격적인 사건들과 그로 인하여 사색의 세계에 깊이 잠겨들게 되였던 갖가지 일들에 대하여는 말씀하지 않으시였다.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이 며칠동안에 있었던 크고작은 격동적인 장면들이 영화화면처럼 흐르는것이였다. 얼마간 서로 묵묵히 걷다가 허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이번에 숭고하고 위대한것이 어떤것인가를 잘 알게 되였습니다. 가는곳마다에서 터져오르는 환호성, 진정이 어린 그 흠모의 표정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저는 직무상관계로 동서양의 많은 나라들을 다녀보았고 여러가지 행사에도 참가해보았는데 이번처럼 수령님을 이토록 성대히 환영하고 사람들이 모두 격정에 넘쳐 발을 구르는것을 볼수 없었습니다.》

그이께서는 전적으로 동감이라는듯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우선 이 나라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특이한 이국정서로 해서 놀라지 않을수 없으시였다. 땅을 보나 하늘을 보나 거리와 사람들을 보나 모두 독특하고 색조가 강하였다. 복합적인 나라에 복합적인 생활이라는 말이 옳은것 같다. 동서는 물론 고대와 근대, 현대가 조화롭게 한데 어울려있는것이다. 하여 이 나라의 축도라고 할수 있는 여기 쟈까르따는 눈에 띄는것마다가 신비한 감을 자아내였다. 고색창연한 옛 건물이 많았고 또 그만 못지않게 광택이 요란한 현대적건물이 거리에 꽉 들어찼다. 사람들은 또 어떠한가. 천쪼각 하나로 대수간 몸을 가리우고 거리를 나다니는 토배기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투명한 천으로 휘감아올린 이슬람교녀인들도 있다. 무엇이나 다 대조가 뚜렷하고 원색이 두드러지게 눈에 뜨인다.

《저는 말입니다.》 하고 허담은 또 말을 이었다.

《며칠전에 있은 알리 아르함사회과학원에서 위대한 수령님께서 강의하실 때의 그 장면을 영원히 잊을수 없을것 같습니다.

주체사상을 해설하시면서 조선혁명의 주인은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이며 조선혁명승리의 결정적요인도 우리 자체의 힘에 있다고 천명하시였을 때 온 장내가 떠나갈듯한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터져올랐습니다. 글쎄 강의도중에 박수가 일어나고 환호성이 터지는 일이 어데 있었습니까!》

허담은 젖어든 눈굽을 수건으로 훔치기까지 하였다. 그바람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후두두 뛰는것을 느끼시였다. 지그시 눅잦히려던 격정이 다시금 흔들리기 시작한것이다.

고개를 들어 멀리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 한끝을 바라보건만 그이의 시야에는 이 나라에 와서 보고 느낀 감격적인 장면들이 생동하게 펼쳐지는것이였다.

처음에 나타난것은 이 나라에서 가장 력사가 오랜 명승지라고 하는 피서지 반둥이였다. 휴식을 겸한 지방참관이라고 하였지만 수카르노는 여기에 커다란 의의를 부여하고있는것 같았다. 10년전에 세계를 들썩하게 만들었던 반둥회의장소를 수령님께 보여드리면서 동시에 력사적인 인도네시아림시협상회의에 참가케 함으로써 수카르노는 자기의 성의를 한껏 나타내려고 하였다. 저녁에는 성대한 예술공연이 있었고 이어서 국가적환영연회도 있었다. 반둥거리에서도 가장 번화가라고 하는 둔덕진 네거리로 새벽부터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드넓은 광장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꽉 찼다.

수카르노의 안내로 경애하는 김일성동지께서 광장에 나서시자 온 거리가 떠나갈듯한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지으신 수령님께서 손을 들어 답례를 보내시였다. 그러시고는 좌우를 둘러보기도 하고 또 아득히 펼쳐진 인산인해를 이룬 거리를 둘러보기도 하시면서 거듭거듭 손을 흔드시였다. 하늘을 찌를듯이 첨탑이 높이 솟은 이슬람교성당들에서 수백수천마리의 비둘기떼가 날아올랐다. 갖가지 옷차림을 한 처녀들이 꽃다발을 들고 수령님께로 다가갔다. 맨 처음에 어깨 하나를 드러내놓은 민족의상차림의 까만머리의 인도네시아처녀가 꽃다발을 드리고 날씬한 몸을 약간 앞으로 숙여 인사를 올리였다. 뒤이어 10명의 처녀들이 련달아 꽃다발을 드리면서 인사를 올리였다.

