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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49, 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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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2-04 16:51 조회3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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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기중기의 긴팔에 매달려 춤을 추던 고양정뽐프가 자동차적재함에 깃털처럼 사뿐히 내려앉았다.

벌써 그곁에는 넉대의 뽐프가 점잖게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한대당 무게가 1톤이 넘다보니 더 실을수가 없었다.

시운전에서 성공하면 나머지를 옮기는것은 문제가 아니였다.

그옆에 소형뻐스가 서있었는데 시운전에 참가할 인원들이 차에 올랐다.

배웅나온 사람들에게 무슨 지시인가를 준 리대철이 뻐스안을 들여다보며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다 탔겠지?》

명선이가 불만스럽게 응대했다.

《창근동무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창근이가?》

그때 누군가가 고무공 튀여오르듯 뻐스안으로 씽 날아들었다.

창근이였다.

그 서슬에 어깨를 꼭 붙이고 앉아있던 송화와 정향이가 몸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실그러지며 외마디소리를 질러댔다.

《어마나!》

《이건 뭐예요?》

《미안하오.》

명선이가 짜증을 냈다.

《지금 몇시야?》

명선의 불만에 창근은 배가 불룩한 가방을 두드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력사적인 순간을 찍어 공장연혁실에 큼직하게 내붙이려면 촬영기가 있어야 할게 아니요. 겸사해서 우리모두의 모습을 기념으로 남기고…》

그 말에 뚜해있던 명선의 얼굴에 웃음이 피여났다.

《역시 창근인 궁냥이 넓거던.》

리대철이 히죽 웃으며 뻐스에서 물러섰다.

엉큼한 녀석. 리대철은 뽐프를 실을 때부터 한마디 말도 없이 근엄한 낯빛으로 지켜보고 서있는 박영식의 앞으로 다가갔다.

《비서동지, 떠나겠습니다.》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예.》

도당에 회의가 있어 함께 못 가는 박영식은 조만간에 리대철이 겪어야 할 일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 리대철이 우려한대로 리석민과 윤상배가 특성시험을 채 하지 않은 뽐프를 실어온것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시운전이 헐치 않을겁니다.》

박영식의 마음을 다 읽은듯 한 리대철이 걱정말라는듯 흔연한 웃음을 지었다.

《걱정마십시오, 각오를 했습니다.》

《그랬을테지요.》

리대철이 운전칸으로 올랐다.

발동이 걸린 자동차가 공장사람들의 바래움을 받으며 미끄러졌다.

비행장활주로처럼 곧게 뻗은 도로로 경쾌하게 달리는 소형뻐스안에선 희열에 넘쳐 웃고 떠드는 명선이네의 흐드러진 웃음소리가 그칠줄 몰랐다.

드디여 완공을 앞둔 창전거리에 들어섰다.

각이한 형태의 조형미와 립체미, 독특한 건축술을 자랑하며 일떠선 초고층살림집들은 그야말로 장관이였다.

그뿐인가. 한송이의 아름다운 꽃송이를 련상케 하는 인민극장과 상업봉사건물들은 또 얼마나 우아한가.

그 모든것을 촬영기에 담는 창근은 신바람이 났다.

정향이가 곁에 붙어서서 현시되는 화면들을 들여다보며 촬영각도가 잘못되였다느니, 화면을 당기라느니 하며 시끄러울 정도로 훈시질하는 바람에 창근은 꼭두각시처럼 쩔쩔 맸다.

자동차가 건설지휘부정문앞에 멈춰섰다.

평양으로 떠나기 전에 전화련계를 가진 김원삼이 정문에서 리대철이네를 기다리고있었다.

적재함으로 올라와 뽐프들을 본 김원삼이 여간만 만족해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 식의 고양정뽐프란 말이지. 멋있구만! 멋있소!》

흥분한 김원삼이 적재함에서 내려 뻐스에서 내리는 명선이네를 한사람한사람 손을 잡으며 칭찬을 하였다.

《수고했소. 수고했소.》

운전칸발판에 서서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김원삼을 보는 리대철의 마음은 후더워졌다.

부지중 그를 처음 만나던 때의 일이 돌이켜졌다.

뽐프수입을 막지 못했던 자신이 당정책을 심장으로 받아들이지 못한탓에 자기도 모르게 청맹과니가 되였다고 통절히 자책하였던 김원삼이였다. 그후 그는 뽐프제작을 도와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였던가.

후에 알고보니 김원삼은 같은 부문에 있는 사람으로서 자기들 립장에 서지 않고 뽐프공장편역을 든다고 리석민과 윤상배로부터 질시를 받았다고 한다. 하도 김원삼이 대바르고 원칙앞에서 타협을 모르는 인간이였기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더라면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뽐프들을 배치할 다섯개의 뽐프장위치를 알려주던 김원삼이 마음이 놓이지 않는듯 《가만, 그럴것없이 나하고 함께 가기요.》 하며 운전칸으로 오르려다가 리대철에게 귀띔하였다.

《리석민사장과 윤상배동무가 단단히 볼이 부었소.》

《왜 말입니까?》

《특성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올려온 뽐프를 어떻게 믿겠는가 하는거지. 날보고 자기네와 토의없이 동무네를 올라오라고 한건 월권행위라며 펄펄 뛰더군, 허허허.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날보고 지라는거요. 그래 책임 못 질것도 없다고 오금을 박았지.》

《그럴만도 하지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공연한 걱정을 하는것 같군요.》 하던 리대철이 지휘부마당에서 서성거리고있는 윤상배를 발견하고 김원삼에게 의미있는 눈짓을 하였다.

리대철이 어쩌자고 그러는지 눈치챈듯 한 김원삼이 히죽이 웃었다.

《그만두오. 늦가을모기가 앵앵거려도 겨울이 오면 얼어죽는다는 말이 있지 않소. 시험에서 동무네가 성공하면 입이 열개라도 할소리가 없을거요.》

《글쎄, 그렇긴 한데… 보아하니 날 만났으면 하는것 같은데… 먼저 가십시오. 제 인차 뒤따라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오. 헌데 주먹행세는 하지 마오.》

김원삼의 롱말에 싱긋 웃어보인 리대철이 윤상배를 향해 걸어갔다.

리대철을 보는 윤상배의 표정은 쌀쌀하였다.

《왔으면 보고를 해야 할게 아닌가.》

《허, 절차가 그렇게 되였는가? 그럼 보고를 해야지.》

어이없는 웃음을 지은 리대철이 윤상배의 뒤를 따라 리석민의 방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커피잔을 기울이던 리석민이 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십니까.》

푸접없이 인사를 하는 리대철을 보는 리석민의 얼굴표정에는 편안치 않은 심기가 그대로 내비쳐져있었다.

《뽐프를 실어왔겠소?》

《그렇습니다.》

《김원삼동무한테서 듣자니 특성시험이 제대로 안됐다면서?》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 못했습니다.》

《부득이한 사정이라…》

이때 윤상배가 낯색이 새파래서 께끼였다.

《여보! 지배인동무,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특성시험도 거치지 않은걸 어떻게 설치한단 말이요?》

고막을 째는듯 한 비린청에 리대철이 흥소하였다.

《누굴 귀머거리로 아는게 아니요? 우린 우리의 창조물을 자기의 살붙이처럼 여기오. 그러니 무슨 사고니, 책임이니 하는 소린 하지도 마시오.》

할말을 잃은듯 한 윤상배가 지원포를 바라듯 리석민을 쳐다보았다.

듣기에도 불쾌한듯 잔뜩 우거지상을 하고있던 리석민이 이죽거렸다.

《담통이 여간 아니군. 여보! 푼수없이 누굴 훈시질하느라 하지 말고 도로 싣고 내려가오. 여기엔 국가검정을 받지 않은 뽐프를 설치할 자리가 없소.》

우뚝 버티고선 리대철은 속에서 활활 불이 일었으나 가까스로 참으며 내쏘았다.

《이런 말이 있지요, 제 눈으로 보기 전에는 함부로 속단하지 말라. 우린 이미 담보서를 낸것만큼 시운전을 하기 전에는 누구도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습니다. 모든 책임은 우리가 지게 되여있으니까요.》

《하하하!》

어깨를 들썩이며 앙천대소한 리석민이 웃음을 거두고 얼음장처럼 싸늘한 눈길로 리대철을 흘기였다.

《내 언제부터 말했지, 창전거리건설의 중요성을… 그런데 그런 뽐프를 가지고와서 건방지게 누굴 훈시질이야? 이제껏 하자는대로 아량을 보였더니 오만방자하게 뭐가 어쩌구어쨌다구?》

리대철은 경악하였다.

언제부터 리석민이 이중적인 인간이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졌댔는데 그의 조폭하고 야비한 말을 듣고보니 피가 꺼꾸로 솟구쳤다.

부지중 리석민과 교제하면서 있었던 일들이 돌이켜졌다.