일단 거리행사가 끝나고 무개차가 도시를 벗어나게 되자 그다음부터는 남방식물이 우거져 철길의 차굴과 비슷한 농촌길에 들어서게 되였다. 어떻게나 소문이 났던지 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쟁기들을 집어던지고 모두 길가로 달려나왔다. 어떤데서는 꽃다발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또 어떤데서는 북장단에 맞추어 숱한 사람들이 춤을 추기도 하였다.

달리던 자동차가 모두 멈춰서게 되였다. 무슨 일인가 해서 수행원들이 차에서 내려보니 마을사람들이 가지각색 꽃을 뜯어다가 길바닥에 한벌 깔아놓았다. 꽃주단의 길이는 한 50m는 실히 될것 같았다. 선두차가 길가에 비켜서고 거기서 내린 사람이 하는 말이 손님들을 위한 생화주단이기때문에 수령님께서 타신 차가 맨 앞에서 생화를 깔고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곳 사람들의 풍습에 의하면 사람이 한번 장가나 시집을 갈 때만 이와 같이 꽃주단을 밟게 된다는것이다. 시간이 얼마간 흘렀지만 수령님께서 타신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해서 수령님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들리였다.

《정 성의가 그렇다니 꽃주단우로 걸어갑시다. 아무리 풍습이 그렇다 한들 자동차바퀴로 이 아름다운 꽃을 깔아뭉개고 나갈수야 없잖습니까. 그렇게는 못합니다.》

이에 대해서 수카르노는 박수를 쳐서 동의하였다.

그렇게 되자 길가에 모여들었던 이곳 농민들의 환호성이 한층더 높이 터져올랐다.

자동차에 앉아 눈깜짝할새에 지나보낼줄 알았는데 이것은 정말 뜻하지 않은 경사라는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영광의 순간을 놓칠가봐 허둥지둥 다가들어 꽃다발을 수령님께 한아름씩 안겨드리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땅을 짚으며 큰절을 올리기도 하였다.

수령님께서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농민들의 손을 잡아 들어일구기도 하고 꽃다발을 흔들어 답례를 보내기도 하시였다.

한동안 군중들속에 에워싸여계시던 수령님께서는 수카르노가 틔여준 길을 따라 앞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이렇게 하여 한 50m에 불과한 구간을 10분이상이나 걸려 겨우 통과할수 있었다…

보고르에 도착하자 일행은 곧 인도네시아의 자랑이라고 하는 식물원으로 안내되였다.

넓은 면적을 차지한 식물원은 온통 열대성식물로 숲을 이루고있었다.

한발 앞서 도착한 수카르노는 채양이 없는 이슬람교도의 례모에다가 그에 어울리게 민족옷차림을 하였는데 보기에도 매우 현숙할것 같은 부인과 나란히 서서 손님일행을 맞았다.

수카르노는 잠간 휴식을 하면서 화초원을 한번 돌아보자고 하였다.

울창한 밀림이 펼쳐졌고 그 한쪽공간은 초원이 자리잡은 자연그대로였다.

바야흐로 서쪽으로 기울어들기 시작한 태양은 초원을 눈부시게 비쳐주고있었으며 한발이나 되는 뿔을 인 수백마리의 사슴떼들이 여기저기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었다.

사람과 친숙해진 그놈들은 행여나 먹을것이라도 생기지 않을가해서 인차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는것이였다.

《먼저 화초원에 들려 온실을 구경하겠습니다.》

수카르노는 민족의상으로 화려하게 단장한 자기 부인을 시켜 이곳 원장과 식물학자 씨엠분트를 불러오라고 하였다.

일행이 모두 마당을 거닐고있는데 이미부터 대기하고있던 키가 큰 원장과 머리가 훌렁 벗어진 로학자가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하였다.

《환영합니다. 조선의 김일성수상각하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저의 화초원으로서는 오늘 최대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영접나온 이곳 사랍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며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시였다.

온실에 들어서자 이곳 원장은 경건한 어조로 설명을 하였다.