뽐프수입을 중지하겠다며 공장에서의 제작을 위임하였을 때 그의 용단에 나는 얼마나 감동되였댔던가.

당정책집행에 대한 태도와 관점이 바로선 인간, 사업에서 강단이 있는 일군이라고 존경을 하였었지. 그리고 또…

윤상배가 공장에서의 뽐프제작을 사사모사로 방해하면서 기어이 수입을 강행하려고 할 때에도 용케도 자신의 립장을 지킨다고 했었고…

그런데 오늘 이 순간 이 사람의 언행은 한갖 기만이였음이 적라라하게 드러났다.

리대철은 무대에 나선 배우가 연기를 진실하게 하면 관중이 생활을 보듯 심취되는것처럼 리석민의 멋진 연기에 감동되였던 자신이 청맹과니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는 속에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뒤돌아 앉아서는 제할짓을 하는줄은 모르고 괜찮은 일군이라고 환상을 가졌댔으니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인가.

처음부터 그의 본색을 가려보지 못한것이 분하였다.

《아량이라구요? 우린 그 누구의 아량에 의하여 뽐프를 만든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길은 나라의 존엄을 파는짓이라는것을 명심하고 절대로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말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자력갱생할데 대한 당정책을 지키기 위하여 만들었습니다. 그때문에 우리는 떳떳합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말할것도 없고… 그에 대하여 까박을 붙이는것은 참지 못하겠습니다.》

의연히 노호하는 돌풍같은 리대철의 반격에 리석민은 화석처럼 굳어졌다. 자신이 실언하였음을 느낀듯 싶었다.

아직 그 누구에게도 당해보지 못한 강타였다.

할말을 찾지 못하는 리석민의 이지러진 얼굴에 경련이 푸들거렸다.

만신창이 된 체면을 유지해보려고 모지름을 쓰는 그의 표정은 사냥군의 총에 상처를 입은 짐승이 상대를 덮칠 기회를 노리는것 같았다.

연기를 마신 고양이상을 하고 리대철을 흡떠보던 윤상배가 참지 못하겠던지 궁지에 빠진 리석민을 두둔하여 발톱을 쳐들었다.

《여보! 신중치 못하게 그건 무슨 망발이요? 마치 여기에 반당분자라도 있는것처럼…》

활화산처럼 불길이 이글거리는 리대철의 눈길이 윤상배를 덮치였다.

《당신은 내가 왜 격분했는지 알기나 하고 가을뻐꾸기같은 소리를 하는가? 당정책을 흥정한데 대한 격분은 더 말할것도 없고 나라와 민족의 존엄을 눅거리상품처럼 팔아먹지 못해 몸살을 떠는 당신같은 인간이 역겨워서 그러는거요.》

《뭐, 뭐라구?!》

벼락과도 같은 타격에 윤상배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당신들은 우리 조국의 존엄이 무엇인줄 아는가.

위대한 수령님께서 항일대전과 조국해방전쟁의 피바다, 불바다속에서 한몸바쳐 지켜주시고 우리 장군님께서 조국이 전쟁보다 더 처절한 시련을 겪을 때 선군의 기치로 지켜주신 애국유산이 바로 조국의 존엄이야. 그렇듯 위대하고 성스러운것을 당신들은 무엇으로 흥정하려고 했는가. CNC가 어떻게 태여났는지 아는가? 나라가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시기 적으나 귀한 돈을 놓으시고 우리 장군님 흘리신 피눈물을… 아는가!》

잠간 말을 끊은 리대철의 온몸이 오한만난 사람모양 부들부들 떨리였다. 두눈에선 불길이 펄펄 일었다.

《숨죽은 공장과 마을을 두고, 나라와 인민의 생사운명을 두고 가슴속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 가슴아픔을 이겨내신 장군님의 심중을 당신들이 아는가? 한쪼박의 량심이라도 있다면 어디 대답해보라!

당신들이 기어이 강행하려고 몸부림치는 뽐프수입에 들어가는 그 수십만금과 같은 귀한 자금들이 CNC에 바치신 그날의 장군님의 수중에 있었다면 그런 가슴터지는 아픔을 당하시지 않으셨을거요. 그런데 뭐가 어쩌구어째?》

온몸이 불덩이가 된듯 싶은 리대철의 틀어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였다.

갑자기 리대철의 눈앞이 뿌잇해지며 꿈속에서 뵈왔던 위대한 장군님의 모습이 안겨왔다.

그날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물날은 야전솜옷을 입고계시였다.