열대성 화초와 식물을 많이 가지고있는것으로 해서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력사가 150년이나 되는 오랜 식물원인데 수종만 해도 1만을 넘고 화초는 2,000여종에 달한다고 하였다. 말그대로 온실안 화초의 종수가 많은것도 놀랄만하지만 꽃들 또한 모두 아름다왔다. 열대성이라고 한다면 사람도 자연도 모두 색이 진하고 열정적인 모양인지 갖가지 꽃들이 모두 눈이 부실만치 찬란한 빛을 뿌리였다.

수령님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며 화초들을 차례차례 정겹게 감상하시였다. 어떤 때에는 활짝 핀 꽃송이에 다가서서 냄새를 맡아보시고 또 어떤 때에는 저쯤 뻗어간 가지를 휘여다가 꽃송이며 그 잎이며 한것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하시였다.

수령님께서 한껏 심취되여 꽃들을 감상하시는데 이곳 원장은 수령님의 일거일동과 순간순간 달라지는 표정을 주의깊이 지켜보는것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어떤 때는 흐뭇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또 어떤때는 감미로움에 젖어들기도 하시였다. 또 어떤 때는 한껏 흥취에 젖어 만족한 미소를 짓기도 하시는것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침착하면서도 사려깊은 이곳 학자에게서 꽃들의 원산지와 그 번식 과정이나 방법같은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 육성과정에 기울이게 되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하여 마치 전문가들이나 관심할수 있는 세부들에 대해서까지 묻기도 하고 또한 감탄도 하면서 계속 감상해나가시였다.

어느사이에 시간이 퍼그나 흘렀다. 수카르노는 온실중간쯤에 자리잡은 휴식장으로 수령님을 안내하였다.

《좀 쉬십시다. 아직도 시간이 퍼그나 걸리게 됩니다.》 하고나서 수카르노는 씨엠분트를 손짓해불렀다. 그가 가까이 다가서며 허리를 굽히자 《그 꽃을 가져와보우.》 하더니 손님들을 향하여 《걸어다니며 자유롭게 바라보는것도 좋지만 좀 진귀한것들은 여기에 가져다놓고 이모저모로 뜯어보기도 하고 또 손으로 만져보며 감상하는 재미도 괜찮습니다.》라고 하였다. 몇마디 더 이야기를 하는사이에 씨엠분트는 화분 하나를 가져다가 탁자우에 올려놓았다. 화분의 크기는 한아름이나 되는 사기제품이였는데 약간 덩굴이 져서 뻗어올라간 줄기끝에 진분홍꽃이 활짝 피여있었다.

순간 《야!》 하고 모두 환성을 올리였다. 자연스럽게 우불구불 곡선을 그으며 뻗어올라간 줄기 그리고 다른 꽃들과는 전혀 비슷하지 않은 독특한 꽃잎과 꽃술이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당긴것이다.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나타내고계시는 수령님의 얼굴을 보게 된 수카르노는 자못 흡족한 기분에 잠기면서 옆에 바투 다가서시는 김정일동지에게도 꽃이 어떤가고 물었다. 뒤이어 한쪽옆에 비켜선 허담에게도 같은 말을 건네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물러서서 잠간 보시다가 다시 가까이 다가서며 소감을 말씀하시였다.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꽃이야 뭐니뭐니 해도 아름다와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이 꽃은 최상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분에 넘치는 치하의 말씀입니다.》

한껏 만족해진 수카르노는 씨엠분트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설명을 보태였다.

《이 꽃을 키우느라고 우리 이 학자의 수고가 대단히 컸습니다. 원래 이 꽃은 란초과에 속하는 꽃인데 이 식물학자가 몇대 교접을 하여 새로 만들어낸 꽃입니다. 오늘 김일성수상각하께서 높이 찬양해주셨으니 소원이 다 풀렸을것입니다. 그렇지 않소? 씨엠분트학자선생은 바로 오늘과 같은 영광을 바라고 오랜세월 꽃 한 종류를 놓고 그렇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것이 아니겠소. 축하하오, 축하해. 씨엠분트! 내 인사를 받아주오.》

《동감입니다. 분명히 축하할만합니다. 그러나 저때문이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과남한 말씀입니다.》

《아 아닙니다. 이제 그 사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카르노는 갑자기 북받쳐오르는 격정으로 해서 목이 꽉 메이는지 잠간 숨을 돌리고나서 계속하였다.