우리 인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아물지 않을 아픔을 남긴 야전솜옷! 제재와 고립, 핵구름으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키려고 미친듯이 발악하는 원쑤들을 선군의 총대로 물리치시며 어느 하루 편한 날 없이 선군장정의 길을 걷고걸으신 위대한 장군님!

그 길에서 맞고맞으신 비바람, 눈바람에 낡아진 야전복을 보며 인민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 새옷을 드릴 때마다 인민들이 잘살고 새옷을 입을 때 자신께서도 새옷을 입으시겠다고 하시던 우리 장군님.

그날을 위해 우리 장군님 줴기밥과 쪽잠으로 천신만고의 강행군을 하고계실 때 이 사람들은 금과 옥에 환장이 되여 돌아쳤다고 생각하니 끓어오르는 의분을 참을수가 없었다.

와락 달려들어 목덜미를 잡고 이렇게 말하고싶었다.

불민했던 자식도 부모를 잃으면 잘못 살아온 지난날을 뉘우치고 늦게나마 철이 든다고 했다!

운명의 명줄을 잇고 살던 위대한 장군님을 잃고 이 나라 수천만 자식들이 장군님을 잘 모시지 못한 죄책으로 가슴을 쥐여뜯으며 분발하고있는데 당신들은 인간이냐, 목석이냐? 도대체 얼마나 챙기자고 그런 어망처망하고 무엄한짓도 서슴지 않았느냐?

하늘이 무섭지 않았느냐, 인민이 무섭지 않더냐?

섬광이 번쩍번쩍하는 리대철의 기상에 어깨가 쭈그러진 윤상배가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바지괴춤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끄집어냈다. 몇번이나 라이터를 주무르다가 끝내 불을 붙이지 못한 윤상배의 손에서 담배가치가 두동강이 났다.

소태씹은 상을 하고있던 리석민이 속에서 요동질하는 불쾌감을 뿜어올리였다.

《…난 동무처럼 웅변술이 없어 반박은 하지 않겠는데 시운전의 결과를 놓고 다시 마주서보기요. 그땐 말이 필요없지. 높이 올랐다가 떨어지면 더 아프다고 했던가.》

《높이 쳐들었던 주먹에 맞으면 더 아프지요.》 하고 면박을 준 리대철은 바람에 밀리듯 밖으로 나갔다.

이어 꽝ㅡ 문닫기는 소리가 두사람의 고막을 메웠다.


50

한차례의 해일이 지나간듯 어수선한 방에 썰물에 드러난 바위처럼 의자에 웅크리고앉은 리석민은 지금 벼랑끝에 선 심정이였다.

한발만 내디디면 영영 헤여나올수 없는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 판이다.

내가 언제 이렇게 절망에 빠져본적이 있었던가.

항상 생활에서 기대는 뜻있는 사람을 박대하지 않는다는것을 좌우명으로 삼고있는 리석민은 시운전에서 동주뽐프가 기술적으로 원만하지 못하여 기필코 제구실을 못할것이라고 믿고싶었다.

그때엔 호두알같은 리대철을 가만두지 않으리라.

하기야 자기들이 만든 뽐프를 기술적으로뿐아니라 법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담보서를 제출한 그가 실패하는 경우에는 스스로 책임을 지게 될것이다.

《수입뽐프는 의심할것이 없겠지?》

이제껏 숨을 죽이고 리석민의 눈치를 살피던 윤상배가 제꺽 발라맞추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사람들의 기술을 믿어야지요.》

대답은 그렇게 하였으나 사실 윤상배의 심사도 편안치 않았다.

좀전에 리대철이가 퍼부은 무차별적인 폭격에 정신이 넝마가 된데다가 수입산뽐프의 시험을 제 눈으로 보지 못한 상태라 리석민이 기대를 걸고있는 시운전이 성공한다는 담보가 희미하기때문이였다.

수출입원칙상 기계설비에 한하여서는 현지에서 시험과정을 거쳐 납입을 결정하게 되여있었는데 대방이 낮추어준 가격에 현혹된 나머지 그 공정을 무시한 윤상배였다.

뒤늦게야 눈앞에서 얼른거리는 리득금이 자신의 앞날에 어두운 그늘을 던지게 하였다는것을 느낀 윤상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대앞에 선 심정이였다.

수입뽐프가 불량인 경우 정정당당하게 대방을 다몰아대며 다른 뽐프를 갈아댈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였다.

리대철이 끝없이 저주스러웠다.