《수상각하! 한가지 요청이 있습니다. 이 꽃에는 아직 우리가 이름을 달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매우 유감입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의 소원을 풀어주는 의미에서 이름을 하나 잘 달아주십시오. 오늘 우리가 여기서 상봉했다는 기념으로 말입니다.》

《제가요? 아닙니다. 그것은 꽃의 주인인 대통령각하가 달아야 합니다.》

《제가 달라구요?》

《네!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도리에도 맞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겨난 꽃이 아닙니까.》

《정말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다시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전적으로 저에게 위임하시겠습니까?》

《위임합니다. 전적으로!》

수령님께서는 온 얼굴에 웃음을 그리면서 탁자우에 올려놓은 수카르노의 손을 정답게 잡으시였다.

그때 수카르노의 부인이 꽃송이를 끌어당겨 수령님의 가슴에다 갖다대였다. 진회색양복을 바탕으로 진분홍색꽃 한송이가 대조를 이루어 마치 새별처럼 찬란한 빛을 뿌리였다. 그 순간 수카르노는 수령님의 팔을 두손으로 덥석 그러잡더니 한마디한마디 힘을 주어 말하는것이였다.

《우리는 이 꽃에 존경하는 김일성수상각하의 존함을 모셔 김일성화라고 부르자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의향이 어떠하신지.》

《네?!》

《진심으로 드리는 요청입니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수령님께서는 온몸을 뒤로 제치면서 손을 흔드시였다. 수카르노가 꼬치꼬치 따지고 확인하던 능청스러운 속심이 이제야 완전히 드러난셈이다. 그런줄 모르고 야금야금 끌려들었던것이다.

《안됩니다. 그럴수 없습니다. 그건 너무합니다. 제이름을 꽃에다… 그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나야 별로 한일도 없는 사람인데 꽃에까지 이름을 붙이다니요. 안됩니다. 그럴수 없습니다.》

《그건 너무 겸허한 말씀이십니다. 그리고 이 꽃에 명명할 권한이 저에게 전적으로 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존경하는 각하께서는 인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헌을 하셨습니까.

그리고 또 지금도 하고계시지 않습니까. 저는 이런 말을 각하의 면전에서 절대로 하지말자고 했는데 할수없이 속을 털어놓아야 하겠습니다. 이 수카르노는 어째서 김일성각하를 존경하고 조선민족에 대해서 그토록 큰 호의를 가지고 대하게 되는가. 그것은 제가 얼마전에 조선을 직접 방문해보고나서부터입니다. 그전에는 그저 조선이라는 나라도 우리같은 그러루한 나라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직접 가보고 실로 경탄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조선은 일제식민지로부터 김일성각하에 의해 해방되였습니다. 그리고 약 20년간에 락후한 나라를 사회주의 공업- 농업국가로 전변시켰습니다. 특히 제가 충격을 강하게 받고 부러워한것은 강력한 기계제작공업입니다. 이것은 우리 신흥세력나라 인민에게 큰힘으로 되였으며 앞길을 밝혀주는 홰불이나 등대와 같은 공적으로 됩니다. 우리 신흥세력나라들은 조선을 바라보고 힘을 얻고있습니다. 자! 보십시오. 그래 이것이 인류를 위한 큰 공헌이 아닙니까. 이래서 저는 김일성각하를 우리 나라에 모시게 되였고 오늘에는 이와 같은 영광을 지니게 된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꽃에다 김일성각하의 존함을 모십시다.

이것은 저의 요청이기도 하고 이 꽃을 만들어낸 여기 이 씨엠분트도 전적으로 찬성일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이 꽃을 오늘부터 김일성화라고 부르겠습니다.》

씨엠분트가 제일먼저 박수를 쳤다. 수카르노도 두손을 들어 박수를 쳤다. 그러자 빙 둘러섰던 10여명의 수원들이 모두 박수를 쳐서 아득히 멀리까지 뻗어나간 온실안의 고요를 힘차게 흔들어놓았다. 박수가 멎자 수카르노는 수령님께 다가서서 팔을 벌려 굳게 포옹하였다. 그리고는 한아름이나 되는 화분을 두손으로 늬큼 들어올리더니 수령님께서 서계시는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김일성화, 김일성화》 하고 여러번 불러보는것이였다. 그통에 또다시 박수가 터졌다.…

회상에서 깨여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도 모르는사이에 걸음을 멈추고 방파제우에 서있다는것을 알게 되시였다. 허담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때 민감하게 감촉이 된것은 허담이의 약간 어색해진 표정이였다.