이제는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시운전장으로 가기요.》

의자를 차고 일어난 리석민이 기백있는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윤상배가 따라섰다. 새로 건설한 뽐프장안에서 시운전을 보러 온 사람들이 대기하고있었다. 태반이 건설지휘부 일군들이였다.

시험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치한 뽐프앞에는 쇠그물을 둘러쳐 놓았다.

여기뿐아니라 4개의 뽐프장에서 동시에 시운전을 하기로 되여있었다.

리대철은 그곳들에 제작조인원들을 분산배치하였다.

여기에 있었으면 하는 창근을 기술발전과장에게 붙여주었더니 볼이 부어 투덜거리였다.

《촬영가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걸 몰라요?》

그 소리에 리대철은 코웃음을 쳤다.

《지배인은 결정할 권한이 있다는걸 몰라? 잔말말고 시키는대로 하기나 해.》

할말이 없게 된 창근은 무줄해서 물러갔다.

그 모양을 보고 송화와 정향이가 입을 싸쥐였다.

뽐프장 지지틀우에 설치되여있는 두대의 대형뽐프동체에는 각각 국호를 밝힌 상표가 붙어있었다.

새빨간 판에 금빛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동주뽐프공장》이라고 쓴 글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였다.

과연 어느 뽐프가 기술적으로, 질적으로 우월하겠는가.

리석민이 거드름스럽게 윤상배를 뒤에 달고 뽐프장안으로 들어섰다.

아직도 불쾌감을 삭이지 못한 리대철이 본체도 않고 뻣뻣해 서있었다.

윤상배를 본 정향의 낯빛이 금시에 해볕에 말리운 조약돌처럼 새하얘졌다.

아버지가 뽐프를 수입해온 당사자로서 분명 시험에 참가하리라는 예감은 하고있었지만 5개 뽐프장중에서 여기에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정향이였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아까 창근이가 자기와 함께 가자고 꼬드길 때 따라갔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창근이한테로 가고싶었다.

하지만 뽐프장안의 사람들을 헤집고나갈 자신이 없었다.

조롱안의 새처럼 된 정향은 입술을 감쳐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리석민의 주위에 그림자처럼 묻어돌아가는 윤상배는 아직 정향을 못본듯 싶었다.

김원삼이 리석민에게 동주뽐프공장에서 제작한 뽐프를 가리켰다.

보란듯이 틀지게 앉아있는 동주뽐프를 대충 훑어본 리석민이 모여서있는 사람들이 들으라는듯 속에 없는 소리를 하였다.

《동주뽐프공장사람들이 용쿠만, 경험도 없이 단번에 첨단급뽐프를 만들고… 이것이 바로 자력갱생이 아니겠소. 고생끝에 락이라고 시운전이 잘되여야겠는데…》

아까 시험을 거치지 않고 올려왔다고 당장 돌아가라고 비린청을 뽑을 때와는 완전히 딴판으로 둔갑한 리석민을 보는 리대철은 구토감을 느끼였다.

버럭에 번쩍번쩍한 도금칠한 너절한 가짜!

《시작하기요.》하는 리석민의 소리에 윤상배가 배전반앞에 서있는 뽐프운전공에게 전원을 투입하라는 손시늉을 해보였다.

신호를 받은 운전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두대를 동시에 돌리랍니까? 아니면 한대씩 따로따로 돌리랍니까?》

뽐프는 동시에 가동을 하여 서로 다른 아빠트들에 물을 쏘아올리게 되여있었다.

《동무생각에는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소?》

리석민의 물음에 윤상배가 허리를 갑삭거렸다.

《예, 제 생각엔 비교시험인것만큼 한대씩 돌려야 한다고 봅니다.》

《그 말이 옳아. 한대씩 따로따로 가동시켜보아야 두 뽐프의 우결함을 정확히 알수 있거던. 그렇지 않소, 동무들?》

주위를 둘러보며 던진 리석민의 말에 대다수가 입들을 봉하고있는데 몇사람만이 발라맞추듯 맞장구를 쳤다

《옳습니다.》

《…》

그때였다.

리대철이 리석민의 앞으로 나서며 결패있게 말하였다.

《아닙니다. 비교시험이기때문에 동시에 돌려야 합니다. 그래야 뽐프의 분당 회전수와 압력관계를 대비적으로 분석할수 있습니다.》

그 말에 리석민은 속이 불끈하였다.

또 한번 리대철에게 발등을 밟히운다는 불쾌감이 속을 지지였으나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이라 내색을 할수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양보하는수밖에 없었다.