《무엇을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있습니까?》

《아니 뭐 별로… 너무 감동이 커서…》

《그런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허담은 어쩐지 당황해하며 저으기 쑥스러운 낯을 지었다.

《뭘 좀 깊이 생각하다보니…》

허담의 말이였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강변을 거닐고있었다. 적도선상이기는 하지만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또한 밤이다보니 어지간히 서늘해졌다. 때때로 바다쪽에서 미역내를 한껏 머금은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그러면 얇은 남방샤쯔소매가 한들한들 떨기까지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소 의아쩍은 표정으로 허담을 바라보시였다.

《이야기를 나누어볼가요?… 저도 얼마간 할말이 있습니다.》

《말이 그렇지 사실은…》

《어서 말씀하시오. 심리적파동이 얼굴에 비쳐있는걸.》

그러고보니 얼마전부터 그이께서 의혹에 잠긴 시선으로 이쪽을 자주 쳐다보군하던 까닭이 리해되였다.

《허허 참.》

허담은 허거프게 웃고나서 이쯤하면 빠질 구멍이 없다는것을 깨닫게 되였다.

《하긴 이런것을 걱정거리라고도 할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것은 별것이 아닙니다. 이번 이곳 인도네시아방문을 통해서 저는 이 한몸으로써는 도저히 주체하기 힘든 행복과 긍지를 받아안았습니다. 참말 놀랍습니다. 우리 수령님께서 받고계시는 존경과 흠모의 정을 어떻게 다 표현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위대하고 숭고한것의 극치입니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수반들이 경모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있을 때 저는 온몸이 하늘높이 날아오르는것 같았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대통령 수카르노로부터 물가에 나와 노는 발가숭이 아이들까지 그리고 450리연도에 나섰던 수만명의 로동자, 농민, 부녀자들이 진심으로 웨치는 환호성, 그것은 영원히 이 가슴속에서 물결치게 될것 같습니다. 새삼스러운것 같지만 오늘 저에게 미쳐온 감동은 너무나 컸습니다. 그래서…》

《그럴수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저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흥분에 싸인 허담의 팔을 잡아흔들어주시면서 말씀하시였다.

《그런데 저는 이번에 수령님의 풍모에서 그 어느때보다도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수카르노대통령이 새로 육종해낸 진귀한 꽃에 김일성화라고 존함을 붙여부르자고 한 그때였습니다.

수령님께서 <제가 무슨 한 일이 있다고 꽃에까지 이름을…>라고 하며 손을 저으시던 그 장면을 영원히 잊을수 없습니다. 그토록 겸허하고 또한 진정어린 말씀과 인자한 그 미소는 보는 사람들로하여금 끝없는 매혹을 느끼게 하고 숭고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에 젖어들게 합니다.저는 아직까지수령님께서 지니신 풍모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많이 보아왔고 또한 느낀바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뵈옵게 된 수령님의 겸허성을 놓고 두고두고 생각하게 될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상동지, 이런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당장 알고싶은것은 며칠전부터 느끼는것인데 부상동지의 얼굴에 때때로 깊은 속마음의 그림자가 어리군하는것 같은데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는것입니다. 아무래도 무슨 사연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그건 정확하게 보았습니다. 저의 말을 좀 들어봐주십시오. 앞에서 말한 바로 그 긍지, 그 환희를 체험한 뒤 늘 어쩐지 일종의 자책감을 느낍니다. 그러면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것입니다.

온 세계 인민들과 국가수반들이 그렇게 높이 받들어모시고있는 우리 수령님이신데 저자신은 여태 어떻게 처신하고있었는가?…》

여기까지 말하고나자 목이 꽉 잠겨 더 말을 이어대지 못하였다. 잠간 동안을 두었다가 그는 다시 계속하였다.