《좋소, 반대없소. 강산도 영웅을 알아본다는데 뽐프를 만드느라 고생을 많이 한 지배인동무의 의견을 존중해주어야지.》

호기있게 미사려구를 내뿜는 리석민의 얼굴에는 야릇한 웃음이 감돌았다.

리대철은 그 얼굴을 마주보기가 혐오스러워 눈을 꾹 감았다.

대리석처럼 차거운 눈길로 리대철을 흘겨본 윤상배가 미리 준비해놓은듯 한 의자를 리석민의 앞에 가져다놓으며 속살거리였다.

《그렇다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겁니다.》

의미있게 고개를 끄떡인 리석민이 의자에 앉으며 시작하라는듯 눈짓을 하였다.

배전반앞으로 다가선 윤상배가 운전공에게 일렀다.

《동문 동주뽐프를 맡소. 난 이걸 맡겠소.》하며 수입산뽐프앞으로 다가갔다.

그때 《잠간만!》하는 소리에 이어 명선이가 불쑥 윤상배의 앞을 막아섰다.

《미안합니다. 우리 뽐프는 우리가 맡겠습니다.》

명선의 돌발적인 제기에 윤상배가 아연해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리대철의 입가에 느슨한 웃음이 어리였다.

한순간 명선의 눈길과 부딪쳤다.

벙긋 웃어보이는 명선은 성공을 확신하듯 주먹을 흔들어보였다.

속이 뒤틀린 윤상배가 역증을 냈다.

《당신네 정말 복잡하구만. 여기가 제 공장인줄 아오?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억세게 턱을 쳐든 명선이가 참지 못하고 면박을 안겼다.

《여보시오, 우리의것을 우리가 책임지겠다는데 무엇이 잘못되였다고 까박이요?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군.》

무안을 당한 윤상배가 낯빛이 새파래서 씨근거리는데 리석민이 보다 못해 점잖게 께끼였다.

《그만들 하오. 역시 동주동무들이 배짱이 있소. 그게 바로 자존심이라는거지, 허허.》

그 광경을 지켜보는 정향의 심장은 졸아드는듯 싶었다.

아버지가 끝없이 원망스럽고 미웠다.

당장 이 방에서 뛰쳐나가고싶었다.

지루감을 느낀듯 한 사람들속에서 의견들이 분분하였다.

《복잡하게 그럴것 없이 동주동무들의 의견대로 합시다.》

《그거야 응당한 일이지.》

《저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할수 있소.》

리대철의 귀에 대고 몇마디 한 명선이가 송화와 정향에게로 다가섰다.

《송화동무, 정향동무, 앞으로 나서시오.》

목소리는 낮았으나 결전장으로 부르는 지휘관의 구령처럼 엄숙하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느낀듯 한 두 처녀가 돌격선으로 나서듯 주저없이 배전반앞으로 다가섰다.

사람들이 신기한듯 두 처녀에게로 눈길을 모았다.

뒤늦게야 정향을 본 윤상배가 몸서리치듯 놀랐다.

자기 딸이 이 마당에 나타날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해본 윤상배였다.

억이 막히였다. 세상에 피치 못할 사정이나 불가사의한 일이 드문히 있다고 하여도 아버지와 딸이 상극이 되여 한마당에 마주선 일은 없을것이라는 생각에 복통이 터질것만 같았다.

철딱서니없는 년, 여기가 어디라고 머리를 들이미는거야.

아버지를 마주보는 정향의 눈빛은 랭랭하였다.

누가 이 마당에 나를 불러세운줄 아세요? 바로 아버지예요. 아버지가 나라의 존엄을 흥정하지 않았더라면 애당초 이런 일은 없었을게 아니예요.

윤상배와 정향을 예리한 눈길로 지켜보는 리대철의 마음은 쓰리였다.

그렇듯 장한 일을 한 보배로운 딸앞에 떳떳치 못하게 나선 저 사람이 과연 아버지가 옳은가.

《아빠트만장에 신호체계를 세웠다지?》

느닷없는 리석민의 물음에 황급히 정향이한테서 눈길을 뗀 윤상배가 기여드는 소리를 하였다.

《예. 뽐프가 만장까지 물을 퍼올리면 (한쪽면을 가리키며) 저기 설치된 확성기에로 신호가 오게 되여있습니다.》

《그럼 어서 전원을 투입하오, 시간도 퍼그나 간것 같은데…》

《예.》

윤상배가 편안치 않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채 스위치에 손을 가져갔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명선이가 처녀들의 귀가에 대고 저력있게 속삭이였다.

《동주뽐프공장 로동계급의 명예를 걸고 전원투입!》

두 처녀가 스위치손잡이를 잡고 힘을 주어 전원을 투입하였다.

순간 두대의 뽐프가 윙ㅡ 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긴장한 얼굴들이 두대의 뽐프를 번갈아 살펴보았다.

사발시계만 한 압력계의 바늘이 고지로 돌진하는 병사마냥 제정된 지점으로 힘차게 치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2… 5… 7… 9…

두눈을 지릅뜨고 두대의 뽐프상태를 지켜보는 리대철의 눈빛은 날카로왔다.

수입산뽐프쪽을 눈주어보던 리대철은 그 어떤 이상한 예감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압력계의 바늘이 더 오르지 못하고 사시나무떨듯 파들파들거리고있었다.

뽐프의 동음도 정상이 아니였다.

뽐프를 세우지 않으면 만회할수 없는 사고를 초래할것 같았다.

《세우라!》하고 목터지게 소리를 내지르는 순간 광ㅡ 하는 굉음과 함께 뽐프동체가 파렬되면서 쇠쪼박 몇개가 휘뿌려지는 동시에 세찬 물줄기가 쏟아져내렸다.

이어 와ㅡ 하는 비명소리들이 터져나왔다.

그것은 눈깜짝할사이에 벌어진 일이였다.

리대철이 정신을 가다듬고 뽐프장안을 휘 살펴보니 모여섰던 사람들이 언제 다 빠져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남은것은 명선과 송화, 정향이뿐이였다.

그뒤에 김원삼이 장승처럼 버티고 서있었다.

모두 물참봉이 되였는데도 끄떡을 않고 서있었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힘차게 돌아가는 자기네 뽐프의 압력계의 바늘을 주시하였다.

압력계바늘이 30이라는 수자에서 멎어서는 동시에 벽에 걸려있는 확성기에서 《45층까지 물이 꽝꽝 올라온다!》라는 웨침이 터져나왔다.

그 순간 막혔던 물목이 터진듯 네사람이 와ㅡ 하고 환성을 터뜨리였다.

《성공이다!》

《지배인동지, 1분 45초만에 45층까지 물이 올라갔습니다.》

격정에 찬 명선의 부르짖음이였다.

기쁨과 환희로 눈물범벅이 된 리대철의 품에 명선과 송화, 정향이가 와락 안겨들었다.

《지배인동지!》

《동무들!》

한덩어리가 되여 울고웃는 그들의 얼굴에선 눈물이 줄지어 흘러내리였다.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던 김원삼이 그들의 곁으로 다가섰다.

《지배인동무, 동무들! 성공을 축하하오.》

《처장동지!》

김원삼이 리대철의 손을 뜨겁게 잡아흔들었다.

《장하오, 장해!》

환희와 기쁨이 지나간 뒤 리대철이네들은 지금 자기들이 물바다가운데 서있음을 의식하였다.

수입산뽐프가 깨지면서 아빠트의 상수도관을 따라 일정한 높이까지 올라갔던 물이 거꾸로 쏟아져내려 뽐프장에 찼던것이다.

언제 들어왔는지 뽐프운전공과 여러명의 사람들이 바께쯔로 물을 퍼내느라 분주히 손들을 놀리고있었다.

하는수없이 자리를 피해줄수밖에 없어 그들은 밖으로 나섰다.

문앞에 주런이 늘어선 사람들이 리대철이네들을 보자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성공을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동주동무들! 정말 장합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4개 호동에서의 시험에서도 동주뽐프로동계급이 만든 뽐프들의 기세찬 동음이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다.

덤으로 안겨지는 기쁜 소식에 리대철의 심정은 하늘을 나는듯 하였다.

물을 퍼낸 뽐프장으로 다시 들어선 리대철과 명선은 뽐프운전공이 한구석에 모아놓은 깨여진 뽐프동체쪼각들과 뽐프동체에 간신히 매달리여있는 부분품들을 살펴보았다.

리대철은 전문가의 안목으로 뽐프의 동체재료가 불량이며 부분품들 역시 과학기술적요구에 맞게 제작된것이 아님을 쉽게 판단할수 있었다.

《용광로에 집어넣어도 아깝지 않을 파철만도 못한것을 첨단급이라고 떠들어대더니 꼴좋게 됐군.》

명선의 비웃음에 리대철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여나왔다.