《생각되는것은 많지만 간단히 한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번에 대외사업을 담당한 책임일군의 한사람으로서 자기 수령에 대한 충정의 열도가 어느 정도였는가 하는것을 가늠해보게 되였습니다. 이렇게 놓고보니 저자신의 사업에서나 수령님을 모시는 립장과 태도에 있어서 미흡한 점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바로 이점이 긍지와 보람으로 해서 끓어오르던 저의 가슴에 자책을 불러일으키고있는것입니다.》

여기까지 가까스로 말해놓고난 허담은 얼굴이 벌겋게 되면서 어깨가 높이 오르내리였다.

잠시후 허담은 다시 뒤말을 이었다.

《저는 이번에 위대한 수령님께서 창시하신 주체사상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있는가 하는것을 더욱더 깊이 깨닫게 되였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알리 아르함사회과학원에서 하신 수령님의 연설은 만장을 들었다놓을만치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그중에서도 특히 주체를 세운다는것은 혁명과 건설의 모든 문제를 독자적으로 자기 나라 실정에 맞게 자체의 힘으로 풀어나가는 원칙을 견지한다는것을 말합니다라고 한 대목이라든가, 조선혁명의 주인은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이며 조선혁명승리의 결정적요인도 우리자체의 힘에 있다고 천명하시였을 때 장내에서는 화산이 분출하는것 같은 감격의 박수가 터져올랐습니다.… 현실은 바로 이렇습니다. 그런데… 그런데말입니다.…》

허담은 말을 중단하고 잠간 숨을 돌리였다.

《주체사상이 이렇듯 거대한 진리성과 과학성을 가지고 만 사람을 격동시키고있는데 대외사업을 담당한 저는 여적 무엇을 하고있었는가 하는것입니다. 우선 제자신이 주체사상의 진수를 깊이 체득하기위해 애썼던가 심심히 돌이켜보게 되였고… 그러다나니 주체사상에 대하여 세계만방에 보급선전하는 사업을 짜고들지 못하였습니다. 만약 이 사업이 잘 되였더라면 우리에 대한 지지자, 동정자를 더 많이 가지게 되였을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그 가책때문에…》

허담은 빛나는 눈을 들어 김정일동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였다. 그러고보니 허담의 얼굴에 어려있던 어두운 그늘이 무엇에 기인되였던것인가 하는것이 명백해졌다.

《알만합니다. 납득이 갑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허담에게 한걸음 다가서며 말씀하시였다.

《솔직히 말하면 저의 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되는바가 많기도 하고 또한 거창한 문제를 안고있다는것을 알수있습니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앞으로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잘해야 하겠다는 엄청나면서도 긍지로운 과제앞에 서게 된셈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동서고금을 다 뒤져보면 세계적명인들이 많지만 그들은 모두 품성이나 덕망 일면에서나 뛰여났다뿐이지 우리 수령님처럼 온 인류에게 접수될수 있는 사상의 위대성에 의하여 우러르게 되는 그런 사람은 많지 못하다는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주체사상을 더 깊이 학습하고 그것을 대내외에 더 적극적으로 보급선전해야 할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말이 난김에 한가지 더 첨부할것은 우리들의 사고와 행동을 한단계 높일 필요가 있다는것입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내외의 정세가 그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비근하게는 현재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실태를 놓고보아도 그렇습니다. 맑스-레닌주의의 혁명적진수를 거세외곡하는 좌우경기회주의가 큰 장애를 조성하고있습니다. 현대수정주의는 사회주의건설도상에 있는 나라들을 이제 어느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겠는지 짐작키 어렵습니다. 이런 정황속에서 우리는 조선혁명을 하고있습니다. 때문에 이 국제적사조를 똑바로 보아야 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한걸음씩 앞으로 내짚어야 할것입니다. 주체사상의 진리성을 과학적으로 확증하며 동시에 현대수정주의의 본질을 까밝히기 위해 맑스-레닌주의고전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볼 생각을 하고있습니다.》

《동감입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조선로동당원으로서, 수령님의 전사로서의 사명을 더욱더 명심하고 살아나갈것을 굳게 다짐하고있습니다.》

더이상 대화는 계속되지 않았다.

사색에 잠긴 김정일동지께서는 습기를 한껏 머금어 번들거리는 방파제우를 천천히 걸어가시였다.

그이의 가슴속에서는 모진 회오리가 일었다.

허담이도 말없이 생각에 잠긴채 걷고있었다.

열대의 밤은 차츰 깊어갔다. 강가에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방파제를 울리는 가벼운 파도소리만이 들릴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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