《너절한 장사군같은 놈.》

그것은 윤상배를 념두에 두고 한 말이였다.

자기의것을 믿지 않고 허무적으로 대한 윤상배가 가련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미사려구에 넘어간 리석민은 또 얼마나 한심한가.

그런 인간들이 사대주의병에 환장이 되여 돌아가는 진속은 명백하였다.

외국대방의 온갖 간사한 감언리설에 속는척 하며 그들의 등을 쳐서 옭아낸 리득금으로 금과 옥같이 화려한 물건들을 제 주머니에 채워 부귀와 명예, 권세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그것이 나라와 인민을 기만하는 역적행위라는것을 그들이 과연 모른단 말인가.

하긴 그걸 알면 애당초 더러운 진창속에 발을 잠그지 않았을것이다.

밖으로 나서는 리대철의 귀에 사람들이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뽐프장에서도 수입산뽐프들이 깨여져나가 소동이 일어났다누만.》

《누가 저따위 파철같은걸 사왔는지 법적으로 단단히 문제를 세워야 해.》

《외국제라면 허수아비도 사람이라고 우겨대는 한심한 인간들때문에 녹아나는건 나라밖에 없어.》

《건설초기에 뽐프문제가 상정되였을 때 김원삼처장이 자력갱생해야 한다고 했을 때 리석민사장이 묵살했다누만.》

《그 윤상밴지 간상밴지 하는 작자의 입김에 녹아 들여왔대요.》

《수입을 해야 제 주머니에 떨어지는 돈이 생기니 그럴수밖에…》

응당한 평가였다.

더욱 리대철을 놀라게 한것은 리석민이 수입산뽐프의 파렬로 충격을 받고 실신하여 병원에 실려갔다는것이였다.

리대철의 심중은 야릇하였다.

시운전결과를 놓고 다시 마주서자고 기세를 돋구던 리석민이 뭐라고 했던가.

높이 오를수록 떨어지면 더 아프다며 그때는 후회하지 말라 했었지.

후회라… 후회는 과연 누가 하게 되였는가.

지금쯤 병원침대에 누워 후회를 하고있을지도 모른다. 하다면 윤상배는 왜 보이지 않는가.

윤상배를 찾듯 주위를 둘러보던 리대철은 정향이가 보이지 않자 속이 덜컥해졌다.

《정향이가 왜 보이지 않소?》

리대철의 성급한 물음에 송화가 사색이 되여 말했다.

《우리도 아까부터 정향이가 보이지 않아 찾고있는중입니다.》

《손전화기를 눌러보오.》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그래 명선기사동지가 찾으러 갔는데…》

《어디에서 울고있겠지.》

자식때문에 우는 부모는 많아도 부모때문에 우는 자식 없다는데 떳떳치 못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남모르는 눈물을 흘리는 정향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잠시후 어디서 찾았는지 명선이가 정향을 앞세우고 나타났다.

리대철을 마주보기 두려운듯 고개를 떨구고있는 정향의 눈등은 부어있었다.

그를 보니 공연히 데려왔다는 후회가 들었다.

《정향이, 너무 마음쓰지 말라구.》

《…》

터지려는 울음을 참느라 얼굴을 싸쥐는 정향을 송화가 자기 품에 그러안았다.

리대철은 그 정상을 보기가 괴로와 고개를 떨구었다.

×

리대철의 전화를 받은 박영식은 너무 기뻐 어린애처럼 껑충 뛰였다.

《성공이란 말이지. 1분 45초만에 45층까지 물이 올라갔다, 저런! 대단하구만요, 뭐요?! 수입뽐프는 시동을 걸자마자 동체가 파렬되였다, 저런! 남의것을 하내비처럼 섬기던 그 어른들이 기절초풍했겠군. 나라의 귀한 돈을 들여 그따위것을 사오다니… 그러니 우리는 백두에서 창조된 연길폭탄정신으로 민족의 존엄을 지켜냈구만요.》

흥분한 박영식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하게 고여올랐다.

《지배인동무, 성공을 축하해서 옥류관에서 식사도 하고 극장관람도 하고 내려오십시오.》

전화를 끊은 박영식은 기쁨으로 들레인 마음을 진정 못하고 공연히 서성거리다가 생각난듯 다시 송수화기를 들었다.

《우리 뽐프가 성공했다오. 빨리 한바탕 불어대오.》

수화기에서 선전일군의 흥분에 찬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박영식은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리였다.

《이런 멋에 일을 하지. 우리 공장 동무들이 정말 장하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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